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지도층에 걸맞는 책무를 다하자”
양승조 국회의원(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은 지난 20일 대한한의사협회관 대강당에서 개최된 임시 이사회에 앞서 가진 특별강의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를 강조했다.
양 의원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것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는 문화, 깨끗한 사회, 사회 지도계층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문화를 꼽았다.
특히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정착되지 못한 사회는 결코 선진국의 대열에 설 수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는 양 의원은 여러 사례를 들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 했다.
16년간 지속된 2차 포에니전쟁 당시 로마는 선출직 중 최고위 권력이라 할 수 있는 집정관이 직접 참전해 13명이나 전사한 바 있다.
민주주의의 모범국가이자 의회 민주주의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영국의 경우 왕실이 존치되고 있는 것 자체가 모순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자국민의 80% 이상이 왕실의 존치를 계속 지지하고 있다.
이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2차 세계대전에, 포클랜드전쟁 당시 왕위계승 서열 2위였던 앤드류 왕자가 직접 전투기를 몰고 참전했을 만큼 영국 왕실이 사회적 역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작위가 수여되고 있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영국의 명문가 자제들이 입학하는 이튼스쿨에는 1,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자원해 참전했다 전사한 천여명의 자교 출신 전사자의 이름이 적힌 묘비가 있다.
이처럼 영국은 지도계층이 자신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도 다르지 않다. 2002년 부시 대통령이 상속세 폐지안을 들고 나왔을 때 가장 먼저 반대하고 나선 사람이 빌 게이츠의 아버지인 빌 게이츠 시니어였다.
상속세 폐지로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될 미국의 내놓으라 하는 부호들이 오히려 상속세 폐지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자본주의의 위기를 초래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한 워렌 버핏, 빌 게이츠, 록 펠러 등 명문 부호들이 엄청난 액수의 기부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400대 부호들을 대상으로 재산 절반을 기부하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만약 이것이 실현되면 그 기부금액은 약 6000억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700조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우리나라 예산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자본주의 국가의 상징인 미국의 국민들이 부자들을 증오하거나 미워하거나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거부들이 자신들의 사회적 역할을 나름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우 공산주의 정권이 62년째 유지되고 있는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모택동의 큰아들인 모안영은 한국전쟁에 참전해 전사했으며 모택동에 이은 2인자 권력을 갖고 있었던 주은래 총리 역시 별세했을 때 유해를 화장해 뿌렸을 만큼 철저한 자기 절제와 강한 자아 비판으로 최고 공산주의 상류층 권력자로서 솔선수범한 모습이 그 밑거름이 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우리나라 부호들이 부를 쌓아온 과정이 깨끗하지 못했고 권력계층 역시 이들과 밀착해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말이 국민의 뇌리에 강하게 인식돼 있다. 또한 군 면제자를 ‘신의 아들’로, 단기병을 ‘장군의 아들’로 부르고 있다. 실제로 재벌가 자제들의 병역 면제율은 33%로 일반 국민 6.4%의 5배 이상이다. 우리나라 사회 지도층이 존경받지 못하는 이유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사례가 있다. 이시영 초대부통령의 6형제는 1909년 전 재산을 다 처분해 신흥학교를 설립, 향후 신흥무관학교의 모태가 됐다.
9대 진사, 12대 만석꾼이었던 경주 교동 최씨의 경우 육훈을 두어 과거 시험을 보되 진사 이상을 하지 말고 재산은 만석 이상 모으지 말며 흉년에는 남의 논밭을 사지 말고 사방 백리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고 했다. 구례 유씨가문의 집이 험한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도 그대로 보전될 수 있었던 것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쌀 뒤주를 만들고 굴뚝을 낮게 만드는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양 의원은 “우리나라는 우여곡절이 많기는 했지만 50년만에 GNP가 200배나 증가하고 수출액은 46년만에 3500배나 증가한 유일무이한 자랑스러운 국가”라며 “류근철 한의사와 같이 사회 지도층이 사회적 책무를 다할 때 국민에게 존경받을 수 있고,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