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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7일 (목)

신미숙 교수

신미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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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증 있는 돌팔이 vs 면허증 없는 돌팔이



간첩침쟁이. 부산대 한방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하던 그 날부터 환자분들에게 종종 듣던 ‘간첩침쟁이’ 이야기. 부산 지하철 1호선 온천장역 근처에 거주하고 있고 북한에서 귀순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여기저기 다양한 곳에 자주 출몰하는 신출귀몰(神出鬼沒)함으로도 유명한 침쟁이 별명이 다름 아닌 ‘간첩침쟁이’였다.



늘 대기 환자들이 많아서 몇 시간은 기다려야 겨우 침을 맞을 수 있고 실력 또한 뛰어나서 잘 안 낫는 병에 걸렸구나 싶으면 부산에서는 ‘온천장 간첩침쟁이한테는 가 봤노?’라고 한번쯤은 권유를 받을 정도라고 한다. 물론 이 간첩침쟁이 치료에 잘 나았다는 환자들도 있지만 정반대로 아무 효과도 없더라는 환자들도 많아서 최근에는 그 ‘침빨’이 좀 떨어졌다 카더라는 소문도 돌고는 있지만 어제 오신 초진 환자분께서도 현병력을 이야기하시는 과정에서 간첩침쟁이한테도 다녀왔다고 고백하신 걸 보면 이 ‘간첩침쟁이’는 아직 건재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 분이 면허증 없이 진료를 하고 있음은 분명한 불법이지만 법에 걸려도 솜방망이 처벌이고 환자들은 계속 그를 원하니 ‘면허증 없는 돌팔이’지만 나름 유명하신 ‘간첩침쟁이’님의 영업은 계속될 것 같다.



고발성·일회성·제보성 한의학 때리기 강도 더할 것



낙침(落枕)으로 추정되는 경항부 통증과 뻣뻣함으로 내원하신 한 60대 초반의 남자환자분이 계셨다. 한 일주일 전부터 이런 증상으로 고생을 하셨다길래 “왜, 바로 오시지 않구요…”라고 그간 일주일의 여정을 여쭈었더니 증상이 발생한 당일날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한의원에 들렀었다고 하신다. 한의사 선생님이 치료침대에 눕게 하여 가슴팍, 윗배, 배꼽, 아랫배 등을 꾹꾹 누르더니 동맥경화 2기에 중풍이 오고 있다며 몇 가지 검사가 시급하다고 보채더란다. 담이 든 것 같으니 일단 이 증상 먼저 치료를 하고 검사든 뭐든 하겠다고 의견을 건넸더니 지금 당장 이 검사를 안 하면 집에 가는 길에 어떻게 되어도 나는 책임 못 진다고 겁을 주길래 검사를 다 하고 나왔는데 이번에는 약을 안 먹으면 일주일 안에 중풍이 올 수도 있다고 또 겁을 주더란다. 뭐, 이런 한의사가 있나 싶었지만 ‘설마 나를 죽이기야 하겠어?’ 싶어서 마음을 다잡고 약도 서둘러 짓고 침 치료까지 받고 집에 가려고 접수대에 다시 섰더니 검사비, 침값, 약값을 포함하여 65만원을 청구하더라는 것이다.



한의사한테는 다시는 안 가리라 다짐했지만 아는 형님이 그래도 몸부터 낫고 봐야지 않겠냐면서 우리 병원을 추천하여 어쩔 수 없이 온 거다 라고 선전포고를 하신다. ‘다시는 안 속으니 내게 무리한 검사나 치료나 약은 추천하지도 말고 너는 이 통증만 고쳐라’라고 무언의 압박을 넣으시는 듯이 눈에도 입가에서 잔뜩 힘을 주고 계셨다. “아버님, 그래도 처음보다는 좋아지신 거죠?”라며 달래듯 말을 걸었더니 “내가 쓴 돈이 얼마인데, 처음보다는 나아야 안 되겠습니꺼, 아.. 동맥경화를 어떻게 만져서 알 수 있답니꺼.. 선생님께 말씀 드리기는 좀 그란데예... 요즘 돌팔이 한의사들이 천지 삐까리라, 사기 안 당할라카믄 조심하라 카데예.” “아, 네…” 이마에 땀이 삐질삐질 흘러 내린다. ‘돌팔이 한의사’ 라굽쇼?!



지난 7월7일 방송된 종편채널 <TV조선>의 <강용석의 두려운 진실>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골밀도 측정기를 사용해 성장판 검사를 하고 저신장과 성장 둔화를 개선하는 수백만원 어치의 한약을 강요하는 일부 한의원들의 실태를 고발했다. 한의사협회에서는 당장 일부 한의사들의 잘못된 행태를 전체 한의사들의 문제로 침소봉대한다며 의사협회와 프로그램 담당자들에게 항의성 반박문을 전달했으나 그 뜻이 얼마나 잘 전달되었을까? 그리고 그 프로그램을 혹시라도 본 시청자들이 있었다면 그 프로그램에서 고발된 한의사들을 포함한 전체 한의사들을 잘근잘근 씹어대며 이렇게 이야기했을 것만 같다. ‘한의사들은 저러니 돌팔이 소리 듣지…’ 라고 말이다.



최근 방영 중인 <닥터진>과 <골든타임>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뉴하트> 때도 그랬지만 드라마 곳곳에 한의학 비하장면이 포진해 있다. 미개한 조선의학에 타임머신을 타고 등장한 화려한 외과의의 활약상을 주제로 하는 <닥터진>에서는 한의는 손도 못 써보고 닥터진에게 매번 깨지게 되어 있는 에피소드가 수도 없이 등장하고 증세를 묻고 진단하는 것은 의사든 한의사든 환자를 보는 의료인의 기본 자세인데도 어리바리 어의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한의사 비하’를 노골적으로 표방하고 있다.



<골든타임>이라는 의학드라마 또한 의대 졸업 후 한방병원에서 억대 연봉을 받으며 편안한 생활을 하던 남자 주인공이 선배 대신 당직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어린 환자가 목숨을 잃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한방병원의 억대 연봉을 버리고 인턴 생활을 통해 진짜 의사가 되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여기에서 한방병원의 이미지는 편안하고 안일한 삶을 상징하고 있고 응급을 뛰고 환자를 살리는 의사는 진정성 어린 의미있는 삶과 연결되어 있다.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신임 회장이 의사협회의 수장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동안에는 당분간 위와 같은 다각적인 고발성·일회성·제보성 ‘한의학 때리기’와 ‘한의사 돌팔이로 전락시키기’ 전략은 그 강도를 더해갈 것으로 예상된다(주 : 노환규 회장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절대 반대를 포함하여 선택의원제, 의료분쟁조정법 등에서 의사들에게 불리한 규정이 포함된 것이면 적극적으로 반대의견을 표출해온 젊은 의사들 약 6000명으로 구성된 전국의사총연합을 이끌어 왔으며 2011년 12월 의사협회 임시 대의원총회장에서 대한의사협회 경만호 전 회장의 얼굴에 달걀과 액젓을 투척한 폭력 행위로도 유명해진 분이다).



왜, 돌팔이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부산의 간첩침쟁이는 면허가 없다. 가슴팍을 꾹꾹 눌러 동맥경화를 진단하는 한의사는 면허가 있다. 성장약으로 수백만원 어치 한약을 처방하는 한의사는 면허가 있다. 최근 만삭의 아내를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의사는 면허가 있다. 프로포폴을 주사하여 환자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의사는 면허가 있다. 맘 놓고 병 좀 고치게 해 달라고 책까지 내신 장병두 옹은 그의 치료로 완치된 수백명의 환자들이 탄원서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의료행위로 간주되어 유죄를 선고받았고 그는 면허가 없다.



면허는 국가가 준 합법적 의료행위에 대한 허가증이다. 면허의 가치는 면허를 취득했던 과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면허를 취득한 이후 본인이 행한 모든 행위에 있는 것이고 각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 면허가 없는 자들이 아무리 의료행위를 훌륭하게 시행해서 환자들을 많이 살렸다고 하더라도 없던 면허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듯이 아무리 면허가 있어도 제대로 책임있는 의료행위를 해내지 못한다면 그 면허는 종이쪼가리의 가치도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한의사는 분명히 국가에서 면허를 준 의료인임에도 불구하고 왜 면허 없는 돌팔이들과 섞여서 이토록 ‘돌팔이’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는 어쩌다가 사회적으로 이렇게 ‘면허 있는 돌팔이’ 취급을 받고 있는가 이 말이다.



부산대학교 병원에 들르셨다가 한방병원 치료를 병행하고 싶다는 의견을 담당 주치의에게 내비치면 몇몇 의대 교수님들이 이런 말을 한다고 한다(물론 100%는 아니다. 내게 꾸준히 환자분들을 의뢰해 주시는 가정의학과 교수님도 계신다). ‘그 한방 돌팔이들한테 왜 가려구요? 가지 마세요. 돈이 아까워요... 특히 한약 먹으라고 하면 당장 거부하시고 침은 소독 잘 되었나 물어보고 맞으세요. 암튼 한방은 위험해요…’ 우리는 이렇게 의사들에게 ‘면허 있는 돌팔이’ 취급을 받아오고 있다. 서글프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가 면허 없는 돌팔이들을 욕하고 탓하기 전에 우리가 왜 의사들에게 면허 있는 돌팔이 취급을 받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물론 앞뒤 꽉 막힌 대한민국의 의사 나리님들의 정신세계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모든 문제들은 우리 스스로에게 있다. 한의사 사칭하는 ‘면허 없는 돌팔이’에게 한의학의 미래가 달려있지 않듯이 모든 문제들은 면허를 가진, 결코 ‘돌팔이’가 되고 싶지 않은 ‘명의’를 꿈꾸는,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 한의사 한명 한명에게 있는 것이다.



‘면허 없는 돌팔이’에게만 책임 돌리지는 말자



최근 페이스북의 ‘한의사당’이라는 온라인 소모임 공간이 ‘돌팔이’ 논쟁으로 한동안 뜨겁게 달아올랐다. 면허가 없는 분들을 스승삼고 앞세워서 한의대생이나 한의사들 상대로 강의를 하고 진료를 같이 할 수 있는 배려를 했던 몇몇 한의사 선후배님들이 마녀사냥식으로 공격을 당하기도 했다. 공격을 했거나 당했거나 모두가 상처를 입었다. 나는 여기 이 지면을 통해 그들의 시시비비를 가리고자 함이 아니다.



환자들을 현혹하여 고가의 약과 치료를 강권하는 많은 ‘면허 없는 돌팔이’ 문제는 환자들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이다. 불법 뜸방에서 뜸 시술을 받다가 여고생이 사망을 했는데도 ‘좌훈카페’니 ‘전통쑥뜸방’이니 허접한 간판을 단 뜸 시술소는 전국에 또다시 야금야금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니 단속을 위한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고 어떻게 해야 근본적으로 ‘면허 없는 돌팔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실질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대신 오늘날의 한의학이 처해있는 갖가지 상황에 대한 책임을 이렇게 활개치는 ‘면허 없는 돌팔이’에게만 돌리지는 말자. 그건 비겁하다. 이건 부분이다. 우리 스스로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자. 우리는 면허증만 가진 한의사인가? 면허증은 있지만 돌팔이인가? 면허증도 있고 환자도 잘 고치는 진짜 의사인가? ‘면허증 없는 돌팔이’ 탓 그만하고 ‘면허증 있는 한의사’로서의 빛을 제대로 발휘해보자. 오늘 하루도 ‘돌팔이’ 소리 듣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합리적인 진료를 해낼 것이다. 이런 하루 하루가 쌓여야만 ‘면허 있는 진짜 한의사’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그 길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바람이 분다. 다시 한번 살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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