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신과 변화로 한의약산업 발전의 초석 다질 것”
한의약의 정의를 새롭게 규정한 한의약육성법 일부개정법률이 지난 14일 공포됐다. 한의약계 각 분야에서 이 법에 근거해 한의약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한 후속작업들이 전개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본란에서는 한의약산업의 최일선에서 묵묵히 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 관련 산업계의 발전 현황과 그들의 고충을 담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핸들식 압력추출기’→‘전자동 무압력 추출기’→‘초고속 진공 저온추출기’ 등 혁신과 변화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한약추출기 개발과 보급으로 한의약산업의 발전을 일궈가고 있는 경서기계산업의 윤태문 대표.
“한의약산업체 가운데에서도 코스닥에 상장하는 회사가 등장해야 전체의 파이가 커질 수 있다. 물론 현재 한의약산업계의 단일 기업으로는 쉽지 않다. 하지만 힘을 모으면 충분히 가능하다. 한의약산업체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거기에 한방 유관산업이 한데 뭉쳐 공동의 탑 브랜드를 만들어 나간다면 실현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윤태문 대표가 그리는 꿈은 한의약 시장의 확대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정당한 댓가를 받는 한의약산업체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약추출기, 제약, 유통, 소모품, 의료기기 등 전국에 산재한 한방브랜드 제품기업들이 공동 출자를 통해 대한민국 최대의 ‘한방종합백화점(웰빙하우스)’을 설립한다면 물류 비용 및 마케팅, 홍보 비용의 절감과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보다 더 부가가치 높은 관련 제품의 생산 보급이 수월해지고, 규모의 확대에 따라 양방의 거대 기업들과도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란 신념이다.
그럼에도 윤 대표는 이같은 목표가 쉽사리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내 것을 다 버린다는 생각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 아니면 현재와 같은 똑같은 힘의 균형이 적정한 시점에 무너져, 어느 기업이 치고 나가면서 리드해 나갈 때 가능할 것이다.”
경서기계산업 1992년 인천서 첫 출발
경서기계산업의 첫 출발은 1992년 인천시 서구 석남동 목재단지내 작은 공장에서 시작됐다. 윤 대표는 파우치 등 한방용품을 생산했던 옛 환주실업의 영업사원으로 근무한 것이 계기가 돼 한의약산업과 인연을 맺었다.
윤 대표가 1992년 경서기계산업의 창업 후 첫 도전에 나선 것은 탕약추출기 개발이다. 추출기에 이물질이 꼬이는 것을 비롯 제대로 된 압력이 이뤄지지 않아 추출기에 대한 불만이 높다는 것에 착안, 기존 시장에 출시된 추출기들의 장단점을 철저히 분석하여 새로운 연구개발 끝에 탄생시킨 것이 제1세대 추출기인 ‘핸들식 압력추출기’(1993년)다.
핸들식 압력추출기는 터치 방식의 전자제어장치를 처음으로 도입했고, 대다수 경쟁 제품들이 제조계기판을 추출기 하단에 부착한 것과는 달리 상단에 부착해 고인 물과 이물질로 인한 잦은 고장을 줄일 수 있었다. 온도와 탕전시간의 자동 셋팅과 추출 이후 손쉽게 청소하여 청결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작은 차이였지만 시장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국내 한방의료기관의 높은 호응으로 인해 초창기 사업 운영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한 것은 물론 지금까지도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전역에 수출되고 있는 효자상품이기도 하다.
“기업을 한다는 것은 매일 매일이 고비이고, 위기”
“1년여간 새벽 3시 이전에 퇴근하는 일이 없을 정도로 새 제품 발명에 사력을 다했다. 잠깐 잠을 자는 동안에도 꿈 속에서는 추출기를 만들고 있었다. 직원들과 함께 기계에 미쳤었다. 정말 미치니까 새로운 게 보이더라.”
그리고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소비자들의 요구와 불만을 현장에서 직접 듣기 위해 전국을 누볐다. 그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제2세대 추출기 개발이라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기업을 한다는 것은 매일 매일이 고비이고, 위기다. 현실에 조금이라도 안주하였다가는 후발주자에 잠식당하고,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해 퇴출될 수밖에 없다. 새로움을 창조하기 위해 늘 고민해야 하고, 변화해야 한다.”
연구 노력 끝에 빛을 본 제2세대 추출기는 ‘전자동 무압력 추출기’(1995년)로 명명됐다. 이 추출기로 경서기계산업의 중흥기를 열었다. 이 추출기는 그동안 압력 상태에서 약탕을 달이는 것의 효과에 의문을 가진데서 출발했다.
약탕의 밑바닥에 검게 타 버린 탕약재료가 남는 것을 보고 압력 방식이 원재료인 약재를 달이는 것이 아니라 태우고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강화유리를 부착해 추출기 내부에서 탕이 끓는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강화유리 뚜껑 가운데를 뚫어 추출기 내부를 호스로 연결해 공기 중에 증발할 수 있는 탕 수증기를 다시 탕 속으로 환류시키는 증류 기법을 탄생케 했다. 이것이 바로 ‘날아가는 맛과 향까지 잡아 들인다’는 ‘전자동 무압력 추출기’의 신화를 일구게 된 배경이다.
이후 2002년에 새롭게 출시한 ‘초고속 진공 저온추출기’는 추출기의 지평을 크게 넓혔다. 기존 한방의료기관에서 인근 산업으로까지 확대시켰기 때문이다.
한약의 추출뿐만이 아니라 환, 산, 고, 증류한약 등 한약의 제형 변화와 함께 과일엑기스, 주스, 젤, 잼, 화장품(환, 젤, 파우다), 도료제(정유분류시스템), 목초액 진공 분류 등 신기능의 장착으로 농업 및 축산업, 화장품 및 주류업계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보급되고 있다.
‘COSMOS-660’으로 명명된 이 초고속 진공 저온 추출기의 대표적인 특징은 진공저온 추출, 진공증류(감압증류), 진공농축 등의 방식을 이용해 다양한 제형 변화를 유도할 수 있고, 약재의 원액을 그대로 추출하여 한약이 갖고 있는 원성질의 약효를 최대한 유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약효가 손상되지 않게 달이는 기술도 매우 중요”
윤 대표는 “한의학은 뛰어난 의학이다. 한의학이 국민의 건강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한의사분들의 우수한 진료가 선행돼야 하며, 여기에 덧붙여 진료 결과를 효과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발전된 인접 기술의 접목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 가운데 한약의 약효를 손상시키지 않으며 제대로 달이는 기술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비록 힘은 들지만 그 속에는 보람도 있어 견딜만하다는 윤 대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큰 행복을 느낀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시는 한의사분들의 진료 효과가 더 잘 나타날 수 있도록 돕고 있고, 러시아·중국·베트남·일본·대만 등 각국에 추출기를 활발히 수출함으로서 한국 한의약산업이 세계시장에 당당히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에 대해 긍지를 갖는다.”
그는 또 “한의사분들이나 소비자들의 요구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요구에 맞춰 신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선 꾸준한 연구개발이 중요한데, 한의약시장이 열악하다 보니 이 분야에서 평생을 걸고 연구할 인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 또한 원자재 가격도 줄곧 상승하고 있어 제품에 적정한 가격을 책정하여 수익을 내기가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표는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러 요인들로 인해 기업을 유지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힘겨울 때일수록 재투자하고, 연구하는데 소홀치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기업인에게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그 정신이란 게 바로 열정과 도전의식이다. 미래를 향한 꿈을 접지 않고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도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오늘의 경서기계산업을 있게한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