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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8일 (금)

21C 한의학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다

21C 한의학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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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2기생들이 졸업 30주년을 맞아 한의계 원로의 위치에서 그동안 한의계가 걸어온 길을 조망해 보고 미래 한의학을 위한 방향을 모색해 보는 자리를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28일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멀티미디어실에서 ‘21C 한의학의 역할’을 주제로 개최된 세미나에서 엄종희 전 대한한의사협회장은 한의계가 걸어온 역사를 통해 본 21C 한의학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우정순 전 충청북도한의사회장은 한의학 임상교육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김 권 전 원광한의대 총동문회장은 한의학 임상분야를 수용성과 미래성 측면에서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엄종희 회장은 한의계 내부의 소통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직선제가 도입돼야 하며 이를 통해 한의계가 명확한 의철학을 갖고 직면한 현안과 미래지향적 정책 방향을 하나하나 속시원히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협회 회무의 연속성과 전문성 강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내부적 갈등은 있을 수 있지만 결코 지도력이 상실될 정도가 되어서는 안되며 1987년 이후 한의계에도 중요한 먹거리가 된 보험분야는 집행부와 관계없이 철저한 정치적 비즈니스를 갖고 장기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만큼 대의원총회에서 보험에 대한 전문성과 자질을 검증해 상근보험부회장을 선출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는 제언이다.



“신뢰 줄 수 있는 학회로 거듭나야 한다”



학회의 독립과 진화도 주문했다.

간독성 얘기가 나왔을 때 협회보다 학회나 대학에서 근거 자료를 통해 반박하는 것이 국민들에게는 훨씬 신뢰를 줄 수 있으며 앞으로 그러한 역능을 가진 학회로 발전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협회 지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서는 발전 가능성이 묘연한 만큼 학회비를 따로 내고 전 한의사들이 학회에 가입해 10년간 투자한다면 학회가 그동안 이뤄온 것보다 더 큰 발전을 가져올 것이란 설명이다.

한의 의료인력의 감축과 직군 확대도 요구했다.



2019년부터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에 맞춰 보건의료인력도 조정돼야 하며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더구나 졸업 후 99%가 한의사 직군에 몰리고 있는 한의계로서는 졸업 후 진출할 수 있는 다양한 새로운 직군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며 공공보건의료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는 것 역시 간과해서는 안된다.



엄 회장은 “현재 이 시기를 위기라고 하는데 한의계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서로 연대하고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면 오히려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정순 회장은 진단과 치료라는 양대축에서 진단이 무너지면 의사가 아니라 테크니션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질병을 고도화시켜 정량화하고 거기에 대한 치료대책을 수립해 나가는 것이 현대 의료문화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한의계는 언제까지 4진과 증후팔강론에 의지할 것인지 회의적이며 일선 회원들은 진료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괴리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의학은 환자 진료를 위해 존재한다”



그런데 올해부터 KCD체계로 질병사인분류를 적용하게 된 것은 한의계로서는 많은 것을 의미한다.

과거 ‘식체’라 했던 것을 급성위염이나 미란성위염 등으로 진단명을 내려야 한다는 것은 병명을 도출해 내기 위한 진단과정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며 대학에서 진단학 교육 내용도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그는 또 졸업 후 교육은 학문간 교류와 연계적 차원에서 봤을 때 학교교육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음에도 그 중요도에 비해 너무나 엉망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사교육을 통해 이뤄지는 내용이 의학적 정당성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되어지고 있고 이를 검증해줘야 할 학회는 그러한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 이러한 행위의 실패는 결국 전 회원들에 대한 불이익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학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초의학·임상의학이 강화돼야 하는데 한·양방이 공유하는 기초의학이 강화되고 임상의학에서는 근거중심의학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또한 대학별 커리큘럼을 통일하고 교육의 동질성 확보를 주문했다.

KCD체계 도입은 의료임상 현장에서의 의료시스템의 전환을 의미하는 만큼 대학교육도 진단과 치료 매뉴얼을 KCD체계로 재정립하는 방향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대한한의사협회 주관 교육은 기초의학회와 임상 8개학회 중심의 보수교육으로 전환하되 교육 내용에 대한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의료법상 한의학 발전 제한 요소를 해결하는 것도 시급하다.

일반인도 약국에서 사서 사용할 수 있는 당뇨검사 킷 조차 한의사가 구입해 적용하면 불법이 되는 상식을 벗어난 모순 속에서 진료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의료법에 보면 한방의료의 업무 범위가 명확히 규정돼 있는 것이 아니고 학문적 사용 메카니즘을 확립하고 있다면 사용해도 된다는 것이 일반적 해석인 만큼 이는 우리 스스로 어떻게 설정해 가느냐에 달려있는 의지의 문제이며 다만 대학과 학계에서 한의학과 어떻게 연계해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학문적 근거를 마련해 주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 회장은 “의학은 학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진료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가장 효율적으로 이뤄지는 학문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교육과 임상과정이 엇박자가 나는 교육, 그러한 교육이 이뤄지는 학문은 결국 문명 발전 과정에서 소멸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권 회장은 인식의 전환을 주문했다.



그동안 한의사들은 작은 카테고리에만 매몰돼 있었고 결국 법·제도적 측면에서 대단히 수세에 몰려 있는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다.



등소평이 무밭에서 일만 하면 무밭이 회색인지 검은 색인지 모르지만 무밭에서 나와 보면 정확히 알 수 있다고 한 것처럼 한의사들도 의식을 유연하게 갖고 한의학을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봐야할 시점이라는 것.



진료함에 있어서도 환자들이 여러 가지 질환을 모두 얘기할 때 이를 단순화시켜 볼 수 있는 직관력이 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수용성을 넓혀 큰 그릇을 만들자”



그는 또 체질의학에 대해 한의계 내에서 호, 불호가 있지만 이는 양의사들이 갖지 못한 한의학만의 장점인 만큼 수용성 측면에서 받아들여 넓힐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움이 될 만한 도서로 성공의 법칙, 인간관계론, 로마인 이야기, 동의사상의학강좌, 새로 쓴 사상의학, 양유걸 전집을 추천한 김 회장은 “수용성과 미래성이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수용성은 지·정·의를 담는 그릇과 같고 미래성은 미래 어느 시기에 내 손에 잡혀지는 자산과도 같은 것”이라며 “우리가 수용성을 넓혀 큰 그릇으로 만든다면 미래 어느 시점에 우리 스스로 회고할 때쯤 대단한 자산이 되어 있음을 알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 모두가 마에스트로라 해도 틀림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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