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학 공정(工程)과 블루오션
개원가 일기
지난 9월 중국 중의약관리국은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에 침구(鍼灸·침과 뜸)를 ‘중의(中醫)침구’라는 이름으로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하여 지난 17일 확정을 받았다.
2006년부터 중약과 침구, 중의이론 등 8가지 분야를 따로 떼어내지 않고 한꺼번에 묶어 ‘중의(中醫)’라는 이름으로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였으나 이번에는 침구만을 떼어 우선적으로 신청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동의보감(東醫寶鑑)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다음에 나온 것이라 여러 가지 억측을 자아낸다. 중국의 이익만을 앞세운 아전인수(我田引水)적 행위로 한의학을 하는 우리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까닭이다. 중국정부는 자국의 의학인 중의학(中醫學)의 발전의지를 천명하기 위해 헌법을 제정하는가 하면, WHO 지정 협력센터인 국가중의연구원을 운영하거나 국제표준화를 주도하기 위한 중의약 관련 각종 법률을 제정하는 등 제도적으로 전폭 지원하고 있는 사실만 봐도 우리는 부끄럽기가 한량(限量)없다.
한국 한의학은 중의학과는 차별성 지녀
10여년 전부터 중국이 우리 한의학을 ‘조의학(朝醫學·조선의 의학)’으로 폄하하여 중의학의 일부로 흡수하려고 해왔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라. 중국정부는 ‘동북공정’이라는 우리 한민족의 역사를 중국 자기네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정책인 역사왜곡 행위에 이어 우리 한의학마저 중의학에 종속시키려는 공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反證)한다. 이러한 중국정부의 ‘한의학 공정1)’을 차단하기 위해 국가적 지원(支援)과 온 국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支持) 그리고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중국은 아시아권 전통의학의 기원을 자기나라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한의학 역사는 우리 민족의 태동과 그 궤를 같이 한다. 민족의학인 한의학은 중국, 일본 등과의 활발한 교류가 있었지만 우리나라 사람에게 맞는 의학으로 발전되어 중의학과의 차별을 가진다. 한의학은 우리 선조의 지혜와 삶의 토대로 우리 땅에 맞는 독자적인 체계를 갖춘 한의학으로 연구되고 발전되어 왔다. 특히 사상의학은 동무(東武) 이제마 선생이 만든 체질의학으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창적인 학문이다. 이제마 선생은 의학자이면서 유학자로 격치고(格致藁)2)와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3)을 저술하여 체질에 따라 치료법을 달리함을 강조하여 우리 한의학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강조하였다. 확연히 중의학과 다른 독자적인 의학으로 세계적인 관심과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한의학의 가장 오래된 경전(經典)인 ‘황제내경’에 ‘폄석( 石)’은 침구의 전신(前身)이며 동방에서 유래된 것’4)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동방이라 함은 중국을 기준으로 연해주를 포함한 만주 일대를 지칭함으로 침구의 종주국은 우리나라임을 알 수 있다. 이로써 ‘한의 침구’가 ‘중의 침구’보다 역사적인 기원이나 정통성에서 앞서 있다는 역사적인 진실이다.
지난 2008년 WHO가 침이나 뜸을 놓는 자리인 혈위(穴位) 표준을 정할 때도 한국·중국·일본 3국의 전문가들이 논의를 거쳐 합의를 도출(導出)했다. 우리 몸의 365개 혈 자리 중 3개국이 이견을 보인 100여개를 두고 논쟁을 벌였으나, 한국의 한의학계에서 인정하는 혈위가 표준에 다수 선정(選定)되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침이나 뜸을 놓는 자리인 혈위(穴位)를 찾는 정확성에 있어서 우리 한의학이 뒤처지지 않는 것을 확인한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 침구가 중국 고유의 것인 양 ‘중의 침구’라고 신청하는 중국정부의 이기심이 어디까지인지 궁금해진다.
얼마 전 중국이 ‘한글 공정’으로 우리를 격분(激憤)하게 한 적이 있다. 한글 입력방식의 국제표준을 중국이 제정한다는 실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처럼 전통의학에 대한 공식명칭에서도 중국정부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다.
한의학을 포함한 아시아 전통의학의 공식명칭에 대해 또 다른 국제적 논쟁거리를 일으켰다. 각종 국제학회에서 중국 대표들은 ‘TCM(Traditional Chinese Medicine·전통중국의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TCM을 아시아권 전통의학의 공식명칭으로 만들기 위해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중의학 패권주의(覇權主義)를 위해 계속적인 로비(robby)를 전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을 제외한 대다수 아시아 국가는 ‘전통의학(TM: Traditional Medicine)’이라는 합의만 하고, 국가별 명칭을 사용하자는 입장이라고 한다.5)
이같은 상황에 한·중 양국이 상생하는 길은 요원(遙遠)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중국의 독주를 견제하며 우리 한의학의 존립을 위해 국제 전통의학 표준 선정에 있어서 아시아 전통의학 국가들과 ISO와의 정보 공유를 유지하고 중국의 독자적인 행보를 제한하는 지혜를 발휘하여 ‘한의학 공정’을 저지하는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
한·중간 침구 기득권 논쟁 접고 합리적 해결 기대
이 기회에 한·중이 함께 침구의 기득권에 관한 소모적인 논쟁을 접고 합리적인 해결을 기대하면서, 침구(鍼灸)와 한약 대한 근거중심의 임상연구에 매진(邁進)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한·중이 상호공조를 통해 학문적인 성과를 보여준다면 전통의학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과 열풍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세계전통의학시장의 규모는 IT시장을 추월한다고 하니 천연의약품인 한약과 침, 뜸은 모든 인류가 열광(熱狂)할 것은 뻔하다. 한의학의 계승·발전과 육성을 위해 국가적인 지원과 역할은 물론이고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시스템을 갖추어 세계 전통의학시장을 선점하여 미래의 블루오션(Blue Ocean) 산업으로써 국익에 도움이 되길 기대해 본다. 우리 한의학이 우리의 전통의학으로만 만족하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조상의 지혜인 한의학이 인류의 생명을 구제(救濟)할 날도 멀지않은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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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의학 공정: 중국정부의 동북공정을 연계하여 한의학을 중의학에 종속시키려는 공정
2) 격치고(格致藁): 동의수세보원의 사상적 토대, 유학적 철학을 바탕으로 한 철학서, 내용은 유략(儒略),반성잠(反誠箴),독행편(獨行篇)등
3)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 사상의학의 경전, 고종 31년(1894년) 완성,4권2책
4) 이법방의론(異法方宜論): … 石者, 亦從東方來
5) 한국은 TKM(Traditional Korean Medicine), 일본은 TJM(Traditional Japanese Medicine)으로 명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