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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2월 14일 (토)

“원격의료, 정책 합리성 낮고 목적도 불분명”

“원격의료, 정책 합리성 낮고 목적도 불분명”

무상의료본부, 코로나19 대응 위한 비대면 진료 토론회 개최
만성질환 관리, 편익에 따라 도입 찬성 등 일부 긍정적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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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신문=민보영 기자] 원격의료 도입의 찬반을 묻는 토론회에서 원격의료의 목적이 불분명하고, 정책적 합리성도 발견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17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원격의료 도입인가?’ 토론회에서 “건강과 보건의료 영역의 효과는 불확실하지만 불평등은 심화하는 게 핵심”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과 무상의료운동본부가 공동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조현호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의무이사 △정부의 ‘원격의료’ 정책에 대한 토론(윤건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교수) △원격의료기술의 현실과 원격의료 논란의 본질(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이경민 참여연대 사회경제2팀장 △비대면 진료와 밀실행정의 문제(우석훈 내가 꿈꾸는 나라 공동대표) △‘포스트 코로나’ 뭣이 중한디?-정부 비대면 의료, 원격의료 도입의 문제점(김철중 민주노총 정책국장)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 등의 순서로 발제와 토론이 진행됐다.

 

김창엽 교수는 ‘정부의 원격의료를 둘러싼 주요 논점’을 발표하면서 “정부는 국민이 필요로 하는 보건의료의 우선순위인 접근성과 비용, 형평성 등을 다양한 정책으로 충족할 수 있다”며 “원격의료도 하나의 정책수단이 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효과나 효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인력과 시술을 확충하거나 재배치하고, 의료체계를 개선하는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만큼 원격의료는 반드시 추진해야 할 정책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불필요한 의료기관 방문을 줄일 필요도 있지만, 이 또한 다양한 대안이 있을 수 있어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며 반드시 원격의료를 추진해야 할 이유가 부족함을 시사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코로나19 등 감염병이 유행할 때 드러났던 의료분야의 쟁점은 의료체계의 과부하나 필수의료 이용의 어려움이 대부분이다.

 

경제 영역이나 가치 면에서도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원격의료의 경제적 가치를 분석할 수 없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나아가 정부가 원격의료의 자체적인 경제적 효과보다, 의료 분야에서 시장을 조성해 신성장 동력을 찾는 데 초점이 있다고도 했다.

 

조현호 의무이사는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 시행되는 원격의료·비대면 진료는 제도적인 안전장치가 미비한 상태에서 도입하려는 것이라 의료사고 증가, 양질의 의료서비스 감소, 의료전달체계 붕괴 등의 측면에서 문제가 크다”며 “정부는 원격의료를 추진하는 이유가 의료비 절감에 있는지, 국민 편의 때문인지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한국사회는 컴퓨터, 스마트폰 등 높은 디지털 기기 보급률을 바탕으로 높은 수준의 원격의료 기술이 많이 보급돼 있다”며 “문제는 원격의료기술이 충분히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비용 효율적인지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진입장벽을 낮추라는 산업계의 요구만 받아들이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민간보험회사가 모바일 앱, 체외진단기기와 연계해 개인정보를 무차별로 수집하고 있는 현실도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우석훈 대표는 “코로나19 국면에서 가장 필요한 게 공공병상 등 대응 의료시설 확충인지, 비대면 진료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비대면 진료를 관철하는 정부의 행태는 위기의 시기에 자신의 원하는 것을 감행하는 전형적인 ‘재난 자본주의’의 모습”이라며 “장기적으로 마을 주치의 등 지역사회에 의료 공백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 대책이 필요하고, 지역 거점 병원 등 분산형 의료와 주치의 개념을 결합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철중 정책국장은 정부가 올 5월 이후 비대면 진료의 사례를 제시하며 산업적 층면을 강조한 원격의료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해 거듭 강조했던 공공병상, 의료인력 확충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으면서 대표적인 의료 민영화 정책인 원격의료가 코로나19 대응의 핵심 정책인 것처럼 추진하는 지금의 상황이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한편 원격의료가 만성질환 관리에 도움이 되고, 국민 편익에 도움이 되면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창엽 교수는 원격의료 도입에 대체로 부정적이면서도 “과학기술 발전이 환자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으며, 편익이 크다면 적극적으로 도입, 활용해야 한다”며 만성질환 환자에 대한 원격 모니터링과 상담·교육, 행동치료 방법 중 정신요법 등 의학적 결과와 의료 이용 측면에선 원격의료가 가치 있다고 평가했다.

 

윤건호 교수는 “치료율이 50~70%, 관리율은 30~50%에 불과한 만성관리 질환은 초고령화 시대에 국민 삶의 질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며 1차 의료기관과 3차 의료기관의 협업을 통해 원격의료 도입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국일 과장은 “복지부는 보건의료 정책 관점에서 국민건강 증진과 의료접근성 향상, 감염병 예방 등 궁극적인 목적을 해결하기 위해 원격의료를 추진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비대면 진료는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 없다고 본다는 점도 말씀드린다”며 “올 하반기에 중장기 의료전달체계를 발표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각각의 의료전달 체계가 해야 할 역할에 대한 입장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진교 의원은 인사말에서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경제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제도 도입을 위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우선시해야 한다”며 “오늘 이 자리가 코로나19 시대에 필요한 변화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적극 수용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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