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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8일 (금)

이상곤 원장

이상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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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용의 효능



“녹용은 뼈 속의 생명력을 강하게 만들며 조혈기능 및 양적인 에너지가 그 어떤 동물보다 강력하고 힘차다. 따라서 치료효능도 뼈에 양적인 힘이 부족해 생기는 골다공증, 소아의 성장부진, 허리 통증에 유효하다.”



뱀장사, 개소주집 등이 권하는 모든 보약의 비교우위는 산삼, 녹용으로부터 시작된다. 산삼은 산의 로또이며 기를 보하는 대표적인 보약이다. 녹용은 보양약의 상징이다. 여기서 보양이란 양허증을 치료한다는 뜻으로 양이 모자란 병증에 쓰는 약이다. 양허증은 추위를 몹시 타는 것, 허리와 무릎 다리에 힘이 없는 것, 배가 자주 아픈 것, 설사하는 경향이 있는 것, 오줌이 자주 마려운 것, 정력이 약화되는 것, 몽설과 유정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보편적으로 보양한다는 의미는 좋은 음식과 좋은 약을 먹어서 몸 상태를 좋게 하고 양기를 강화하여 수명을 늘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녹용은 누구나 먹을 수 있었을까?



조선왕조실록은 녹용을 얻는 것이 아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증빙한다. 태종 17년의 윤5월9일자 기록이다. “녹용의 사냥은 열에 하나도 얻지 못합니다. 때는 5월에 당하여서(녹용을 자르는 시기가 5월임) 농사일에 방해가 되고 또 절실히 필요한 약은 아니니 숫자를 감해 주십시오” 라고 보고한다. 정조 8년의 기록도 녹용 구하기가 어려움을 탄식한다. “대저 공물로 바치는 녹용 한 대의 값이 거의 2백금에 가까운데 그 근원의 폐단을 캐어 보아야 합니다.” 이런 상소를 감안하면 녹용은 일반 백성에게는 언감생심 그림의 떡에 불과한 것임을 잘 알 수 있다.



녹용의 품질도 문제가 되었다. “약원에 올린 용재를 보고서 번번이 얼굴이 찡그려져 차마 목구멍으로 넘기지를 못하겠으니 이와 같이 하고서 어찌 신령한 효과가 있기를 바라겠는가 ” 하고 반문한다.



녹용의 보양에 대한 효과는 정력 강화의 의미가 크다. 이런 점은 녹용의 생태와 관련하여 추론하였다. 포박자의 이야기다. “종남산에 사슴이 많은데 항상 한 마리의 수컷이 백수십의 암컷과 교미한다” 라고 적고 있다. 본초강목의 저자 이시진도 이 사실에 그의 해설을 보태어 준다. “사슴은 성질이 매우 음탕하다.” 한편으로는 좀 더 구체적으로 사슴의 생태를 보고하고 약효에 힘을 싣는다. “먹을 때는 서로 부르며, 행보할 때는 동행하고, 모여있을 때는 뿔을 외부로 향하여 둥근 진을 쳐서 적의 공격을 방어하며, 누울 때는 입을 꼬리 쪽으로 향하여 독맥을 통한다” 라고 적는다. 설명 중 독맥을 통한다는 이야기는 약효를 잘 설명한다. 독맥은 해부학적으로 머리뼈와 척추뼈를 연결하는 부위를 말한다.



척추뼈 속에는 척수액이 있고 그 내부에 신경조직이 있다. 내부 신경조직은 척수액이라는 물이 신경조직을 감싸주면서 식혀야 할 정도로 뜨거운 에너지를 함유하고 있다고 파악한다. 한의학에서도 독맥은 태양의 길이라 하여 모든 양기를 감독하는 기관이라고 정의하는 것이다. 독맥 속의 뜨거운 에너지를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기라 하여 원기라 하며, 녹용은 바로 이런 뜨거운 에너지인 독맥을 흐르는 원기와 양기를 돕는다고 설명한다.







사슴의 뿔을 관찰하면 더욱 구체적이다. 세상의 수많은 동물들의 뿔 중에서 뿔 속에 피가 흐르는 것은 녹용밖에 없다. 뿔은 머리뼈의 연장으로 차갑고, 피는 따뜻하다. 차가운 뼈를 뜨거운 피가 밀고 올라가 튀어나온 모습으로 안에 있는 양적인 힘이 아주 강한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녹용은 뼈 속의 생명력을 강하게 만들며 조혈기능 및 양적인 에너지가 그 어떤 동물보다 강력하고 힘차다. 따라서 치료효능도 뼈에 양적인 힘이 부족해 생기는 골다공증, 소아의 성장부진, 허리 통증에 유효하다고 정의하는 것이다. 또한 해면체인 남성의 성기에도 혈액을 용솟음 시키면서 채워준다는 의미가 양도를 흥하게 한다고 말한다.



녹용의 치료효과는 한의학에서 그치지는 않는다. 제정말기 러시아의 라스푸틴은 혈우병을 앓고 있던 황태자 알렉세이 니콜라예비치의 병세를 녹용으로 호전시킨다. 라스푸틴은 지금 세대에겐 아득하지만 보니엠의 노래에도 나오는 러시아의 괴승으로 신돈과 비슷한 점이 많다.



나름대로의 치료능력과 예지적인 힘으로 왕과 왕비의 신임을 얻었지만, 추잡한 행실로 제정러시아의 최후를 재촉하였다. 그가 괴승으로 유명해진 것은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 때문이다. 그를 러시아의 적으로 규정한 귀족들이 독약이 든 음식을 먹였음에도 그는 죽지 않아 총을 쏘고 강에 던졌는데도 사인이 익사로 밝혀질 정도의 특이한 행적을 보였다. 그런 괴력이 그가 처방했던 시베리아산 녹용 탓인지는 모를 일이다.



녹용은 숫 사슴의 갓 자란 뿔을 채취 가공하여 말린 것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녹용은 매화록, 마록, 뉴질랜드산 등이 있는데 본초강목의 기록에 따르면 마록을 기원으로 삼고 있다. 마록은 원용으로도 불리는데 가장 효능이 뛰어나며 열이 있는 사람은 약간 띵한 느낌이 올 정도로 약효가 강하다. 녹용과 녹각이 있는데 녹용을 오래 두어서 차츰 칼슘이 침착되고 골질화 되어서 굳어진 뿔은 녹각이라 한다. 뿔이 돋아나온 이듬해에 절로 떨어진 것은 낙각이라 한다.



녹용, 녹각, 낙각은 용도는 비슷한데 녹각이 녹용보다 훨씬 못하고, 낙각은 대비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진다. 사슴뿔을 푹 고아 우러난 물을 다시 졸여서 엉기게 한 것을 녹각교라고 하고 그 찌꺼기를 가루낸 것을 녹각상이라고 말한다.



녹혈에 대한 이야기도 본초강목은 적고 있다. “녹혈주는 사생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얻은 것으로 그 사람이 약초 채취를 위하여 산에 들어갔다가 길을 잃었다. 사슴 한 마리를 포획하여 채혈한 다음 피를 음용하고 나니 귀가시에 기혈이 충성하여 통상인과 다른 점이 있었다”며 효과를 은근히 암시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본초강목에서 은중감이란 사람의 기록을 빌려 사슴 중에 흰 사슴을 최고로 친다는 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는 흰 사슴의 기록이 있다. “한라산에는 사슴이 많다. 여름밤이면 사슴들은 시냇가에 나가서 물을 마신다. 한 사냥꾼이 시냇가에서 숨어보니 몇 천 마리 가운데 한 마리 사슴이 으뜸이고 빛깔이 흰데 그 등 위에는 머리털이 하얀 늙은이 하나가 타고 있었다. 이 말은 자순 임제의 「남명소승」에 나오는데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백록담은 이런 전설의 영향인지도 모른다.



녹용도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좋을 순 없다. 머리에 열이 집중되는 뜨거운 소양인이나 태양인에게 머리로 혈액이 용솟음치는 것은 오히려 독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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