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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9일 (토)

이 민 호 /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이 민 호 /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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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국굴기’처럼 세계 중심 ‘중화제국’ 도모

‘동북공정’은 한·중간 치룰 수많은 충돌의 서막

한의학 정통성 확립할 수 있는 정책 방안 시급



중국인들이 100년을 기다려왔다는 베이징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은 중국인들에게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을 법하다. 세계의 중심을 자처하던 그들이 19세기 중엽 서구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을 받고 역사 무대의 주연 자리를 내준 이래 다시 세계를 향해 존재 가치를 알리고 주인공으로 재등장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은 그들이 최근 제작한 다큐멘터리 ‘대국굴기’처럼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하면서 ‘중화제국’의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필연적으로 주변국가와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런 가운데 추진된 ‘동북공정’과 연이은 ‘백두산공정’은 과거 역사·영토 문제에서 비롯된 한국과 중국의 충돌이었다. ‘역사전쟁’으로까지 묘사된 이를 통해 우리는 현대 중국의 역사인식과 민족문제 및 대외정책의 기조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동북공정’은 한국과 중국이 치러야할 수많은 충돌의 서막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한·중간 마찰 ‘전통의학’ 분야 확대



지리적으로 인접하고 있으면서 역사적으로 수많은 분쟁과 문화적 교류가 있었던 한국과 중국은 ‘문화의 세기’인 21세기 들어 문화 전반에 걸쳐 마찰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돼 왔다. 최근에는 파장이 점차 확대돼 양국의 ‘전통의학’ 분야에까지 미치고 있다. 올해 3월 한국이 허준의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신청하자 중국은 위기감을 부추기면서 중의학과 한의학의 관계를 ‘중의학이 뿌리라면 한의학은 거기에서 파생되어 나온 가지’로 비유하며 공세를 펴고 있다.



동아시아의 전통의학 체계는 어느 한 지역에서 발원하여 특정 지역으로 흘러 들어갔다기보다는 상호간의 끊임없는 교류를 통해 형성되고 발전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각 국의 전통의학 체계는 상호 유사한 면도 있고, 민족과 국가의 특성에 따라 차이점도 존재한다. 한의학과 중의학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동양의학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를 과학화하고 표준화해서 상호 이익을 공유할 수도 있다. 최근 한·중·일 3국이 침구 경혈 자리를 통일한 것은 동양 의학계가 진일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동아시아 3국이 협력하여 전통의학의 과학화와 현대화를 도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중국 정부와 중의학계는 이러한 상생과 화해의 기조에 역행하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그들이 ‘중화민족주의’를 제창하면서 소수민족 문화 전체를 중국화하려는 경향과 관계된다. 또한 세계적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전통의학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기도 하다.



그들은 중국 과기부의 지원을 받아 작성한 논문 중에서 “중국에서 발원한 중의학이 한국에서 개화하여 일본에서 결실을 맺고 구미가 수확하는(中國原産, 韓國開花, 日本結果, 歐美收獲) 상황에 직면하여 외국에 탈취당한 중약 관련 특허가 1000여 건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중의학의 방법론을 이용하여 개발한 특허가 다른 나라에게 선점당하고 있는 현실을 반성한 것이다.



중의학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 시도



그들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2003년 세계무형문화유산보호협정이 체결된 것을 계기로 중의학을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시켜 보호하는 동시에 배타적인 이익을 독점하려 하고 있다. 특히 2005년부터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5년 계획으로 유네스코 중국위원회와 중의과학원을 중심으로 중의학의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하고 있다.



2006년 출간된 ‘國家級非物質文化遺産大觀’에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고자 하는 중의학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것은 ①중의학의 생명과 질병에 대한 인지방법, ②중의학의 진단법, ③중약의 포제기술, ④중의학의 전통적인 제제방법, ⑤침구, ⑥중의학의 정골 요법, ⑦동인당(同仁堂)과 호경여당(胡慶餘堂)의 중의약 문화, ⑧소수민족 의학 등이다.



그런데 그들이 보호하겠다고 하는 소수민족 의학의 범주에 티베트와 몽골의 전통의학은 물론 ‘조선의(朝鮮醫)’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조선의’를 중국에 거주하는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인 조선족의 민족의학이라고 하면서 이를 자신들의 전통의학 범주 안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들 논리라면 ‘아리랑’도 중국 문화



그런 가운데 최근 중국 지린성 인민정부는 창춘에서 ‘조의학 국가의사자격시험’을 시범 실시하면서 “조의학을 중국 국가의사자격시험에 편입한 것은 중국이 지니고 있는 소수민족 전통의학이 갖는 영향력을 확대해 중의학의 발전을 촉진하는 중대조치”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약 200만에 달하는 조선족이 중국인으로 살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족의 고유한 문화는 모두 중국 문화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아리랑’과 ‘김치’도 중국 문화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동북공정’에 이어 ‘중의학공정’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리랑공정’에 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영토와 역사를 넘어 이제는 문화를 지켜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우리 정부와 한의학계도 한의학과 중의학의 관계를 정립하고 우리 전통의학의 정통성을 확립할 수 있는 정책과 방안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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