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제37회 입법고시에 최종합격한 정재호 한의사에게 입법고시 준비 과정, 공직 진출 이후의 포부 등을 들어봤다. 대구 요양병원 야간 당직의를 하며 공부를 해온 정재호 한의사는 일반행정 직렬에 지원해 316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으며 오는 11월 행정고시 양과 합격을 기대하고 있다.
Q. 자기소개 바란다.
제37회 입법고시에 최종합격한 한의사 정재호라고 한다. 상지대학교 한의학과 2010학번으로 현재 대구 요양병원 야간 당직의를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석사과정 중이며 2주 뒤부터 시작되는 국회 5급 공무원 연수과정을 기다리고 있다.
Q. 합격 소감은?
기적 같은 행운이 따랐다고 생각한다.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 특히 2차 시험 합격발표 때 저는 당시 정말로 합격사실을 믿지 못하고 전산 오류라고 생각해서 가족과 지인에게 곧바로 알리지 못했다. 다음날에도 합격자 명단이 고쳐지지 않기에 그때서야 합격했다는 사실을 믿기로 했다. 지금도 꿈만 같다. 11월에 최종발표 나는 행정고시도 합격하여 양과 합격의 영광을 누리고 싶다.
Q. 입법고시를 보게된 계기는?
입법고시만 바라보고 공부하는 수험생은 거의 없고, 보통 행정고시를 메인으로 준비하면서 좀 더 일찍 치는 입법고시도 같이 응시한다. 모든 시험과정이 입법고시와 행정고시가 일치하기 때문이다. 행정고시가 한해 200여명을 선발하는데 비해 입법고시는 15명 정도를 선발하기에 입법고시의 경쟁률이 매우 높다.
공직에 뛰어든 계기는 한의대 수업 때, 의학은 학문이지만 의료는 법과 제도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여기에 감명을 받았다. 제가 추진하는 정책이나 입법지원활동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가치 있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한의대 생활 때 학생자치조직, 음악동아리, 운동 동아리 등을 리더로서 이끌면서 조직생활이 재밌었고, 공직 조직생활은 사적이익이 아닌 공적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다른 계기도 있다. 본과 2학년 때, 제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대로 나이가 들어 40대, 50대가 되어 20대 때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은 경험을 해보지 못한 것을 미래의 제 자신이 너무 후회할 것만 같았다. 공직에 관심이 있었고, 행정고시와 입법고시가 매우 어려운 시험이기에 제 모든 것을 쏟아 부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도전하게 됐다.
Q. 요양병원 야간 당직의로 근무하며 공부를 병행했다.
원래 공중보건의사 복무기간 동안만 시험을 준비하려 했는데 수험기간이 길어져 야간 당직의를 하며 공부를 병행하게 됐다. 집안형편 상 경제활동을 중단하고 고시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저녁 6시에 출근해서 다음날 오전9시 퇴근해서 독서실로 바로 향했다.
독서실에서 고시공부를 하다가 저녁 6시에 다시 병원으로 바로 출근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집에 들러 빨래를 하고, 갈아입을 일주일치 옷을 커다란 캐리어에 담아왔다. 야간당직의 업무가 고정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기에 병동에 양해를 구하고 쪽잠을 자며 수면을 대체했다. 체력적인 문제는 한의원에서 처방하는 경옥고와 한약을 꾸준히 복용했다.
요양병원 입사할 때부터 병원에 고시준비 양해를 구했고, 병원장님이 받아들여 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한의사이신 정세미 병원장님과 병원 직원 분들께 감사드린다.
Q. 공직 진출 이후 한의사로서의 포부는?
하이브리드형 인재로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겠다. 국회 공무원은 국정 모든 정책분야에서 입법지원을 담당한다. 일반 행정가로서 행정능력도 필요하지만, 특정 전문지식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전문행정가 측면에서 한의사로서 의료경력과 의료지식을, 일반 행정가 측면에서 입법고시 합격으로 증명한 행정 전반 이해능력을 융합하여 발휘하고 싶다. 1+1=2가 아닌 3 이상임을 보여주려고 한다.
국회공무원로서 중립성을 가장 우선시하면서 한의사로서 전문능력을 발휘하고 싶다. 국회는 여러 정치적 견해를 가진 국회의원과 정당들이 입법 활동을 하는 곳이다. 또한 입법과정에서 많은 이익집단과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다. 이 때문에 입법지원활동을 담당하는 국회공무원에게 가장 많은 중립성이 요구되고 편향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한한의사협회를 비롯해 여러 의료인 단체들이 추진하는 의료정책 방향에서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관련 있는 부분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국민 삶의 질 향상에 도움 되는 부분에 있어 국회공무원으로서 중립성을 가장 우선시 하면서 전문지식을 활용해 신속하고 효과적인 입법지원을 하고 싶다.
Q. 공직 진출을 꿈꾸는 한의사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제가 준비한 입법고시와 행정고시를 통한 공직 진출에 대해 드리고 싶은 말은, 희망적인 말 보다는 현실적으로 고민해보라는 점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5급 공무원으로 공직을 시작하는 것은 공직체계에서 분명 높은 급여이긴 하지만 소위 전문직인 임상진료 한의사로서 얻는 경제적 기대수익과는 차이가 난다. 이런 부분을 본인이 수용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기회비용 측면에서도 한의사가 된 이후 공직진출 준비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한의사가 되기 위해 그 많은 시험과 공부를 했음에도 추가적으로 또 많은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합격한다는 보장도 없다. 고시공부를 위해 한의사로서 경력 쌓을 기회, 여가생활, 연애, 여행, 대인관계 등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
저는 경제활동도 같이 병행하느라 더 많은 것들을 포기했다. 기약 없는 고시공부를 하는 동안 대학 선후배나 동기들의 성공적인 한의원 경영, 학문적 성취, 취미생활, 연애활동 등을 바라보며 합격도 하지 못하고 나이만 들어가는 제 자신이 걱정되고 괴롭기도 했다. 이런 상황들을 견딜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시기 바란다.
출구전략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고시준비 기간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실패했을 경우 계획대로 반드시 그만둘 수 있어야 한다. 고시공부 포기 이후, 월 단위로 계획하여 어떤 특정 임상경력을 쌓아 나갈지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제 경우 막연하게 떨어지면 한의원에서 부원장으로 일해야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다 보니 공중보건의사 복무 이후에도 고시를 계속 붙잡고 있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고 판단한다.
이런 구체적인 고민 이후에도 공직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제가 아는 한에서 도움을 드리고 싶다. 경력직으로서 공직진출에 대한 정보는 제가 잘 알지 못하지만 고시를 통한 공직진출에 있어서는 적극적으로 도움을 드리고 싶다.
Q. 남기고 싶은 말은?
너무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초심 잃지 않고 항상 올바르고 능력 있는 공직자가 되겠다. 코로나19로 많은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 국회 공무원으로서 입법 지원활동과 한의사로서 ‘의’(醫)의 정신으로, 국회에서 covid-19 종식을 위해 헌신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