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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8일 (금)

한·양방 협진의 장애물은?

한·양방 협진의 장애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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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철 컨설턴트 / 엘리오앤컴퍼니



오랜 기간 협진을 해온 한 한의대 교수에게 협진의 성공요건을 묻자 웃으면서 “협진을 하려면 우선 의사와 불알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만큼 상호 시각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다는 의미일 것이다.



중국의 중의학 서적에서 이런 예를 본 적이 있다. 오염된 연못을 정화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적 방법을 비교해서 설명한 예이다. 먼저, 양방의 시각을 보자. 우선적으로 기계로 오염도를 측정하고 그 결과값을 기준으로 소독약의 양을 결정하여 살포하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에 반해 한방적 시각에서 보면, 오염된 연못의 수질에 집중하기보다는 주변 배수로 공사를 통해 깨끗한 물을 끌어 들여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방에도 근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철학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인간의 몸에 대한 이해도 다르고 병에 대한 처방 역시 달라질 것이다.



한·양방 공동 교육과 연구로 시각차 줄여야 한다



이런 시각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일본과 중국의 사례를 비춰 보았을 때, 협진 당시 주도권이 어느 한쪽에 분명하게 주어져 있고, 공동 교육과 연구를 통해 시각 차이가 상당히 줄어든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이 두 전제조건 모두 해결하지 못한 채 갈등만 깊어지고 있다. 우리는 교육과 면허 모두 이원화되고 협진은 지속적으로 시도되어 왔으나, 의사와 한의사간 공식적인 교류는 부족하다.



일본은 한의사제도가 없기 때문에 협진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인정의 제도로 한의가 인정되고 있고, 양방약과 한방약을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를 큰 의미에서 협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1874년 메이지유신 시기에 한의사제도를 폐지한 이후 그 맥이 끊겼다가 1970년대 한방과립제제 개발로 부활하는데 성공하였다. 현재 일본 의사 25만명 중 72.4%가 양방약과 더불어 한방약을 병용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는 한의사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한방에 관심이 높은 의사단체가 노력해온 결과이다. 실제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한방학술단체인 동양의학회가 의학 학회 중 하나의 분과학회로 인정되었다. 서양의학적 연구 방법과 연구 성과로 한방약의 효과를 입증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양방이 치료를 주도하되 한방약을 보완적으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협진이 가능했던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과 유럽 역시 의사가 치료의 전 과정을 완전히 통제하면서 한방을 보완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한방이 선택 대안 중 하나로서 발전하고 있다.



한·양방 상호 영역에 대해 치열한 다툼 있는 게 현실



중국은 법률적으로 중의와 중서결합의가 서의와 구별되어 있다는 점에서 일본과 다르지만, 임상적으로는 의료가 일원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일본처럼 협진 주도 세력이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의대 출신이든 중의대 출신이든 동일한 의료행위가 가능하다. 2009년 중국의 의료진은 서의가 296만명, 중의가 56만명(중서결합의 4만명 포함)이며 이 외에 민족의(한의, 몽골의, 장의 등), 전통의(소수부족) 등 다양한 의사제도가 존재한다.



그러나 자신의 판단에 따라 중의와 서의적 방법 중 환자에게 더 적합한 시술과 처방을 할 수 있다. 중의병원이라 하더라도 병원에 따라 중의적 방법에 서의적 방법을 시도하는 곳이 있는 반면, 서의적 방법을 중심으로 중의적 방법을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곳도 있다. 중의나 중서결합의는 스스로 단독으로 협진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도권 다툼이 적다.



우리나라는 현재 의사와 한의사라는 이원화된 체제로 한·양방간 시술과 처방에 제한이 있다. 상호 영역에 대한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는 게 현실이다. 한방 입장에서는 서양의학을 교육받았기 때문에 서양의학적 진단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사 입장에서 IMS는 온전히 서양의학 기기이다. 최근 의사가 IMS (Intramuscular stimulation) 시술을 한 것에 대해 보건소가 침술 행위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자 행정소송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었다. 이처럼 상호 영역에 대한 갈등이 존재하는 상황은 어느 한쪽이 주체가 되어 다른 한 쪽을 보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도권을 명확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연구·교육 협력 없이 임상 차원의 성과만을 기대



연구와 교육 분야의 협력 없이 임상 차원의 성과만을 원하는 분위기가 협진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중국 역시 우리나라처럼 전통의학과 서양의학간의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국민당 정부는 혁명의 분위기 속에 1929년 중의학 폐지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하였다. 그러나 1950년대 북경 지역의 유행성 뇌염을 중의학이 효과적으로 대처하자 이를 인정하고 연구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이후 중국 최고의 양의들이 중의학 교육을 받았다. 현재 의대 커리큘럼 중 20~30%가 중의이고, 중의대에서는 50% 이상 서의를 교육하고 있다. 40년 이상 상호 연구와 교육을 통해 상호 이해를 시도했기 때문에 중서결합의 제도가 정착될 수 있었다.

일본도 전국 의대의 70% 이상이 16시간 이상 한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001년 이후로는 의무적으로 모든 의대에서 한약물을 필수 과목으로 가르치도록 지정되었다. 전술한 바와 같이 학회를 중심으로 한 과학적 연구와 교육 또한 활발하다. 동양의학회 약 만명의 회원 중 3500명이 매년 학회에 참가하며 증례보고 위주로 학회를 운영하고 있다. 다른 의과 내 분과 학회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인정받으며 상호 발전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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