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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8일 (금)

이수진 교수

이수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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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의료봉사의 순기능을 살리고자 한다면…



올 봄 한의학관 게시판에는 눈에 띄는 게시물이 하나 있다. 전지크기의 큰 종이에 손으로 쓴 것이 아니라 인쇄된 글이 쓰여 있고 맨 마지막의 글쓴이 이름 옆에는 직인도 찍혀 있는 단순한 대자보가 아닌 특별한 게시물인데 바로 전국한의과대학 학생회연합인 전한련 의장 명의로 쓰인 ‘학생의료봉사에 대한 권고문’이다.



솔직히 이 게시물이 언제부터 한의학관 게시판에 붙어 있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어느 날 지나가다가 게시판에 큼직하게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는데 제목이 의료봉사에 관한 것이고 전한련 의장 명의이기에 읽어보게 되었다. 내용은 아주 단순하고 명료했다. 학생 의료봉사는 한의대 설립 초기에 아직 실습환경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실습의 대안으로 시행된 것이고 따라서 지도교수가 학생들의 진료행위를 지도·감독한다는 조건 하에 법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도교수가 진료를 지도·감독하는 것뿐 아니라 사전 교육, 관리 등을 하는 것이 중요하며 학생들의 봉사에 대한 마음가짐 및 준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고 있다. 그리고, 현재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전한련 상임위원회는 1. 지도교수 또는 한의사의 지도·감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2. 봉사에 임하는 올바른 태도를 갖추고, 3. 합리적인 체계-봉사에 대한 교육 및 역할 분담 등을 갖추자는 내용을 권고하고 있다.



권고문을 읽으면서 학창시절에 하계의료봉사를 준비하고 실시했던 경험들이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갔다. 필자도 학부 때 여름방학의 대부분을 의료봉사의 준비와 시행에 보내곤 했던 기억이 있다. 필자가 학부생이었던 1990년대 초중반만 해도 부족한 교수 숫자 및 실습환경으로 인해 완비되지 못한 임상실습을 보완하는 효과가 컸을 뿐 아니라, 아직 한의사 수가 그리 많지 않았고 한의진료가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하던 시기였기에 농촌의료봉사가 한의학을 알리는 데에도 많은 역할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따라서 하계의료봉사는 동아리마다 가장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는 행사였고, 여름방학이 되면 고향으로 귀가하는 것을 의료봉사가 끝난 뒤로 미루고 한달씩 의료봉사를 위한 준비 및 교육을 실시했었다.



열정을 가지고 준비하고 시간과 노력을 들였던 만큼 많은 한의사들이 학창시절의 의료봉사 활동을 매우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경험으로 언급하곤 한다.



하지만 학교에 부임한 이후에 보게 된 학생들의 의료봉사에서 실망한 부분이 없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언제부턴가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의료봉사팀을 조직하여 지도교수나 지도한의사 없이 시행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고, 동아리별로 시행하는 하계의료봉사 역시 사전 교육이나 준비가 철저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의료봉사의 원래 의미를 잃고 학생들의 자체실습현장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서 한의과대학에 근무하고 있는 교수의 입장에서 학생들의 의료봉사 실태를 미리 파악하고 지도교수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에 있어서 교수로서의 책임 역시 통감하고 있다. 의료봉사 활동이 대개 동아리별로 자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동아리 담당교수가 아닌 경우 내용을 미리 알기가 어려우며 담당교수라 하더라도 봉사 준비에 처음부터 끝까지 학생들과 함께 하고 있지 못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학생지도와 업무에 지쳐 교외에서 이루어지는 학생들의 활동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반성 역시 해 보게 된다.



전한련의 권고문에서도 이야기하고 있듯이 학생 의료봉사는 초기에는 실습을 보완하기 위한 부분임과 동시에 아직 의료혜택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던 것이다. 학생 의료봉사는 의료법 27조 및 보건복지부령 19조에 따라 의학·치과의학·한방의학 또는 간호학을 전공하는 학교의 학생으로 1. 전공 분야와 관련되는 실습을 하기 위하여 지도교수의 지도·감독을 받아 행하는 의료행위, 2. 국민에 대한 의료봉사활동으로 의료인의 지도·감독을 받아 행하는 의료행위, 3. 전시·사변이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시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에 따라 의료인의 지도·감독을 받아 행하는 의료행위 등의 경우에 행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학생 의료봉사는 보건복지부령 제 19조 1, 2항에 해당하는 것이 되겠으며 따라서 지도교수 및 지도 한의사의 지도와 감독이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학교의 교수들은 교외활동이라 할지라도 더욱 관심을 가지고 학생의료봉사의 준비 단계부터 참여할 필요가 있다.



장소의 선정, 사전교육에서부터 봉사지에서의 지도·감독까지 모두 신경써서 준비해야 할 부분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제안을 해 본다. 봉사에 대한 마음가짐, 자세 등 인성교육에서부터 실제 환자를 접할 때 갖추어야 할 지식에 이르기까지 의료봉사에 필요한 내용을 종합하여 의료봉사 지침서를 준비하면 좋겠다. 이 지침서를 바탕으로 사전교육을 실시하고 봉사준비를 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준비된 봉사활동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의료봉사에 학교의 교수들 뿐만 아니라 봉사지역의 개업의, 공보의 및 동문한의사 등이 함께 참여하여 학교 안에서 미처 다 하지 못했던 임상교육을 실시하고 선배 한의사들의 지식과 경험을 실제 상황에서 전해 받을 수 있다면 의료봉사의 순기능을 가장 크게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재의 한의사들이 의료봉사활동을 통하여 배우고 성장하였듯이 후배들 역시 이를 통하여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본다.



전한련 상임위의 의료봉사에 대한 권고문은 학생 의료봉사의 문제점을 학생들 스스로 시인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개선안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스스로의 잘못을 시인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잘못된 관행을 고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인데 개선하고자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전한련 상임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학생들이 스스로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이 때에 선배 교수 및 선배 한의사들이 함께 참여하고 노력해서 학생의료봉사 활동이 더욱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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