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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과 함께 한 외길 인생 50년[한의신문=하재규 기자] 50년 간 박물관 외길 인생이라는 역사를 써온 김쾌정 관장. 그가 허준과 <동의보감>의 역사를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재창조한 ‘허준박물관’의 관장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편안한 쉼의 공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김쾌정 허준박물관장 (2005~2023년) 그럼에도 그는 1일 허준박물관을 찾아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의성 허준과 동의보감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 배경 및 가치를 비롯 현재의 한의학과 국민건강에 미친 영향을 설명하는 등 자원봉사자로서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고려대학교 사학과 졸업 후 우리나라 최초의 기업박물관인 한독의약박물관 학예직으로 1973년에 입사한 것이 박물관 외길 인생을 걷게 된 운명의 첫 시작이었다. 이후 1984년에 한독의약박물관 관장으로 승진하는 등 2004년까지 32년 2개월을 박물관의 삶으로 보내다 정년퇴임했다. 그 이후 2005년 개관한 초대 허준박물관장으로 취임, 지난해 말 퇴임하기까지 18년 11개월 동안 또 다시 박물관의 역사를 써내려왔다. -햇수로 따지면 만 50년 1개월간 박물관이란 한 분야에서 일하셨습니다. “40년간 박물관장으로 활동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기록이기도 합니다. 그런 만큼 시원섭섭한 느낌도 많지만 너무나 큰 영광의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모든 것에 감사할 뿐입니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허준박물관은 조선시대 명의 허준(許浚)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고자 설립됐다. 그는 이 같은 목적에 충실한 것이 허준박물관장의 역할이라는 신념으로 재직하는 동안 숱한 전시와 관련 사업을 통해 허준박물관의 퀄리티를 높였고, 한의약 전문 박물관이라는 확고한 위상을 세웠다. <역병을 이겨내는 마음의 백신>, <동의보감 속 약초 민화전>, <세계의 약초 특별전>, <동의보감 속 동물약재 특별전>, <한의학의 맥을 찾아서>, <약장, 건강을 염원하다>, <동의보감 특별전>, <동의보감과 약재의 향기> 등 수많은 상설전과 특별전이 모두 그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많은 업적 가운데에서도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부분은 따로 있을 것 같습니다. “의성 허준 선생께서 지으신 저서 중 전염병 관련 의서인 <신찬벽온방>(보물 제1237호)과 현존하는 한글 의서 가운데 가장 오래된 <언해구급방>(보물 제1087호)을 수집해 각각 국가 지정문화재인 보물(寶物)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큰 보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동의보감> 2015년 국보 제319호로 승격 시민과 함께하는 ‘허준박물관’으로 큰 인기 ‘문화유산보호 유공자’로 대통령표창 수상 <신찬벽온방>, <언해구급방> 보물로 지정 -<동의보감>의 국보 승격도 이뤄내셨습니다.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동의보감>은 2009년 등재 당시에는 보물(제1085호)로 지정된 상태였습니다. 이를 문화재청에 여러 차례 국보(國寶)로 승격시켜 줄 것을 건의해 마침내 2015년 6월 22일에 국보 제319호로 승격이 된 쾌거가 있었습니다.” 그는 ‘2022 문화유산보호 유공자 시상식’에서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회 부위원장, (사)한국박물관협회 제10대 회장,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 한독의약박물관장, 허준박물관장으로 재직하면서 국내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박물관 문화를 발전시키는데 크게 일조한 공로를 인정받은 셈이다. -박물관이라는 외길 인생의 마침표를 멋지게 찍었습니다. “나름 박물관 지킴이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던 나날들이 벌써 50년을 넘어섰습니다. 최근에는 오프라인만이 아니라 메타버스의 가상공간을 통한 박물관 문화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특정한 주제와 공간이 언제 어디서든 모두의 주제이자 공간으로 각광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만큼 박물관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책임감과 역량도 남달라야 할 것입니다.” 허준박물관은 올 초 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전시홍보과장으로 활동했던 김충배 신임 관장을 맞아 들였다. 그의 임기는 2026년 1월15일까지다. -신임 관장에게 바라는 바도 있을 것 같습니다. “허준박물관은 의성 허준 선생의 숭고한 이념과 뜻을 기리는 기념관 성격의 박물관으로 설립된 만큼 각종 행사나 특별전 등을 개최할 때 그 중심에는 늘 허준 선생과 <동의보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좋겠습니다.” 50년간 마치 박물관의 박제된 전시 물품처럼 박물관의 일부이자, 모든 것이기도 했던 그가 마침내 햇살 찬란한 유리문 밖으로 외출을 감행했다. -앞으로 무엇을 하실 계획이신가요? “50년간 한 번도 제대로 쉬어 본 적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이제 한동안 좀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혹시 인연이 닿아 마지막으로 봉사할 박물관이 있는 지도 살펴볼 예정입니다. 그동안 저와 허준박물관을 사랑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
"꿈을 이루는 일"황윤신 한의사 ‘내가 한의사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던 날이 언제였더라?’ 그 질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내 인생 마지막 사법고시를 치고,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한동안 집에서 칩거한 적이 있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쓸모 없어 보였다. 도대체 뭘 하면서 살아야 할까? 다시 방향을 잡아야 하는 순간이었다. 그 질문에 답을 준 계기는 이태석 신부님의 기록이었다. 이렇게 넘어져 있는 내가 초라했고 가슴이 한 곳이 아렸다. 아무런 관련 없는 아프리카 땅에서 사람들과 진심으로 웃고 우는 신부님의 모습에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이런 생각이 내가 한의사가 되어야겠단 마음을 먹게 했다. 어려운 곳에 내가 쓰였으면 했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한의학을 선택했다. 그리고 입학 자소서에 그 말을 썼다. 한의사로 아프리카에서 봉사하며 살고 싶습니다. 그 말 때문인지, 나는 한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었고 나는 내가 뱉은 말의 무게를 지고 걸어야 했다. 함께 공부하는 동기들도 나는 언제가 되든 아프리카로 가게 될 거라고 마음 속으로 믿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내 맘 한구석에도 꼭 한번은 해외봉사활동을 가야 한다는 마음이 자리잡았다. 그 마음과 다르게 바쁜 일상 속에서 나는 봉사활동을 잊고 살고 있었다. 그러다 콤스타에서 하는 교육에 참여하면서 다시 한의사로서 봉사활동이라는 꿈에 불이 붙었다. 올해 다니던 곳을 그만두고 백수가 되자마자, 봉사활동이 없나 기웃거리고 있던 찰나에 캄보디아로 가는 봉사활동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꿈에 한발 다가갈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니 심장이 두근거렸다. 출발 당일, 처음 인천공항에서는 많이 어색했다. 하지만, 씨엠립 공항에서 생각보다 오랜 시간 대기하면서 어색함을 깨뜨렸다. 약과 의료 물품의 세관통관 때문에 공항 바닥에 3시간을 앉아있었다. 덕분에 캄보디아 세관을 욕하기도 하고 원장님들과 선생님들과 함께 수다도 떨면서 단장님 속도 모르고 즐거웠다.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뭐 하나 완벽한 건 없었다. 준비하는 것도, 베드 높이도, 바닥도, 통역도. 그럼에도 완전하지 않은 건 없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한다고, 손짓발짓으로 이야기하고 한국어에 영어에 구글번역기까지 동원하며 환자와 소통했다. 환자들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받기 위해서 2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뭐라고... 기다려주는 환자들에게 고마웠고,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더 좋은 치료를 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옆에서 함께 도움 주는 선생님들께 고마웠고, 통역해 주는 친구들에게도 고마웠다. 일주일이었는데, 시간은 너무 빨랐고 친해짐이 깊었기에 헤어지는 게 너무나 아쉬웠다. 마음 깊은 곳에 환자들의 눈망울이 담겼고, 그래서 환자들에게 고마웠다. 타국에서 온 우리를 반겨주는 그들의 눈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다른 환경 속 다양한 질환의 환자를 본다는 의의도 있었지만, 그런 의미를 생각하지 않아도 그냥, 따뜻했다. 추운 겨울을 잊을 만큼. 처음 한의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던 날, 그날 했던 다짐과 꿈들이 다시 생각이 난다. 한의사로서 사람들을 건강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 그렇게 어려운 곳에 내가 쓰였으면 하는 마음. 그 마음이 나를 콤스타로 이끌었고 콤스타는 나의 꿈을 이루어주었다. 캄보디아에서의 순간은 꿈을 이룬 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준 콤스타에, 그리고 따스한 눈을 내 마음에 남겨준 캄보디아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 -
“한의사의 일차의료 역할 확대 위해 한의방문진료 사업 활성화 필요”이동원 원장(광주호연한의원) [한의신문=기강서 기자] 질병·부상 등으로 인해 진료가 필요하지만 보행이 곤란한 환자들을 위한 한의방문진료 시범사업이 전국적으로 시행 중이며, 참여기관으로 등록된 한의원들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본란에서는 시범사업이 시작될 때부터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 하고 있는 이동원 원장(광주호연한의원)으로부터 한의방문진료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 및 사업 활성화를 위해 보완해야할 점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Q. 한의방문진료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한의방문진료 시범사업이란 질병·부상·출산 등으로 치료 및 진료가 필요하지만 보행이 곤란해 적절한 진료와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한의사가 직접 자택을 방문해 한의진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한의방문진료 시범사업이 없었던 시기에는 오로지 한의원에서만 환자와 만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래서 이 사업이 도입되면 공간적 제약을 넘어 환자와의 접점을 늘릴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며, 단순히 원내에서의 진료에서 벗어나 환자와 많은 교감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가졌다. 때문에 한의방문진료 시범사업이 시행된 후 이런 기대감을 가지고 지원하게 됐다. Q. 한의 방문진료의 장점은? 한의약은 내·외과 치료를 위한 전인적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대부분이 근골격계와 같은 외과적 분야에 한의진료가 더 좋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한의진료는 환자의 전반적 상태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진료와 치료의 폭이 상당히 넓다는 장점이 있으며, 이는 방문진료시에도 충분한 장점으로 적용될 수 있다. Q. 진료받는 환자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다. 거동이 불편해 직접 한의원까지 이동하지 않아도 집에서 편안히 진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한의원 근처 아파트에 거주하는 아버님께서 경추골절 이후 신경손상하 편마비 증상이 있으셨는데, 방문진료를 하러 갈 때마다 반갑게 맞아주셨고, 재활에 도움이 되는 운동을 알려드리면 항상 그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셔서 제가 오히려 더 진료에 적극적으로 임하게 된 경험이 있다. 중추신경이 손상된 환자의 특성상 신체의 변화가 잘 일어나지 않지만 그래도 긍정적으로 치료에 임해준 환자분이었기에 기억에 많이 남는다. Q. 한의방문진료 활성화를 위해 보완할 점은? 우선은 사업 도입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홍보 부족이 큰 것 같다. 많은 분들께서 이런 사업이 있었냐는 질문을 많이 하신다. 또한 현재 일반방문진료와 달리 의료취약 계층을 위한 방문진료에는 횟수 제한이 있어 많이 아쉬워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횟수의 제한 없이 한의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기대한다. 이와 함께 한의사가 활용할 수 있는 의료도구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휴대가 가능한 의료기기나 보험한약의 활용, 약침의 활용은 방문진료시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Q. 방문진료를 다니면서 느낀 점은? 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아직은 한의방문진료 시범사업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았으며, 좀 더 많은 환자들이 방문진료를 통해 한의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사업의 틀이 하나 둘씩 만들어지고, 잡혀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Q. 이외 하고 싶은 말은? 한의학이 일차의료에서의 역할을 좀 더 확장하기 위한 한의사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많은 한의사 회원들이 한의방문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할수록 일차의료에서 한의학과 한의사의 역할을 확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 또한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열심히 한의방문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해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한의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
인류세의 한의학 <27>김태우교수 경희대 기후-몸연구소, 한의대 의사학교실 인간, 중심을 살다 인류세의 기후위기를 논하는 데 있어 인간중심주의는 이제 기본적인 전제다. 인문사회과학뿐만 아니라 자연과학까지 인간중심주의의 문제에 갈수록 주목하며, 기후문제를 논의하고, 대처 방법을 찾고 있다. 이 말은 달리 표현하면, 인간중심주의의 고리를 매개로 기후위기에 대한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논의가 근접, 융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후위기가 단지 날씨의 변화에만 그치지 않고, 존재들의 삶과 생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경계 허물기의 현상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인간중심주의는 말 그대로 인간을 세계의 중심(中心)에 두는 사고다. 인간은 중심에 있고, 그 외의 비인간 생물, 무생물, 물질은 방사형으로 그 주변(周邊)에 있다. 그 배치에서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과의 거리는 인간에의 유용성으로 곧잘 결정된다. 이러한 중심주의 속에서 동물들은 고기가 되고, 나무들은 자재가 되고, 자연은 자원이 된다. 또한, 인간의 영역을 싸고 있는 환경(環境)은 중심의 바깥에 있는 외부의 영역이다. 중세 이후 르네상스 시기, 신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한 논의들은, 근대에 이르러 인간을 독보적 존재로 위치시키는 양상으로 전개된다. 인간을 가운데 두고, 그 밖의 자연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기계를 돌리고, 경제를 성장시키며 유토피아를 상상했다. 하지만 세계는 위기가 상존하는 장소가 되고 있다. 가뭄이 길게, 자주 일어나고, 예상치 못한 폭우가 극한으로 내리고, 산불에 산과 마을이 불탄다. 동식물이 극심한 기후변화에 노출되고, 중심에 있다고 생각되던 인간들도 기후위기에 따른 건강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인간중심주의는 주체, 이성을 가진 인간과 그 외의 존재, 비존재를 나누는 방식이다. 생각하는 능력이 없으면 비(非)인간이 되고, 인간중심주의의 세계에서 비인간은 수동적으로 인간의 결정에 좌지우지되는 것들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중심주의는 이러한 이성, 주체와의 관계 속에서 논의되어왔으므로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것은 주체중심주의이다. 이성, 주체를 중심에 둔다는 것은 또한 주체를 가지지 않은 존재들을 “대상(對象)”의 위치에 둔다는 것이다. 대상은 말 그대로 마주하는[對] 상[象]이다. 이 대상이라는 용어에는 빠져있는 것이 있다. 대상을 마주하는 인간이 생략되어 있다. 그 인간 주체가 마주하는 것들이 대상이다. 그러므로 인간중심주의에서는 주체를 가진 인간과 그 인간의 인식이 가닿는 대상들로 세계는 양분된다. 또한, 여기서 인간이 마주하는 것은 “존재”나 “실재”가 아니라 “상”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이 주체와 상의 관계를 전제하기 때문에, 주체중심주의에서는, 조금 강하게 말하면 주체를 가진 인간만이 존재다. 돼지, 옥수수, 말미잘, 먼지, 바다, 대기 등 비인간존재는, 주체에 의해 인식된 것의 위치에 거하는 것이 인간주체중심주의이다. 인간이 중심이 아닐 때 “대상”이 일상 언어의 일부이듯이 인간중심주의는 우리의 일상에 녹아 있다. 그러므로 인간중심주의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가 인간이고 그 중심주의 안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인간중심주의에 무감각하다. 동아시아의 생각의 방식은 인간중심주의를 고찰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인간중심주의는 중세 이후 유럽에서 인간에 대한 생각과 자연에 대한 생각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형성된 주된 생각[主義]이다. 그 생각의 방식과 동아시아의 그것을 병치해 보면 인간중심주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가 드러난다. 인간주체중심주의는 세계의 중심에 인간을 두는 생각의 방식이라면, 동아시아에서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 차별화되는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내용들이 동아시아의 의서에 있다. 이전 연재글에서 『동의보감』과 『동의수세보원』의 본문이 공히 하늘[天]으로 시작하는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통해 강조했듯이(<인류세의 한의학> 8 “자연(自然)과 자연(Nature)” 참조), 단지 몸과 질병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 몸에 연결된 세계를 같이 논의하는 경향이 강한 동아시아의학은 세계 이해, 몸 이해를 함께 살펴볼 수 있게 한다. 동아시아의학의 생각에는 인간중심주의가 없다. 중심에 인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시음양(四時陰陽)이 있다1). 인간중심주의와 같이 인간이 중심에 있고, 그 주변에 비인간 존재 사물들이 배치되는 구조가 사시음양의 사유에는 없다. “사시음양은 만물의 근본(四時陰陽者萬物之根本)”이라는 『내경』의 문장에서 드러나듯이 인간은 근본이 되는 사시음양 쪽에 있지 않고, 만물에 속해 있다. 그것도 수많은 물(物)들[萬物] 중의 하나다. 인간은 근본이 되는 사시음양도 아니고, 또한 그 근본에 의해 드러나는 만물 중에서도 돌출되지 않는다. 동아시아에서도 사람은 귀한 존재이지만, 중심주의와는 다르다. 사시음양이 만물의 근본인 것은, 주지하다시피 그것이 생장수장(生長收藏)의 순조로운 흐름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2). 봄기운은 봄기운 답고, 여름기운은 여름기운 답고... 또한 가을 다음에 겨울이 오고 겨울 다음에 봄이 오는 순조로움 속에 생명의 생명다움을 사시음양은 말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동아시아의 사유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은 특정 존재를 중심에 두지 않는다. 가운데 있는 것은 신도 아니고 인간도 아니다. 또한, 사시음양이 중요하지만 사시음양 중심주의라는 말을 사용할 수 없다. 인간중심주의와 같이 인간이 중심에 있고, 그 주변에 비인간존재, 사물들이 배치되는 구조가 사시음양의 사유에는 없다. 『내경』에서는 중심이 아니라 “근본”이라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동아시아의 이해에서 사시음양이 뿌리로써 아래에 있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는 표본(表本)의 관계가 있고 “근본”에는 지표(枝表)에의 염두가 있다. 본은 가시적이지 않고, 다양한 존재들에 스며있는 양상이다. 생명의 리듬이 근간에 있는 세계 순조롭고 때에 맞는 변화 자체가 만물의 근본이다. 그리고 그 순조로운 흐름은 모든 존재들이, 즉 만물이 공유하고 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계절로 바깥에 있기도 하지만, 장부로 몸 안에 있기도 하다. 인간 몸뿐만 아니라, 인간 아닌 존재들도 사시음양의 기운을 공유한다. 이것이 동아시아에서 “본(本)”이 존재하는 양상이다. 이것을 공유하므로 연결되어 있다. 사시음양은 변화와 생동을 말하고 있으므로 만물은 사시음양이라는 생명의 리듬을 공유하며 연결되어 있다. 이 생명의 리듬은 살아 있는 개별 존재들에게만 있지 않다. 존재들의 내부 외부 없이 공유되어 있다. 한의학과 같은 동아시아의학은 세계의 현상과 문제를 이해하고 그에 대해 실천하는 체계다. 거기에는 인류세의 기후문제에 직면한 인류가 돌아보아야 할 의미 있는 세계와 몸에 대한 이해의 방식들이 녹아 있다. 무엇보다도 인간중심주의는 단지 주의로 끝나지 않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굳게 지키는 주장이나 방침’이라는 뜻의 주의(主義)가 붙어 있는 인간중심주의이지만 이것은 단지 주된 뜻이나 주장 이상이다. 인간중심주의는 실천되고, 실제로 그러한 세계를 구축한다. 특히 근대 이후의 세계는 인간중심주의가 현실화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인간을 중심으로 인간에게 필요한 고기, 목재, 자연자원이 배치된다. 인간이 사는 도시를 중심으로 그 바깥에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 닭고기 돼지고기의 축사가 있고, 또한 쓰고 남은 것들을 버릴 쓰레기장이 배치된다. 인간중심주의는 단지 주의가 아니다. 인간중심주의가 형상화된 세계에 우리는 살고 있다. 주의과 같은 생각의 방식과 실천과 배치의 관계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이유이다. 앞으로 <인류세의 한의학>에서는 이들 관계에 대해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려고 한다. 1) 프랑스의 인류학자 필리프 데스콜라는 이러한 동아시아의 존재와 세계 이해의 방식을 아날로지즘이라고 명명하였다. 아날로지즘은 인간과 같은 개별 존재를 내세우기 보다는 관계성을 중심에 두는 특징이 있다. 2) 사시음양자만물지근본의 문장이 나오는 내경의 문맥을 보면 이것은 보다 분명해 진다. 역춘기즉소양불생간기내변(逆春氣則少陽不生肝氣內變) 역하기즉태양불장심기내동(逆夏氣則太陽不長心氣內洞) 역추기즉태음불수폐기초만(逆秋氣則太陰不收肺氣焦滿) 역동기즉소음불장신기독침(逆冬氣則少陰不藏腎氣獨沈) 이 문장들 다음에 사시음양자만물지근본이 이어진다.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514)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1999년 7월1일 아산사회복지사업재단(이사장 정주영)에서는 제21회 삶의 질 심포지엄으로서 ‘東西醫學의 만남과 삶의 質’이라는 제목의 행사가 개최됐다. 아산사회복지사업재단은 1977년 설립돼 선진 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복지사회 심포지엄과 사회에 건전한 윤리의식을 고양시키기 위한 사회윤리 심포지엄을 계속 개최하고 있었다. 정주영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이번 학술행사를 통해서 과거 첨예한 대립의 관계에 놓여 있던 두 분야가 한·양방 의학간의 상호 교류와 협력 증대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마련되기를 빌어마지 않습니다”라고 본 행사의 의의를 말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 최환영 회장은 축사를 통해 “이번 심포지엄 개최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전통의학과 현대의학의 접목으로 과학화된 의학 발전과 함께 동서의학을 통해 국민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공동사업으로 추진되어가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바입니다”고 밝혔다. 또한 대한의사협회 유성희 회장은 축사로 “바라건대 오늘 심포지엄을 통해 현대의학과 전통의학이 어떻게 접근해 학문적인 결실을 도출해내고, 국민건강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을지에 관한 여러 가지 방안이 제시되기를 기대해 봅니다”고 전했다. 이 심포지엄은 기조강연 및 주제발표와 4개의 분과로 구성된 학술발표와 토론으로 구성돼 진행되었다. 기조강연은 이명현(서울대 철학과 교수)의 「동서문명과 삶의 질–신문명을 위한 신문법을 구상하며-」, 주제강연은 정우열(원광대 한의학과 교수)의 「동서의학의 만남과 삶의 질–동양의학자의 입장에서 본 동서의학의 접근 -」, 전세일(연세대 재활병원 원장)의 「동서의학의 만남과 삶의 질–서양의학적 접근 -」으로 구성되었다. 분과별 프로그램은 아래와 같이 구성되어 진행됐다. 제1분과의 제목: 동서의학의 인간관과 질병관. 신민규(한국한의학연구원 원장)의 「동서의학의 인간관과 질병관」, 장환일(경희대 의학과 교수)의 「동서의학의 인간관과 질병관」. 좌장 김완희(경희대 명예교수), 토론자 김국태(의협신문사 이사), 류도곤(원광대 한의학과 교수), 방건웅(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황상익(서울대 의학과 교수). 제2분과의 제목: 동서의학의 보완·통합 가능성. 최서영(하나한방병원 원장)의 「동서의학의 협력과 발전방안」, 민병일(경희대 의학과 교수)의 「동서의학의 보완·통합, 가능성」. 좌장 김종열(경희대 명예교수), 토론자 강신구(문화일보사 이사), 김성훈(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교수), 박종구(연세대 의학과 교수), 장동순(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제3분과의 제목: 삶의 질 향상과 바람직한 의료모형 박찬국(경희대 한의학과 교수)의 「21세기의 새로운 의료모형」, 김창협(서울대 의학과 교수)의 「삶의 질 향상과 바람직한 의료모형」. 좌장 허정(서울대 명예교수), 토론자 남정자(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문옥윤(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이혜정(경희대 한의학과 교수), 조병희(계명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제4분과의 제목: 의료의 대상 – 질병인가? 건강인가? 강병수(동국대 한의학과 교수)의 「한의학관으로 본 항상성과 시스템 치료 – 精神과 약물치료에 대하여」, 문희범(울산대학교 의학과 교수)의 「의료의 대상으로서의 건강」. 좌장 이성락(아주대 의무부총장), 토론자 권준수(서울대 의학과 교수), 박래부(한국일보사 논설위원), 안창범(동의대 한의학과 교수), 홍혜걸(중앙일보사 기자). 종합토론은 좌장 김일순(연세대 의학과 교수), 토론자로는 심포지엄 전체 참가자가 참여했다. -
대한형상의학회에서 전하는 임상치험례 <25>최진용 여의도 진성한의원장 남자 72세. 2023년 5월6일 내원. 【形】 인당이 鬱하고 속 피부가 조밀하다. 키는 175cm, 체중은 70kg. 【色】 얼굴과 목 부위가 붉으면서 열감이 약간 있고 속 피부는 희고 윤기가 있다. 【脈診】 沈하고 힘이 있다. 우측 맥이 조금 성하고 1분 맥동 수는 70동 이다. 【五味 問診】 맵고 자극적인 것이 좋다. 단 것은 보통이고 신맛은 좋아하지 않고 짠맛은 요산 때문에 피한다. 【服用藥】 통풍약, 전립선약, 신경안정제(수면제) 복용 중. 【증상】 1. 목에 가래 끼는 느낌이나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자주 있다. 2. 얼굴로 열이 오른다. 3.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4. 주변 사람들이 체머리 흔든다고 말한 게 1년 정도 되었다. 5. 소변은 전립선약을 먹어도 그다지 시원치가 않은 것 같다. 6. 밤에 깊은 잠을 못잔다. 7. 소화: 입맛은 보통이고 스트레스 받으면 소화가 잘 안 된다. 8. 대변: 보통. 잠을 못자면 변비기가 조금 생긴다. 9. 소변: 야간뇨 2회. 소변이 시원하지가 않다. 【治療 및 經過】 ① 2023년 5월6일 초진 六鬱湯 加 黃連, 連翹 1돈 2제(40첩 110cc 60봉) 투여(1일 2회 아침, 저녁 편한 시간 미지근하게 복용). ② 2023년 6월10일. 처방 30일분 복용 후 내원 얼굴과 목의 붉은색 50% 정도 감소. 체머리 흔드는 증상은 30% 정도. 수면은 60% 정도. 가슴 답답함과 목의 가래는 20% 정도 개선됐다고 한다. 맥은 沈하면서 有力하고 右側 脈이 조금 성하고 맥동 수는 1분에 68맥으로 진찰됨. 요즘도 맵고 자극적인 음식이 맛있다고 표현. 색과 증상이 개선돼 上同 處方 30일분 투여. ③ 2023년 7월14일. 처방 30일분 복용 후 내원 얼굴과 목의 붉은색 80% 정도 감소. 체머리 흔드는 증상은 70% 정도 개선됐다고 표현. 수면은 좋고 가슴 답답함과 목의 가래도 50% 정도 개선되었다고 한다. 맥은 沈하면서 有力하고 右側 脈이 조금 성하고 맥동 수는 1분 맥동 수는 70으로 진찰됨. 매운 음식이 좋다고 표현. 색과 증상이 개선돼 上同 處方 30일분 투여. ④ 2023년 8월28일. 한약 30일분 복용 후 내원 얼굴과 목의 붉은색 90% 정도 감소하고 체머리 흔드는 증상은 사라지고, 수면도 좋다. 다만 가슴 답답함과 목의 가래는 스트레스 받으면 조금 나타나긴한다. 脈은 沈하면서 有力하고 右側 脈이 조금 성하고 맥동 수는 1분에 66맥으로 진찰됨. 요즘은 7월보다 덜 맵게 먹고 스트레스 받으면 매운 음식이 많이 당긴다. 환자분은 증상이 대부분 개선되어서 약은 복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증상이 좋아져도 얼굴과 목의 붉은색이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고 설명을 하고 上同 處方 30일분 투여. 【考察】 상기 환자는 風頭旋, 淺眠, 胸痞, 梅核氣에 대한 증상 때문에 내원했다. 形色은 얼굴과 목 부위가 붉고 열감이 있었고 印堂이 鬱했다. 脈은 沈하면서 有力하고 右側 脈이 조금 성했다. 갈우와 五味 관련 문진에서는 갈우가 작으며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였다. 이러한 진찰 상황을 기반으로 스트레스에 대한 사항을 물었고 환자는 항상 스트레스를 갖고 있다고 했다. 얼굴과 목 부위가 붉은 색을 띄는 것은 열증으로 판단했으며 인당이 울한 형상과 침맥은 울증으로 판단했다. 東醫寶鑑 心臟門 心腸大小에 의거하여 갈우가 작으면 心腸이 작고 心腸이 작으면 근심에 상하기 쉽다고 보며 右側 脈인 성한 것은 內傷이나 七情으로 판단한다. 환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화불량이 나타나는 증상이 있었기 때문에 七情病으로 판단했다. 또한 매운 음식을 즐기는 경우는 스트레스나 피부가 건조한 경우에 즐기는 맛으로 상기 환자는 피부가 조밀하고 윤기가 있었기 때문에 울체를 풀기 위해 매운 맛을 즐기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의거하여 환자의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을 풀어주고 특히 상열감을 개선시켜줄 수 있는 六鬱湯 加 黃連, 連翹을 투여했고 환자는 증상이 대부분 좋아졌다고 했다. 환자가 8월 내원해서 약을 먹지 않겠다고 했지만 얼굴의 붉은 색이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고 설명하고 30일분 더 투약했다. 【參考文獻】 [東醫寶鑑 積聚 六鬱湯] 여섯 가지 울증을 치료한다. 향부자 2돈, 천궁 창출 각 1돈반, 진피 반하 강제 각각 1돈 적복령 치자인 각각 7푼, 축사 감초 각각 5푼에 황련 연교 각각 1돈을 가해서 위의 약들을 썰어서 1첩으로 하여 생강 3쪽을 넣고 물에 달여먹는다. 【脈 관련 參考文獻】 ①[東醫寶鑑 氣門 脈法] 손으로 맥을 짚어 침(沈)하면 기병(氣病)이다. ②[東醫寶鑑 神門 脈法] 생각하면 맥이 침하며, … 두려워하면 맥이 침하다. … 칠정의 맥은 기구맥이 긴성할 뿐이지만… ③[東醫寶鑑 內傷門 脈法] 기구맥이 긴성한 것은 음식에 상했기 때문이다. ④[東醫寶鑑 積聚門 脈法] 울증의 맥은 대부분 침복(沈伏)한데, 혹 결(結)하거나 촉(促)하거나 대(代)하다. ⑤[東醫寶鑑 心臟門 心腸大小] 갈우가 없는 자는 심이 높고, 갈우가 작고 짧으며 들려 있는 자는 심이 낮다. 갈우가 긴 자는 심이 든든하고, 갈우가 약하고 작으면서 얇은 자는 심이 약하다. 【五味 問診 관련 참고 문헌】 ①[東醫寶鑑 神聖工巧] 보아서 안다는 것은 환자의 오음(五音)을 듣고서 그 병을 구별한다는 것이다. 물어서 안다는 것은 환자가 좋아하는 오미(五味)를 알아서 그 병이 있는 곳을 안다는 것이다. ②[東醫寶鑑 湯液 五味藥性] 매운맛은 흩고, 신맛은 수렴한다. 단맛은 완화시키고, 쓴맛은 견고하게 하며, 짠맛은 연하게 한다. 매운맛은 뭉친 것을 흩고 마른 것을 적셔 준다. 쓴맛은 습한 것을 말리고 굳은 것을 연하게 한다. 신맛은 늘어진 것을 수축시키고 흩어진 것을 모은다. 단맛은 당기는 것을 완화시킨다. 짠맛은 굳은 것을 연하게 한다. -
“고통받는 난임부부, 한의난임치료 통해 좋은 결과 얻길 희망”최창민 위원장 (광주광역시한의사회 난임위원회) [한의신문=기강서 기자] 광주광역시한의사회는 난임위원회를 운영하면서 광주광역시의 한의난임지원사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본란에서는 올해부터 광주광역시한의사회 난임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된 최창민 교수 (원광대학교 한의학과)로부터 난임위원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최창민 교수는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 소아청소년, 여성의학과 과장으로 재직하면서 소아과 질환, 부인과 및 산과학 관련 여성 질환을 주로 진료하고 있다. 특히 한의난임 관련 임상시험과 연구를 지속하고, 최근 5년 전부터는 광주광역시청과 시의회의 도움으로 여러 한의원들과 함께 한의난임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편집자 주] Q. 난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최의권 전임 위원장님으로부터 올해 새로 업무를 인계받게 됐다. 전임 위원 장님께서 업무 기틀을 잘 닦아놓으셔서 뒤를 잇는 입장에서 업무 부담은 덜 하지만 책임감은 상당히 크게 느끼고 있다. 우리나라가 저출생 국가가 된 것이 사회·경제적인 여러 요인들로 인해 임신과 출산을 포기해버린 부부들도 있겠지만 아직도 주위를 둘러보면 자녀를 가지려 하지만 쉽게 얻지 못하는 난임부부들이 많이 있다. 그런 부부들에게 한의학적 치료로 자연임신이 가능 토록 도움을 줄 수 있게 돼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광주시한의사회의 한의난임치료 지원사업의 목표는 한의약 치료를 통해 난임부부의 생식건강을 증진함으로써 자연임신 가능성을 높이며, 임신 유지를 통해 건강한 출산에 이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출산을 원하는 가정에 한의진료나 상담 등의 지원을 통해 사회적 연대감을 형성해 저출산 극복에 기여하고자 한다. 향후 활동 계획은 실질적으로 한의 진료의 신뢰성과 난임부부의 임신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진료의 질적 수준에 대한 평가 및 균질성 있고 효용성 있는 진료 프로세스를 확립하고 한의난임치료의 근거기반을 확대해 더 많은 난임 부부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서 한의난임진료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Q. 현재 진행 중인 한의난임지원사업은? 현재 광주광역시에서 하고 있는 한의난임지원사업은 지난 2020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5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에 6개월 이상 거주하는 난임부부 중 자연임신이 불가능한 별도의 사유가 없는 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난임부부(난임 요인별로 여성 단독, 남성 단독, 부부 모두)에게 △한약 지원(90일분) △약침 및 침구치료 △치료 전·후 안전성 검사를 위한 혈액 검사 △만족도 설문 등을 제공한다. 또한 난임사업 참여 한의원에 대한 사업 설명 및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사업 성과를 보면 2020년 지원 여성 100명 중 총 21명 임신(4명 유산, 17명 출산), 2021년 지원 여성 100명 중 총 23명 임신(2명 유산, 21명 출산), 2022년 부부 78명(여성 54명, 남성 24명)이 지원해 임신 10명(1명 유산 9명 출산), 2023년에는 부부 70명(여성 50명, 남 성 20명) 지원하여 11명이 임신에 성공 했다. Q. 한의난임치료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명시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2022년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 관련 우수 조례 30건 중 ‘안전하고 질 높은 양육환경 조성’ 국정과제에서 한의난임치료 관련 조례가 국정과제 이행 우수 조례로 선정됐듯이, 현재 전국 지자체별로 ‘한의약 난 임치료 지원조례’를 만들어 많은 지자체들이 한의약 난임치료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차원의 사업 진행과 예산 지원이 전무한 것이 현실이었다. 그래서 난임부부들로부터 높은 선호와 신뢰를 받고 있는 한의난임치료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의견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충분치 못한 예산과 언제라도 중단될지 모르는 지자체 사업의 한계로 인해 한의난임 지원사업의 확장성이 담보되기 어려웠다. 이러한 시기에 이번에 개정된 모자보건법은 그 개정 이유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난임 등 생식건강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지원으로 난임치료를 위한 시술비 지원을 두고 있으나, 많은 난임 환자가 한의약 난임치료를 선택해 치료를 받고 있음 에도 한의약 난임치료 시술비는 국가의 지원이 없는 상태이므로 한의난임 치료비 지원을 위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 하여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을 명문화한 것은 대단한 발전으로 볼 수 있다. Q. 한의난임치료의 장점은? 난임부부들은 나름대로 각각의 사정들이 있다. 이들에 대해 양방의 획일적인 보조생식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의진료의 장점인 전인적인 치료를 통해 환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증진시켜 자연적인 임신과 출 산을 하는 것은 생식의학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난임부부가 시험관 시술 같은 조작적 방법없이 한 번이라 도 자연 임신이 성공했다는 것은 그 후 부터 그 난임부부는 자연임신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고, 이후 두 번 째, 세 번째 임신 출산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다. 이 과정에 한의진료가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기억에 남는 난임부부가 있다면? 3년 전에 기형정자로 인해 남성측 불임요인이 있던 난임부부가 있었다. 당시에는 남자는 지원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지원사업에 선정되지 못했는데 남편 본인이 자비 부담을 해서라도 자연임신을 하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 임신 및 출산에 성공한 케이스가 있다. 또 다른 케이스로는 7년 전 42세 여성이 자궁선근증 등 자궁 내 기질적인 요인으로 수차례 시험과 시술을 했음에도 실패가 지속돼 임신을 거의 포기한 상태에서 6개월간 한의치료 를 받은 직후 다시 시행한 시험관 시술이 한 번에 성공해 출산까지 한 여성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 아이가 다시 자라서 지금 한의진료를 받고 있다. Q. 이외에 하고 싶은 말은? 한의난임지원사업에 참여한 원장님들의 희생과 헌신을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적은 지원 금액에도 불구하고, 난소와 자궁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 녹용, 자하거 등 질 좋고 고가인 한약재들을 환자에게 충분히 처방해 주고, 또 환자의 힘든 마음을 잘 헤아리고 상담해서 포기하지 않고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시는 원장님들께 늘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난임으로 힘들어하시는 난임부부들께서는 난소기능 저하나 착상능 저하, 정자기능 이상 등에 대해서도 한의치료가 매우 효과적일 수 있으므로 절대 희망을 버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한의치료를 수용해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태권도와 한의학, 비슷한 점이 많죠”[한의신문=주혜지 기자] 오는 9월 제주 신화월드에서 동아시아 최초로 ‘제37회 ICMART (국제침술협의회) 학술대회’가 열린다. 본란에서는 ICMART 홍보대사인 황경선 태권도 국가대표팀 코치를 만나 위촉 소감과 한의학과의 첫 만남에 대해 들어봤다. 황경선 코치는 2012 런던·2008 베이징·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메달을 수상한 세계 최초이자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는 3회 연속 여자태권도 메달리스트다. <편집자주> Q. 제37회 ICMART 홍보대사로 위촉된 소감은 어떠신지요?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 너무 긴장됐습니다. 저는 한번 시작하면 잘하고 싶은 마음이 되게 큰 데, 과연 잘할 수 있을까하는 조금은 두려운 마음이 컸습니다. 태권도도 우리나라의 국기이고, 한의학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의학으로 태권도와 비슷하다는 생각으로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Q. 홍보대사 위촉 후 주변 반응은 어떠셨나요? “걱정들을 많이 하셨습니다. 제 성격이 어디 막 나서서 뭘 홍보하는 편이 아니라 ‘네가 홍보대사로서 역할을 잘할 수 있겠냐’ 이런 우려의 말이 있었습니다.” Q. 한의학에 대한 경험이 궁금합니다. “저는 운동선수지만, 담이라고 하나요? 근육이 많이 올라오는 편이었어요. 양약으로 근육 이완제나 이런 것들을 많이 먹고 전기 치료 같은 것도 했었는데, 그럼에도 좀 잘 낫지 않았습니다. 우연치않게 한의원 가서 그냥 침 한 번 맞고, 며칠 치료를 받다 보니까 금방 또 좋아지더라고요. 그게 너무 신기했죠. 침 치료라는 게 좀 익숙하지 않았던 시기라 신세계였던 것 같아요.” Q.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데 한의치료의 도움을 받으셨나요? “굉장히 (도움이) 많죠. 송경송 원장님(경송한의원·대한한의학회 특임이사)을 처음 알게 되고 나서, 부상을 겪을 때마다 원장님을 찾아뵀던 것 같아요. 하루 이틀은 침 치료로 급한 불을 끈다는 마음으로 치료를 받고 훈련하고, 상태가 다시 악화되면 다시 또 며칠 치료하고 이런 시간을 많이 보냈습니다. 송 원장님 덕분에 올림픽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세계대회나 아시아 경기대회 같은 큰 대회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Q. 한의학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사실 (한의학을) 잘 몰랐어요. 한의원을 간다는 게 좀 익숙하지 않고, 한의원은 좀 어르신들이 가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저도 처음 침 치료를 받고 몸이 좀 좋아지는 스스로의 모습에 알아서 찾아가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몰랐던 점을 또 새롭게 알게 되고, 몸에 바로바로 반응이 오는 게 좋은 점 같아요.” Q. 국내외 많은 관련자분들께 ICMART 초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의학에 대해서 모르는 분들이 굉장히 많고, 좀 전문적이지 않다는 이미지가 있더라고요. 주변에서 한의학에 대해서 잘 모르시거나, 한의학 지식이 부족하신 분들이 말씀하시길 좋지 않은 이미지가 많다고 느꼈습니다. 이번 학술대회를 기점으로 한의학이 조금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 앞으로의 포부가 궁금합니다. “한의학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의학으로 좀 더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태권도를 위해서 열심히 뛰었듯이, 이번에는 ICMART 홍보대사로서 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최선을 다해 홍보를 위해 열심히 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고독사를 예방하는 정신건강한의학김명희 연구원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 경희대 한방신경정신과 박사 수료 정부는 “올 3월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정책 혁신위원회’를 발족시켜 국민의 신체에서 정신에 이르기까지 정신건강을 국정어젠다로 삼아 해결하겠다”라고 발표했다. 2020년 1월 국내 첫 코로나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4년여가 지나가면서 사회우울증 등 무너지고 있는 마음건강 치료생태에 대해, 정부가 나서 새로운 정신건강 정책을 ‘국정의제’로 총괄 해결하기로 한 것은 ‘정신건강 의과학시대’가 범국가적 담론이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양방 정신건강의학계 역시 공히 ‘국정의제’에 보조를 맞출 실천방안들을 도출하고 각기 학리와 연구 방향에 맞는 보다 효용성 높은 정신건강 임상의학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의학은 이미 수천 년을 두고 형신(形神)의 기층부로써 木의 발생기능 활동(生, 魂), 火의 추진기능 활동(長, 神), 土의 통합기능 활동(化, 意), 金의 억제기능 활동(收, 魄), 水의 침정기능 활동(藏, 志)의 오행기능을 인간 개체 생명력에 대해 ‘몸과 마음’의 구조역학적 동의생리학리로 관찰·연구해왔다. 정신건강한의학에서는 개체별 노·희·사·우·비·공·경 등 스트레스로 인한 욕구불만, 정서갈등, 충격, 억압, 긴장, 불안, 초조, 우울, 무기력감 등 모든 ‘몸과 마음’의 병증들을 개인의 특성과 환경 및 생활조건에 따라 혼·신·의·백·지 오기능의 역학적 상관관계의 조화를 통해 치유해 왔다. 오늘날 전 지구적 환경변화와 온난화로 기후가 위협받고 있는 인류세 시대에 있어서도 정신건강한의학은 우울한 지구생태환경에 대해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균형을 통해 상생으로 회복시킬 ‘희망의 의과학’인 것이다. 정부가 금년부터 보건안보개념으로 삼아 추진하고 있는 정신건강의학 국정어젠다에 발맞추기 위해서는 정신건강한의학계도 효용성 높은 임상경쟁기반과 연구개발을 위한 배전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상사례 40대 후반의 마른 체구의 남자가 노모의 부축을 받으며 힘없이 내원했다. 칠순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우리 큰애가 대학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여태껏 약을 복용하고 있는데도 아직도 머리 아프고, 잠도 못 자고 음식도 안 먹고 불안해하는 것은 여전하다”면서 “일단 밥이라도 먹을 수 있게 제발 살려 달라”고 절박하게 호소했다. 환자를 망문문절 진찰해보니 면부황(面浮黃), 중초동결산맥(中焦動結散脈)하였다. 한의사: 아니,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나요? 어머니: 일주일째 연락이 안 되어 부랴부랴 큰아들 집에 가봤더니, 글쎄 직장도 못가고 방 안에만 누워 있더라고요. 도대체 며칠 동안 밥도 안 먹었는지, 방구석에는 술병만 나뒹굴고 있었고 며느리도 집 나간 지 한참 되었다고. 손주도 군복무 중인데 나마저 늦게 갔더라면 아마 뭔 일이 나 있었을 거예요.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가슴이 벌렁거려요. 한의사: 정말 어머니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어머니: 곧바로 집에 데려왔는데도 길길이 뛰며 밥도 안 먹고, 잠도 안자고 ‘살아서 뭐하냐? 직장도 사표 냈다’며 화만 내고 있어요. 저렇게 말라 기운이 없으니 화장실 가다가도 몇 번씩 넘어지고. (한숨을 쉬며) 이 어미 속도 바짝바짝 타요. 한의사: 아휴, 심려가 많으시네요. 잠시 아드님과 상담해볼게요. 어머니: (눈물 맺힌 얼굴로 아들을 두고 진찰실을 나가며) 선생님만 믿을게요. 한의사: (환자와 눈을 맞추며) 그동안 부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환자: (힘없는 목소리로) 애 엄마가 작년 봄에 갑자기 파산 신청을 하고 집을 아예 나가버렸어요. 그간 저와 통 말도 안하고 지냈는데. 그때부터 속을 태웠더니, 지금 몸무게가 42키로 밖에 안돼요. 한의사: 저런, 어찌 그런 일이... 환자: 10년 전에도 아내가 사고 쳐서 사채업자들에게 제가 밤낮없이 시달렸거든요. 그때도 간신히 수습했는데, 이번엔 더 크게 사고를 치니, 그 일 이후로 저는 늘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불안했는데, 이젠 울화통만 치밀어 술만 마시게 됐어요. 한의사: 많이 놀랐겠어요. 환자: (화난 목소리로) 네, 애 엄마가 차라리 자기 명품백을 사거나 사치하는데 돈을 썼으면 말도 안 해요. 평소 절약하는 사람이 도대체 왜 그 많은 돈을 대출받아 어디에다 쓴 건지. 이번에도 직장동료들과 어울려 돌아다니며 늦게 들어오고 하더니 귀가 얇아 투자명목으로 또 사기당한 것 같아요. 아내가 사고 친 일들이 자꾸만 떠올라 잠도 안 오고 너무 고통스러워요. 한의사: (눈을 맞추며) 환자분은 그동안 소중한 가정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셨네요. 오랫동안 힘들었을 텐데도 어떻게 참고 견디셨어요? 환자: 처음에 아내가 일을 저질렀을 때 아이가 초등학생이었는데, 아들한테는 엄마가 있어야 하니까 너무너무 화가 나는데도 그 동안은 제가 꾹 참을 수밖에 없었어요. 한의사: 아들을 무척 사랑하시는군요. 환자: (눈물이 맺히며) 아들에게는 늘 아낌없이 많은 것을 주고 싶죠. 부모님도 장남인 저에게 특히 더 헌신하셨던 것처럼요. 한의사: 대단하세요. 환자분은 정말 책임감이 강한 훌륭한 가장이시네요. 환자: (눈빛을 반짝이며) 선생님과 진솔하게 상담하니 마음도 편해지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용기가 생기네요. 혼·신·의·백·지는 마음건강의 창발적 자기대사력 복약 석 달 후 살이 올라 내원한 환자는 “선생님의 진심어린 공감 속에 정성으로 지어주신 한약을 복용하면서부터는 원망과 우울한 마음도 꺾이고 의욕이 살아나, 조만간 직장에도 복귀할 예정”이라며 “요즘은 잠도 잘 자고 식사도 잘하고 있습니다”라고 기뻐했다. 위 사례에서 보듯 필자는 ‘아내의 독단적인 금융대출과 파산’으로 시작된 억울함, 부부갈등, 무력감 등 스트레스로 인한 이상변이의 병증을 기초개념으로 외부로 향한 노(怒)의 울분과 내면을 향한 반추사고의 사(思)로 편항(偏亢)된 환자의 생활현상을 분석, ‘부모님과 아들에 대한 사랑, 가정에 대한 성실과 책임감’의 유스트레스로 전환시켜 자발적 자기대사력으로 회복시켜 치유했다. ‘심한 우울증, 경계정충, 불면증, 불사음식, 수차례 설변’을 겪고 있던 환자에게 필자는 내경의 ‘출척사려(怵惕思慮)의 정지변동이 정신면과 신체면의 병증으로 나타나 공구(恐懼)로 멍하니 맥이 빠지고 탈육(脫肉)’한 것으로 진단하여 ‘간담허, 화병, 사려과다, 비양허’로 변이증후군을 변증·분석하여 이를 오신의 혼·신·의 기능을 조화롭게 하는 지언고론요법, 정서상승요법, 오지상승위치, 이정변기요법 및 가감귀비온담탕으로 침구·방제해 정확한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정신건강 국정의제 시대를 맞아 우울한 사회에서 벗어나 인류의 행복한 삶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범 정신건강한의학계와 산·학·연·병이 다 함께 ‘신체에서 정신건강에 이르기까지’ 형신일원의 구조역학적 동의생리학리에 기반한 임상 실증 연구 성과를 높여 신보건의료의 국가정책을 공진화(Coevolution)하여 함께 나가야 할 것이다 -
“일반 진료현장과 확연히 다른 울림”[한의신문=주혜지 기자]1965년 창립된 대한여한의사회(회장 박소연)는 그동안 위안부 여성, 탈북아동, 이주 여성, 위기 여성청소년, 성폭력 피해 여성 등을 찾아가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의료봉사를 해온 공적을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제3회 김우중 의료인상’을 수상했다. 본란에서는 여한의사회 소속 회원을 만나 수상소감과 그간 봉사활동을 하며 느낀 소회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Q. 대한여한의사회가 김우중 의료인상을 받았다. 수상소감은? 박소연 대한여한의사회는 1965년 여한의사들이 국민건강 수호와 의료전문직 여성으로서 사회적 책임 수행에 대한 뜻을 모아 설립한 단체로, 의료인으로서 높은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가지고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다양한 사회 소외계층에 대한 의료봉사를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으며, 단순한 의료지원만이 아닌 함께 아픔을 나누고 공감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오랫동안 꾸준히 소외계층에 대한 의료봉사를 비롯한 사회적 책임을 다함에 앞장서주신 선배님들과 함께 뜻을 모아준 동료, 후배들의 공적을 인정받아 이렇게 귀하고 의미있는 상을 수상하게 돼 매우 감사하고 감격스럽다. 앞으로도 대한여한의사회는 이런 행보를 계속 이어가 전문직 여성단체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함과 동시에 한의계 저변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다. Q. 그동안 꾸준히 봉사활동을 다니셨다. 소회는? 박경미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기는 했었지만 그래도 이런 상을 받고보니 더 큰 책임감이 느껴진다. 기쁘다기 보다는 무거운게 사실이다. 그간 선배님들께서 뿌려놓은 봉사의 씨앗이 저희대에 와서 이런 열매를 딴다는 데 대한 송구스러움도 있어 민망하지만 감사드린다. 최유경 치료받은 분들이 좋아지고, 만족하면 너무 뿌듯하고 좋은 건 당연하다.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일종의 보상이라면 보상일 수도 있고, 그 외에 의료인으로서 배우고 깨닫게 되는 것들도 많이 있다. 아무래도 봉사를 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환자들은 미충족의료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미충족의료가 발생하는 생각지도 못했던 세밀한 이유들을 알게 되기도 하고, 왜 건강관리가 원활할 수 없는지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상황들을 접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이들을 위해 우리나라 보건의료시스템이 어떻게 보완이 돼야할지, 한의계는 어떤 역할을 더 할 수 있을지 그런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된다. 고희정 전국 곳곳에서 한결같이 의료봉사에 진심인 많은 동료들과 함께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든든함과 한의원 안에서의 진료와는 또 다른 느낌의 보람을 의료봉사를 통해 크게 느낄 수 있어 참 좋다. 김윤민 봉사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은 보람차다. 어려운 상황에서 손길이 필요한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는 느낌은 저에게도 긍정적인 감정들로 돌아온다. 꾸준한 시간들이 쌓여 사랑과 공감의 중요성을 깨달아가고 있다. 이채은 저보다 훨씬 더 오래 그리고 많이 봉사를 다니셨던 원장님들이 계셔서 제가 감히 소회를 말씀드리기 조금 부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하게 이야기 드릴 수 있는 건... 봉사를 했을 때에만 얻을 수 있는 따뜻함과 충만함이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오히려 봉사를 할 수 있음을 더 감사하게 느끼고 있다. Q.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으시다면? 최유경 치료과정에서 생활습관의 변화를 함께 유도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침을 놓고, 약을 주는 것 이외에 환자들에게 식사의 변화를 강조하곤 한다. 나는봄센터에서 위기청소년들을 만나는 첫 진료날이었는데, 아이들이 과체중도 많고, 심각한 생리통, 피부트러블 등 염증관련 문제들이 너무 많이 보였다. 식습관을 물어보면 다 정말 엉망이었다. 저의 신념대로, 평소 패턴대로 그 아이들에게 그렇게 먹으면 안되고, 야채를 충분히 먹어야한다. 밀가루나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일장 연설을 했다. 한 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근데 야채가 너무 비싸요’ 얼굴이 화끈거리며 더 이상 아무 말도 못 했다. 알바하는 편의점에서 유통기한 임박상품으로 한 끼를 때우는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을 잘 선택해서 먹어야 한다는 조언이 얼마나 무기력하고 공허한 건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스스로 ‘나는 근본적인 것을 다루어 치료하는 의사’라고 자부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평소에 내가 놓치고 있던 걸 알게 해준, 의료인으로서의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해준, 봉사 중에 맞닥트린 사건이다. 고희정 안산 그룹홈과의 인연은 과천시 민주평통에서 탈북민 남한 정착을 돕기위해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지속적인 활동에 마음이 열려서였을까 그곳 아이들을 위해 진료를 요청받게 돼 여한 동료들과 현재까지 왕래하며 몸 뿐아니라 마음까지도 케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사이 삼성 희망디딤돌 경기센터의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두 기관을 연결했다. 이제는 그룹홈 청소년들이 보호 종료 청년 자립 프로그램을 이용하면서 더 심도 있는 케어를 받고 있다하니 인연은 인연을 낳는가보다. 김윤민 봉사활동 중 한 친구와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긍정적으로 변해가는 표정과 눈빛은 제게 큰 용기와 힘을 주었다. 그 순간, 저의 작은 노력이 누군가에 닿아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채은 주로 위기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봉사를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연령대가 어리다보니 한의 치료를 처음 접해보는 친구들이 많다. 처음에는 낯선 느낌에 무서워하다가도 나중에는 먼저 본인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침 뜸 등 한의 치료를 받아보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이 하나 둘 늘어날 때마다 기특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Q. 대한여한의사회의 의미 있는 행보에 함께 하고 싶은 회원에게 한마디 한다면? 박소연 의료 봉사를 하면 우리가 그들에게 도움을 준다고 처음에는 생각하고 시작하지만, 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우리가 그들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받아, 삶의 자세에 변화가 생김에 놀라게 된다. 이런 베품의 기회를 갖게 돼 감사하다, 나의 작은 노력이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좀 더 베풀며 살아야겠다, 이기심보다는 이타심을 좀 더 가져야겠다는 등 좋은 생각을 하게 되며 삶의 자세에도 변화가 생긴다. 일반 진료 현장에서와는 확연히 차이나는 울림이 있다. 개인적으로 그 대상을 청소년, 아이들에게 더욱 중점을 두는 이유는 온기를 나눠주는 잠깐의 손잡아줌이 그들에게는 훨씬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나도 사회적 관심과 사랑을 받는 귀한 존재이구나라는 걸 느끼게 해줘 그들이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성장하고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데 작게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 모두가 대단한 키다리 아저씨, 나의 아저씨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가진 의술로써 소외 계층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함께 하는 행보에 참여한다면 우리도, 사회도 그리고 한의계도 더욱 따뜻해질 것이다. 더 많은 동료와 선후배분들이 이러한 의미있는 행보에 함께 하기를 바란다. 박경미 봉사는 우리가 이미 신으로부터, 사회로부터 받은 것을 갚는거라 의무감 보다는 속시원한 기분이 든다. 아울러 이렇게 갚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봉사처에 나와보면 정말 우리가 따뜻하게 만져주는 그 손길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순간들을 통해서 힐링이 되면서 새로이 한의원 진료실로 들어갈 힘을 얻는다, 이런 위로와 힘을 많은 분들이 함께 느껴봤으면 좋겠다. 최유경 다행히도 건강보험이 잘 돼 있는 나라에 살고 있지만, 이런 사회에도 여전히 미충족 의료는 곳곳에서 여러 이유로 발생하고 있다. 우리는 어느 생명체보다도 옥시토신이 풍부한 인간이므로 돌봄과 연대에 대한 욕구는 본성이다. 게다가 우리는 그런 본성을 수월하게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의술을 가지고 있다. 주저하지 마시고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보람있다. 고희정 선배들의 꾸준했던 의료봉사와 후배들을 위한 장학 활동이 지금까지 이어져왔고 의미있는 사회적 활동도 다양해지고 있다. 혼자서하면 미약할 수 있는 좋은 활동들이 희로애락을 함께 나눌 동료들과 한 팀이 돼 견고하고 제대로 실현되는 기쁨과 보람을 느껴보시라 권하고 싶다. 김윤민 의료와 인간애의 결합은 놀라운 힘을 만들어 낸다. 대한여한의사회가 사회적 문제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고 구현하는 데 함께 해주시면 우리의 직업적 소명을 한층 더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봉사활동들은 한의사에게도 긍정적 효과를 불러오고 이는 다시 더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양성 피드백으로 이어질 것이다. 몸과 마음으로 함께 해주시는 모든 분 들게 감사드리며 함께 하고 싶은 회원분들을 언제나 환영한다. Q. 한의사의 사회적 책임감이 있다면? 박경미 제도권 의료의 손길이 미치기 힘든 곳, 따뜻한 손길과 사랑에 목마른 곳, 일반적 사회인이 함부로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 의료봉사활동들. 우리가 갖고 있는 재능과 약간의 시간이면 할 수 있는 일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들, 그게 바로 소외된 곳에서의 봉사가 아닐까 한다. 최유경 특별히 한의사의 사회적 책임감을 논하기보다는 그저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이야기하고 싶다. 복지는 시혜가 아닌 권리라고 한다. 나에게 권리가 있듯이 타인도 그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걸 인식하고 있는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것. 그것이 우리 사회 일원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책임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희정 아이들이 어릴 때 타지역에 가서 길을 잃거나하면 그 주변 한의원에 가서 도움을 요청하라고 했었다. 동료가 든든하기도 했지만 지역을 잘아는 어른들이라고 설명해줬다. 개인의 건강에 환경이 주는 영향이 더욱 커져가는 요즘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의 건강 지킴이로 Born to be 심신의학자인 한의사가 딱이 아닐까 생각하며 마을에서 좋은 어른이 돼가고 싶다. 김윤민 한의사로서의 사회적 책임감은 진료실을 넘어서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의미한다. 각자의 진료 환경에서는 전문적인 윤리규범을 갖고 있고, 이를 준수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나아가 환자들의 건강 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비단 대한여한의사회의 봉사활동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사회적 책임감을 실천하면, 건강한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데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채은 건강 관련된 지식은 아무래도 양이 많고 복잡하다보니 전공자와 비전공자 사이에 어쩔 수 없는 지식의 편차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환자분들의 병을 단순히 낫게 해주는 것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방대한 지식들을 환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전달하고 평소에 그들이 건강을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까지가 저희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Q. 향후 사업계획은? 박소연 우리 단체의 봉사를 기다리는 단체와 기관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사진 찍고 보여주기식, 일회성 봉사는 지양하는 편이다. 2023년 초,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들에 대한 봉사를 위해 그들이 모여 사는 지역까지 몇 번 찾아가며 지속적인 봉사 여건을 구축하려 했으나 해당 지자체의 무성의로 무산돼 매우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다. 여성인권진흥원, 여성변호사회 등 다양한 단체, 지자체, 정부기관 등과의 연대와 접촉을 통해, 더욱 광범위한 사회적 책임 수행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특히, 내가 강조하는 부분인데 의료 봉사 대상을 기존의 노년층 중심에서 청소년, 청년층으로 확대해 사회적 기여와 더불어 한의약 알리기, 한의약 저변 확대에도 기여할 예정이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또한 우리 여한의사회의 기획 사업인 트라우마 한의 일차 진료 프로그램을 더욱 심화‧발전시켜 전문가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각 지자체나 정부 기관, 경찰, 검찰 등과도 연계해 국민들의 정신 건강에 우리 한의약이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기를 바란다. 이 사업에는 한의사협회와 각 지부들의 적극적 도움이 필요하니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린다. 그리고 여한의사들이 모두 본인의 생업이 있는 상태에서 시간을 쪼개야하기 때문에 봉사인력 수급이 가장 힘들다. 최근에는 전국의 한의과대학 여학생들이 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학생봉사위원회를 조직해서 함께 봉사하고 있는데, 학기 중에는 그 역시도 쉽지 않다. 좀 더 많은한의사들과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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