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보험 청구 제대로 보상받고 있나요?
얼마 전 자동차사고로 치료를 받은 환자분이 합의를 하시고 치료가 종료되면서 보험사에 4주분의 탕약과 5주분의 치료비를 청구하게 되었다.
이불가게를 하셔서 하루 10시간, 더러는 날밤을 새며, 재봉일을 하시던 환자분이 사고 직후 통증으로 채 10분을 앉아 있기 힘드셨는데 5주 치료 후 정상적으로 생업에 복귀를 하게 되어 의사로서 기쁨과 보람을 느꼈다.
헌데 자동차보험 청구 후 며칠 뒤 보험사로부터 약값 1주분을 포함한 치료비 일부를 삭감하니 동의를 해달라는 동의서가 한장 날아왔다. 의사로서 성심껏 잘 치료를 했는데 상을 주지 못할망정 삭감이라니 어이가 없고 허탈했다. 부당하게 부풀리거나 불필요한 치료를 허위로 청구한 것도 아닌데 삭감을 당해도 이유를 알고 당해야 할 것 같아 담당자에게 전화를 하니 자기소관이 아니니 심사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해보란다.
다음날 심사를 한다는 젊은 여자분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한다는 말이 “약값은 3~4주를 인정하지만 지금 추세가 3주니까 그것밖에 인정을 못해주겠다. 할테면 하고 말테면 말아라. 다른 원장들은 아무 소리 안하는데 당신은 왜 토를 다느냐. 그냥 주는대로 받지 뭘 몰라도 한참 모른다. 얘기하려면 제대로 알아보고해라”며 되려 큰소리를 쳤다.
“온열조사가 동시 시행 안되고 뜸과 침이 동시에 인정 안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왜 나한테 그러느냐. 부당하든 어쨌든 한의사협회에서 정하고 인정한 사항 아니냐?”고 되묻는데 할 말이 없었다. 아니 부끄러웠다.
힘없는 한의사회가 원망스러웠다. 말끝마다 ‘추세대로 하자’, ‘자보책자에 나와 있는대로 하자’면서 파스는 건교부 고시 자보진료수가 기준이 1,000원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왜 500원만 인정해준다는 거냐고 묻자 “원장님 파스 얼마나 좋은 것 쓰는지 모르겠지만 세금계산서와 파스 장당 가격 뽑아서 팩스 보내주면 그 선에서 참작해주겠다”라고 한다.
사실 그동안 4주 이상 약처방 나간 적이 별로 없었고 간혹 있더라도 전화로 그래야했던 상황과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면 재조정이 되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전화통화 후 ‘야 이거 장난 아니구나’ 싶어 그동안 청구는 1장으로 하면서 환자분이 아프다고 하면 몇 장씩 아무 생각없이 붙여주던 파스의 장당 가격도 생전 처음 계산기로 두드려보고, 여기저기 전화도 해보니 대부분의 원장들이 억울하고 화나지만 더럽고 치사해서 그냥 동의서 써주고 잊어버리신단다. 그나마 3주분 인정해 주는 것도 감지덕지한거라고 귀뜸해 주시는 분도 계셨다.
나라고 뭐 그동안 한 번도 삭감을 당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보험사직원이 “자기 실적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좀 양해해달라”고 솔직하게 인간적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매정하게 딱 자르지 못해 알았다고 그냥 넘어가 버리고 삭감금액이 적은 경우도 돈 몇푼으로 실갱이 벌이기 뭐해서 손해보고 그냥 넘어가 버린 적이 많았다.
“별 수 있겠나. 대세든 추세든 따라야지. 그래 그냥 물처럼 흘러가는거야.”
그까짓 돈 몇푼 때문에 환자들 보기에도 아까운 시간을 이렇게 낭비할 순 없어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 심호흡을 하고 하루의 시간을 두고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심사를 한다는 사람이 환자가 어떤 상태여서 4주약을 투여해야 했는지 알려고도, 들을려고도 하지 않고 너무나도 경직되고 고압적인 자세로 일 처리를 하고 사전에 일언반구 고지도 없이 아전인수격으로 자기들 마음대로 만든 ‘추세’ 라는 것에 대해서 무조건 따르라는 식의 강요는 일종의 횡포이며 폭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분야에서 심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십중팔구 간호사 출신일텐데 사람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것이 무례하기 그지없으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억울해하고 분통을 터트렸을까.
결론은 ‘그래도 이건 아니다’였다.
잠자는 사자의 코털이 뽑히는 순간이었다. 일단 칼을 뽑았으니 무를 어떻게 잘라야하나 곰곰히 생각해본 후 담당자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적을 알려면 나를 알아야 하고 보험사에 제대로 싸움을 걸려면 상대방이 가입한 보험의 종류를 정확히 알고 해당보험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약관을 조목조목 읽어보고 따져도 따져야 할 것 같아 해당 보험종류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보내라는 동의서는 안보내고 무슨 꿍꿍이인지 궁금해하는 눈치다.
그래서 ‘여차여차 나는 인정 못하겠다’ 이야기를 하니 “그러면 동의하지 않는다고 사인하고 동의서를 보내달라. 절차에 따라 분쟁위원회에 넘기겠다”라고 기다렸다는 듯이 사무적인 어투로 이야기를 하고 귀찮다는 듯 서둘러 전화를 끊으려 했다.
“동의서는 검토 후에 천천히 보내든지 말든지 그때 알아서 하겠다. 1~2달씩이나 걸리고, 소득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분쟁위원회에 맡길 생각은 눈꼽만치도 없다. 그쪽은 추세대로 처리하시라. 나는 더 강력하고 빠른 법대로 하겠다(생략)”고 조용하고 단호하게 이야기를 마치자 담당자의 태도가 급변하면서 당황하는 눈치였다.
자기소관이 아니라고 나몰라라 발뺌을 하던 사람이 좀 전과는 180도 바뀐 태도로 굽신거리기까지 하며 진정하고 자기에게 조금만 시간을 주면 다시 한번 조정을 해보겠단다. 일은 그때부터 일사천리로 진행, 전화통화 후 불과 10여분도 채 안돼 자신들의 실수로 언짢게 해서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과 함께 청구액 전액을 통장에 입금시키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도 좋다. 유리알 처럼 산산히 부서져 흩어져도 좋다. 더 이상은 못 참는다.”
눈에 힘 주고, 두 주먹 불끈 쥐고, 단단히 각오하고 시작한 일인데 일이 의외로 쉽게 끝나 좀 머쓱했다.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갈 때 이런 기분이 들까?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은 걸 느끼고 배웠고, 의외로 대부분의 원장님들이 억울하고 부당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동의서를 써 주고 넘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나보다 이런 일에 훨씬 잘 아시고 한의사회 임원직도 맡는 등 꽤 유능하시다는 분들조차 그러하신데 적잖게 놀랐다.
그냥 좋게 좋게 넘어가는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관행으로 되어 오히려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뭘 모르는 답답한 사람으로 오인돼 부당한 대우를 받는 지금의 현실은 비단 그네들만의 잘못은 아닐 것이다.
더럽고 치사하다 해서 일일이 따지기 귀찮다고 해서 말해봤자 씨도 안먹힐 것 같아서 체념하고 회피하고 그렇게 조금씩 우리가 설 자리를 우리 스스로 내줘버린 꼴이 된 것은 결국 우리 개개인 모두의 책임은 아닐까?
자보수가 산정기준을 만들 때에도 한의학적 치료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정한 터무니없는 기준을 따라야 하는 현실의 아이러니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자보수가 산정위원으로 들어가는데 적지않은 금액이 든다하니 그 또한 이해불가한 일이긴 마찬가지다.
당연히 한방자보수가 산정기준은 한의사가 참여해서 정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론 그렇지 못하고 거액의 돈을 줘야만 할 수 있는 일이라니 입에서 입으로 전해들은 얘기라 진위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영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 좀 귀찮고 번거롭더라도 각자 자기 몫의 설 자리를 지켜나간다면 머지않아 전체 한의사의 입지가 지금보다는 탄탄해질 것이라 확신한다.
진정 물 흐르듯 순리대로 사는 게 어떤 걸까. 곰곰히 생각해보는 하루다. 벌써 하루 해가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