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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2월 17일 (화)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 ⑨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 ⑨

22-1한상윤 한의사/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박사과정



같은 출발선에 선 후배들에게








“감수 하시겠습니까?”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어느 드라마에 나온 명대사 중 하나이다. 의사 가문, 법조인 가문을 만들어 내려는 욕망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우리 사회의 학벌 문제, 교육 문화, 직업 윤리 등 많은 부분에서 화제가 된 드라마였다.



이 질문을 올해 한의대 혹은 한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는 신입생 후배들에게 던지고 싶다. 고등학생일 때 접했던 것이나 학부에서의 웬만한 전공과목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은 학업량과 시험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입생들은 대개 긴장하며 낯선 환경에 적응하다 긴장이 풀리기도 전에 과제와 시험을 겪게 된다.

이러한 빡빡한 학사 일정을, 그 안에서 해야 할 많은 노력들을 감수하겠느냐 물었을 때, 대부분의 후배들은 당연하게도 감수할 수 있다고 고개를 끄덕이리라 생각된다.

한의대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그 전까지 치렀던 무수한 시험을 잘 통과함은 물론이고 우수한 성적으로 결과를 낸 자신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의대 입학 전 비슷한 수준의 우수한 학생들도 입학 후 학사 과정 중에서 다양한 학업 성취도 분포를 보이게 된다.



의학 전공 계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차이에 대해 원인을 분석한 연구가 해외에서는 많이 이뤄져 왔다. 의학전문대학원 체제일 경우 주로 학생의 학부 전공이 자연과학인가 인문사회과학인가에 따라 학업성취도가 달라지는지, 생화학이나 유전학 등의 과목을 미리 이수한 학생은 다른 학생들과 비교하여 학업성취도가 높은지 등을 알아보는 연구가 있고, 의과대학 체제일 경우 고등학교 시절의 학업성취도와 의대 입학 후의 그것과의 관련성 여부 혹은 학생의 입학시험 성적과 의대에서의 학업성취도 사이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 등이 있다.

최근 연구를 대체로 종합해 보면, 학부 전공에 따라 의과대학에서의 학업성취도가 달라지지 않았으며, 선수 과목의 이수 여부와 그 과목에서의 성적은 의과대학 학업성취도와 거의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고등학교 성적과 의과대학의 성적은 어떠한 관련도 없다는 연구와 상당한 관련성을 가진다는 연구가 혼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일반고와 과학고, 외국어고로 대표되는 특목고 졸업생을 비교하여 고등학교 유형에 따른 의과대학생의 학업성취도를 알아본 연구가 흥미롭다. 1개 의과대학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여 표본은 적지만, 출신 고등학교가 의대에서의 학업성취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의과대학 학업성취도는 학생의 학문적 배경이나 이전의 성적보다는 의과대학에서의 개인 학습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다.

한의과대학, 한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신입생 후배들은 이 점을 명심하여 학교생활을 했으면 한다. 학사 일정이 시작되면 각자의 공부 방법이나 시간 투자, 노력의 결과물로써 성적이 나오겠지만, 애초에 누군가가 앞서 있거나 뒤쳐져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다 똑같은 출발선에 서있다는 것이다. 입시라는 관문을 통과한 모든 신입생은 거의 비슷한 위치에 있다.



실례로, 한의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을 보더라도 학부 전공에 따라 한자와 한문 독해력, 해부학이나 조직학 등의 학습에 있어서 어려움을 느끼는 정도는 다르겠지만, 성적은 오히려 해당 과목과 무관한 전공 출신의 학생이 높은 경우가 많다.

한약학과 출신의 학생들이 타 학생들보다 본초학이나 방제학과 같은 유관 과목의 성적이 결코 월등하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누구나 수업을 잘 듣고 중요 내용 위주로 공부를 한다면 만족할 만한 성취도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너무 과열되어 경쟁할 필요도 없거니와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여 우월감을 가지거나 방심할 필요도 없고, 반대로 어떠한 이유에서든 주눅들거나 자신감을 잃을 필요도 전혀 없다.



특히 휴학을 했다가 복학한 학생들이나 한 번 실수로 유급된 학생들의 경우 심리적으로 위축감이 들기 쉬운데, 어차피 모든 학생이 똑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더 적극적으로 학교생활을 하면서 자신감으로 무장했으면 한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일을 하는 의료인이기에 그 양성 과정이 쉬울 수만은 없다. 때로는 엄혹하고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감수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한의학이라는 망망대해(茫茫大海)에 뛰어들기 전, 몸을 풀고 있는 우리 후배들에게 힘내라고, 충분히 잘 할 수 있다고, 같이 헤엄쳐 나가자고 격려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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