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에서 바라본 2010년대의 개원가…
개원가 일기
‘92년 한의원 개원을 시작으로 ‘07년 병원을 개원한 한의사이다. 그동안 지역에서 바라본 한의계의 흐름을 살펴보고 지역 한방병·의원이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90년대는 80년대 한방의료보험의 참여와 동양의학의 세계적인 관심 및 미·유럽에서 동양의 등장으로 하루가 다르게 국민적인 한의학의 관심과 한방의료 이용률의 증가를 보여왔다.
90년대 중반 체질의학의 재조명과 함께 90년대 말 인기리에 방영된 ‘허준’ 드라마는 국민을 한의학 품으로 몰아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사회분위기에 힘입어 90년대는 한의학의 전성시대와 같이 한의원은 환자로 북적였고, 그 힘은 201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다. 흔히 되지 않은 한의원은 없었고, 한의대 입학자의 성적은 의대 입학자보다 높아 최고의 명문대학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90년대 말 IMF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국민은 보다 냉철하게 세상을 보게 되었고 의료에서도 보다 분별 있게 선택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의료정보가 대중에게 공개화되기 시작하여 2000년대를 지나면서 이제는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감당하기 어려운 양으로 폭주하다시피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개원가는 차별적으로 분리되는 양상을 맞이하였다. 80년대 경제 성장으로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면서 흔히 말하는 보약 위주 처방을 하는 한의원은 침체되기 시작하였고 치료 중심의 한의원은 그나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90년대나 2010년대 그리고 지금도 한의계의 이용률은 동일 선상에 있다고 한다. 국민의 지지도와 국가의 한의계 지원정책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개원가는 대부분 매우 어려운 상태로 떨어지고 있다. 이런 이유는 한의사의 배출에 따른 수요만큼 한방의료시장이 증가하지 못한 면이 가장 크다고 본다. 이와 함께 각 질환의 진료의 수가와 치료비의 영역에서 한정된 상태로 머물러 있는 점이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다만, 치료적인 면을 가지고 양방과 비교우위에 있는 영역을 지킨 개원가는 2010년대 한의학폄하 공세를 넘겨내었다.
이점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 객관적인 주변 환경은 우리에게 어려움을 주었지만, 내적인 의료역량에서 우위를 확보한 병·의원은 선점하여 왔다는 점이다. 하지만, 반복된 한약 안전성 문제는 어느 한의원도 비켜나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전체 개원가를 보면 이 문제가 대중적으로 재론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부분에서 보면 대국민적인 한의학 가치의 홍보와 치료성과의 공개는 이미 환자로부터 신뢰도를 획득한 한의원에서는 별다른 플러스가 되지 않는다. 자신의 갈 길이 바쁜 한의원들- 흔히 환자가 북적이는 한의원-에서는 한의계의 대중적인 분위기와 다소 다르게 진행되어 왔다.
2000년대를 지나면서 단련된 상태로 한의계는 흘러가고 있다. 한의원을 들여다보면, 대다수 어려운 상태에서 전체 개원가의 10~30%는 과거와 같은 환자층이 자리잡고 있다. 하루 내원자 4, 50명에서 1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 ‘이들은 어떤 노하우가 있어서 그 나름의 환자를 유지할까?’를 생각해 본다. 이곳 광주라는 지방도시의 한 곳에서 바라본 시각은 다음과 같다.
의료시장에서 차지하는 자리, 위치의 선점은 재론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다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현실도 있다. 흔히 성공한, 환자가 많은 한의원은 한의사가 무엇보다 성실하거나 환자 치료에 열중하는 것 같다. 무엇을 배움에 있어서도 적극적인데 전국을 돌아다니며 강의란 강의를 다 듣거나 하는 경우를 본다. 대체로 임상공부에 적극적인 경우, 한의원도 그에 맞추어지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의사가 일요일 강의를 듣고 새로 알게 된 심적인 변화가 그 주에 내원하는 환자에게 무언의 에너지로 전달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환자를 보는 자세와 눈높이가 환자수준에 부합했느냐가 관건이 되기도 한다. 진료의 질적인 수준과 무관하게 환자에게 지극한 설명이나 진료행위가 적극적이고 공세적이면 환자도 그에 맞게 따라오는 편이다. 환자는 자신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를 권하고 지시하는 의사를 선호하는 것이 현실이다.
세 번째로 치료적인 우위를 고수하는 것이다. 의료를 볼 때, 질환과 증상을 다스리는 방법상 양방의학보다 한의학의 방법이 보다 우수한 영역이 존재하는데, 이를 잘 활용하는 한의원은 지역의 이름으로 존재한다. 의료의 이런 흐름을 잘 살펴보면, 우리 한의계의 나아갈 방향이 자연스럽게 설정되리라 본다. 한의의 필요성은 의료이용자들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고, 내일의 방향도 그리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치료적 우위를 고수하는 것은 어떤 상황하에서도 일정한 경영성과를 유지하게 하므로 중점을 두어야할 부분이다. 아마도 인류가 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태생적인 한계상 질적 우위를 보이는 의료, 그 가치는 보장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 본다.
그 외 변화된 한의원들의 모습이 있다. 한의사의 과잉배출에 따라 밀집된 개원가 양상은 프랜차이즈, 대형화로 차별화를 달성하기도 하는데, 이는 지방에까지 그 힘을 발휘하였다. 다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힘은 초창기보다 약해지고 있는데, 다소 조심스럽게 말하면, 이는 진료의 역량과 질 그 자체의 한계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최근 통증과 관절 전문의 프랜차이즈가 성업하는데 이 부분도 마찬가지로 질적인 내공의 충실에 따라 발전의 정도가 정해질 것이라고 본다.
개원 초년생들은 이러한 흐름에 합류하여 진행하는 것도 안정된 개원 유지를 위해서는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럼 안정된 공간과 같은 프랜차이즈, 대형화 속에서 벗어나 있는 대부분 개원가는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까? 광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경락한의원과 한방병원으로의 진출은 그 답이 될까? 향후 이 부분이 어떤 상황으로 진행될지 아직은 예측할 수 없다. 다만 결국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 되지 않을까? 의료는 필요에 의해서 정해져 왔기 때문이다. 현 시대에 필요한 한방의료의 구체적인 진료 영역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