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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8일 (금)

신미숙 교수

신미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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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후에도 지속가능한 한의사질(?)을 위하여 下



100여년 후 어느 날, 9시 MBC 뉴스의 한토막을 상상해 보았다. “이제 남은 한의사 면허권자는 33명. 아직도 침·뜸·한약은 본인들만의 것이라며 끝까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어제도 의사들의 처방 없이 본인 임의로 침을 놓다가 최고령 한의사로 유명세를 탄 000옹이 적발되었습니다. 이러한 불법 한의원에서 침 시술을 받다가 몸을 망치는 안타까운 사례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침 시술은 각 의대병원 내 대체보완의학센터에서 안전하게 받으시길 바랍니다. MBC 뉴스 000 기자입니다.” 좀 엉뚱한 상상인가? 가능성 0%로 보이는가? 그렇다면 2010년 8월17일자 중앙일보에 실린 <보약 안 팔리고 인원 2배로.. 위기의 한의사> 라는 기사를 검색해서 읽어보기 바란다.



이미 한국사회에서 한의사들은 보약 못 팔아서 돈을 못 버는 위기에 봉착한 퇴출 직전의 의료직군 취급을 받고 있다. 우리가 보약 못 팔아서 안달난 사람들인가? 아니, 보약만으로 밥값 벌어온 사람들인가? 그래서 바로 지금 한의학·한의사에 대한 새로운 미래지향적인 정의가 필요한 것이다. 실제 한의사들끼리도 우리 스스로를 규정하는 내용에 상당히 많은 이견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정통 한의학도 제대로 못하면서 무슨 대체보완의학 같은 잡것을 여기에 섞으려고 하느냐, 그러니까 한의사들이 대체요법사 소리를 듣는 것이다”라는 정통한의학보수고집파와 “정통 한의학만으로는 한의원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주름 펴주는 침이나 비만치료, 운동치료 등등. 한의사면허 안에서 허용된 모든 의료행위는 적극 수용해야 한다”라는 퓨전한의학미래지향파. 이 두 학파가 내세우는 의견은 동전의 양면이자 양날의 칼이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2000년의 한의학과 2010년의 한의학의 모습은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그 변화를 상기한다면 그리고 문제점을 파악한다면 2020년의 모습을 예견하고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보약장사 실패해서 사라져가는 의료인으로 취급받기에는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수술 후유증, 만성 통증을 포함한 많은 난치성 질환들을 잘 다루는 한의사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어디까지가 한의학이고 어디까지 한의사들이 해내야 하는 것일까?



한의학의 범주 규정에 있어서 그 외연을 다양한 대체보완의학의 치료방법으로까지 넓혀서 진료에 적극 활용하려면 그 이전에 선결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 기본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학문적 정직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바로 침, 뜸, 부항, 한약, 약침, 추나 등 한의학의 정규 진료행위로 확실히 인정받고 있는 각 분야의 진정한 전문가로서 우뚝 서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규정하는 이 많은 치료에서 기본적인 그리고 공통적인 지식의 수준과 행위의 표준화, 치료수준의 균일화를 아직까지도 이루어내지 못했기에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면허를 가지고 같은 직군에 속해 있으면서도 서로의 치료를 신뢰하지 못하고 서로 삿대질만 해댔기에 일반 국민들에게 도리어 삿대질을 받게 되는 지경에 이르른 것이다. 같은 침치료를 함에 있어서도 경혈도 다 다르고, 침법도 다 다르다. A침법을 쓰는 사람은 B침법은 틀렸다고 욕하고 A학파를 따라 처방을 내리는 사람은 B학파를 따라 처방을 내리는 사람을 잘못 배운 사람이라고 욕한다. 집안싸움이 끊이지 않는 늘 어수선한 국가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런 국가가 외부의 침략을 받았을 때, 과연 효과적으로 방어를 해낼 수 있겠는가?



화침(和鍼) 분야에서 독보적인 임상경험을 축적하시고 방학을 통째로 한의과대학 학생들의 화침 교육에 바치고 계시는 동의대학교 감철우 교수님이라는 분을 알게 되었다. 맥진을 통한 체질 판별과 정확한 취혈 이후 침 치료가 전부라고 할 정도로 침 하나에 매진을 하셔서 감 교수님 진료실은 언제나 북새통이다.



대한민국 디스크수술 1번지 000병원에서 수술 이후 극심한 통증과 후유증으로 고생하시는 환자분들을 20년째 직접구 치료만으로 고쳐오고 계신 대구의 이동화 원장님을 뵌 적 있었다. 대구 수성시장 사거리 허름한 건물 2층에 20년째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계시는 우직하고 정직해 뵈는 이원장님은 내가 아니면 이 환자들은 어디로 가겠느냐며 그 하나의 자존심과 의무감으로 오늘도 그 돈도 안 되고 늘 너구리굴처럼 연기가 피어오르는 진료실을 묵묵히 지키고 계신다. 서울에서 내려온 환자를 기다리시느라 새벽 2시에 진료를 해 보신 적도 있다는 말씀에 이 원장님에게는 ‘미친’ 존재감마저 느껴졌다.



체형사상의학회 허만회 선생님을 뵙고서는 수십년간 사상의학에 매진하여 체질판별법을 객관화 하고자 하셨던 그 분의 노력과 후학들에게 당신 공부한 모든 것을 나눠주시고자 하시는 통큰 가슴을 느낄 수 있었다. 후학들과 지속적으로 임상경험을 공유하시고 또 그 결과물을 모두에게 책자로 보여주시니 우리는 허 선생님께서 만들어 놓으신 그 길을 따라 걸어만 가면 되는 것이니 이 얼마나 또 감사한 일인가.



처음 봉독·벌침을 접하고 매료되어 약침 연구에 뛰어드셨다는 전 상지대학교 침구과 권기록 교수님은 또 어떠한가. 오늘날 약침학회를 있게 하신 일등공신 중 한 분으로 루게릭병이나 암환자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지펴주고 계시는, 한의학을 보약한의학이 아닌 치료한의학으로 인식하게 해 주신 분이 바로 권 교수님이 아니신가 생각한다.



침, 뜸, 한약, 약침 분야만 떠올려보아서 그렇지 어디 위에서 말씀드린 네 분 뿐이겠는가. 각 분야에서 일인자임을 자처할 정도의 실력과 자신감을 가진 분이 어디 이 네 분 뿐이겠는가. 이 분들처럼 한의사로서의 기본적인 책무, 의료행위에서의 탄탄한 실력을 기본기로 갖춰보자는 것이다. 그것이 100년 후에도 지속가능한 한의사질을 위한 기본 중 기본이라는 주장을 하기 위하여 허락도 없이 감철우 교수님, 이동화 원장님, 허만회 선생님, 권기록 교수님 이야기를 하게 되었으니 네 분의 선생님과 혹은 또 화침, 직접구, 체형사상학회, 약침 등에 다른 반대의견을 가지고 있더라도 오해 없이 너른 마음으로 받아들이셨으면 좋겠다.



신상우 교수님께서 내게 주신 숙제 ‘미래의 한의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으로 나는 이러한 모습의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바람임을 밝힌다.



첫째, 일차 의료전문가로서의 한의사이다. 일차 의료란 의료가 필요하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맨 처음 의료인력과 접촉할 때 제공되는 기본적인 또 일반적인 의료를 말한다. 최근에는 환자와 의료진간의 일차적인 접촉과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의료서비스의 제공,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한 건강 증진의 노력이라는 개념으로서의 일차 의료를 재정의하는 추세이다. 이런 면에서 침, 뜸, 부항, 한약제제를 가지고 각종 미병(未病), 만성병, 상견질환을 보험급여 안에서 합리적이고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환자들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또 지속적인 혜택을 선사하는 의료 전문가들이 한의사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가깝고 쉽고 편하고 저렴하고 안전해서 평소의 건강 관리와 증진을 위한 장소로 한의원을 1차적으로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둘째, 체질양생 전문가로서의 한의사이다. 한의사들 모두가 사상체질의 전문가들이 되어서 대한민국 어느 한의원 아니 전세계 어느 한의원을 가더라도 사상체질로 동일한 체질임을 진단받고 그 체질에 맞게 계절별 양생을 지도받고 체질식, 체질차, 체질운동을 지도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어문제만 해결된다면, 이제 시작된 스마트폰 시대에 가장 적확한 유비쿼터스 의학이 바로 사상의학이 아닐까? 전세계인에게 통용되는 A, B, AB, O형 혈액형처럼 4개의 체질타입을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그 날이 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사상의학에는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엄청나게 녹아들어 있지 않은가?!



셋째, 대체보완의학을 재해석하여 진료에 활발하게 활용할 수 있는 한의사이다. 부산대 한의전 2학년 학생 중에 박기언이라는 학생이 있다. 인도에서 요가를 수년 수련했고 실제 요가지도자로서 몇 년간 신사동 요가원에서 근무를 한 적도 있다. 박 선생 지적에 의하면 한국 요가계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고 한다. 비전문가와 전문가들의 난장판 속에서 정통성을 잃고 하나의 유행이나 악세사리로 전락하는 바람에 요가에 오해가 때가 많이 끼여 있다고 한다. 나는 이 친구에게 미션을 주었다. “그대는 한의사가 해석하는 새로운 요가를 대한민국에 정립시켜야 한다.” 어디 요가 뿐이겠는가? 사설 치료센터, 연구소라는 이름으로 난립해 있는 대체보완의학 치료시장들을 살펴보길 바란다. 의사, 한의사들이 본인 밥그릇 챙기는 동안 <자가치료센터>를 가장한 치료소들의 난립은 이제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강남차병원의 <차움>, 강남성모병원의 <라이프스타일센터>, 고대안암병원의 <통합의학센터> 등에서 차츰차츰 시도하고 있는 대체보완의학의 정통의학계로의 편입 시도. 이 물줄기가 거세어지고 강해지고 조직화되고 음모화되면 우리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소용돌이가 몰아칠 지도 모른다. 정통한의학과 대체보완의학의 적절한 동거를 위해서라도 이를 재해석할 수 있는 적극적 노력이 가시화 되어야 할 것이다.



100년 후에도 지속가능한 한의사이려면 정통한의학의 전문가로서 1차 의료에서 활발한 봉사를 하고 체질양생 전문가로서 일반인들의 생활 속으로 녹아들어야 하며 세간에 유행하는 대체보완의학 분야에 있어서도 유연한 수용능력을 갖춘 그야말로 자연의학, 비수술의학, 예방의학의 전문가들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그래야만 우리 한의사들도 가슴 쫙 펴고 노래할 수 있을 것이다. <니가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들려주마, 아마 절대로 기쁘게 듣지는 못할 거다 뭐냐 하면 나는 별일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장기하의 “별일없이 산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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