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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8일 (금)

이상곤 원장

이상곤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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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독살설은 가능한가?



“독성이 큰 것은 약성도 크다. 부자도 삶거나 구워서 독성을 약화시키면 손발이 차고 냉하면서 성기능이 떨어지는데 특효약이다. 부자의 약성은 몸을 데우는 것으로 양기를 북돋운다.”



당나라 고종 때 제정된 ‘당률’을 보면 대표적인 독약을 기록하고 있다. 짐독, 오두·부자독, 치갈(治葛)이 그것이다. 오두와 부자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한 같은 독성 식물을 다르게 일컫는 말이다. 흔히 이 식물의 모근을 오두, 그 곁가지인 자근을 부자라고 한다. 영화 ‘서편제’에서 주인공이 소리에 한을 더하고자 독약을 먹고 눈을 멀게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때 먹은 것이 바로 부자이다.

실제로 일본의 유명한 부자 전문가 다쓰노(龍野)는 자신의 경험을 그대로 적고 있다. 자기가 구내염이였을 때 진무탕이라는 처방에 부자를 넣어서 복용하였다. 과량 복용한 탓으로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빈혈 증상을 느꼈다고 보고하면서, 장기 복용시는 실명 가능성을 경고했다.



부자의 맹독성은 예전부터 사냥에도 이용되었다. 북반구의 원주민은 부자 뿌리에서 화살독을 만들어 새나 짐승을 잡았다. 중국에서는 그 즙을 달인 것을 사망(射罔)이라고 불렀다. 흥미로운 것은 이 독은 정작 사냥한 새와 짐승에서는 분해돼 저독성으로 바뀌고, 조리를 하면 아예 없어진다는 것이다.



부자는 그 독성으로 인하여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다. ‘독의 꽃’, ‘악마의 뿌리’, ‘살인자’ 등이 있으며, 심지어는 일본식 이름으로 ‘골짜기를 못 건넘’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서양에서는 아코니틴으로 불렸는데, 그리스의 아코네라고 하는 마을에서 따온 이름이다. 그리스의 대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아코니틴에 의해 사망했으며, 영웅 테세우스를 독살하기 위해 메디아가 사용한 약물도 바로 아코니틴이다.



그럼, 짐독은 무엇일까? 바로 짐새의 독이다. 짐새는 중국 남해에 사는 새를 일컫는다. 그 새의 털을 술에 담가두면 사람을 죽일 정도의 독주가 된다. <본초강목>을 보면 짐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꿩과에 속하는 이 새의 형태는 공작과 비슷하다. 목은 검고 부리는 붉으며 뱀을 통째로 삼키며 이 새가 물을 마신 곳에서는 모든 벌레가 전멸한다. 오직 코뿔소의 뿔만이 이 짐독을 해소할 수 있다고 하나 그 실체는 전혀 알려지지 않아 다만 독의 대표적인 이름으로 전해질 뿐이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사약을 내리는 사사 장면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가슴을 아프게 하는 장면의 압권은 역시 서른여덟 살 조광조의 사사 장면이다. 사약을 받자 자신의 사사가 진실인지 여부를 알기 위해 의금부 도사 유엄에게 심정(沈貞)의 지위를 묻는다. 그러고는 거느린 사람에게 말한다. “내가 죽거든 관을 얇게 만들어라. 먼 길 가기 어렵다.”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거듭 독주를 가져다가 많이 마시고 죽었다”라고 적힌 대목이다. 거듭 마셨다는 것은 사약을 먹었는데 죽지 않은 것이다. 다른 기록에 이 부분을 보충하는 이야기가 적혀 있다. 사약을 마셔도 숨이 끊어지지 않아 나졸들이 달려들어 목을 조르려 하였다. 그러자 조광조는 “성상께서 이 머리를 보전하려 사약을 내렸는데, 어찌 너희들이 감히 이러느냐”라고 소리 지르며 독한 술을 더 마시고 죽었다.



송시열의 졸기도 마찬가지다. 늘 바가지를 들고 다니면서 어린애의 오줌을 마신 탓으로 여든세 살까지 살았던 그로서는 부자독이 쉽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세 잔을 달아 마신 뒤에야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다.



중종 때 임형수의 죽음은 더욱 힘들었다. <유분록>의 기록을 보면, 짐주 열여섯 사발을 마셔도 죽지 않자 다른 독주를 더 가지고 오게 해서 먹었다. 그때 집종 하나가 울면서 안주를 가져오자 “이 술이 어떤 술인데 안주를 먹느냐”라고 물리치면서 노끈으로 목을 졸라 죽었다.



이런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은 TV에서 보아온 사약과 달리 독약으로 쉽게 사람을 해칠 수 없었음을 보여준다. 자연적인 독소는 인간에게 선택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 이른바 조선 왕의 독살설의 상당수는 애초에 가능하지 않았던 일이었음을 알 수 있다.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독성이 큰 것은 약성도 크다. 부자도 삶거나 구워서 독성을 약화시키면 손발이 차고 냉하면서 성기능이 떨어지는데 특효약이다. 부자의 약성은 몸을 데우는 것으로 양기를 북돋운다. 대부분 불기운은 상승하는데 부자는 어떻게 아랫배를 데우는 약효를 지닐까.



한의학의 설명은 이렇다.

“촛불 양쪽에 불을 붙여서 상하를 타게 하다가 먼저 밑불을 끄면 한줄기 짙은 연기가 중심부로 올라온다. 이 연기가 윗부분 촛불에 도착하면 상부 불은 연기를 따라 내려와 하부 촛불에 다시 불이 붙는다.”



부자가 들어간 대표 처방은 팔미지황환으로 야간 소변과 양기 부족에 특효약이다. 원리는 이렇다. 노인들의 야간 소변은 방광에 모여든 오줌이 체내에서 모아진 물이므로, 36.5도로 데워야 한다. 아랫배의 양기가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데울 수 없어서 자주 내보내서 자신의 조직이 차가워지는 것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사약이 어르신들의 성약으로 돌변하는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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