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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7일 (목)

채진석 원장

채진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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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조식품’의 불편한 진실



요즘 세상은 그야말로 건강보조식품의 전성시대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건강보조식품 한 두가지 정도 복용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니 말이다. 오히려 건강보조식품 하나 정도도 먹지 않으면 영양결핍으로 이상한 병에 걸리지 않을까하고 걱정하는 사람을 보게 된다.



1년쯤 전에 필자의 결혼식 때 주례를 맡아주셨던 선생님댁으로 인사를 드리러간 적이 있었다. 참고로 주례 선생님은 모 대학병원 마취과 교수님으로 필자의 아내가 수련할 때 지도해 주셨던 분이다. 주례 선생님댁에서 두 세시간 동안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중간에 약먹을 시간이 되었다면서 건강보조식품 7~8가지 종류를 한꺼번에 드시는 것이었다. 흑마늘, 양파즙, 상황버섯, 동충하초 등등등….저것만 먹어도 배부르겠다 싶을 정도였다. 주례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니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당뇨로 진단이 나와서 상당히 정신적인 충격을 받으셨다고 한다. 가족 중에 당뇨환자도 없고 본인도 독실한 크리스찬으로 성실하고 술, 담배를 멀리하는 생활을 했었는데 갑자기 당뇨라니 더 건강을 열심히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드셨단다.



그래서 몸에 좋다는 것들을 먹다보니 이렇게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먹게 되었다는 말씀이었다. 그 모습을 본 필자도 충격이었다. 그래도 대학병원 교수님이라는 분이신데 그 많은 건강보조식품을 드시는 이유가 아주 단순했다. 당뇨에 좋다니까, 몸에 좋다니까 드시는 거란다. 그게 자신의 몸에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도 모르시면서. 대학병원 교수도 일반인들과 다를 바가 전혀 없었다.



진료실에서 환자와 상담하다보면 건강보조식품에 대해서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다. 홍삼, 홍초, 매실, 헛개나무부터 시작해서 외국에서 들어온 이름조차 생소한 새로운 건강식품까지 종류도 참 다양하다. 필자는 팔체질치료를 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분의 체질과 상충되거나 혹은 체질에 잘 맞는지 명확하지 않은 것들을 말씀하시면 혹시 해가 될지도 모르니 복용하지 말 것을 권유드린다.



그런데 이런 말씀을 드리면 환자들과 꼭 실랑이가 붙는 것들이 있다. 바로 ‘해가 될 수도 있다’라는 말. 그 말을 들은 환자들은 곧바로 되묻는다. 다들 이걸 먹으면 몸에 그렇게 좋다는데 그냥 먹어도 되지 않겠느냐라고. 아마도 환자들은 건강보조식품은 해는 전혀 없고 효과가 있거나 혹은 나빠봐야 효과가 없는 것 정도라는 전제를 깔고 나에게 그 건강보조식품이 자기 아픈 곳에 효과가 있겠느냐고 물어본 것인데 나는 오히려 그 전제를 뒤집는 대답을 해주니 그런 것이리라.

여기서 일반인들의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건강보조식품은 적어도 해는 없는 것.’



얼마 전 신문에 비타민제제의 위해성을 알리는 논문에 대한 기사가 실린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간단하게 내용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비영리 연구기관인 코펜하겐대학병원연구소에서 23만2606명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기존의 학술논문 68건을 통계학적 방식으로 재분석해 그 결과를 미국 의학협회보(JAMA)에 게재하였는데 비타민 A, C, E, 베타카로틴을 함께 복용했을 경우엔 보수적으로 잡아도 평균 5% 이상 사망률이 높아지고 이를 따로따로 먹었을 경우, 비타민 A는 16%, 비타민 E가 4%, 베타카로틴이 7% 사망률을 높인다고 하였다.



이 논문이 발표되자 외국에서는 ‘코펜하겐 쇼크’라며 충격에 휩싸였다. 비타민은 외국에서 가장 널리 복용하는 건강보조식품이다. 외국 사람들도 건강보조식품에 대해서 우리나라 사람들과 비슷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나보다.

‘건강보조식품은 적어도 해는 없는 것’이라는 인식.



필자의 경우 침 치료를 하면서 한약을 같이 복용시킬 경우 침 치료만 할 때보다 상담시간이 길어진다. 환자들이 평소의 몸상태를 굉장히 예민하게 살피면서 관찰해 보고는 필자에게 ‘한약을 먹으니까 이러저런 증상이 나타나는데 괜찮은건가요?’하는 식의 질문을 많이 한다. 여기서 환자들의 인식이 드러난다. ‘한약은 몸에 해로울 수도 있다.’



그런데 또 다른 곳에 한약에 대한 상반된 인식이 있다. 요즘 유행하는 한방요리를 예로 들어보겠다. 기존 요리에 한약재를 몇 가지 넣고는 몸에 좋은 건강요리로 선전한다. 여기서 일반인들의 상반된 인식이 드러난다. ‘한약(요리에 들어간 한약은 건강보조식품으로 일반인들은 생각한다)은 몸에 이로울 수는 있지만 몸에 해롭지는 않다.’



건강보조식품도 엄연한 약이다. 효과가 불분명한 만큼 부작용도 불분명하여 한약이나 양약보다 그 해가 금방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일반인들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르니 안타까울 뿐이다.



얼마 전 9시뉴스에 다음과 같은 제목의 뉴스가 나왔다.

‘건강보조식품 약진에 보약 완패’



요즘 한의학의 위기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그 중심에는 한의‘약’의 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건강보조식품이 일반인들에게는 한의원에서 짓는 한약보다 값이 싸고 안전하면서 효과도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정도라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것 이다.



지금의 한의‘약’의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한약재 중금속오염이라는 오명에서도 벗어나야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일반인들의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것이 급선무일 것으로 본다.



쉽지는 않은 일이다. 전 국민을 상대로 머리 깊숙하게 박힌 고정관념을 바꿔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상당한 기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협회 차원의 적극적인 홍보와 한의사 개개인의 노력도 상당히 필요하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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