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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2월 14일 (토)

"한의사가 정치를?" 선입견에 맞선 세 번의 도전

"한의사가 정치를?" 선입견에 맞선 세 번의 도전

21대 총선 경남 거제 출마한 염용하 후보 인터뷰
세 번째 도전 끝에 총선 본선 진출했으나 끝내 고배
“불합리한 한의학 제도 개선은 여전한 과제”
“국민 입장서 정책 제안·정치인 교류 지속해야”

염용하2.jpg

 

지난 4월 15일 치러진 제21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경상남도 거제시 선거구에 도전했던 한의사 출신 염용하 후보(용하한의원 원장)는 기성 정치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끝내 고배를 마셨다. 총선 세 번째 도전 만에 본선행 티켓을 따냈지만, 선거 결과는 4위로 득표수는 1863표다.

 

그러나 염 후보는 1.44%의 지지율에서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고 했다. 총선 준비 과정에서 있었던 지역 주민들과 소중한 인연을 바탕으로 다시 일어서서 지역 발전을 위해 발 벗고 뛰겠다는 염용하 한의사. “이번 선거가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그로부터 선거를 치른 소감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선거를 치른 소감.

 

소중한 경험으로 생각한다. 선수와 관중의 차이는 확연하다. ‘저 선수 왜 저래?’ 하는 말을 간혹 하고 살았지만 실전에서 뛰는 사람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한국 정치에 뿌리 깊은 여야 양대 정당의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미래에도 여전히 답습될 것이다. 인물론과 정책, 공약을 보고 선택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당만 생각하고 ‘묻지 마’ 투표를 하는 관행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주역을 공부하러 다닐 때 모든 것은 바뀌고 변화한다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고 배웠다. 지역 따라 시대 상황 따라 선호하는 색깔은 늘 바뀐다.

 

◇코로나 이슈로 여당이 압승한 가운데에서도 경남 거제시에서는 통합당 후보가 당선됐다. 무소속으로서 불리한 점도 있었을 것 같다.

 

거대 정당의 고래 싸움에 새우는 등이 터진다고 처음부터 쉽지 않은 선거였다. 선거 처음 시작할 때(예비 후보 시절, 본 선거 120일 전)는 무소속이 숨 쉴 공간이 꽤 넓고 깊었다. 본 선거에 들어가니까 여야 정당으로 표 쏠림이 급격히 기울면서 누굴 찍으면 A당 후보가 안 된다는 사표 심리와 심적 압박감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4년 전 총선 때는 아무런 이름과 조직이 없던 후보도 5% 이상 득표를 냈다. 이번 총선은 특정 거물급을 제외한 무소속의 득표율은 2% 이내로 좁아진 것이 전국적으로 공통 현상이었다. 생각 깊은 분들의 칭찬과 격려로 용기를 잃지 않았다.

 

◇해당 지역구 여러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보셨을 텐데, 선거 운동 과정에서 특별히 느낀 점이 있다면?

 

저를 제외한 5명의 후보 모두가 선거를 치룬 경험이 있는 분들이다. 초보 출마자 입장에서 배울 것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과거 선거의 득표율을 고집하다가 이번 총선에서 생각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둬 힘들어하는 분도 계신다. 유세 중 ‘권력과 지위에 속지 말고 살아온 이력인 진심을 믿읍시다’라는 연설을 했다. 세세하게 살펴보면 생각의 넓이·깊이·높이가 다 보이지만 속속들이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일반 시민들이다.

 

◇이번 총선에서 의사 2명·치과 1명·약사 4명·간호 2명의 의료인이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의사는 여전히 한 명도 배출해 내지 못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한의사의 정치적 역량은 마이너 그룹에 속한다. 지역 봉사 활동, 의견 제시, 정치적 후원 등에 소극적이, 유권자 또한 한의사의 정치적 능력과 역할에 대해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공천을 심사하는 여야 거대 정당의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한의사 스스로 정치적 역할에 관여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한의사가 무슨 정치를?’ 라는 꼬리표를 떼는 일은 자신의 노력과 협회와 지역 한의사들의 생각에 달려 있다고 본다.

 

◇선거는 조직화가 중요하다고들 한다. 한의사 출신으로서 한의사의 정치 조직화 방향에 대한 제언.

 

정치는 이미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시장이나 국회의원이 돼 세상을 치료하겠다는 원대한 포부가 있다면 시도의원이라도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다만 한의사의 이미지가 강할수록, 특정 직능의 색이 강할수록 정치인의 색채를 입히기 어렵다는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조직화와 관련해서는 우선 한의사까리 모여서 정치적 이슈를 만들고, 정책 제안을 하는 것도 국민과 시민의 입장에서는 큰 틀을 이해하고 만드는데 좋은 일이다. 정치인들과 자주 교류하고 후원도 해 주면서 우리의 입장을 이해시키고, 우리의 권리를 지키는 일에 도움이 되는 정치인이 많아질수록 한의학의 제도적 불합리는 해소될 것이다.

 

◇향후 계획.

 

일단 한의사가 ‘왜, 무슨 정치를 하느냐’의 편견과 의구심을 옅게 하는데 총선 출마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공약 개발과 지역 현안에 대한 분명하고 합리적 입장 표명(대우 조선 매각, 국가 산단 승인 등)을 통해서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심었다고 자부한다.

한의사에서 정치인으로의 이미지 변신이 가증 큰 관건이었지만 이번 출마로 어느 정도는 자리매김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대중적 이미지를 쌓기 위해 건강 관련서를 출판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고, 지역 사회 단체, 기업 등에 꾸준히 강의도 해 유익한 건강 정보를 주기도 했다. 지역 신문에 칼럼 기고도 정기적으로 하고 있어 인지도가 높다. 기본 터다지기는 이번 기회로 했으니 뼈대(조직화)와 살(이미지)을 붙여 국민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기회가 또 올 거라 생각한다. 안전 진입 구역이 만들어질 때까지 지혜와 안목의 내공을 쌓는 일은 계속될 것이다.

 

◇남기고 싶은 말.

 

30년 넘게 수십만 명의 환자와 사람들을 만나면서 배우고 느끼고 통찰한 삶의 지혜가 국가를 위해 쓰이는 것은 보람되고 귀중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최고의 봉사는 정치다. 후보자가 되기 위해서는 준비 조건이 많다. 많은 한의사들이 도와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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