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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7일 (목)

이수진 교수

이수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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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의 무한도전



평소 TV를 즐겨보지 않지만, 주말에 서울에 올라가 토요일 저녁에 집에 있게 되면 반드시 챙겨 보고, 혹시 회의나 약속이 생겨 보지 못하게 되면 한없이 아쉬워지는, 그리고 나중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챙겨 보고야 마는 프로그램이 필자에게는 딱 하나 있다. 토요일 저녁에 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힌트를 얻은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렇다. 바로 무한도전이다. 나는 바로 소위 말하는 무한도전 빠이다. 2005년 무모한 도전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시작해서 황소와 줄다리기를 하고 컨베이어 벨트와 연탄 나르기 경기를 하는 등 황당하고 특이한 대결을 펼쳐나갔던 초기부터 잠시 외국생활을 할 때를 빼놓고는 정말 열심히도 챙겨보았다. 외국생활을 할 때는 어떻게 참았는지 귀국하자마자 케이블 TV 재방송을 보고 또 보았던 기억이 있고 지금도 무한도전을 못 본 다음 주에는 뭔가 하나 빠뜨린 것 같은 느낌으로 한 주를 보내곤 한다.



무한도전의 장점은 점점 진화하는 데에 있다. 무한도전이 무모한 도전으로 머물러 있었다면 일부 마니아층을 제외하고는 관심을 갖지 않았을 테고 그렇다면 프로그램의 대성공과 전 출연진이 인기상한가를 치는 지금의 상황에는 절대 도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무한도전은 무모한 도전에서 무리한 도전으로, 그리고 다시 무한도전으로 타이틀만 바꾸어 단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프로그램의 콘셉트와 내용, 출연진의 캐릭터 등을 발전시켜 왔다. 단순한 오락프로그램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오락성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조정특집이나 레슬링특집과 같이 오락과 동시에 무한한 감동을 주기도 하고, 불우이웃돕기나 기름유출사고가 났던 태안반도에 도서관을 지어주는 것과 같이 봉사에 앞장서기도 하는 등 일개 예능프로그램으로 한정짓기에는 부족한, 독특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무한도전은 몇 주 전 ‘TV 전쟁’이라는 타이틀로 2주간 즐거움을 안겨 주었다. 출연진들이 각자의 이름을 걸고 TV방송국을 개국하고 서로의 카메라 전원을 꺼서 살아남는 방송국만이 마지막에 정식 개국을 하게 되는 내용이었는데 출연진들의 캐릭터에 따라 다른 전술을 구사하게 되므로 누가 어떻게 다른 사람의 카메라를 끄게 될 것인가가 관심의 초점이었다. 특히 노홍철의 전원을 꺼야 하는 사람이 늘 노홍철에게 당하고 지내왔던 정준하였기에 가장 관심이 갔는데 시청자들의 대부분은 정준하가 노홍철에게 또다시 놀림을 당하게 되리라 생각했겠지만 오히려 정준하가 노홍철의 카메라 전원을 끄고 말았다. 아마도 노홍철은 자신의 두뇌를 너무 과신하고 정준하 정도는 충분히 놀리면서 재미있게 시간을 끌 수 있으리라 생각하다 당했다고 생각된다. 또한 정형돈은 정대세로 뜨고 있는 요 근래의 모습과는 다르게 다른 사람들 주변을 방심하며 돌아다니다 하하에 의해 카메라 전원이 꺼지는 등 의외의 결과가 많이 발생했다.



‘TV 전쟁’ 편을 보면서 나는 한의학의 상황이 이와 비슷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한의학이 국민들에게 익숙하고 신뢰를 받는 전통의학이라며 자신만만하게 세월을 보내고 있다가 돌아보니 제도권에 제대로 편입되지 못하고 국민건강보험체계에서 5%도 차지하지 못한 채로 남아있게 되어 버린 점은 노홍철이 자신을 과신하다 정준하에게 당하는 모습과 겹쳐 보였고, 의사나 약사들의 이권 추구에서 밀려서 국가보건체계에서 한 발짝 밀려나 있는 모습은 방심하고 있다가 당하는 정형돈의 모습과 닮아 보였다. 길은 차마 국민 MC인 유재석의 전원을 끄지 못해 빙빙 돌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항상 양의학에 밀려나 있는 한의학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은가 절로 탄식이 나올 지경이었다.



엎치락뒤치락 한 결과 하하와 유재석, 두 사람의 카메라만 남게 되자 팀을 두 개로 나누어 본격적으로 1시간 동안 방송을 하고 그 결과 인기가 더 많은 방송국만 정식 개국하는 것으로 정해졌는데 유재석 팀은 다양한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를 내서 준비를 하고 실제 방송시에도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어 관심과 흥미를 유도했지만, 하하 팀은 스타 게스트만 몇 명 초대해 놓고 다른 준비는 전혀 하지 않아 결국 유재석 팀에 지고 말았다. 개별적인 경기에서도 한의학의 현황이 겹쳐 보였지만 하하 팀의 모습은 정말 한의학 그대로인 것 같았다. 현재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을 합쳐서 총 41개, 한의대와 한의전 합하여 12개이므로 건강보험체계에서 한의약이 20%는 차지하여야 할 터인데 그 반에도 못 미치는 5%를 넘었네 못 넘었네 하고 있는 모습은, 첩약이 보험체계에서 빠져 있으므로 이 통계가 실제 의료상황을 모두 반영한다 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참으로 안쓰러운 우리의 현실이다. 민족의학이라는 어구에 자만하며 보약과 근골격계질환 치료에 만족하고 있다가 한의학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못해 제도권 속에서 진정으로 민중을 위하는 의학으로 자리잡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고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의학이 처해있는 상황을 돌아보면 의약분업, 의료일원화, 한약제제 표준화 등 국내 문제에서부터 한·미 FTA, 해외 면허 한의사의 문제, 중의학의 습격(특히 표준화 분야에서의) 등 국제적 정황과 관련된 문제들까지 한의학이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나 많다. 또한 이러한 여러 외부적 문제에 시달리다 보니 한의학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지는 않은가 의심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하고 있으며, 한의학은 임상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임상가가 어려워지다 보니 학교 역시 힘들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어서 졸업해 한의사가 되려는 데에만 관심을 갖고 깊이 있는 공부에는 예전만큼 관심 갖지 않는 것 같기에 어떻게 학생들이 원하는 바를 채워주면서 새로운 길도 보여줄 수 있을지가 학교에 있는 필자로서는 늘 고민되는 바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속한 팀이 계획도 잘 세우고 아이디어도 풍부하여 항상 이기는 것 같이 보이지만, 유재석이 지금처럼 인기를 얻기 이전의 모습을 기억해 본다면 한의학에도 희망은 있지 않을까? 데뷔한 뒤에도 오랫동안 무명시절을 겪었던 유재석은 당시 아무 할 일이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너무나 무료하고 힘들었기에 잠자리에 들 때마다 “내일은 뭐 하지?”하고 생각하곤 했다고 한다. 그러나 꾸준히 노력하다 보니 지금은 어느 누구보다도 ‘국민 MC’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진행자가 되었고 무한도전을 보면 유재석의 리더십과 성실함이 없이는 이 프로그램이 지금까지 이렇게 이어져 올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한의학도 지금은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도 있고, 어떤 때는 너무 산적한 과제가 많아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꾸준한 노력 끝에 1인자의 자리에 오른 유재석처럼, 4% 대의 시청률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된 무한도전처럼, 한의학도 한의학의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보여주면서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가다 보면,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딛고 일어나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민족의학으로, 또한 세계 속의 한의학으로 제대로 자리매김하는 날이 올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국민건강보험체계에서 20% 이상 차지하게 되는 그 날이 멀지 않으리라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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