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현 한의약열린포럼 정책위원장
한약제제 보험등재 방법 上
지난 9월 말 복지부는 한약제제 급여목록 및 상한금액표 고시 개정예고를 했다. 한방건강보험이 도입된 지 20여년 만에 새로운 한약제제를 건강보험급여 등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10월25일은 심사평가원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운영규정이 개정되었다.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2명의 한의학 전문가 및 한약제제심사위원을 추가로 선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한의약열린포럼에서도 지난 11월 초 한약제제 보험등재 개선방향에 대해 다양한 입장과 의견수렴을 위해서 전문가, 교수, 협회 임원, 개원한의사 등을 모시고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열띤 토론내용을 중심으로 한약제제 보험등재에 대해 향후 한의계가 준비할 점을 적어본다.
한약제제 보험등재가 꼭 필요한 이유
토론의 주요 이슈는 한약제제가 왜 품질 관리가 제대로 안되는가? 한약제제 보험등재가 먼저인가? 품질 개선이 우선되어야 하는가? 였다. 당장은 지금 있는 한약제제를 조금 더 잘 만들고, 임상에서 더 많이 활용부터 해야 하지 않은가? 보험한약제제는 처방료나 조제료도 따로 없고, 첩약이나 탕약보다는 치료효과면에도 한계가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복합제제가 아닌 단미혼합제제 위주의 기형적 보험한약제제는 점유율이 떨어지고, 외면받고 있다.
대만, 일본, 중국 등은 한약제제의 대부분이 보험등재되면서 임상에서 이용율도 높고, 제약산업도 활성화 되어서 질 높은 한약제제를 만들고, 양질의 한약제제로 임상 활용과 치료율도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를 가진다. 그런데, 한국은 거꾸로 20여년간 그대로인 단미혼합제 방식의 보험한약제제에 묶여 있던 품질 등의 문제로 개원한의사는 외면하고, 제약회사는 고사위기이다. 이대로 가면 한의원에서 보험한약제제는 퇴출될 위기인 것이다.
한약제제의 보험등재품목 확대와 복합제 등의 제형 확대는 본인부담금 저하로 대국민 접근성을 높이고, 한방의료기관의 경쟁력과 치료범위도 넓힐 수 있다. 임상에서 보험을 통해 한약제제를 많이 써야 한방제약산업이 활성화되고, 더 좋은 품질 개선이 가능해질 수 있다. 단계적인 한약제제 품질 개선으로 어느 정도 활성화시킬 수 있겠지만, 오히려 보험한약제제 획기적 개선으로 한약제제 시장과 산업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의약품은 어떻게 보험등재되는가?
한약제제가 질병 치료를 위한 의약품인가? 건강기능식품과 어떻게 다른가? 의약품은 성분, 형상, 명칭, 사용목적, 효능, 효과, 용법, 용량 등이 명확해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신약의 경우 제조허가기준은 까다롭다. 세포, 동물실험 등 전임상실험을 거쳐 연구신약허가(IND)를 받은 후에 정식으로 임상연구를 거친다.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백명 단위의 임상1상, 2상, 임상시험을 거치고 약물부작용(PMS) 근거자료가 있어야 한다.
설사 의약품으로 승인되더라도 보험등재는 쉽지 않다. 제약회사가 새로운 의약품을 보험등재 신청하면, 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심의한다. 새로운 의약품의 보험여부는 이해관계자가 있다. 의료소비자, 제약업계, 의료계, 보험자 등. 합당한 기준에 따라 의약품의 비용대비 효과성, 경제성 평가를 통해서 보험수가가 결정된다. 새로운 의약품이 과연 가격대비 효과인가? 특정질환에 보험등재할만한 비용대비 효과가 있는가? 예상사용량, 1일 치료비용을 고려해서 보험수가가 결정되는 것이다.
20여년 전에 처음 일괄적으로 수가가 고시된 한약제제는 원재료비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단 한번의 약가 조정이 없었다고 한다. 매년 4%대 물가상승율을 고려하면, 20여년간 약가는 매우 줄어들었고, 이는 제약회사의 생산의 어려움을 초래하고 임상에서도 보험점유율이 줄어들었다. 기존 단미혼합제의 약가의 현실적인 적정화가 필요하다. 새로 보험에 등재될 단미제, 단미혼합제제, 복합과립제제의 경우 합리적인 절차와 과정을 거쳐 현실적인 보험약가산정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보험등재 이후에도 매년 원료한약재의 가격의 인상폭을 고려한 약가조정이 필요하다.
표준화가 필요한 한약제제의 현주소
같은 처방의 한약제제면 어느 제약회사의 것이든 같을까? 원재료와 구성, 제조기술은 다 균질한가?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김윤경 교수님은 2009년 총 451처방 3095품목이 있는데, 과립제의 경우 동일처방에서도 원료약품 분량이나 건조엑스량이 차이가 남을 지적하셨다. 제조업체별 제조방법과 설비 등 조건에 의해서 수득율도 차이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동일처방이라도 시판제품의 성분함량이 많은 편차를 보이는데, 예를 들면, 과립제 소청룡탕 경우 오미자 엑스과립 중 특정 지표성분이 천차만별이라는 연구결과도 지적하셨다.
그래서 향후 보험한약제제에 기준 및 시험방법에 지표성분 설정이 없으면 제제 중 원료확인이 어려워서 사실상 이름만 같지 실제 다른 처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한약제제 등재를 위해서는 한약제제가 의약품수준으로 표준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기본적으로 안전성, 유효성, 안정성, 약효동등성, 품질균질성을 갖추어져야 한다.
제대로 된 GMP시설에서 생산되어야 하며, 원전에 근거한 기준처방구성, 의약품 분류, 구성, 용량, 제조법, 효능, 효과, 용법, 사용상 주의사항, 부작용, 독성, 유효성분 등 보험한약제제부터 표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보험등재를 위해서는 한약제제의 표준화와 품질 개선, 한의과대학의 교육 확대 등이 선행되어야 함에 대해 이견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