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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2월 13일 (금)

교육을 평가하는 일

교육을 평가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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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상 윤 한의학 박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교육학 교실 


학생들이 잘 쓰고 있던 동아리방이 갑자기 하루아침에 실습 준비실로 바뀌었다. 그 공간은 외부의 손님 한 무리가 다녀가신 후에 다시 동아리방이 되었다. 

모 한의대 졸업생의 모교 인증 평가에 대한 회고였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다. 한의학 교육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과 기억이 내뿜는 자조적인 분위기 속에서 한의대 교육 여건과 개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어렵기만 하다. 

아직도 우리나라 의과대학의 수를 41개로 기억하는 분들이 많다. 2013년과 2016년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인증 평가에서 ‘불인증’을 받은 서남대학교 의과대학이 2018년 2월 폐교되면서 우리나라의 의과대학은 40개가 되었다. 몇 해 전,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역시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의 인증을 받지 못하여 폐과 위기에 놓이기도 했었다. 

이젠 교육을 평가하고 인증해야 하는 시대가 된 듯하다. 하지만 국내 의과대학에서는 의학교육 평가인증 사업이 시작된 지 올해로 만 20년이 되었다. 


인증평가 시즌되면 극심한 스트레스 호소


평가인증은 ‘전문가 집단이 특정 프로그램이나 기관에 대하여 상호 동의한 기준(standards)에 합치하거나 도달하고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고 그 기관의 프로그램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을 말한다. 

따라서 의과대학 평가인증은 의과대학에서 이 사회가 원하는 의료인을 양성하고 배출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교육의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에 따라 여러 교육 환경과 프로그램을 평가해서 공개하는 작업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평가인증을 준비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교육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여 교육과정과 교육 여건들의 부족한 점을 개선시켜야 하고, 교육과정의 실행과 평가, 성과들이 평가인증 기준에 충족했음을 논리적으로 제시해야하기 때문이다. 

2016년 교육부가 고등교육법을 개정하면서 모든 의과대학의 평가인증을 의무화하였고, 그 결과에 따라 부실한 교육을 하는 의과대학을 폐교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각 의과대학은 좋은 인증평가 결과를 받으려 분투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에 필요한 인력과 자원 역시 한정되고 부족한 경우가 태반이라 각 학교의 교육실이나 의학교육 책임자들은 인증평가 시즌이 다가올 때 마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기도 한다. 

각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의학 교육을 평가받는다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럽고 고단한 일이지만, 그로 인해 의학교육의 질이 향상되고 더 나은 역량을 갖춘 의료인이 배출된다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기적인 평가와 인증을 통해서 의학교육 시스템을 관리하고 개선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자료가 되며, 의과대학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하는 것이 인증 평가가 가지는 장점인 것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평가인증의 절차는 크게 3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는 자체평가(self-evaluation), 2단계는 방문평가(site visit), 3단계는 인증기관의 인증 결정 및 발표(accreditation decision)이다. 

자체평가의 단계에서는 의과대학이 미리 정해진 인증 기준에 따라 학교와 교육 상황을 분석하는 단계로, 인증 과정의 기반이 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단계이다. 방문평가단계에서는 외부의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단이 학교에 방문하여 자체평가보고서를 바탕으로 학교 현장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인증기관이 방문평가의 결과에 따라 인증(6년, 4년), 조건부 인증(1년), 불인증 등을 결정하고 발표하게 된다. 


인증평가, 한의학 교육 상향 평준화 기여


한의학교육평가원 역시 인증평가 사업을 현재 활발히 진행하고 있고, 12개 한의과대학을 대상으로 2주기 평가인증이 진행 중에 있다. 인증은 4년과 6년으로, 조건부인증은 2년, 한시적인증 1년으로 결과가 나오고 있으며, 평가인증을 신청하지 않거나 한시적 인증이 2회 이상이면 불인증으로 판정한다. 

한의학교육의 지속적이고 확실한 인증평가를 통해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한의사를 배출하도록 하는 한의계의 사회적 책무성을 제고하고, 한의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여 한의학 교육기관의 교육여건과 교육과정을 개선, 발전시키도록 해야 한다. 

평가 기준과 준거 개발에 힘을 쏟아 명확한 기준 설정과 합리적인 인증평가 절차를 확립한다면, 한의과대학의 자발적 교육 개선노력을 유도할 수 있으며 이는 결국 한의학교육의 상향 평준화에 기여할 것이다. 

나아가서는 한의계가 국민의 신뢰를 받으며 보건 복지 향상에 더 많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고 국제 사회에서 한국 한의학 교육이 더욱 각광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국제화시대에 세계 의학교육계와 나란히 발맞추며 한의학교육의 지향점을 제시하고 바람직한 교육을 견인하는 한의학교육의 인증평가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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