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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에서 마주한 한의학의 세계화, 그리고 나의 성장김규진 대전대 한의대 본과 4학년 [한의신문] 대전광역시한의사회(회장 이원구)는 지난달 3일부터 8일까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주 양기율시에서 한의의료봉사를 진행했다. 나에게 이 소식은 설렘과 기대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생소한 나라를 직접 방문한다는 호기심, 그리고 존경하는 한의사 선생님들과 함께 현장을 경험한다는 벅찬 감정이 교차했다. 출발을 준비하며 ‘학생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진료를 직접 맡기엔 역량이 부족했지만, 한의학의 의미를 현지인들에게 쉽게 전달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처방별 효능을 소개하는 포스터를 제작하고, 이를 우즈베크어와 러시아어로 번역했다. 짧은 준비 기간이었지만, 한약의 개념과 작용을 현지인이 이해하기 쉽게 다듬어가는 과정은 나에게 ‘지식을 전하는 배움’이었다. 그 순간 이미 봉사는 시작되고 있었다. “한의약의 보편성 체감하다”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깨달았다. 내가 품어온 ‘한의학의 세계화’는 결코 추상적인 꿈이 아니었다.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한의학은 인간의 몸과 마음을 이해하는 보편적 의학이었다. 나는 주로 예진을 담당했다. 처음엔 단순히 주소와 발병 시기를 기록하는 일로 생각했지만, 환자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들을수록 배울 점이 많았다. 특히 “심장이 아프다”, “신장이 아프다” 등 장기 이름을 직접 언급하는 표현이 인상 깊었다. 질병을 대하는 문화적 시각의 차이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또한 환자들의 질환 양상 속에는 생활습관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었다. 기름지고 짠 음식을 즐기는 식문화는 에스트로겐 관련 질환과 성인병으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일은 곧 그들의 건강 문제를 이해하는 일이기도 했다. 이 경험을 통해 ‘의학은 삶의 방식 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한국과 한의약을 사랑하는 우즈베키스탄 짧은 체류였지만 우즈베키스탄은 여러 면에서 인상 깊은 나라였다. 사막화의 영향으로 대기질이 좋지 않았고, 도심의 공사 현장이 생활 속에 가까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았다. 그러나 그 속의 사람들은 따뜻했다. 길을 물으면 친절히 안내해주었고, 식당에서는 작은 휴지 한 장까지 바로 치워내며 청결을 유지했다. 도시 전반은 예상보다 깨끗했고, 수도 타슈켄트의 ‘서울문(Seoul Gate)’에서는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마음이 느껴졌다. 낯선 곳에서 한국의 흔적을 만날 때마다 ‘문화의 연결’이 얼마나 강력한 힘인지를 느꼈다. “헌신에서 배운 진정한 한의학의 길” 귀국 후 가장 크게 마음에 남은 것은 봉사에 참여한 한의사 선생님들에 대한 존경이었다. 익숙지 않은 환경에서도 묵묵히 환자를 돌보며, 작은 변화에도 기뻐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전문가의 헌신을 배웠다. 그분들을 보며 다짐했다. 언젠가 나도 그처럼 지식과 열정, 그리고 따뜻한 책임감을 겸비한 한의사가 되어 세계 곳곳에 한의학의 가치를 전하고 싶다고. 이번 경험을 통해 한 가지 확신이 생겼다. 한의학은 한국 안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세계적인 의학이다. 다양한 문화 속에서 한의학은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더 큰 빛을 낼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의료봉사는 단순한 해외 체험이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배우고 있는 한의학의 본질을 다시 바라보게 한 시간이었다. ‘환자를 향한 따뜻한 손길’과 ‘지식을 나누는 기쁨’을 동시에 느낀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한의학의 세계화와 나 자신의 성장을 함께 꿈꾸게 됐다.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한의학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세계 속에 전할 수 있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자 한다.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 (554)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崔容泰 敎授(1934∼2017·호는 一石)는 침구학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서 1982∼1985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장, 전국한의과대학협의회 초대회장, 1976∼1982년 대한침구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1986년 5월18일 최용태 교수는 학술대회 참석을 위해 대만으로 떠났다. 당시 한국에서 학술대회 참석을 위해 같이 떠난 일행은 경희대 부속한방병원 구본홍 원장, 경희대 동서의학연구소 김종열 소장, 부속 한방병원 침구과 이윤호 과장, 경혈학교실의 이혜정 교수 등이었다. 이 학술대회는 대만의 제2회 국제중국의약, 침구학술대회로서 한의학 및 침구학을 합하여 개최되는 대회였다. 5월19일 오전 9시 개회식이 시작되면서 5월21일까지 학술대회가 열리게 되었다. 대회장 행정원위생처 施純仁 처장의 개회사, 陳立夫 총통부 고문의 치사가 이어졌고. 독일 뮌헨대학 의사학연구소의 Paul. U. Unschald가 유창한 중국어로 축사를 이어갔다. 참가국은 모두 12개국으로 내국인은 1000명, 외국인 200명이었다. 이 대회에는 中國醫藥, 鍼灸學을 총망라하여 특수질환, 특수요법 등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주제는 고혈압, 당뇨병, 간염, 항암연구, 침구 분야(진통, 개념, 기초), 면역반응, 의학사, 약학사, 의서 분야에서 특강을 포함해 107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한국측 발표자인 구본홍 교수는 「뇌졸중 환자의 동서의학적 치료」라는 제목으로 뇌졸중환자의 발병 분류, 치료회복 상태, 병력과정 등에 대한 연구로서 동서의학의 병행치료로서 보다 더 빨리 회복시킬 수 있음을 증례를 통해 보고했다. 김종열 교수는 「동양의학의 객관화를 위한 동서의학적 방법론 연구」라는 제목으로 경희의료원장으로 재임시부터 행정적으로 느껴진 장·단점에 대한 보완을 모색하였다. 이혜정 교수는 「침자가 Alloxan 당뇨병 小白鼠의 β-세포과립에 미치는 영향(전자현미경적 연구)」을 발표했다.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β-세포과립이 괴사되는 현상이 나타났고, 足三里에 침자를 한 組에서는 혈당이 현저히 하강됨과 동시에 β-세포과립이 정상에 가까운 형태를 나타냈다는 것을 밝혔다. 이로서 鍼刺가 Alloxan 당뇨병 小白鼠의 췌장내 랑겔한스섬의 β-세포과립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규명되었다. 최용태·김재규는 「Ethanol 중독에 대한 침구 및 人蔘水銀이 해독효과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통해 Ethanol 중독의 해독효과를 관찰하기 위하여 인체의 百會, 章門, 築賓穴에 상응하는 실험동물 혈위에 일정한 처치를 한 후 Ethanol 중독을 유발시켜 각 혈청들의 활성도를 측정한 결과 유의한 효과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즉 Ethanol 중독으로 야기된 肝障碍를 회복시키고 지질대사의 변조를 개선시키고 Ethanol 대사촉진으로 Ethanol 중독에 대한 해독효과 등이 있음이 입증되었다는 것이다. 이윤호 교수는 「전침이 진통작용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전침의 주파수 전압, 통전 시간의 변화에 따른 규형파, 삼각파 및 정현파의 진통 효과를 비교 관찰하기 위하여 陰陵泉, 懸鍾에 상응하는 흰쥐의 체표에 일정한 방법으로 침 및 전침자극을 준 후 진통효과를 측정한 결과, 전침이 침자극보다 진통효과가 우수하였으며, 전침의 주파수, 전압, 통전시간 및 파형의 각 조건이 진통효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침 자극을 전절히 운용하여야만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하였다. -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 ❾김호철 교수 경희대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김호철 교수(경희대 한의대 본초학교실)의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를 통해 임상 현장에서 자주 제기되는 한약의 궁금증과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최신 연구 결과와 한의학적 해석을 결합해 쉽게 설명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이 기존의 한약 지식을 새롭게 바라보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삼의 효능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대보원기(大補元氣)’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을 “인삼은 원기를 크게 보한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보기약 중에서도 으뜸이니 피로를 풀고, 식욕을 돋우며, 기운을 북돋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해석은 고전적 의미와는 거리가 있다. 한의학에서 효능은 글자의 뜻으로 풀이되는 것이 아니라, 그 약이 실제로 어떤 병증을 치료했는가에 따라 정의된다. 다시 말해, 효능은 언어가 아니라 주치(主治)의 축적에서 형성된 개념이다. 고전의 약물학은 처음부터 지금처럼 효능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았다. 《신농본초경》이나 《황제내경》에는 ‘보기(補氣)’라는 효능명조차 없었다. 인삼의 효능도 ‘보오장(補五臟)’, ‘안정신(安精神)’, ‘정혼백(定魂魄)’, ‘명목(明目)’, ‘개심익지(開心益智)’ 등으로 기록되었을 뿐이다. ‘기허를 치료한다’는 말은 명나라 시기 《본초몽전(本草蒙筌)》에서 처음 등장한다. 효능이라는 분류 체계는 금원사대가를 거쳐 명청대에 이르러 비로소 확립됐다. 따라서 오늘날 본초학에서 사용하는 100여 개의 효능명은 본래의 주치에서 파생된 후대의 용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기초이론은 청대의 용어체계를 따르고, 임상은 명대의 《동의보감》 전통을 잇고 있기 때문에 두 체계가 어긋나 보이는 것도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서 비롯된다. 대보원기의 주치는 보기와 다르다 효능이 주치에서 생긴 개념이라면, 인삼의 대보원기가 실제로 어떤 병을 치료하는지를 봐야 한다. 만약 대보원기가 단순히 보기(補氣)의 강화형이라면 그 주치는 식욕부진, 피로, 권태감 같은 기허증이어야 한다. 그러나 고전의 기록은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대보원기’라는 효능명이 인삼에만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황기(黃芪), 백출(白朮), 인삼과 함께 대표적인 보기약들 중에서도 ‘대보원기’라는 효능은 오직 인삼에서만 쓰였다. 본래의 의미에서 대보원기는 단순히 ‘보기를 크게 한다’는 뜻이 아니라, 생명이 꺼져가는 위기의 순간에 원기(元氣)를 회복시키는 작용, 즉 회양(回陽)의 범주에 속한다. 따라서 황기나 백출을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대보원기’의 효능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명나라 이천(李梴)의 《의학입문(醫學入門)》에는 “氣脫者,汗出肢冷,脈微欲絶也(기탈한 자는 식은땀이 나고, 사지가 차며, 맥이 끊어지려 한다)”라고 하여, 인삼이 이러한 기탈 상태에서 사용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청대 왕앙(王昂)의 《본초비요(本草備要)》 역시 “人蔘,回陽救脫,補脾肺二經,生津止渴”라 하였고, 같은 시대의 《증치준승(證治準繩)》에서도 “人蔘治氣脫欲絶,汗多面白,四肢厥冷者”라 하여 인삼을 기탈·허탈의 응급 상태에서 쓰는 약으로 명시했다. 《동의보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附子與人蔘相伍,內外兼固(부자와 인삼을 함께 쓰면 안팎의 양기가 모두 견고해진다)”고 하였다. 이 문장은 인삼과 부자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같은 생명 회복 작용을 한다는 의미다. 부자는 외부 순환을 돌려 양기를 밖으로 펴고, 인삼은 내부의 중심을 붙들어 기운이 새어나가지 않게 한다. 다시 말해, 인삼의 대보원기 효능은 피로를 푸는 보약의 차원이 아니라 생명의 중심이 꺼져가는 순간에 내부의 불씨를 붙잡는 회양 작용이다. 문헌에 보이는 인삼의 회양 작용 중국 명청대 의가들은 인삼을 회양의 약으로 기술한 사례를 남겼다. 청대 오당(吳塘)의 《의학심오(醫學心悟)》에는 “氣脫欲絶,汗出如珠,四肢冷厥,急用人蔘救之,可回陽復命(기탈로 죽음이 임박한 자에게 인삼을 급히 쓰면 양기를 회복시켜 생명을 구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의 인삼 조문에도 “久病元氣將脫,宜獨蔘湯(오래 앓아 원기가 탈락할 때는 독삼탕을 써야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기록들은 인삼이 회양구역의 상황, 즉 맥이 끊어지고 체온이 떨어지는 상태에서 응급약으로 쓰였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독삼탕(獨蔘湯)은 인삼만 단독으로 대량 사용하여 기탈을 회복시키는 대표 처방이다. 또한 부자(附子)와 병용하여 내외의 양기를 함께 돋우는 삼부탕(蔘附湯)은 《의학입문》과 《동의보감》 모두에 기록돼 있다. 부자가 외양을 돌리고 인삼이 내양을 붙든다는 인식은 조선시대 의가들도 공유한 바 있으며, 조선 후기 《동의수세보원》에서도 인삼의 작용을 “益元氣而救脫(원기를 돕고 탈락을 구한다)”이라 하여 회양의 개념과 동일하게 설명했다. 이러한 문헌적 전통은 인삼의 대보원기가 단순히 ‘보(補)’의 개념이 아니라, 생명 기능이 정지될 위기에서 양기를 되살리는 응급성 보제(補劑)임을 의미한다. 실제로 《경악전서(景岳全書)》의 장경악은 “元氣者,生命之根本也。人蔘最能回復其脫(원기는 생명의 근본이며, 인삼은 그 탈락을 가장 잘 회복시킨다)”이라 하여 인삼이 원기의 소멸을 회복시키는 최고의 약이라고 칭했다. 대보원기와 회양구역은 같은 작용이다 그렇다면 왜 같은 작용을 하면서 부자는 ‘회양구역(回陽救逆)’이라 하고, 인삼은 ‘대보원기(大補元氣)’라 불렀을까. 이는 생리적 차이보다 한의학의 철학적 언어 체계에서 비롯된 구별이다. 부자는 불의 약이다. 강렬하고 외향적이며, 즉각적인 회복을 이끈다. 인삼은 생명의 근원으로서, 내향적이고 지속적인 회복을 담당한다. 같은 불이라도 부자의 불은 밖으로 타오르는 불이고, 인삼의 불은 안으로 오래 타는 불이다. 그래서 하나는 불을 붙이는 작용으로 ‘회양’, 다른 하나는 그 불을 지키는 작용으로 ‘대보원기’라 표현된 것이다. 그러나 두 현상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부자의 회양이든 인삼의 대보원기든 결국 혈류가 회복되고, 체온이 오르고, 심장이 다시 박동하며, 생명 에너지가 재가동되는 현상이다. 현대 생리학으로 보면 이는 순환성 쇼크(circulatory shock) 상태에서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고, 심박출량이 증가하며, 말초 혈류가 회복되는 과정에 해당한다. 부자의 주요 성분인 하이게나민(higenamine) 은 β-아드레날린 수용체를 자극하여 심근 수축력을 높이고, 말초 혈관을 확장시켜 순환 회복을 돕는다. 한의학적으로 말하면 부자가 외부의 순환망을 급히 열어 양기를 밖으로 퍼지게 한다면, 인삼은 내부의 중심 에너지망을 붙잡아 기운이 내부에서 회복되도록 한다. 인삼의 대표적 성분인 진세노사이드(ginsenoside Rg1, Rb1 등) 은 미토콘드리아 내 ATP 생산을 촉진하고 AMPK 경로를 활성화하여 전신 세포 대사를 재가동시킨다. 효능은 글자가 아니라 반응이다 한의학에서 효능은 문자의 뜻이 아니라 인체의 반응이다. 효능은 주치의 집합이며, 같은 병을 치료하면 같은 효능이고, 주치가 같으면 효능도 같다. 인삼의 대보원기와 부자의 회양구역은 주치가 동일하다. 사지궐랭, 맥미욕절, 한출기탈, 허탈 등이 그것이다. 표현만 다를 뿐 작용은 같은 생리적 현상이다. 결국 인삼의 대보원기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원기를 북돋는 보기약’이 아니라, 생명이 끊어지기 직전의 위기에서 내면의 불씨를 다시 살려내는 회양구역의 한 형태다. 다시 말해, 인삼의 대보원기는 강도의 표현이 아니라 작용의 방향을 나타내는 언어다. 부자의 불이 외부 순환을 돌린다면 인삼의 불은 내부의 중심을 붙든다. 두 약은 안과 밖에서 하나의 생명을 완성하는 짝이며, 고전의 언어는 그 차이를 구분해 두었다. 이제 효능을 다시 볼 때다. 효능은 문자가 아니라 생리의 기록이다. 인체의 반응과 시대의 임상 속에서 살아 움직여 온 언어다. 인삼의 대보원기와 부자의 회양구역은 같은 생명의 불을 바라보는 두 개의 이름일 뿐이다. 우리가 그 본뜻을 다시 이해할 때, 한의학의 효능은 추상적 수사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재현 가능한 인체 반응으로 되살아날 것이다. -
호스피스·완화의료는 cure인가 care인가?김은혜 가천대 한의과대학 조교수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의사로서의 직분 수행과 더불어 한의약의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자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혜 교수의 글을 소개한다. 내용에 앞서 ‘의료는 cure와 care로 나뉜다고 생각한다.’의 문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으며 시작하고 싶다. 두 번째 질문도 있다. ‘cure와 care 모두 치료이다.’의 문장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이 드는가? cure와 care에 대한 각자의 상이한 정의가 대답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cure는 완치 또는 질병의 소실일 것이고, care는 질병의 관리로 해석될 것이다. 오랜 시간 임상 현장에 몸을 담고 있다 보면 이 두 문장에 의문이 들 수 있다. ‘관리를, 의료 행위라고 생각한다고?’ 더 나아가면 보다 근본적인 결론에 도달한다. ‘의료인이라면 질병의 소실을 목표로 치료를 행해야 진정한 의료 행위지.’ 의미 없는 치료라고 말할 수 없는 것 이야기를 잠시 미뤄두고, 몇 가지의 예시 상황을 말해보려고 한다.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한국에서 췌장암이 확인된 약 2만 명의 환자 중 80%가 수술이 불가능한 3기 또는 4기로 진단된다. 통계에 따르면 항암치료를 받지 않는 3기 췌장암 환자의 중앙 생존기간은 약 1년이며, 4기 췌장암 환자의 생존기간은 약 6개월이다. 항암치료를 받게 되면 3기 췌장암 환자는 2년으로, 4기 췌장암 환자는 1년으로 생존기간이 늘어나게 된다. 다르게 말하자면, 항암치료를 받은 4기 췌장암 환자의 50%가 1년 내로 임종하신다는 뜻이며, 다시 한 번 바꿔 말하면, 4기 췌장암 환자에게 항암제를 처방하는 의사 역시 이 사실을 알고서도 치료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의사들을 비판할 수 없으며, 이들이 처방하는 항암제를 ‘치료’로 정의하는 것에 반기를 들 수 없다. 같은 맥락으로 이 환자들의 항암치료를 ‘의미 없는 치료’라고 말할 수 없으며, 감히 말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의료인이 감당해야 하는 역할은? 췌장암은 워낙 힘든 암으로 알려져 있음을 감안하고, 다른 암종을 조사해 봐도 비슷한 맥락이다. 표준암치료를 받는 4기 폐암 환자의 중앙 생존기간은 약 1.5년으로 알려져 있다. 4기라고 하면 전신에 이미 암이 다 퍼져있는 중환자의 이미지가 떠올라 1.5년이라는 기간이 크게 이질적으로 안 느껴질 수 있지만, 폐암에서는 그저 폐 양쪽 모두에 암이 확인만 되면 자동적으로 4기로 진단되게 됨을 고려했을 때 4기 폐암 환자의 외형은 건강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말할 수 있을까? 이들에게 처방되는 항암치료는 ‘진정한’ 의료 행위가 아니라고. 그렇다면 마지막 상황을 살펴보자.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말기 선고와 동시에 6개월 정도의 여명을 들은 4기 췌장암, 4기 폐암 환자가 있다. 환자 스스로 6개월이라는 시간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당연하며, 그 와중에 점점 빠지는 체중과 점점 가빠오는 숨 때문에 좌절감, 두려움, 걱정 등등이 오만가지로 섞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몸도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졌다. 하지만 대학병원에서는 더 이상 표준암치료를 받지 않으니 이전처럼 적극적인 추적관찰은 어려우며 컨디션을 보면서 일단 6개월 뒤에 예약은 잡고 가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환자는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그래, 6개월 남았다 치자. 그럼, 이 6개월 동안은 누가 나를 돌봐주는 거지? 내가 점점 더 밥을 못 먹게 되면? 언젠가 내가 집에 있다가 갑자기 숨이 턱 막히게 되면? 아니, 집에만 있어도 되는 상황이기는 하나? 집에 있는 게 무서워지면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환자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더라도 그것이 의료인이 감당해야 하는 역할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인의 책임은 환자가 건강할 수 있도록 의료 행위를 제공하는 것에 있으며, 건강이란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안녕으로 정의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의 정신적·사회적 안녕에 대한 의료는 누가 담당하게 되는 것일까. “진정한 의료 행위가 아니라면” 말기 암을 포함해서 임종을 앞둔 환자까지 모시는 의료 행위를 호스피스·완화의료라고 정의한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이들이 소위 웰다잉(well-dying)을 맞이하실 수 있도록, 직역해서 좋은 죽음을 맞이하실 수 있도록, 잘 돌아가실 수 있도록 행하는 것이 아니다. 죽음이 좋고 싫음은 개개인의 사유와 철학에 달려 있기 때문에 감히 그것을 의료인이 의료 행위를 통해 쥐어주겠다고 단언할 수 없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안녕감이 이전 대비 나아지도록, 그것이 조금이라도 완화되는 것을 목표로 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을 던지며 글을 마치려 한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cure인가 care인가. care라면, 이것은 진정한 의료 행위인가 아닌가. 진정한 의료 행위가 아니라면, 임종을 앞둔 환자의 건강은 누가 책임져 줄 것인가. -
“한의사 후배들이 멋진 삶을 지원하고 싶어”<편집자주> 세명대 한의과대학 졸업생(07학번)인 구미 설명한의원 안지명 대표원장이 2030년까지 10년 동안 매년 500만원씩 총 5000만원의 장학금 기탁을 약정했다. 이에 본란에서는 안지명 원장으로부터 장학금 기탁과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장학금을 기탁하게 된 계기나 특별한 동기는? : 학교 다닐 때 학자금대출을 받아서 학비를 내면서도 제천과 대구를 오가며 과외를 해서 생활비를 마련했다. 한번은 너무 힘들어 학장님을 무작정 찾아가서 “저 너무 힘듭니다. 장학금 한번 주시면 안 되나요?”라고 막연히 부탁드렸는데, 학장님이 장학금 중 저에게 맞는 것을 찾으셔서 추천해 주시고 100만원의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큰돈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조금이라도 성공하면 나중에 장학금을 누군가에게 주는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저는 매일 밤 인생의 목표를 쓰는 것을 습관화하고 있다. 처음에는 팬트하우스, 슈퍼카가 쓰였는데 요즘은 장학금을 내면서 느낀 기쁨이 크다는 걸 알게 되고, 내가 좋은걸 사는 것보다 더 성공하면 우리 한의원의 이름을 건 장학재단을 만들어, 기회가 없는 열정 있는 학생들에게 기회가 돼 주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세명대에 내고 있는 장학금은 오히려 나에게 꿈을 만들어 주고 있다. Q. 10년 동안 매년 장학금을 기탁하기로 약정했는데, 장기 기탁을 결심한 이유는? : 세명대가 좋다. 내 인생의 유일한 희망이 한의사가 되는 것이었고, 그 꿈을 이뤄준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세명대의 후배들에게 매년 찾아 인사하고 장학금 내는 것을 평생 유지하고 싶은 마음으로 열심히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세명대 측에서도 장학금을 내는 것 이상의 가치를 돌려주려고 노력해 준다. 갈 때마다 기분 좋고 행복하다. 학교에 내는 장학금을 떠나 매년 장학금 또는 기부를 하는 곳의 숫자를 늘려나가고 싶다. Q. ‘안지명 장학금’이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겼는지? : 안지명 장학금이라는 이름은 없다. 오히려 설명 장학금이 됐으면 좋겠다. 대학에서 설명장학금을 받고 공부한 후배들이 설명한의원에 와서 또 한 번 꿈을 키우고 사회에서 성공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들도 다시 나와 같은 장학금이나 사회 환원을 같이 하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작년부터는 우리 한의원에 세명대 출신 부원장님들이 100만원씩 같이 장학금을 내주고 있다. Q. 장학금이 후배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길 바라는가? : 먼저 성공하고, 다음은 나누는 기쁨을 아는 시간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돈은 주머니에 있으면 썩고 나누면 가치가 배가 된다’는 말이 내 가슴에 가장 크게 생각하고 있는 한 줄이다. 후배들도 꼭 나눠서 배를 만드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Q. 장학금 기탁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 내게 장학금을 받은 후배와 과거에 후배와 제가 누가 더 가난한지 경쟁을 한 적이 있다. 그 후배가 시간이 지나 나와 같은 한의원에서 진료하고 있다. 그리고 작년에는 그 후배가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사람이 됐다. Q. 한의대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나 응원의 메시지는? : 세상이 뒤집히고 있다. AI를 시작으로 새로운 문명이 태동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의사에게 이 시기는 눈부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감이 온다.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은 독서를 하고 세상의 흐름에 몸을 실을 수 있다면 한의사도 세상을 움직이는 성공한 인물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이 어려운 건 사실이나 어려움 속에 큰 기회가 있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하고 남들과 다른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 Q. 이번 기탁이 본인 삶이나 한의원 운영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주었는지? : 장학금을 매년 내는 것을 본 후배들에게 설명한의원의 브랜드가 각인되고 있다. 좋은 이미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의원도 사업이기에 사업의 성패는 인재에게 있다고 본다. 좋은 뜻에 감명 받은 인재들이 설명한의원에서 같이 진료하는 문화가 생기길 바란다. Q. 지금껏 최고 잘한 일은? : 설명한의원을 개원해 여러 후배들과 진료하고, 학교를 찾아가 예전의 다짐을 실현한 것이 가장 잘한 일인 것 같다. 나는 부원장님들과 진료하고 마치고 맥주 한 잔을 같이 하는 것이 가장 행복이다. Q. 고비와 역경에 부딪칠 때마다 마음속에 새겼던 다짐은? : 엄청난 성공의 앞에는 큰 시련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최근에도 견디기 힘든 정도의 시련이 있었는데, 오히려 내가 얼마나 성공하려고 이럴까? 하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좀 편했던 것 같다. Q. 살아오면서 가장 큰 후회와 최고로 행복했던 순간은? : 일확천금을 노리며 했던 투자들과 판단들이 가장 후회가 된다. 인생은 작은 성공을 복리로 실수 없이 만들어 나갈 때 큰 성공이 찾아온다는 것을 많이 잃어보고 느꼈다. 가장 큰 행복은 5살, 3살 아들·딸과 매일 밤 잠들 때인 것 같습니다. 메멘토모리를 생각한다. 그저 아이들과 같이 잠들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 Q. 한의학 발전을 위해 제언한다면? : 시대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산업화 시대가 저물고 AI의 시대가 완전히 도래하고 있는데, 한의학이 오히려 AI시대에 맞는 의학이라고 생각한다. 몸을 하나, 하나 떼어 놓고 보는 의학관이 아닌 전체의 연결을 바라보며, 진짜 건강을 이야기할 수 있는 찐 의학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개원해서 진료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도 하고, 연구도 하고, 기업에도 들어가는 한의사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해외에도 기회가 많은 것 같다. 내 꿈은 기업화와 글로벌화이다. Q. 내게 한의학이란? : 나를 살게 해주는 선물이다. 한의사가 된 걸 학생 때는 후회한 적이 많았지만, 지금은 한의사인 것에 감사하고, 또 한의사라는 직업을 갖고 얼마나 더 많은 일들을 해 나갈 수 있을지 설렌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 교육과 데이터에 전념 할 생각이다. 설명한의원은 지점이 있는 브랜드 한의원이다. 그것이 가장 유리한 부분이 데이터를 전국에서 모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의학도 데이터 기반에서 진료를 할 수 있는 날을 꿈꾼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커리큘럼화해서 설명아카데미를 아주 체계적으로 운영하여 한의사 후배들이 멋진 삶을 사는 것을 지원하고 싶다. 물론 인재영입이 큰 목표다. -
신미숙 여의도 책방-69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편집자주] 『신미숙의 여의도 책방』은 각 회마다 1개의 키워드에 5권의 도서를 추천하는 형식으로 이어갑니다. ‘나무를 심기에 가장 좋은 때가 20년 전이었다면 그 다음으로 좋은 때는 바로 지금’이라는 중국 속담이 있다. 배우 조승우의 목소리로 수백번도 더 들어본 뮤지컬곡이자 나의 노래방 애창곡인 『지금 이 순간』을 좋아하는 이유는 “참아온 나날 힘겹던 날/ 다 사라져간다 연기처럼 멀리/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 날 묶어왔던 사슬을 벗어던진다”라는 가사에서 느껴지듯이 힘든 시기 이후에 찾아오는 희망의 기운 때문이다. ‘그 때 그 종목을 사 두었어야 했었는데’, ‘그 때 그 집을 팔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 때 그 사람을 멀리해야 했었는데’, ‘그 때 한의대를 안 갔었어야 했는데’ 등등 5060의 후회는 때로는 20대 초반이었던 그 시절로 우리의 손목을 끌어 당기기도 한다. ‘만약에…’라는 무의미하고 비생산적인 상상이 정신건강에 나쁘다는 것과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잘 하면 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이 어렵다보니 『죽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류의 책들이 저자 이름만 바꿔가며 지속적으로 출판되고 있는 모양이다. 모든 책들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지금 이 순간을 후회없이 살아라”이다. 아버지께서는 생전에 적적하실 때마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셨던 동료분들에게 안부 전화를 자주 하셨다. “별일 없지요? 식사는 하셨고?” 아버지의 오프닝 멘트는 늘 동일했다. 별일 없다는 건 심심하고 따분한 일상과 특별히 나쁠 것도 좋을 것도 없는 수평선같은 평화를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어르신들에게 별일 없다는 것은 최상의 컨디션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었겠다. 행복이란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아닌 零에 수렴하는 가치 그래서 다시 들어보면 장기하의 『별일 없이 산다』가 대단한 노래이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로 시작했다가 “하루하루 즐거웁다/ 나는 사는 게 재밌다/ 매일매일 신난다”로 끝난다. ‘별일 없이 산다’는 경지에의 도달과 이 ‘별일 없이 산다’는 모드의 안정적인 유지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행복은 어쩌면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아닌 영(零)에 수렴하는 가치일 수도 있다. 있고 없음이 아닌, 많고 적음도 아닌 제로의 상태 말이다. 올해 초 달력을 받자마자 10월의 빨간색 숫자들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결심했다. ‘가자, 치앙마이!’ 작년 겨울에 여고 동창들과 맛집 투어를 다녀온 언니가 치앙마이 여행책자를 건네주며 “치앙마이야말로 너가 딱 좋아할 분위기더라. 꼭 다녀와라”라고 등을 떠밀기도 했고 치앙마이 한두달 살이를 경험하고 돌아온 지인들이 전해준 이야기들이 하나같이 칭찬 일색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치앙마이에서의 여행은 심플 그 자체로 진행되었다. 식사, 커피, 망고 아사이볼, 산책 그리고 마사지를 한 세트로 설정하고 여행 내내 시간과 장소만 바꿔가며 이 세트를 무한반복하는 방식으로! 치앙마이 카페의 시그니춰 메뉴로 알려진 더티라테와 나의 최애메뉴인 아이스라테를 동시에 시켜 카페마다의 특징을 비교해가며 커피를 맛보았다. 하루 몇 잔을 마셨는지 카운트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원없이 커피를 마신 것 같다. 카페인 과다 복용에도 나의 수면과 위장의 루틴은 유지되었다. 긴 연휴를 보내고 있다는 행복감이 모든 이슈를 압도해버린 느낌이랄까?! “치앙마이에서 딱 하나의 카페를 고르라면 저는 이 곳입니다”라는 구글 한줄평을 읽고 귀국날 아침 방문할 마지막 카페를 결정했다. 걸어가기에는 거리가 좀 있어서 볼트앱으로 택시를 호출해서 오전 8시 오픈 시간에 맞춰 도착한 Asama coffee & Roastery라는 카페는 레이크랜드 빌리지라는 주택단지 안에 위치해 있었다. 택시에서 내려 카페 안으로 들어서니 호젓한 호수, 호수 중앙의 과하지 않은 분수대, 호수 건너편의 울창한 숲 그리고 띄엄띄엄 놓여진 테이블까지 한 폭의 수채화가 완벽하게 현실로 구현된 풍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밀크푸딩 위에 쌉싸름한 에스프레소가 곁들여져 있는 대표 메뉴를 입에 머금은 채 눈으로는 초록뷰를, 이마로는 바람을 느끼며 귀로는 장기하의 『별일 없이 산다』를 들으니 술맛보다 커피맛이 좋음을 깨달았다. 치앙마이에서의 마지막 커피를 음미하며 지난 며칠간의 여행을 복기해 보았다. 이 행복을 그 어떤 문장으로 감히 표현할 수 있으랴? 『백만장자와 승려』 (비보르 쿠마르 싱, 다산초당, 2022년 2월) - 비영속성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본질이다. 우리는 거대한 영혼으로부터 태어나지만, 오로지 한정된 시간 동안만 세상을 살아가며 감각을 통해 존재를 경험한다. - 행복으로 가는 본질적인 방법은 중요한 것에 생각을 집중하는 것이다. - 자연과 대면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을 다양한 행복의 색채로 채워준다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 행복과 아름다움은 외로운 고요함 속에서만 느껴질 수 있는 법이다. - 본인 인생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남을 탓하기 시작하는 순간, 통제력을 타인에게 넘겨주고 행복해질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는 직업적인 목표를 행복과 일치시키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 행복은 단순 도달할 수 있는 수량적인 목표가 아니라 스스로 얻어내야 하는 삶의 질적 상태이다. - 깊은 행복이란 감사한 마음으로 잘 보낸 하루하루 속에서 평범한 요소들이 만들어낸 총합일 뿐이다.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 탐구 보고서』 (로버트 윌딩거, 비즈니스 북스, 2023년 10월) - 우리 삶에서는 우연한 만남과 뜻밖의 사건이 늘 일어난다. - 다른 사람과의 접촉 빈도와 그 질이 행복을 예측하는 두 가지 주요 변수이다. -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항상 있을 거라고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현재의 순간만 있다. - 에우다이모니아(eudai monia)라는 용어는 사람이 자신의 삶에 의미와 목적이 있다고 느끼는 깊은 행복 상태를 말한다. - 자신이 원하는 것보다 더 고립된 사람은 다른 이들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보다 건강이 빨리 나빠진다. 외로운 사람은 수명도 짧다. - 좋은 인생은 바로 눈앞에 있고 때로는 팔만 뻗으면 닿을 수 있다. 그리고 지금부터 시작된다. - 평생에 걸친 종단 연구의 장점 중 하나는 한 사람이 평생 걸은 모든 길을 지도로 그릴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리처드 J. 라이더, 북플레저, 2024년 3월) - 사람들은 활기와 행복에 꼭 필요한 미묘하고도 결정적인 요소를 잃어버렸다. 그것은 바로 독창성이다. - 사람들이 대부분 겪는 비애는 자기만의 성공관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는 데 있다. - 바람직한 삶은 여행과 같다. 그것은 한번 성취하면 평생 고이 모셔두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끝없이 변하는 것이다. - 인생의 중반기에 이르면 대부분 꿈을 이루었거나 이루지 못했거나 둘 중 하나의 상태가 된다. 그리고 어느 쪽이든 문제는 생기기 마련이다. - 삶에는 우리가 위기라 부르는 순간을 포함하여 변화가 필요한 여러 국면이 있다. - 바람직한 삶을 찾아가는 여정은 일상과 꿈의 합작품이다. 하지만 그런 삶을 살 수 있으려면 바깥세상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 『행복은 발가락 사이로』(이광이, 삐삐북스, 2024년 10월) - 인간사 행이며 불행이며, 즐거움이며 노여움은 무엇이냐? 나고 죽음까지 다 뜬구름 같은 것이로되! - 공자는 함[爲]으로 이루고, 노자는 하지 않음[無爲]으로 이룬다. 둘은 함과 하지 않음에서 다른 듯하지만 긴 시간 끝에 이르러 같아진다. - 공자는 계곡과 비탈을 걸어 다니고, 노자는 봉우리에서 봉우리로 날아 다닌다. 전에는 공자가 좋더니, 무릎이 아픈 뒤로는 노자가 좋다. - 반야는 지혜다. 지혜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 속에 있다. 금도끼, 은도끼를 봤으면서 무심코 쇠도끼를 집는 사람에게 행복과 불행이 따로 있겠는가! - 불가역, 퇴행성 이런 말들은 과거로는 못 간다는 뜻이다. 몸이 조금 더 좋았던 어제 혹은 그제, 그러니까 내가 태어나던 방향 쪽으로는 못가고 몸이 점점 더 나빠질 내일과 모레, 그러니까 죽음 쪽의 방향으로 밖에 못 간다는 뜻이다. - 세상에 깨달음이 따로 있지 않고, 행복과 불행이 다름 아니며, 기쁨과 고통 또한 그러하니, 헛것 좆지 말고 바로 지금 곁을 돌아보라. - 세월은 아침에 세수하는 손가락 사이로 왔다가 저녁에 양말을 벗는 발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리고 없다. 『만약 우리가 천국에 산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토마스 힐란드 에릭센, 레디투다이브, 2025년 3월) -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밋밋하고 지루한 일일지도 모른다. 또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새롭게 불평할 거리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 적당한 시간 내에 적절한 선택의 자유를 경험하게 될 때 사람들은 만족감을 얻는다. -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를 손에 넣게 되면, 사람들은 무언가 다른 의미 있는 일이나 활동에 눈을 돌리기 마련이다. - 만족과 실망의 반복 속에 행복이 있다. -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중요한 것은 여행지가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다. - 관광지의 매력은 실제 경험이 10퍼센트이고 우리의 기대감에 나머지 90퍼센트가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기대의 힘은 경험의 힘보다 강하다. - 실현할 수 없는 야망과 그 어떤 야망도 찾아볼 수 없는 무덤덤함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그 부분에서 1인자가 되지 않더라도 그 삶은 얼마든지 가치있는 삶이 될 수 있다. - 행복이란 다른 어떤 일을 하던 중에 얻을 수 있는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긍정적 부작용 같은 것이다. 관심있는 감독들 혹은 배우들의 작품들은 개봉 예정일을 메모해 두었다가 개봉 당일날 보는 것이 나의 영화 관람 원칙이다. 스포 영상을 접하지 않고 개봉 첫날 영화를 관람하면 최대한 싱싱한 상태의 작품에 보다 몰입할 수 있어서 좋고 관람 후 평론 영상 두세개를 연달아 학습하고 나면 그제서야 영화를 완전히 이해하게 된다. 지난 9월24일 문화의 날 개봉한 『어쩔수가없다』는 영화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영화관람 할인권 발급까지 더해져서 1000원이면 볼 수 있다는 광고 덕분인지 개봉일 영화관은 빈 좌석이 거의 없었다. 이런 풍경은 『기생충』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조용필의 『고추잠자리』가 흐르던 처절한 싸움씬과 생경했던 가면무도회의 춤씬 그리고 “어쩔 수가 없다”를 랩처럼 무한반복하며 이마를 두들기던 클로즈업된 이병헌의 얼굴 등 시각적으로 또렷하게 기억되는 선명한 장면들이 유독 많았다. 흘러간 옛 가요를 OST에 꼭 등장시키고 영화 미술에 조예가 남다른 박찬욱 감독의 취향이 장면 하나하나에 묵직하게 배어들어 있었다. 『어쩔수가없다』 제목에 띄어쓰기를 안 한 이유에 대해서 감독은 하나의 감탄사처럼 보이기를 원해서 일부러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붙여서 발음해보니 숨 쉴 틈도 없는 절박함을 표현하는 감탄사로 느껴지기도 한다. ‘어쩔 수가 없다’…행복의 다른 이름은 아닐지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경우에 “어쩔 수가 없다”라고 말하는가? 피할 수 없고 외면할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는, 누릴 것보다 책임질 일이 더 많은 어른의 삶은 막다른 골목처럼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개는 절망적인 기운을 품은 절박함 일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삶을 사는 이들을 위로하는 의미로 ‘받아들임’ 또는 ‘내려놓음’의 희망적인 의미로는 해석될 수는 없을까? 좌절이 아닌 자족의 애티튜드. 억지스럽게 일부러라도 ‘어쩔 수가 없다’는 행복의 다른 이름이 되어야 한다는 자기암시를 시도해본다. 지난 10월10일 서영석 의원 등 51명의 국회의원이 한의사에게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의 의료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지난 1월 수원지방법원에서 받은 엑스레이 골밀도 측정기 사용을 한 한의사의 무죄 판결이 개정 추진 이유 중 하나로 언급되었다. 의협은 의원들이 한의사들에게 속아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자 국민건강에 위험천만한 법안 발의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국민 대상 실험과 다를 바 없다』 병원신문, 2025년 10월20일 /『한의계, 엑스레이 사용 시도.. 한의사 정체성 포기하나』 메디컬타임즈, 2025년 10월23일) 정체성마저 의심 받아야 하는 한의사들은 2025년 지금 이 순간 과연 무사한가? 대세를 거스르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작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요구된다. 그래도 튼튼한 튜브 하나 부여잡고 있으면 물살이 아무리 거세도 살아 돌아갈 방향을 찾으며 잠시 숨을 돌릴 여유가 생긴다. 어쩔 수 없이 선택했고 그렇게 운명지워진 삶이라도 끝까지 멋지게 살아내고 싶다. 버티고 버티다보니 파란색이었던 주식창이 최근 드디어 붉게 타오르고 있다. 행복이 뭐 별건가?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나는 사는게 재밌다/ 매일매일 하루하루 아주 그냥” -
“인류의 의학, 철학에서 치유로”장재진 교수 ·동명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인도철학박사 ·국제지역학박사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존스홉킨스대학에서 ‘Buddhism, Healing, and Asian Medicine’을 주제로 개최된 국제심포지엄에서 장재진 동명대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발표한 ‘The Philosophical Foundations of Oriental Medicine: Comparative Perspectives on ‘the Five Principles’ in Indian Medical Philosophy and Korean Traditional Medicine’을 정리해 게재한다. 이번 발표는 오는 12월 개최 예정인 ‘불교와 한의학 학술대회’에서 상세하게 발표될 예정이다. 철학으로부터 다시, 치유를 묻다 의학은 단순히 병을 다루는 기술의 집합이 아니다. 그 기원은 ‘생명은 무엇이며, 어떻게 함께 조율되는가?’라는 철학적 물음에서 비롯됐다. 고대의 의술은 실험보다 사유에서 시작됐고, 인간과 우주는 분리된 실체가 아니라 상호 의존하는 하나의 생명망으로 이해되었다. 건강은 그 관계의 안정된 궤도, 치유는 무너진 리듬을 다시 맞추는 ‘관계의 재조율(resynchronization)’이다. 이러한 관점은 인도와 한국의 전통의학에서 가장 정교하게 발전했다. 인도의 오대(五大, pañca-mahābhūta)와 한국의 오행(五行, 五運·六氣)은 단지 철학 개념을 넘어, 임상·수행·우주론을 하나로 잇는 통합적 사유의 축으로 작용했다. 이 두 전통은 각각 존재의 구조와 변화의 질서를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 치유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물음에 답하고 있다. 인도의 오대- 존재의 구성과 조율의 원리 인도의 의학과 철학은 상키야(Sāṃk hya), 아유르베다(Ayurveda), 요가(Yoga), 탄트라(Tantra)의 네 전통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그 핵심에는 다섯 근본 요소, 즉 오대(地·水·火·風·空)가 자리한다. 이들은 우주와 인간의 물질적·형이상학적 기반으로, 존재의 구성과 생리의 작동을 동시에 설명한다. 상키야 철학은 푸루샤(Puruṣa, 순수의식)와 프라크리티(Prakṛti, 물질)의 상호작용 속에서 우주가 전개된다고 보며, 그 안에서 25원리를 체계화했다. 요가는 이러한 세계관을 실천 체계로 전환하여 아사나·호흡·명상을 통해 심신의 정화를 도모하고, 의식의 본래적 평정을 회복하려 하고 있으며, 아유르베다는 오대를 세 가지 기능적 원리인 도샤(Doṣa: 바타·피타·카파)로 집약해 생리·병리·치료의 기준으로 삼았다. 건강은 오대의 균형이며, 질병은 그 불균형이다. 식이·생활·명상·약물의 조화를 통해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곧 치유이다. 탄트라 전통은 오대를 역동적 에너지의 장으로 재해석했다. 차크라(cakra)와 나디(nāḍī)라 불리는 미세 에너지 체계와 오대의 상응 관계를 통해, 신체·의식·우주의 구조적 동일성을 탐구했다. 오대는 더 이상 단단한 물질이 아니라, 의식의 진동이 물질로 나타난 형태이며, 수행과 의례를 통해 조율 가능한 에너지로 이해되었다. 따라서 인도 전통에서 오대는 단순한 구성 요소가 아니라, 존재·의식·치유를 연결하는 다리였다. 한국의 오행- 관계와 변화의 동학 한국의 전통의학은 중국의 음양오행론을 계승하면서도, 지역적 경험과 문화적 사유를 결합해 독자적 체계를 세웠다. 『향약집성방』, 『의방유취』, 『동의보감』은 이를 집대성한 대표적 성과이며,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은 체질의학이라는 새로운 해석 틀을 열었다. 한국 의학의 중심에는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이 있다. 음양이 우주와 생명의 이원적 균형을 설명한다면, 오행은 변화의 구체적 법칙을 서술한다. 목(木)·화(火)·토(土)·금(金)·수(水)의 다섯 기운은 상생(相生)·상극(相剋), 상모(相母/相侮)·상승(相乘), 그리고 대대(對待)의 관계 속에서 순환한다. 이 질서는 단지 우주의 원리가 아니라 인체의 지도이기도 하다. 장부-정서-환경의 상호작용은 이 오행의 질서 속에서 해석된다. 예컨대 간(木)은 혼(魂)과 창의성을 주관하고, 심(火)은 신(神)과 의식을 다스리며, 비(土)는 의(意)와 사려의 중심이 된다. 이러한 연계 속에서 침과 뜸, 한약과 섭생, 호흡과 도인이 조화롭게 배치된다. 운기학(五運六氣)은 오행의 변화 원리를 천간·지지·기후와 결합시켜 계절별 병기의 흐름을 예측하는 체계이다. 육기(風·寒·暑·濕·燥·火)의 편승과 체질·연령·생활양식의 상호작용을 통합적으로 고려함으로써, 인간과 환경의 조화를 꾀한다. 오늘날 기후위기와 고령화라는 시대적 문제 속에서, 이 전통적 세계관은 예방의학과 공중보건의 철학적 토대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수행과 명상- 의식과 임상의 다리 불교 전통은 오대의 체계를 사대(四大)로 단순화하고, 이를 사념처 수행과 결합시켰다. ‘지·수·화·풍’의 관찰은 물질·감각·감정의 상호 의존성을 체험적으로 드러내며, 무상과 무아의 통찰로 나아간다. 이 수행은 단순한 명상법이 아니라, 감정 조절·통증 인식·호흡 조율 등 현대 임상적 차원과도 깊게 연관된다. 요가와 프라나야마, 명상은 신체의 생리와 의식의 흐름을 동시에 조정한다. 최근의 신경생리학 연구에서도 이들은 자율신경 균형, 염증 지표, 통증 감수성의 조절 효과를 보인다. 전통적으로는 이를 도샤의 균형, 기혈의 순환, 정서의 안정으로 해석했다. 수행은 곧 의식의 임상학(Clinical Science of Consciousness)이며, 명상은 심신 상호작용의 실험장이다. 치유의 철학, 미래 의학의 길 인도의 오대와 한국의 오행은 각각의 문화 속에서 발전했지만, 궁극적으로 의식·물질·환경이 서로를 조건 짓는 상호생성(co-origination)의 철학을 공유한다. 이 관점은 근대 의학이 간과한 관계의 차원을 복원한다. 치유란 세포나 조직의 수리에 머무는 행위가 아니라, 삶의 리듬을 다시 맞추는 예술이자 기술이다. 오늘날 통합의학과 의학인문학은 이러한 전통적 지혜를 근거 중심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진단, 예방, 치료, 수행, 양생이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될 때, 의학은 단순한 치료술을 넘어 생명·의식·환경의 관계를 읽는 지성이 된다. 오대와 오행은 그 물음에 대한 동양의 응답이다. 의학이 철학을 만나고, 치유가 존재·관계·환경의 조화로 확장될 때, 우리는 다시금 생명의 의학과 치유의 철학이 열어주는 길을 보게 될 것이다. -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306)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2009년 허준의 『동의보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되었을 때의 감동을 떠올릴 때마다 온몸에 전율이 온다. 벌써 16년이나 흐른 일이지만 그 때의 감동이 여전히 영육에 깊숙이 새겨져 있다. 한의학은 동아시아 전통의학의 총아로서 문화유산적인 요소가 강하다. 문화유산이라면 유형유산, 무형유산, 기록유산, 자연유산, 고고유산, 지역유산 등으로 구분되는데, 한의학은 이러한 유산에 속하는 영역의 콘텐츠가 풍부한 학문 분야라 할 수 있다. 침과 뜸, 약연, 약탕관, 환약제조기, 약볶기, 약두구리, 협도 등의 각종 의료기와 근현대 개발된 맥진기, 물리치료기 등은 유형유산에 속하는 것들이며, 사암침법, 태극침법, 사상체질의학, 부양론 등의 무형유산, 동의보감, 향약집성방, 의방유취 같은 기록유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산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고고학적으로 발굴되는 돌침과 골침, 철제 침, 竹簡 의학기록 등은 고고유산이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현재 한국의 지방지자체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한의학 지역문화유산 관련 사업들은 문화유산으로서의 한의학의 학문적 저변이 얼마나 다양한지는 보여주는 증거이다. 학자로서의 삶에서 대부분의 시기를 인문학적 연구에 매진해온 필자의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문화유산으로서의 한의학에 대한 우리 사회와 국가에서의 관심도는 많이 실망스러운 정도라고 생각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4차혁명의 시대를 맞이하여 AI라는 새로운 희망에 고무되어있다. 문화유산의 측면에서 최근에 ‘문화유산의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시대적 변환의 과제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한의학의 강점인 문화유산적 측면에 대한 재인식과 강화는 의료로서의 재연성과 실천적 당위성을 담보해주는 자료로서 큰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는 것이다. 기존의 과학적 연구의 근거중심 의료적 연구에 덧붙여 역사 근거 중심의 의료(Historical Based Medicine)를 구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한의학의 커다란 강점으로 작용될 수 있는데, ‘디지털 대전환’의 힘이 여기에 보태진다면 충분히 가능해질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디지털 대전환’은 한의학의 발전에 있어서 큰 전기가 될 것이다. 지난 9월30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한국한의약진흥원과 대한한의사협회 공동주관과 보건복지부 후원으로 ‘디지털 대전환시대의 한의약: AI와의 동행’이라는 제목의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한의학 분야에서 AI 관련한 연구를 하는 연구자분들과 AI 관련 시스템 전문가, 관련 정책입안자, 행정가, 관련 단체의 대표, 학계 관계자 등 다방면의 관련자들이 모여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AI 관련 한의계에 R&D 자금이 충분하게 계획되어 있지 못하다는 슬픈 이야기도 여기에서 듣게 되었다. ‘디지털 대전환’으로 이루어질 한의학의 미래에 대한 충분한 확신이 형성되어 있지 못한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토론회에서는 현실적으로 진료에 필요한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구축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 강력한 언급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이원화된 의료체계에서 한의학을 담고 있는 빅데이터가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 확대될 한의건강보험, 한의약디지털헬스케어, 한의학산업생태계에 혁신적 활력 부여, 한의학을 통한 지역의 활성화 등 현실적 문제뿐 아니라 ‘K-Medicine’의 글로벌 확산을 위한 ‘한의학 빅테이터’의 구축이라는 공동 목표의 공감으로 모아지는 것이다.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Netflix 에니메이션 영화로 인하여 세계인들에게 한국 한의학이 홍보되어 한의학 의료관광을 오는 외국인의 숫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한의학의 글로벌 확산을 위해 ‘디지털 대전환’이 크게 필요하다는 것을 공감하게 되는 대목이라 하겠다. -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Ⅱ ⑱한상윤 원광대 한의과대학 교수 (한의학교육학회 회장)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원광대 한의과대학 한상윤 교수(한의학교육학회 회장)로부터 한의학 교육의 질적 향상과 함께 우수한 인재 양성을 위해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Ⅱ’ 코너를 통해 한의학 교육의 발전 방향을 소개하고자 한다. “어떤 과목을 가르치세요?” 한의과대학 한의학교육실 전임교원이라는 내 소속을 포함한 소개를 하고 나면 으레 따라 나오는 질문이다. 이런 상황은 주로 상대방이 한의대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일 때 발생하곤 하는데, 때때로 한의사들도 같은 질문을 하기도 해 순간 당황스러운 경우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최근 이직하여 소속 학교를 변경하였기에 소개할 일이 늘어나 부쩍 이러한 경우가 많았다. 상대방은 한의대 교수라고 하면 어떤 과목을 맡아 강의를 하는가 하는 교과목 중심의 사고를 먼저 하기 때문이다. 아직 ‘한의학교육실’이라는 기구가 생소하기 때문일 것이고, 한의학교육에 대한 관심이 적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하기야 한의과대학에 근무하는 교원이라 할지라도 한의학교육실의 역할에 대해 오해하거나 잘 모르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한의학교육실을 인지하기를 바라는 것은 분명 욕심일 것이다. 그래도 최근 들어 한의계 전반에서 한의학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물론 한의학교육실이 실질적 성과를 내고, 그것을 널리 알리며 우수한 한의사 배출에 기여하는 것이 가장 정석일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는 그보다 조금 더 빨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인지상정이다. 한의학교육실, 한의대 교육의 변화 추진 조직 한의학교육이 변해야 한다는 말은 이제 낯설지 않다. 의료 환경은 빠르게 바뀌고 있고, 사회가 요구하는 한의사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그러나 교육의 변화는 선언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철학과 계획이 있어도, 그것을 실행할 구조와 시스템이 없다면 변화는 공허한 구호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바로 그 변화를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조직이 ‘한의학교육실’이다. 한의학교육실은 한의과대학의 교육혁신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자리 잡아야 한다. 각 대학의 교육 상황과 여건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교육실은 교육과정 관리, 교수역량 개발, 학습성과 평가, 학생지원 체계 구축이라는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니라, 교육의 질을 보증하고 교육 문화를 만들어가는 ‘거점’이자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한의학교육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교육과정의 관리와 질 개선이다. 오늘날 한의학교육은 전통 한의학을 계승하면서도 현대 의료 환경의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 교육실은 각 교과목의 편성 및 교육과정의 체계성과 적절성을 점검하며, 시대 변화에 맞추어 개편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진단기기 교육, 근거 기반 한의학, 디지털 헬스케어와 같은 현대적 주제를 커리큘럼에 반영하고, 과목 간 중복과 단절을 조정하여 학생이 보다 통합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한의학교육실은 ‘교육생태계의 플랫폼’ 다음으로는 교수역량 강화와 교수법 개선을 들 수 있다. 좋은 교육은 결국 교수자로부터 시작된다. 교육실은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교수법 워크숍, 수업코칭, 동료평가, 교육 세미나 등을 통해 교수자의 전문성을 높인다. 특히 최근에는 학생 중심의 수업, 문제중심학습(PBL), 팀기반학습(TBL), 포트폴리오 평가 등 새로운 교수법이 확산되고 있는데, 교육실은 이러한 교육방식을 실제 수업에 안착시키기 위한 지원을 담당한다. 단순한 전달식 강의가 아니라, 학생의 참여와 사고를 유도하는 수업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학습성과 평가 시스템의 구축 역시 교육실 주도로 이루어진다. 한의학교육실은 교육성과를 체계적으로 측정하고 분석해, 교육과정과 평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관리한다. 필기시험뿐 아니라 임상술기평가(OSCE), 포트폴리오, 태도평가 등 다면적 평가가 확대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교육실은 이러한 평가체계의 설계와 운영을 주도하며, 교수자 간의 평가 기준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나아가 학생 개인별 학습성과를 데이터로 관리하여, 학습지원 및 피드백 체계와 연계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마지막으로 한의학교육실은 학생 지원과 상담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한의대생들은 긴 학업과정에서 방대한 학습량과 경쟁 체제로 인한 높은 학업 부담 속에서 정서적·심리적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교육실은 학생 상담, 학습코칭, 진로지도, 학습 부진 학생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통해 학생이 학업 실패를 성장의 기회로 전환하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유급 학생을 위한 개별 학습지원 프로그램의 운영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는데, 교육실이 그 중심에 서 있다. 학업 성취뿐 아니라 정서적 회복력과 자기주도성을 키워주는 교육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학생 중심 교육’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의학교육실은 교육의 철학과 방향을 실제로 구현하는 ‘교육혁신의 허브(Hub)’이자, 교수·학생·대학을 잇는 ‘교육생태계의 플랫폼’이다. 과거에는 교육이 교수 개인의 역량과 열정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대학 차원의 체계적 관리와 조직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한의학교육실은 바로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된다. 앞으로의 한의학교육실은 세 가지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첫째, 데이터 기반 교육 관리체계 구축이다. 학생의 학습성과, 강의 평가, 시험 결과, 실습 평가 등을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분석하여 교육 개선에 활용해야 한다. 둘째, 교수학습 공동체의 운영이다. 교육실이 교수들 간의 소통과 협력을 촉진하여, 교육 노하우를 공유하고 집단적 성찰이 이루어지는 장이 되어야 한다. 셋째, 사회와 연결된 교육실이다.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의료계, 지역사회, 정책기관과 협력하여 사회가 요구하는 한의사 상과 교육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한의학교육의 미래를 현실로 만드는 통로 결국 한의학교육실은 한의과대학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두뇌와 심장 같은 존재이다. 한의학교육실이 제대로 기능하며 자리 잡을 때, 한의학의 전문성과 사회적 신뢰도 함께 높아질 것이다. 한의학교육의 변화는 어느 한 교수의 열정이 아니라, 한의과대학의 시스템과 문화가 바뀔 때 가능하다. 좋은 교육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누군가의 철학과 헌신, 그리고 그 철학을 실현할 구조가 필요하다. 한의학교육실이 바로 그 기반이자, 한의학교육의 미래를 현실로 만드는 통로가 될 것이다. 이 기구가 각 대학에서 제 역할을 다할 때, 한의학교육은 비로소 사회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다. -
국제보건의 길,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김재균 한의사 아시아개발은행(ADB) 보건전문관 안녕하세요. 저는 15년 차 국제보건 활동가이자 한의사인 김재균입니다. 처음 한의사협회에서 수기문 제안을 주셨을 때 감사한 마음도 있었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과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망설임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얼마 전 런던 위생·열대의학대학원(London School of Hygiene & Tropical Medicine)에서 보건학 석사 졸업을 앞둔 한의사 한 분과 올해 새로 석사 과정에 입학하신 두 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같은 국제보건 분야에 관심 있는 한의사들을 만나 반가웠고, 동시에 보건학 석사 이후 제가 지나온 여정들이 떠오르며 여러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걸어온 경험이 새로 국제보건 분야에 발을 들이시는 분들께 작은 참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저 역시 앞서 길을 내주신 선배님들의 발자취에서 큰 도움을 받았던 마음을 떠올리며 적어봅니다. 간략하게 지나온 길을 말씀드리면 저는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졸업 후에 존스홉킨스에서 보건학 석사를 취득하고 WHO를 거쳐 현재는 아시아개발은행 (ADB)에서 보건전문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일견 큰 무리 없는 커리어 패스로 보이지만 그 과정 중에는 거주지를 8번, 체류 국가를 4번 옮기고 28번의 계약서에 서명했으며, 불합격 통보 메일은 셀 수 없을 만큼 받아왔습니다. 가장 길었던 채용 과정은 2년 반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WHO와 ADB 외에도 정부기관, 임상시험센터, 국내외 학계, 국내외 컨설팅펌, NGO등에서 일을 했고 그 중 가장 길었던 계약은3년, 가장 짧았던 계약은 6주 였습니다. 고용의 불안정성과 재정적 기회 비용 때문에 국제보건을 진로로 고민하시는 분들께 선뜻 추천드리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보건은 의미가 깊고 매력적인 분야입니다. 특히나 한의사와 연관이 깊은 국제보건의 전통의학 분야는 중요하지만 활동 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아서 더 확대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는 이전 한의약진흥원 웹진에 기재한 기고문이 있어 공유 드립니다 (https://nikom.or.kr/webzine/index.php?theme=202406&GP=board&GB=8&key=78&page=&ACT=read). 국제보건 분야에 진출을 희망하는 한의대생이나 졸업 후 경력이 많지 않은 분들께 우선 권해 드리고 싶은 것은, 가능한 시기에 인턴십 등으로 현장에서 직접 경험을 쌓아보신 뒤 본인에게 이 분야의 일이 적합한지 판단해보는 것입니다. 그 이후에 보건학 석사 학위(MPH) 취득을 고려하시길 추천드립니다. 국가에 따라 1년 또는 2년 과정이 있으며, 이는 국제보건 분야에 입문하고 실무 역량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본인이 이 분야에 적합한지 판단하는 데도 적절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많은 국제보건 관련 직무가 석사 학위를 필수 요건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상에서 오래 활동을 하셨는데 국제보건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KOICA의 국제협력의사 자리 등도 있습니다. 국제보건 분야에서 일을 하다 보면 항상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됩니다. 한의사가 개원 외의 다른 길을 선택했을 때, 개원과 비교하여 재정적으로 우위를 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공직이나 연구직에 근무하시는 한의사분들을 만나 얘기를 나눠보면 모두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계십니다. 농담 삼아 내년에는 꼭 개원할 거라고 하기도 하고, 실제로 하던 일을 그만두고 개원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본이 많은 부분을 결정짓는 사회에서 재정적으로 더 나은 선택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외의 선택지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직업 선택에 있어서 제가 좋아하는 벤다이어그램이 있습니다. 좋아하고, 잘할 수 있으며, 세상에서 필요로 하고, 돈도 벌 수 있는 그런 직업을 가지는 것이 가장 행복한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에게는 국제보건이 (마지막 항목은 쉽지 않지만) 이 벤다이어그램을 가장 만족시키는 일이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국제보건 분야로 진출하기로 결심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따뜻한 응원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고민과 갈등이 있을 테지만, 뜻이 있으면 길은 열리더군요. 그리고 중간에 다른 트랙으로 가셔도 괜찮습니다. 기회는 도둑처럼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데, 준비만 되어 계시면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많지 않아서 정보를 찾으시기 쉽지 않으실거에요.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언제든지 제 링크드인( https://www.linkedin.com/in/jae-kyoun-kim-36857a28/ ) 통해서 연락 주셔도 괜찮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두 위 벤다이어그램의 ‘Bliss’ 지점을 찾아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