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 그 뜨거움과 차가움의 조화
인간은 36.5℃로 유지되는 항온동물이다. 그러나 손발이 차다든가 머리가 터질듯 열 받는다는 느낌은 누구나 느끼는 현실적 열감과 냉감이다. 열감과 냉감은 인체에서 어떻게 신진대사를 유지하며 건강의 본질을 지켜나갈까.
감기에 걸리면 우리는 대체적으로 뜨겁고 매운 콩나물국을 먹고 이불을 뒤집어 쓰면서 땀을 내는 건강상식으로 치료한다. 감기를 한의학에서는 상한(傷寒)이라고 한다. 차가운 기운으로 신체가 손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서양이라고 다를 바는 없다. 영어로 cold(catch a cold)라고 하는 것을 보면 서양이든 동양이든 감기의 원흉이 차가운 것이라는데는 입장차가 없는 듯하다.
감기의 주원흉으로 지목되는 바이러스는 단백질 구조체다. 단백질이 열에 약하듯 고온에서는 몹시 약하여 56℃에서 30분간 가열하면 감염능력이 없어지고 저온에서는 안정성이 높아 -70℃로 동결시켜 보존하면 몇 년 동안도 감염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
감기에 걸리지 않는 면역력을 기르려면 대체적으로 뜨거운 효능을 지닌 약물이나 음식물이 좋다. 홍삼은 뜨거운 효능으로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대표적인 건강기능식품이다. 인삼은 햇볕을 싫어한다. 인삼밭은 모두 검은 해가림시설로 덮어져 있다. 실제로 햇볕에 내놓으면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잎이 축 늘어지고 시드는 것을 볼 수 있다. 홍삼의 열성이 면역력을 높여 감기에 걸리지 않고 생활에 활력을 준다. 이런 많은 체험을 바탕으로 홍삼시장은 작년에 1조원을 돌파하는 건기식 시장의 황제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몸이 더워지면 무조건 좋을까? 열이 오르면 저장된 영양분을 20%나 빨리 쓰게 되는 손실이 생긴다. 가스레인지 불꽃을 높이면 저장된 가스를 빨리 소모하는 것과 같다. 실제적으로도 저자가 아는 지인은 칠순이 다 되었는데도 헬스를 열심히 해서 팔뚝이 보통 사람의 다리통만큼 컸다. 열이 많은 건강기능식품을 장복하며 더워하면서 땀을 많이 흘렸다. 매일 헬스를 하면서 한바가지 이상의 땀을 흘리면서 시원해하고 건강의 표준인 것처럼 자랑스레 말하였다. 지나치게 양기가 성하여 필자가 경고했지만 그런 습관은 고쳐지지 않았다. 어느날 피로하고 힘이 없어서 병원에 가보니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엄습했다.
면역만큼 중요한 것은 수면이다. 수면은 본질적으로 서늘해야 잠이 잘 오며 음기가 주관한다. 더운 여름날은 열대야가 생기며 잠이 잘 오지 않는다. 태양은 밝고 더운 양기를 주관하며, 달은 어둡고 차가운 음기를 주관한다. 잠은 달과 같은 음기가 성할 때 잘 온다. 동의보감에도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은 음기가 줄어들어 양기가 성한 것이다”라고 정의한다. 잠을 잘 오게 한다고 알려진 것은 상추다.
상추는 양기의 상징인 고추밭 이랑 사이에 심으면 약이 올라 푸릇푸릇하게 잘 자라 상품이 된다. 본초강목에서 상추가 신장에 좋다라는 것도 내부의 차가운 음기를 도와 겨울을 상징하는 신장의 기능을 돕는다는 뜻이 있다. 차고 서늘한 만큼 속이 찬 사람이 먹으면 설사를 잘하는 것도 상추가 음적이라는 속성을 잘 보여준다. 인체는 이처럼 뜨거운 양적인 면이 도움이 되는가하면, 차가운 음적인 면이 도움이 되는 양면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거의 모두가 이런 양면성이 있다. 눈을 예로 들어보자. 눈은 불의 통로다. 밤에 고양이나 야수들 눈을 보면 밝게 빛난다. 멀리 잘 볼 수 있는 능력은 양적인 불의 힘이다. 반면에 수정체가 탄력성 있게 수축해서 작고 섬세한 글자나 작은 사물을 분별할 수 있는 것은 음적이다. 수정(水晶)이라는 말에서처럼 물의 차갑고 강력한 응축력인 음적인 힘을 바탕으로 한다.
귀도 마찬가지다. 소리를 잘 듣기 위해서는 눈처럼 밝은 양적인 힘을 길러야 한다. 정월대보름에 먹는 귀밝이술은 확실히 술의 맵고 더운 양적인 힘으로 외부의 소리를 잘 청취할 수 있는 양적인 힘이다. 반면에 귀바퀴는 차갑다. 손이 불에 데이면 귀바퀴에 손을 대고 식힌다. 귀울음은 차가워야 할 귀의 본질이 울음이라는 말처럼 고통과 스트레스로 내면이 달아오르면서 생기는 병이다. 코도 마찬가지다. 코는 흡입하는 외부 공기 온도를 0.25초만에 36.5℃로 조정하여 폐와 심장에 전달하는 기관이다. 겨울철에 비염이 잘 걸리는 것도 외부의 찬 공기를 데울 수 없어서 생기는 양기의 허약이다.
반면에 식히고 윤택하게 해 주는 것은 찬 음기의 역할이다. 음기는 점액이다. 점액은 물과 같다. 하루에 1.2L씩 분비하여 코 점막의 코팅 역할을 하면서 바이러스, 세균, 먼지를 걸러주면서 물의 본성으로 식혀주고 청소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열기와 냉기는 이처럼 전체적인 측면에서 건강을 완성한다.
사실은 담당하는 측면만 아니라 역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서로를 구원한다. 생명은 차가운 물이 올라가고 뜨거운 불이 내려가면서 합쳐져야 생명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건강의 표준인 두한족열이 그것이다. 본래 머리는 뜨겁기 쉽고 발은 차가운 것이 보편적이다. 그런데 피는 물 같은 액체인데 머리끝까지 올라와 있다.
반면 발끝은 따뜻하다. 피는 물의 성질로 하강하여야 하는데 상부로 올라오고, 불은 위로 타올라야 하는데 발끝까지 뜨거운 기운이 내려와 있는 것이다. 서로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식히고 덥히면서 완성한다. 나무도 마찬가지다. 나무는 물관과 체관이라는 구조로 되어 있다. 물관은 뿌리가 빨아올린 차가운 물을 위로 나르는 곳이고 체관은 잎에서 뜨거운 햇빛 에너지를 이용해 만든 영양분을 밑으로 운반한다. 나무 역시 가지 끝의 잎까지 물이 올라가고 뜨거운 태양에너지가 뿌리까지 내려간다.
열기와 한기는 둘이면서도 안고 있는 하나이다. 열기가 너무 커도 병이고 한기가 너무 커도 병이다. 태극기의 붉은 색과 푸른 색처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안고 가는 공존과 균형이 건강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