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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7일 (목)

권영규 교수

권영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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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정겨운 목소리로 반겨주는 L원장께



L원장! 잘 지내시는지요? 전화를 하면 늘 정겨운 목소리로 맞아주는데 서한으로 안부 여쭈어 봅니다.



근황을 확인하느라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올해 지역 전문직단체의 회장을 맡은 기사도 보았고, 야구모임카페에서 작년에 새로운 빌딩으로 이전하여 새로운 시대를 연 기쁜 소식도 보았답니다. 2008년 부산대로 부임할 때 잊지 않고 축하화환과 안부전화를 받았었는데, 이곳 일에 빠져 무심하게 보내다보니 제때 축하를 전하지 못한 미안함이 가득하네요. 힘든 살림에 시작한 한의원을 메디컬빌딩으로 옮긴 것을 보면 그간의 성심껏 진료한 결실이라는 생각에 진심의 축하를 드립니다.



한의대 진학 이전에 다녔던 학창시절의 그룹사운드 실력이 고스란히 남아 있던 노래솜씨를 처음 보았던 것이 언제였던가요? 워낙 노래를 좋아하고 잘 하시는 Y교수를 모시고 함께 간 노래방에서 두 분이 함께 불렀던 ‘향수’는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주인과 함께 불렀던 ‘그리운 금강산’은 아직도 귓가에 맴돕니다(지금 이 편지를 쓰면서 조수미의 노래로 듣고 있음^^). 축구로 다져진 체력과 박력은 늘 웃음띤 얼굴에 어울리는 멋으로 기억됩니다. 여전히 축구와 야구는 즐기는 것 같은데, 간혹 노래솜씨도 자랑하고 계신지 궁금하군요.^^



한의대는 워낙 OB들이 많이 진학하는 특성이 있었고, 교수들을 어렵게만 생각하던 현역들과 달리 교수들과 너무(?) 가깝게 지내던 OB들에 대한 선입견으로 인하여 OB들과 사적인 만남을 되도록 피하였던 제가 L원장과 맺게 된 인연은 남다른 것 같답니다. 기억나는지요? 교수의 오해를 풀기 위하여 노력을 하면서도 사제간의 신뢰를 잃지 않도록 드린 제 당부를 이해하고, 다른 학우들의 우려와 불만을 스스로 감싸 정리하였던 일! 지금 생각해도 젊은 또래의 교수를 신뢰하였던 L원장께 존경의 마음이 있답니다. 아시죠? 같은 학문을 하는 동지로서 좋아하고, OB들의 성숙한 인간미를 존경한다는 사실! 먼저 50대를 살고 있는 요즈음도 대학시절의 패기는 여전한지요?



나사(NASA)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미국의 항공우주국과 같이 멋있는 작전으로 한약분쟁을 승화시키리라 기대가 컸답니다. 물론 대학마다 OB들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명동성당에서의 농성과 탑골공원에서의 시가행진, 그리고 김대중 당시 야당대표와의 면담 추진 등의 과정을 보면서 같은 학문을 하게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의 모든 인맥과 능력을 쏟아 붓는 열정에 존경심마저 들었답니다. 혼자서 ‘독립한의약법’을 기초하였던 나사(?), 이전 대학시절 운동을 하여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보좌관들과 면담을 추진한 나사(?), 언론인 동기들에게 한의학을 전공하면서 알게 된 불합리한 현실과 일제 때부터 정책적으로 왜곡된 문제를 알리기에 열성을 다하였던 나사(?)! 당시의 동지들과 요즈음도 모임을 가지는지요? 벌써 너무 오래된 이야기지만, L원장과의 인연에는 결코 빠질 수 없는 일들이지요?



당시의 ‘국한위(국민건강 및 한의학수호위원회)’에 대한 미련 때문인지, 올해 국립대학의 한의학전문대학원 발전재단을 만들면서 ‘국한의’라고 이름을 붙였답니다. 명분은 국립 한의학전문대학원을 비롯하여 국립 한방병원, 국립 한의약임상연구센터를 상징하기 위하여 ‘부산대학교 국한의(國韓醫) 발전재단’!



같은 학문을 하는 소중한 인연



국립대학의 고등교육기관인 한의전을 비롯하여 ‘한국한의학연구원’은 모두 한약분쟁의 소산이라 할 수 있지요. 그러하기에 이곳으로 옮긴 뒤에도 궂은 일이 있을 때마다 역사적 의미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답니다. 막상 국립대학에 와보니 쉽지는 않네요. 서울대학교가 서울대로서의 자존심과 최고임을 자부하는 이면에는 대기업들의 발전기금(연구빌딩 등)을 비롯하여 사회 각지의 연구기금을 바탕으로 교과부의 공무원 T/O와 별개로 기금교수를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기초나 병원의 교수가 충분한데, 우리 한의전은 아직 발전재단이 없어서 T/O 이외의 교수 확보나 연구기금을 지원할 수 없어서 유능한 교수를 국립대학으로, 그것도 부산까지 오게 할 수 없는 실정이랍니다. 그래서 먼 미래를 위해 또 바닥을 다지는 일인 발전재단 만들기에 분투하고 있답니다.



그리보면 기존 한의대 중에서도 육영사업에 대한 투철한 정신을 가지고 재원을 확보하여 투명하게 운영한다면 국립대학보다 훨씬 장점이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국립대학은 누구도 주인이 아니면서 모두가 주인행세를 하기에 합의되지 않는 일은 쉽게 추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설설비는 정해진 기한 내에서 무조건 유지되지만 미리 준비하지 않은 것은 아무리 필요해도 지원이 되지 않고 용도를 바꿀 수도 없답니다. 다만, 누구도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사심이 없이 꾸준히 일을 추진하면 언젠가는 이룰 수 있다는 점으로 다른 불편함을 대신 자위하고 있답니다.



L원장! 기억납니까? 늦은 밤 대전에서 대구로 향하던 기차 안에서 함께 나누었던 한의학과 모교의 미래, 그리고 대학 선후배에 대한 이야기! 한의학을 전공하였기에 맺어진 소중한 인연들이 학문의 미성숙과 대학의 열악함으로 인하여 악연이 되거나 갈등이 됨을 안타까워하였던 이야기. 나사모임을 통해 알게 된 전국의 한의대 현실은 대학마다 별다른 차이도 없이, ‘한의학은 좋은데 과연 한의대에서 강의하는 한의학이 학문적인 가치를 제대로 살리고 있는지’, ‘학문적으로나 인격적으로 존경할만한 교수가 별로 없다는 한탄’, 그리고 ‘임상효과에 대한 과장이나 학문적 바탕이 약한 기술의 난무’ 등 초학자들이 겪게 되는 갈등과 불만에서부터 그래도 한의학의 미래는 희망적이며 한의학 전공자로서의 사명의식에 이르기까지 많은 얘기에 서로 공감하였지요? 부산으로 옮긴 이후의 통화에서도 개원에 대하여 불안해하거나, 학교공부를 소홀히 하는 한의전의 학생들을 위해 학교공부만 열심히 하여도 아무 문제가 없음을 자신있게 강의할 수 있다는 약속도 다양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이었지요?



L원장은 두 가지 전공을 하였으니 비교가 가능할텐데, 한의학을 전공한 사람들과의 인연이 더 끈끈하지요? 환자를 대상으로 생각하면 모든 한의사들이 경쟁자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 전통의학의 역사적 이해는 경쟁 이전의 하나가 되도록 하기에 충분하지요? 그러하기에 나이를 떠나서, 기존 전공을 떠나서, 대학 출신을 떠나서 한마음으로 고통을 나눌 수 있었고 미래 한의학과 후배들에 대하여 함께 고민할 수 있지요? 전공을 같이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어떤 조건에 앞서 한평생을 공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고, 나의 삶에서 그것이 가장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면, 나이 탓에 의한 과장인지요? L원장의 ‘역시 선생님이십니다!’라는 시원한 답이 기다려집니다. 그래서 보고 싶기도 하지만, 같은 학문을 하는 동지로서 문득 이름을 부르고 싶어 ‘동학(同學)으로서 L원장!’ 하고 편지를 보냅니다.



여름 피서철이면 생각나는 개원 행사



늘 여름철에 피서 오시면 연락하라는 안부를 안부로만 생각하다가 이번 여름에 L원장이 많이 생각났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결정되는 날에도 남모르는 노력을 하였으리라는 추측에도 L원장이 떠올랐답니다. 그런데, 요즈음처럼 빠르게 흐르는 세월에는 오히려 부산 해운대로 올 수밖에 없는 일을 만들어야 얼굴이라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들이 벌써 졸업하였는지 모르겠지만, 아들을 보러 오는 길에라도 들리도록 해야겠다는 마음까지 먹었으니 이 편지 보는 날 꼭 연락하기 바랍니다.



한의원 개원식날 전국 각지에서 직접 찾은 축하객이 얼마나 많았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대접을 해야 한다고 바닷가 회집을 전세내고 1박 2일로 잔치를 한지 벌써 오래되었지요? 술에 취해 함께 밟았던 바닷가 모래의 부드러움과 술 해장에 좋다며 들렀던 순두부집에서 맞았던 아침햇살의 따스함도 기억납니다. 추억으로 사는 사람같지만 힘들 때 생각나는 사람이 진짜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직도 저의 신문칼럼을 보고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분명하게 나뉜다는 모니터링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저는 여전한 것 같답니다. 이제는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나이가 되었는데 아직도 호불호가 뚜렷하니, 이럴 때 넉넉하고 푸근한 L원장의 조언과 격려가 필요한 것 같답니다. 물론 나이가 들어 변하기도 어렵겠지만. 푸하하



봉사하는 삶, 덕이 있는 삶을 기대하면서



늦깎이로 한의학을 전공한 L원장을 떠올리면 늘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점촌동 골짜기에서 애들을 키우면서도 배움을 즐기고 젊은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면서 불의에는 손익을 계산하지 않고 젊게 살았던 모습 때문에. 또 한의학에 대한 실망을 더 빨리 하던 다른 OB들과 달리, 학년이 올라 갈수록 한의학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지고, 개원에 필요한 공부를 하러 전국의 한의사를 만나러 다닐수록 기초학문의 중요성과 대학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해 주었기에. 바쁜 와중에도 선후배를 비롯하여 교수들까지 챙기는 여유는 타고난 낙천적 성격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성격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면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으로 미소를 짓게 됩니다.



무엇보다 국가시험을 앞두고서 아이의 치료를 위하여 최선을 다한 아빠로서의 경험이 내게 그 일이 닥쳤을 때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기에 지금도 그 고마움은 잊혀지지 않는답니다.



지금까지 그리하였듯이 앞으로도 고통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늘 웃음을 전하고, 힘없는 사람들에게 든든함으로 격려하면서, 성심성의껏 진료하여 고향사람들에게 덕을 베푸는 삶이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참! 늘 받기만 하고 줄게 없는데 올해 저술한 ‘한의학입문’이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어 기쁜 마음으로 선물하고 싶으니, 얼마 남지 않은 한가위 지나 단풍이 들 무렵 한번 봅시다. ^^



‘엽기적인 그녀’의 영화에 나왔던 소나무가 바라다 보이는 연구실에서 권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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