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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8일 (금)

김영우 원장

김영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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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치 아픈 두 직원

개원가 일기



우리 한의원에는 골치 아픈 직원 두 명이 있다. 지금 병원을 개원하면서부터 줄곧 우리 한의원과 함께해온 이른바 개원멤버인 셈인데, 처음에는 반짝 자기 몫을 하는 듯하더니, 어느새 하는 일도 없이 빈둥빈둥 시간만 축내고 있다.



딱히 원장의 업무 지시를 받는 것도 아니고 병원 일을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병원구석 어딘가에 처박혀서 그림자도 보이지 않다가, 한달에 한번씩 월급은 꼭꼭 받아간다. 간혹 때가 되면 월급을 올려달라는 생떼를 피우는 경우도 있고, 그러면 나는 어쩔 수 없이 이들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는 약자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



병원 운영비 중 적지 않은 몫을 받아가면서, 별다른 일도 하지 않는 이들을, 그러나 나는 우리 병원에서 아직 쫓아낼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그런데 이런 불량직원들이 비단 우리 한의원말고도 여러 곳에서 근무하며 다른 원장님들 속을 썩이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의 이름은 ‘임대료’와 ‘대출이자’라고 불리운다.



얼마 전 근처 부동산중개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평소 안면정도나 있었지 그리 교류도 없었는데, 무척이나 반가워하는 목소리로 좋은 정보를 알려주고자 연락을 하였단다.



인테리어를 잘 갖춘 꽤 규모가 있는 병원이 자리가 비게 되었는데, 아직 새것과 같은 그 병원시설을 인수하는 것은 어떠냐는 이야기였다. 혹 본인이 어려우면 다른 누군가에게 소개시켜 주어도 좋을 만한 ‘아주 괜찮은 투자(?)’라는 친절한 설명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본래 원장님이 명성이 높으신 원로분이시라, 개원하신다는 말씀을 소문으로 전해들을 때부터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던 자리였다. 위치도 좋고, 더욱이 신축건물에 값비싼 인테리어를 거의 무상으로 양도하겠다고 하니 처음에는 혹하는 마음도 없지는 않았다.



내심 이런저런 생각에 넌지시 임대료와 관리비를 물어보니, 그 액수가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었다. 보증금은 상상을 초월하였고, 월세가 어지간한 한의원의 한달 운영비용과 맞먹을 정도였으니, 나는 고사하고 다른 누구에게 소개시켜줄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 그 원장님이야 원로로서 워낙 명성이 높으시기에 임상에서도 성과가 크셨을 터이나, 그렇지 못한 나 같은 평범한 축은 아무리 용을 써도 감당하기는 상당히 숨가뿐 조건일 듯하여 완곡히 사절하였지만, ‘아주 괜찮은 투자’라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하는 중개인의 모습에 왠지 모르게 빈정 상하는 기분이 들었다.



병원을 운영함에 월세와 보증금은 피할 수 없는 짐이다. 또한 인테리어나 설비를 갖추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여야 하는데, 대다수 개원의 입장에서는 은행에서 대출을 통해 구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서 대출원금과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임대료나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흔히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쉬운 말로 시간과 장소를 이용하기 위하여 값어치를 치루어야 한다는 의미인데, 여기에는 한가지 중요한 전제가 있다. 그 기회란 것을 이용하면서,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경제적 수익이 발생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수익이 없거나 적자가 난다면, 이는 공익사업을 하는 것이거나 파산을 당하게 된다는 의미다. 기회비용은 말 그대로 비용일 뿐이다. 수익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혹자는 이러한 비용을 ‘투자’라는 표현을 쓰면서 원장으로 하여금 호기를 부리게 자꾸 부추기는 권유를 하는 경우가 있어 종종 부담스러운 때도 있다. 사실 임대료가 비싸거나 인테리어가 훌륭하다고 하여, 병원 운영상태가 거기에 비례해서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얼마 전 유명한 오페라 공연이 적지 않은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실제 공연에서는 녹음된 음악에 립싱크 정도여서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었고, 주최측은 이 때문에 상당한 곤욕을 치루었다고 한다. 입장료가 공연의 만족감과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저렴하고 부담없는 선택만이 최선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적정한 수준이란 것이 있을 터인데, 이점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게 문제이다.

몇년 전 개원가에 처음 나왔을 때를 돌이켜 보니, 아무래도 세상물정에 어둡고 현실감각이 부족하여 타인의 권유에 별생각 없이 쉽게 동조하였던 기억이 있다.



다행인지는 모르나 평소 소심한 성격이기에 망정이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낙관까지 갖추었었다면 혹 지금까지도 감당하기 버거운 사건을 저질렀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은행대출을 받아 호기로운 마음에 넓직한 건물을 계약하여 값비싼 인테리어와 비품들은 갖추는 것은 사치심도 아니요 허영심도 아닌, 아마도 미래에 대한 푸른 기대감 때문이겠지만 서도 말이다.



청운의 밝은 청사진을 한껏 그리는 이에게 지금의 선택이 얼마나 오랫동안 현실의 무게감으로 자리하게 될지 잘 모를 수 있다. 물론 주변 친지들의 조언들도 필요하겠지만, 선택은 본인의 몫이니 부디 신중을 기해야 하지 않을까? 현실은 냉엄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올해도 국가고시를 통해 신규 한의사들이 배출되었다. 대략 800여명이라 하니 적지 않은 인원이다. 이들 중 대부분은 개원가의 길을 걷게 될 것이며, 이전의 선배들이 겪은 경험을 다시금 체험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세상으로 나오는 이들이, 현실의 차가운 칼바람에 상처받지 않고 잘 생활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즘 한의원들 사정이 많이 어려운가 보죠?” 비싼 임대료만큼 더 많이 받게 될 소개료가 못내 아쉬운 듯, 복덕방 주인은 용건도 없는 전화를 끊지도 않고 자꾸 말을 건다. “다른 병원들도 마찬가지 일걸요…” 나도 모르게 퉁명스레 대꾸하고 전화기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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