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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구한의사회, 효의 가치를 ‘현대적 돌봄’으로 승화”[한의신문]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의 주최·주관으로 6일 개최된 ‘제54회 어버이날 기념식’에서 동작구한의사회는 어르신 복지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특별시장 표창을 수상했다. 본란에서는 윤홍일 회장으로부터 수상소감과 더불어 어르신 방문 한의진료 돌봄사업의 진행 상황 및 성과, 향후 추진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효행실천 유공단체로 서울시장 표창을 수상한 소감은? “먼저 귀한 상을 주신 서울특별시에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이번 수상은 개인이나 특정 임원진의 성과가 아니라, 효돌봄을 기치로 서울시 지자체 중 처음으로 ‘어르신 효돌봄 한방 방문사업’을 기획·추진해준 동작구청과 함께 지역사회 어르신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기꺼이 헌신해준 동작구한의사회 회원 모두의 마음이 모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효(孝)’라는 가치를 현대적인 ‘돌봄’으로 실천하려는 동작구한의사회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매우 기쁘고 영광스러운 마음이다.” Q. 2023년부터 ‘어르신 방문 한의의료 돌봄사업’을 추진했다. “우선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23년에는 15개 정도의 한의원이 참여해 취약계층 어르신 114명을 대상으로 한의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주로 한의사의 방문진료(8+4회)와 첩약을 지원했으며, 참여 어르신의 77.3%가 신체적 통증 완화와 서비스 질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이듬해인 ’24년부터 보건복지부와의 협의를 통해 본사업으로 진행, 전년도보다 연계건수가 82% 증가한 208명의 어르신에게 한의의료를 제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4한의혜민대상’ 특별상(박일하 동작구청장 수상)을 수상키도 했다. 사업이 안정기로 접어든 ’25년에는 기본 예산과 추경을 합해 8600만원 예산으로 280여 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했으며, 올해에는 소폭 상향된 9000만원 예산으로 40여 곳의 한의원이 참여한 가운데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3월부터 돌봄통합법이 전국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통합돌봄사업과 재택의료사업에서도 방문진료 필요성이 증가, 더 많은 어르신들을 진료할 예정이다. 더불어 올해 사업부터는 어르신 우울 진단을 추가해 소견이 보이는 어르신의 경우에는 보건소 마음건강센터와 연계하는 등 보다 다양한 서비스 제공에 나설 계획이다.” Q. 사업에 참여한 어르신들의 반응은? “통증 개선 등과 같은 기본적인 한의 진료 효과에 대한 감사는 물론 특히 홀로 지내시는 어르신의 마음 건강을 돌보는 일에도 참여 원장님들의 스킨쉽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많은 어르신들이 원장님이 방문해 진료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계시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자 모아놓은 과자나 과일들을 손에 꼭 쥐어주시는 등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함께 보듬어주는 사업의 긍정적인 효과들이 직접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Q. 통합돌봄 시행에 앞서 선제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게 된 이유는? “동작구는 ’25년 어르신 인구 비율이 20%에 달하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어, 건강을 비롯해 어르신들의 생활 전반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이에 동작구한의사회에서는 지역사회 계속 거주를 통해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선도적 통합돌봄 모델’을 구현하고자 했으며, 이러한 고민의 일환으로 ‘어르신 방문 한의의료 돌봄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즉 효도도시 동작을 만들겠다는 지자체장의 강력한 의지와 동작구한의사회의 전문적인 역량이 결합해 타 지자체에 모범이 되는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었다.” Q. 사업을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과 해결 방안은? “방문진료에 대한 적정한 수가체계와 행정적 지원이 더욱 강화돼야 하며, 한의약 돌봄 서비스가 공식적인 공공보건 정책 내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양방과 차별된 수가 개선도 풀어야 할 문제다. 실제 방문진료 현장에서는 한의사의 행위가 훨씬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데도 불구, 양방보다 적은 수가에 양방에는 있는 비급여 수가가 적용되지 않는 등 상대적 차별이 심한 실정이다. 이 부분은 대한한의사협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Q. 안정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동작구한의사회만의 강점은? “체계적인 홍보 인프라와 강력한 민·관 협력 시스템이 동작구한의사회가 가진 핵심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관내 복지 인프라인 ‘효도콜센터(1899-2288)’를 통해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을 신속하게 발굴하고 안내하는 효율적인 주민 접근체계를 갖추고 있다. 아울러 동작구 관내 40여 개 지정 한의원이 자발적으로 지역사회 복지 증진을 위해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 기관들은 구청 어르신정책과와의 유기적인 소통을 통해 정책의 실행력을 높이고 있다.” Q. 향후 동작구한의사회의 중점 추진 계획은? “먼저 어르신 돌봄 사업뿐만 아니라 청소년 생리통 완화 지원사업 등과 같이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생애주기별 한의약 건강사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사회복지 및 상담 분야의 전문성을 한의 진료와 결합해 ‘심신(心身) 통합 케어’ 모델을 구축해 보다 특성화된 다양한 서비스 제공에 나서는 한편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마케팅 및 데이터 분석 기법을 도입해 방문 진료 데이터의 체계적인 관리에도 나설 계획이다.” Q. 그 외 하고 싶은 말은? “한의약은 우리 민족의 지혜가 담긴 소중한 자산이자, 미래 돌봄 사회의 핵심 열쇠다. 동작구한의사회는 앞으로도 문턱 낮은 의료, 따뜻한 인술을 실천하며 지역사회 복지 증진을 위해 앞장서도록 하겠다. 동작구한의사회의 앞으로의 다양한 활동에 많은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 -
내과 진료 톺아보기 30이제원 원장 대구광역시 비엠한방내과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방내과(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이제원 원장으로부터 한의사가 전공하는 내과학에 대해 들어본다. 이 원장은 한의학이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고 생명 활동의 조화를 돕는 데 탁월하다면서,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물 의존을 줄이고 환자의 근본적인 건강 회복을 이끄는 일차의료 주치의로서의 생생한 임상 기록을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병을 치료하려면 반드시 근본에서 찾아야 한다(治病必求於本).” 『黃帝內經』 「素問·陰陽應象大論」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는 증상을 누르고 숫자만 교정하는 대증요법을 넘어 인체 생명 활동 및 대사의 조화로움, 즉 항상성을 회복하는 것이 의학의 본질임을 시사한다. “소화가 안 되고 신물이 자주 올라와요” 60대 남성 환자가 내원했다. 환자의 증상은 수년 동안 지속되고 있었다. 양의사로부터 ‘위염’ 또는 ‘역류성 식도염’이라 진단받았다고 했으며, 증상이 심할 때면 라베프라졸, 판크레아틴, 시메티콘, 우르소데옥시콜산, 모사프리드, 애엽95%에탄올연조엑스 등 약물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하지만 약을 먹으면 잠시 증상이 덜한 듯했다가 다시 나빠졌고,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질병의 내면, 그 근본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먼저 자세한 병력 청취가 필요했다. 환자는 약 10년 전 당뇨와 고지혈증을 진단받아 약물을 복용하고 있었다.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및 의무기록을 확인해 보니, 현재 복용 중인 당뇨 및 고지혈증 관련 약물은 글리메피리드 4mg, 제미글립틴 50mg, 메트포르민 1,000mg, 에제티미브 10mg, 로수바스타틴 10mg이었다. 이 중 Sulfonylurea계 약물의 복용량은 2년 전에 하루 1mg이었다가, 1년 전에 하루 2mg으로 증량됐고, 내원 4개월 전부터 현재 용량인 하루 4mg으로 복용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환자는 담당 의사로부터 혈당이 자꾸 높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걱정이 된다고 했다. 당화혈색소(Hb A1c) 검사는 약 1개월 전에 마지막으로 시행했으며, 그 결과는 6.8%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리고 10여 년 전, 건강 검진으로 시행한 갑상선 초음파 검사에서 혹이 있다고 들어서 조직 검사를 시행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 결과, 검사한 병원에서는 수술해야 한다고 했으나, 다른 병원에서 다시 조직 검사를 했더니 수술 안 해도 되고,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다면서 지금까지 추적 관찰 중이라고 했다. 약 3년 전에는 쓸개에서 1.2 cm 크기의 용종이 발견되어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환자는 소화기 증상 외에도 좌측 무릎 관절의 통증도 호소했다. 무릎 통증은 약 1년 전 발생하였으며, CT 및 MRI 검사에서 무릎 연골에는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들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바닥에 앉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서 양방 정형외과에서 치료받았다고 했다. 지금은 약 140도까지는 통증 없이 무릎 굽히기가 가능하고, 그 이상 굴곡을 시도하면 반대측과 달리 통증이 나타났다. 환자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정밀 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Hb A1c가 환자의 진술과 달리 8.3%로 매우 높았다(표 1). 표 1. 다약제 중단 및 한의 치료에 따른 대사 지표 및 체성분 변화 당뇨 및 고지혈증 화학약물을 중단했음에도 당화혈색소(Hb A1c)가 8.3%에서 7.0%로 크게 개선됨. 대사 건강의 핵심 지표인 TG/HDL 비율 역시 1.7에서 0.9로 개선되었으며, 유의한 근육량 감소 없이 체지방 위주의 감량(-5.0kg)이 이루어지는 등 안정적인 대사 회복과 신기능(eGFR) 유지를 확인함. 상복부 초음파 검사에서는 쓸개가 전 절제된 상태였다. 그리고 갑상선 초음파 검사에서는 좌엽에서 다발성 결절 소견이 관찰되었다. 그 중에는 변연부 석회화(Rim calcification) 소견을 보이는 결절도 있었다(그림 1). 환자 舌質의 色은 紅, 舌苔는 白•厚 했고, 脈象은 전체적으로 滑•弱•無力했다. 그림 1. 갑상선 좌엽에서 관찰되는 변연부 석회화(Rim calcification) 결절 좌엽 내 다발성 결절 중 변연부 석회화를 동반한 결절의 횡단면(A) 및 종단면(B) 소견임. 결절 경계부를 따라 형성된 강한 고에코의 석회화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특징적인 후방 음영(Acoustic shadowing)이 관찰됨. 이는 과거 수술 권고 및 조직 검사 시행의 근거가 된 주요 병변으로, 환자의 병력과 건강 상태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됨. 결국 환자의 소화기 및 관절통 증상은 단순히 위장 또는 무릎관절의 국소적인 문제가 아니라, ‘쓸개 부재로 인한 소화 불균형’, ‘조절되지 않는 혈당으로 인한 대사 및 호르몬 불균형’, ‘다약제 복용에 의한 영향’ 등이 매우 복잡하게 얽힌 상태였다. 즉, 파편화된 국소 증상의 나열이 아닌 전신적인 대사 장애의 연쇄 반응이었다. 이에 消渴의 中消 및 濕熱證으로 진단하고 『東醫寶鑑』에 수록된 加減白虎湯을 기반으로 처방했다. 치료 과정에서 연속혈당측정(CGM)을 통한 면밀한 모니터링 하에 기존 약물의 필요성을 재평가하고 조정(Deprescribing)했다. 이들 약물이 일부 환자에서 위장관 부작용을 유발하거나 혈당 제어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치료 과정에서 저혈당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의료진이 환자의 식단, 수면, 운동 등 생활 습관에 적극 개입하는 “포괄적 다중 한의 치료(Comprehensive, Multimodal Korean Medicine intervention)”를 시행했다. 환자는 치료 8주 만에 Hb A1c가 7.0%로 뚜렷한 개선을 보였다. 연속혈당측정 데이터에서도 치료가 진행됨에 따라 혈당의 극심한 변동성이 사라지는 양상이 확인되었다(그림 2). 체중은 72.7kg에서 65.6kg으로 7.1kg 감량되면서도 근육량은 유의한 감소 없이 유지됐다. 그림 2. 치료 기간 중 월별 혈당 변동성 및 분포 변화(Monthly Box Plot) 치료 경과에 따른 월별 혈당의 추이를 보여줌. 치료 전에 비해 치료 후 혈당의 변동성(박스 크기 및 이상치)이 감소함. 심혈관 질환의 실질적 위험 인자인 중성지방은 96에서 73으로 꾸준히 감소했고, HDL은 58에서 79로 상승했다. 결국 인슐린 저항성과 대사 건강의 핵심 마커인 TG/HDL 비율이 1.7에서 0.9로 개선되는 안정적인 대사 회복이 이뤄진 것이다(표 1). 이와 함께 오랫동안 환자를 괴롭히던 소화기 증상과 무릎 통증은 자연스럽게 호전됐다. 파편화된 증상이나 눈앞의 수치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삶 전체를 조율하여 생명 활동의 균형을 회복하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黃帝內經』에서 강조한 '치본(治本)'이자, 환자를 다약제 복용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여 진정한 치유로 인도하는 길이다. 다가오는 통합 돌봄 시대가 요구하는 ‘만성질환 주치의’는 단순히 병명을 진단하는 것을 넘어, 환자의 삶과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통찰하는 의료인이어야 한다. 한의사는 전체론적 관점이라는 전통의 지혜와 현대 과학의 도구를 두루 갖추고 있어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의료인이다. 환자에게 진정한 ‘건강한 자유’를 되찾아주는 것, 이것이 한의사인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사명이다. 그리고 우리의 역량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
“고혈압·당뇨·고지혈증 관리하는 한의사 주치의는 가능하다”[한의신문] 고혈압·당뇨·고지혈증. 이른바 ‘3고(高)’는 현대 만성질환의 핵심이다.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은 이 중 한 질환 이상을 갖고 있으며, 3개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도 10%가 넘는다. 더욱 큰 문제는 이 질환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하고 위중한 후유증들이며, 이로 인한 의료비는 점차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부터 만성질환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핵심정책에 한의사는 계속 소외되어 왔으며, 이는 최근 강화되고 있는 정부의 일차의료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인 대만에서는 적극적으로 전통의사인 중의사를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활용하고 있다. 지난 2월12일 대만 전민건강보험(全民健康保險)은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중의(中醫) 3고 환자 관리 방안(中醫三高病人加強照護方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3고 질환으로 중의 의료기관을 주로 이용해 온 환자를 발굴하고, 중의사가 이들을 지속적으로 사례관리하는 제도다. 이 제도에서 중의사의 역할은 기존의 치료를 넘어선다. 먼저 환자의 개인 건강기록을 구축한다. 가족력, 만성질환 병력, 흡연·음주·빈랑 등 습관, 복용 약물까지 망라한 포괄적 자료를 정리한다. 여기에 생활습관 자기평가도 수행한다. 운동량, 수면 시간, 식이 패턴, 사회적 연결, 스트레스 관리 능력 등 22개 문항으로 구성된 평가표를 통해 환자의 생활 전반을 점검한다. 또한 진료 측면에서는 중의 변증(辨證) 원칙에 따른 진료기록 작성, 혈당·혈중 지질·혈압 등 관련 검사 수치의 주기적 확인, 질환별 맞춤형 보건교육 제공이 의무화된다. 중의사는 의료기관에서 처방전만을 쓰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생활과 건강을 총체적으로 조율하는 일차의료 관리자로서 역할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 제도는 성과지불(Pay for Performance) 방식으로 운영된다. 중의사는 사례관리비(기본 250점+개인건강자료 30점+생활습관 평가 40점)를 받고, 응급실 내원율 감소, 혈당·혈중 지질 조절률, 혈압 업로드 비율, 성인 건강검진율 등 4개 지표 달성도에 따라 최대 1000점(약 4만7000원)의 품질관리 장려비를 추가로 지급받는다. 지표 60점 미만이면 사업에서 탈락한다. 단순 투약을 넘어 실질적인 건강 결과를 제도가 요구하는 구조다. 현재 한국에서는 ‘한의 장애인 건강 주치의’, ‘한의 노인 주치의’ 제도 등 한의사의 주치의 제도 진입이 한의 일차의료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한의사의 역할과 지위가 유사한 중의사가 3만명의 만성질환 환자를 사례관리하며 혈당·혈압 조절률과 응급실 방문율 감소를 공식 지표로 책임지는 구조가 국가 건강보험 체계 안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의사도 주치의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대만에서의 사례와 같이 국민의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한의사 주치의 제도를 주저하지 않고 시행해야 할 시점이다. -
“아픈 역사를 품은 우토로, 한의학으로 전한 기억과 연대의 온기”[한의신문] 우토로 마을, 아픈 역사의 현장을 찾다 지난달 2일부터 5일까지 일본 교토부 우지시에 위치한 우토로 마을을 다녀왔다. 그곳은 일제강점기 일본 정부가 추진한 군 비행장 건설에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의 함바 터에 형성된 마을이다. 당시 재일조선인들은 징용과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행장 건설의 가혹한 노동에 종사하였으나 일본의 패전으로 공사가 중단되자 그 자리에 방치된 노동자와 가족들은 스스로의 손으로 불모의 땅을 개척하여 살아왔다. 해방 후 가혹한 차별과 빈곤 속에서도 민족학교를 개설하여 빼앗긴 민족의 언어와 문화를 되찾기 위한 교육도 했다. 재일조선인들의 슬럼으로 멸시되었던 우토로 마을은 상하수도 등의 생활 인프라가 정비되지 않아 큰비가 오면 심각한 수해에 고통받았으며 지하수를 끌어올려 사용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활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일본 시민들이 우토로 사람들과 힘을 합쳐 마을의 생활 개선을 요구하는 운동이 1986년부터 시작되었으며 1988년에 상수도가 설치됐다. 그러나 토지를 인수한 회사에 의해 강제 철거 위기에 몰리게 되고 주민들은 필사적으로 저항했으나 식민지 지배와 전쟁에 기인하는 우토로 문제의 본질은 고려되지 않은 채 명도소송에서 패소하여 불법 점거자가 됐다. 수도 문제 때부터 지원해 온 일본인 시민단체의 국내외 홍보활동으로 2001년에는 유엔 권고를 이끌어냈으며 우토로의 호소가 한국에 전달된 2005년에는 지구촌동포연대(KIN)를 중심으로 ‘우토로 국제대책회의’가 결성돼 우토로의 토지 구매를 위한 시민 모금 운동이 대대적으로 시작되었다. 우토로 마을은 어려움에 직면하면서도 곁을 지켜 온 일본 시민들, 재일동포, 한국 시민들이 협력하고 힘을 합쳐 거주권을 지켜낸 역사적 공간으로 지역 사회에서 ‘작은 통일’을 만듦으로써 새로운 사회와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곳에 건립된 우토로평화기념관은 역사를 계승할 뿐만 아니라 우토로 주민들을 비롯한 지역 사람들에게도 열려 있는 커뮤니티의 거점으로서 일본과 한반도의 미래를 짊어진 사람들의 만남과 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 기억과 연대를 전한 한의 의료봉사 투쟁의 역사 끝에 쟁취한 시영주택에 정착한 동포들이 살고 있는 그곳에 미로한의원 의료봉사단원인 금손한의원 박수진 원장, 장문기 실장과 함께 기억과 위로와 연대의 마음을 전하고자 의료봉사를 다녀왔다. 다큐멘터리 ‘차별’의 김도희 감독이 이 여정을 영상으로 기록하기 위해 동행했다. 과거 MBC ‘무한도전’을 통해 알려졌던 1세대 어르신들은 이제 세상을 떠나셨지만, 그 후손인 2세대 동포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 우리는 그곳에서 우리 동포들과 우토로평화기념관의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한의진료를 펼쳤다. 한국 한의학의 힘을 보여준 진료 현장 이번 진료 현장에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일본 현지 침구사 두 분도 참관했다. 그들은 환자가 허리가 아프면 허리에, 어깨가 아프면 어깨에 침을 놓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달랐다. 오른쪽이 아프면 왼쪽에, 왼쪽이 아프면 오른쪽에 침을 놓았다.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 그 자체가 아니라 통증의 근본 원인을 오장육부 기운의 성쇠에서 찾아내어 한국 한의학의 정수인 사암침법으로 약해진 장부의 기운을 보강하는 원인 치료에 집중하였으며 대증치료는 동씨침법으로 하였다. 아픈 곳이 아닌 반대편 혈 자리에 침을 놓는 것을 의아해하던 환자들과 일본 침구사들은 침을 놓자마자 통증이 즉각적으로 호전되는 모습에 감탄했다. 이것이 바로 동의보감을 기본으로 한의학의 원형을 보존하고 발전시켜 온 한국 한의학의 힘이라는 설명에 그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우토로 사람들이 건넨 따뜻한 환대 우토로 마을은 식당 하나 찾기 힘든 외진 곳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풍족한 대접을 받았다. 우토로평화기념관의 김수환 부관장이 정성껏 차려준 점심과 저녁 식사는 봉사단의 기운을 북돋워 주었다. 숙소 또한 마을 동포 자매 중 언니분이 동생 집으로 거처를 옮기면서까지 자신의 집을 통째로 내어주신 덕분에 편안히 쉴 수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기념관을 지키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단 3명의 사무국 직원 외에도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있었다. 우리 동포뿐만 아니라 일본인들까지 가세해 기념관 운영을 돕고 있었으며 진료 중에도 사무국 직원과 자원봉사자가 통역을 맡아 환자와의 소통을 완벽하게 지원해 주었다. 치유의 온기가 이어지기를 바라며 척박한 땅에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우토로 동포들의 삶은 그 자체로 눈물겨운 역사이다. 이번 의료봉사는 단순한 진료를 넘어 소외된 곳에서 역사를 이어가는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한국 한의학의 우수성을 현지에 각인시킨 귀한 시간이었다. 비록 몸은 고됐지만 환하게 웃으며 배웅해 주던 동포들의 눈빛과 한의학의 신비에 놀라던 일본 침구사들의 표정이 여전히 선하다. 우토로에 피어난 치유의 온기가 앞으로도 우리 동포들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기를 소망한다.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 (565)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1990년 5월30일 수요일 부산광역시의 동의대학교에서 제14회 杏林祭가 전국 한의대생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東義大 韓醫大 학생회 주최로 열린 행림제에서 5월29일에는 주제 논문 발표회, 전한련 발대식, 문화제, 대동제 등이 열렸고, 30일에는 오전 9시부터 학술논문 발표회가 있었으며, 하오에는 체육대회가 열렸다. 첫날 주제 논문 발표회에서는 「북한의 보건의료」(경희대 한의대 김상언), 「한의학계의 의료운동 실태와 방향」(동의대 한의대 김종훈) 등의 발표와 문화제로는 사물놀이 마당극 등이 열렸다. 당시 한의신문의 기사에 따르면 체육대회에서 배구, 농구, 씨름, 야구 등 각 종목 경기가 벌어진 끝에 원광대가 1위로 종합 우승, 대전대가 2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30일 학술논문 발표회에서 발표된 논문은 경희대 故홍원식 교수께서 기증해주신 ‘제14회 杏林祭 학술논문 초록집’을 통해 발표된 논문들을 파악할 수 있다. 학술논문 초록집에 등재된 논문들은 아래와 같다. ◯ 「五行盛衰關係를 通해 살펴본 四象人 臟腑虛實과 臨床的 活用」. 발표자 김영진(동국대 본과 3년). 지도교수 박현국: 이 논문은 동국대 원전연구회 6기인 본과 3학년 김영진, 배승완, 이현숙, 황성윤 4인의 공동 연구로서 각종 도표로 사상인의 장부허실의 문제를 오행의 생극 관계로 풀어내고 있다. ◯ 「津液의 生成과 轉化에 對한 考察」. 발표자 최시열(동의대 본과 2년). 지도교수 이용태: 이 논문은 동의대 최시열과 黃之道硏塾과 공동연구한 결과물로서, 津液의 生成과 轉化를 진액의 정의, 생성, 작용, 전화와 수포과정(특히 오장육부와의 관계를 중심으로)으로 정리하고 있다. 특히 진액대사의 과정, 宗氣의 생성 순행작용, 衛氣의 생성 순행 작용, 영혈의 생성 순행 작용 등의 제목으로 구성한 도표는 매우 값진 결과물이다. ◯ 「五味에 對한 文獻的 考察」. 발표자 장인수(우석대 본과 1년). 지도교수 이남구: 이 논문은 五味에 대해 논의되고 있는 문헌인 『황제내경』, 『신농본초경』, 『본초강목』, 『경악전서』, 『본초문답』 등을 바탕으로 오미의 개념, 오미의 특성, 오미의 오행, 오장 배속, 五味苦欲補瀉 등으로 나누어 고찰하고 있다. ◯ 「沙蔘과 羊乳의 식물 조직학적 比較」. 발표자 송범룡(우석대 본과 1년). 지도교수 이창현: 이 논문은 송범룡, 최금호 2인의 공동 연구로 진행된 것으로서 사삼과 양유의 차이를 명칭, 본초학적 응용면, 식물형태학적 비교, 구조적 차이의 해부학적 고찰 등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 「自然觀을 通해 본 東西醫學의 比較考察」. 발표자 류창형(대구한의대 예과 2년). 지도교수 김광중: 동서의학의 차이를 자연관의 차이를 중심으로 살펴본 논문으로서 강을 중심으로 한 농경문화와 사막을 중심으로 한 유목문화로부터 나누어져 환경에 영향을 받은 자연관이 형성되었다는 관점에서 한의학적 생명관과 서양의학의 질병관을 비교했다. ◯ 「韓國産 藥用植物의 採取時期 考察」. 발표자 안점우(우석대 예과 2년). 지도교수 노진구: 예2 안점우와 본1 방규상이 공동으로 연구한 논문으로서 한국산 약용식물의 채취시기에 대해서 광범위하게 조사 정리한 논문이다. ◯ 「東醫寶鑑에 收錄된 韓藥物에 對한 分類 調査」. 발표자 한상균(우석대 예과 2년). 지도교수 주영승: 예과 2년 김진, 한상균의 공동 연구로서 『동의보감』에 수록된 한약물을 분류 조사한 논문이다. 수록 약물이 760종이며, 동일 약물로서 약용 부위가 다른 것이 다수이며 식물류 435종, 동물류 183종, 광물류 52종, 기타 90종이라는 것을 밝혔다. ◯ 「韓醫學에 있어 三의 意味와 有關 槪念에 對한 小考」. 발표자 繼明學會(대전대 예과 2년). 지도교수 김성훈: 三의 의미가 인체의 구성, 생리, 병리, 진단, 방제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정리한 논문이다. -
‘방문진료’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김은혜 가천대 한의과대학 조교수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의사로서의 직분 수행과 더불어 한의약의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자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혜 교수의 글을 소개한다. 만약 우리가 다시, 동네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집으로 찾아가 진료를 할 수 있다면 어떤 치료를 할 수 있을까. 병원에 갈 ‘여력이 없다’ 말하는 어르신들에게, 우리는 어떤 치료를 해드릴 수 있을까. 병원에 갈 만한 이렇다 할 이유는 없지만, 그럼에도 군데군데가 쑤시는 어르신들에게는 어떤 치료를 해드릴 수 있을까. 병원에 딱히 갈 이유는 없지만 보호자들이 옆에서 보기에 혼자 두기에는 불안 불안한 어르신들에게는, 우리가 무엇을 묻고 무엇을 치료해야 될까. 시범사업이기는 하나, 방문진료가 가능하게 된 지 수 년이 흘렀다. 방문진료라 함은, 말 그대로 환자가 계신 댁으로 한의사가 찾아가 진료를 하는 것을 말한다. 아무래도 이 진료의 특성상 건강하게 잘 걸어 다녀 대학병원부터 한의원까지 필요한 경우마다 딱딱 골라 다니는 남녀노소보다는, 주로 댁에 있으시며 꼭 약을 타 먹어야 하는 경우 말고는 병원에 가는 것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 어르신들이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여기에는 병원에 갈 육체적, 감정적, 경제적 여력이 안 되는 분들 또한 포함될 것이다. 오히려 이런 분들께는 과거에 가방 하나 들고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왕진을 하는 의사들의 모습도 꽤 익숙하실 세대이기에, ‘방문진료’라는 단어를 의료진보다도 도리어 더 쉽게 받아들이시는 경향도 있는 듯하다. ”글쎄, 크게 불편한 곳은 없는데요?” 방문진료 사업 덕분인지 보건소나 지자체에서도 자체적으로 왕진(방문진료) 사업을 추진하는 추세이다. 덕분에 대학병원에 근무하고 있음에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시간 가량 차를 몰고 왕진을 나갔다. 어떤 물건이든 찾으면 다 구할 수 있는 병원을 벗어나서, 할 수 있는 치료의 종류와 범위 또한 제한되어 있을 게 분명한 누군가의 집에서 진료를 보는 장면들이 막연하게 상상만 되었다. 그럼에도, ‘그간의 경험’이 어떻게든 임기응변은 해주겠지라는 믿음으로 이런저런 도구들을 적절한 수준에서 챙겨갔다. 한의원에 걸어 들어오는 환자들은 니즈가 분명하다. ‘어디가 불편하세요?’라고 하면, 아픈 곳이 너무 많은 환자는 있어도 내가 여기를 왜 왔는지 잘 모르는 환자는 드물다. 한방병원에 들어오는 환자들은, 설사 본인이 잘 몰라도 우리가 찾아내면 된다. 한·양방 협진이 되는 구조니 일단 검사를 돌리면 그들도 잘 몰랐던 불편한 지점들을 우리가 찾아내서 환자를 끌고 갈 수 있다. 이게 내 ‘그간의 경험’이었다. 한 내외분이 계시는 자택으로 들어갔다. ‘아휴 선생님들 오셨네. 감사해요~ 여기 앉으세요’라고 말씀하시며 두 어르신이 바삐 움직이셨다. 가벼운 안부를 묻고, ‘아버님, 어디가 불편하세요?’라고 여쭈었다. 그랬더니 ‘글쎄. 크게 불편한 곳은 없는데요? 이미 병원도 다 다니고 있고, 약도 다 먹고 있는데 뭘...’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는 대답이었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알아서 걸어 들어와 주신 환자를 마주하는 것과, 내가 걸어 들어가서 마주한 환자를 대하는 것에 차이가 있을 거라고 예상은 했다만, 어르신이라는 특성상 여기저기 삭신이 쑤시는 증상은 기본적으로 있을 것이며, 한의사를 보면 알아서 구구절절 말씀해주실 거라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있었구나 싶었다. “아휴,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꽤 흠칫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에 그간의 경험을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무슨 약 드시고 계세요? 약 보면 어디가 불편하셨는지 알 수 있겠네.’라는 대답이었고, 그렇게 진료가 시작되었다. 막상 처방전들을 보니 수면제, 전립선약, 통증약, 고혈압약, 당뇨약 등 복용하고 계신 약들이 많은 편이었다. ‘수면제 드시네? 수면제 드시면 잠 좀 잘 주무세요? 언제부터 드셨어요?’라고 묻자, ‘먹은 지 꽤 됐는데, 효과가 없어. 어떻게 해야 돼요?’라는 대답이 왔다. ‘전립선약 드시고 계시네요? 밤에 소변은 어떠세요?’라고 묻자, ‘아, 이 약 먹어도 밤에 꼭 소변보려고 2~번씩 깬다.’라는 대답이 왔다. ‘요즘 혈압, 혈당은 잘 조절 되세요? 댁에서도 재시죠.’라고 묻자 ‘그건 괜찮은 것 같다. 근데 먹는 약이 너무 많다.’라는 대답이 왔다. ‘통증약은 왜 드세요. 어디 불편하세요.’라고 묻자 ‘좌골신경통 있다고 하던데? 그래서 거기서 약 받아왔다. 근데 밭일 하고 나면 아픈 건 똑같다’라는 마지막 대답이 돌아왔다. 이 대화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병원 안에서 이루어졌던 익숙한 진료 패턴과 주소증에 도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진료는 약봉지 너머에 숨어있던 어르신의 진짜 증상들을 하나씩 짚어드리고서야 제대로 궤도에 올랐다. 병원 약을 먹어도 여전하다던 좌골신경통에는 침을 놓았고, 오랜 밭일로 굳어버린 등줄기를 따라 추나 치료를 정성껏 해드렸다. 처음엔 손사래를 치시던 어르신도 치료가 끝나자 “아휴, 이제야 좀 살 것 같다”며 환한 미소로 고마움을 전하셨다. 치료의 끝에는 현재 드시는 약들 중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각기 다른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들임을 고려해 다음 진료 때 의사에게 어떤 불편함을 구체적으로 말해야 하는지도 꼼꼼히 일러드렸다. 다음 진료 전까지 댁에서 할 수 있는 관리법과 주의해야 할 증상까지 곁들였다. 옆에 딱 달라붙어 재잘재잘 설명해드리는 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는 얼굴을 마주하며, 나는 방문진료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다시금 확인했다. 한의계의 더 큰 기회이자 따뜻한 경쟁력 결국 방문진료 현장에서 한의사는 때로 ‘약물’을 기반으로 진료의 실마리를 풀어내야 한다. 침을 놓고 뜸을 뜨는 우리의 훌륭한 기술만큼이나, 어르신들의 약봉지 사이에서 증상의 원인과 미충족 수요를 읽어내는 역량이 중요해진 것이다. 소위 ‘다제약물 복용’ 상태인 어르신들에게 한의학적 치료가 가장 유의미한 대안이자 보완책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대중에게 익숙한 표준 치료와 그 약물 체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환자가 이미 복용 중인 약의 효능과 한계를 명확히 알 때, 비로소 우리가 무엇을 더해주고 무엇을 관리해드려야 할지 더 분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느 한 사람의 숙제가 아니라, 방문진료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한의사들이 함께 어깨를 맞대고 키워나가야 할 역량이다. 우리가 표준 치료의 흐름을 더 정교하게 읽어낼수록, 한의 치료라는 도구는 더 넓고 확실하게 쓰일 수 있다. 그렇게 적극적인 소통과 공부를 통해 우리만의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면, 방문진료는 한의계의 더 큰 기회이자 따뜻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 15김호철 교수 경희대 한의대 본초학교실 교수 (주)뉴메드 대표이사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김호철 교수(경희대 한의대 본초학교실)의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를 통해 임상 현장에서 자주 제기되는 한약의 궁금증과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최신 연구 결과와 한의학적 해석을 결합해 쉽게 설명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이 기존의 한약 지식을 새롭게 바라보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의사라면 본초학 교재에서 계지의 효능을 이렇게 외운 기억이 있을 것이다. “발한해기(發汗解肌), 온경통맥(溫經通脈), 통양화기(通陽化氣).” 너무 익숙한 문장이라 굳이 의문을 품지 않고 지나가기 쉽다. 그런데 본초 전체를 가로로 펼쳐놓고 보면, 이 가운데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표현이 하나 있다. 바로 “온경통맥”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효능 표현이 본초 전체에서 계지에 거의 독특하게 부여된 자리라는 사실이다. 다른 약재에서 “통맥”이나 “온경”이라는 표현이 일부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발산풍한약(發散風寒藥)이라는 분류 안에서, “산한해표”와 함께 “온경통맥”이 동시에 핵심 효능으로 자리 잡은 약재는 사실상 계지가 거의 유일하다. 왜 그럴까. 이 질문은 단순히 계지 한 약재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본초학이 약재를 어떻게 인식하고, 또 실제 임상에서 그 인식이 어디에서 흔들리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단면에 가깝다. 계지는 어디에 분류된 약인가 본초학은 기본적으로 약재를 작용 방향에 따라 나눈다. 발산풍한약, 청열약, 온리약, 활혈거어약, 보익약, 이수삼습약 등으로 구분하는 체계가 그것이다. 그리고 각 분류 안에서 효능을 비교적 일정한 언어로 정리한다. 발산풍한약은 발산풍한·해표·산한, 온리약은 온중산한·회양구역·온신장양, 활혈약은 활혈거어·행기활혈과 같은 표현이 중심이 된다. 계지는 이 체계 안에서 분명 발산풍한약으로 분류된다. 마황, 자소엽, 형개와 함께 표(表)의 풍한사를 흩는 약으로 배운다. 실제로 계지탕, 갈근탕, 소청룡탕 같은 처방에서 계지는 분명 표를 푸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임상에서 계지를 오래 써 본 사람이라면, 계지가 단순히 “표를 푸는 약”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당귀사역탕에서 계지는 사지궐랭을 풀고, 황기계지오물탕에서는 혈비(血痺)를 다스린다. 온경탕에서는 자궁의 허한과 한응(寒凝)을 따뜻하게 풀어주고, 계지복령환에서는 하복부의 어혈과 종괴를 다루는 자리에 들어간다. 이런 운용에서 계지는 더 이상 단순한 발산풍한약이 아니다. 오히려 안을 따뜻하게 하고, 막힌 흐름을 열어주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약재를 하나의 본성으로 보려는 사유 사실 이 문제는 단순히 분류 체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아래에는 더 깊은 사유의 층이 있다. 본초학에는 약재를 하나의 속성·본성을 가진 존재로 보는 사유가 깊이 깔려 있다. 약재끼리의 관계를 단행(單行)·상수(相須)·상사(相使)·상외(相畏)·상오(相惡)·상반(相反)·상살(相殺)의 칠정(七情)으로 나누어, 마치 사람처럼 서로 두려워하고 미워하고 도와준다고 본 것. 한 처방 안에서 약재의 자리를 군신좌사(君臣佐使)로 배치한 것. 약재의 본성을 사기오미(四氣五味)로 규정한 것. 이 모두는 약재를 사람처럼 하나의 본성을 가진 존재로 보는 사유의 연장이다. 사물이 아니라 인격적 존재로 약재를 보는 시선이 본초학의 근저에 흐른다. 그런데 사람의 성품이 한 가지 색깔로 규정되지 않듯, 약재도 한 가지 방향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계지가 바로 그런 자리에 선 약재다. 표를 푸는 가벼움, 리를 덥히는 따뜻함, 혈맥을 통하게 하는 활달함이 한 약재 안에 함께 들어 있다. 약재를 하나의 본성으로 규정하려는 본초학의 사유 자체가 시험대에 오르는 자리가 바로 여기다. 경맥(經脈), 표와 리의 사이에 놓은 다리 바로 여기에서 “온경통맥”이라는 표현의 의미가 드러난다. 만약 계지의 작용을 직접적으로 적는다면 “산한(散寒), 온리(溫裏), 활혈(活血)” 같은 표현이 함께 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적는 순간 발산풍한약 항목에 속한 약재가 온리약과 활혈약의 영역까지 동시에 침범하게 되고, 약재의 정체성 자체가 흐려진다. 본초학자들은 이 문제를 매우 흥미로운 방식으로 해결했다. 바로 “경맥(經脈)”이라는 통로 개념을 끌어온 것이다. 생각해 보면 경맥이라는 개념 자체가 흥미롭다. 경맥은 표에도 있고 리에도 있다. 피부와 사지를 지나 장부 안으로 들어가며, 혈맥과 함께 몸 전체를 연결한다. 즉 경맥은 본초학에서 표와 리의 단단한 이분법을 부드럽게 흐리는 중간 공간이다. 표·리 어느 한쪽으로 환원되지 않는 약재를 설명하기 위해 본초학이 끌어온 중간 공간 — 이것이 “경맥”이다. 그래서 “경맥을 따뜻하게 통하게 한다”고 적으면, 어디를 직접 덥힌다고 단정하지 않으면서도 따뜻하게 하여 흐름을 열어준다는 계지의 복합적 작용을 자연스럽게 담아낼 수 있다. 온(溫)과 통맥(通脈), 두 작용의 결합 다시 말해 “온경통맥”은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다. 계지라는 약재가 가진 독특한 위치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매우 정교한 효능 언어에 가깝다. 흥미로운 점은, 이 표현 안에 사실상 두 가지 작용이 동시에 들어 있다는 점이다. “온(溫)”은 안을 따뜻하게 한다는 뜻이며, 본질적으로 온리(溫裏)의 작용이다. “통맥(通脈)”은 막힌 혈맥을 통하게 한다는 뜻이며, 본질적으로 활혈(活血)의 작용이다. 즉 온경통맥은 사실상 온리와 활혈의 결합이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온리”와 “활혈”이라 적으면 약재의 단일한 본성이 흐트러지므로, “온”과 “통맥”이라는 표현으로 그 결합을 효능 언어 안에 담아낸 것이다. 그래서 계지복령환 같은 처방이 있는 것이다. 이 처방은 하복부의 어혈과 종괴를 다루는 활혈거어 처방이다. 여기서 계지는 더 이상 표를 푸는 자리에 있지 않다. 오히려 안을 따뜻하게 하면서 막힌 혈맥을 열어주는 자리, 즉 한응(寒凝)으로 굳어진 혈행을 다시 소통시키는 자리에 들어간다. 만약 계지가 정말 표만 푸는 약이었다면 이런 처방의 자리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 계지가 활혈거어 처방의 군약 자리에 들어간다는 사실 자체가, 계지의 효능 안에 혈맥을 통하게 하는 작용이 본래 깃들어 있었음을 임상으로 증명하는 자리다. 천 년의 임상이 빚어낸 효능 언어 물론 이것을 단순히 “한의학의 모순”이라고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반대로, 본초학이 약재의 실제 작용을 매우 오래전부터 복합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증거에 가깝다. 본초학은 약재를 단순한 기능 조각들의 집합으로 보지 않았다. 약재를 살아 있는 작용의 흐름으로, 표와 리를 가로질러 움직이는 하나의 인격적 존재로 이해하려 했다. 현대 약리학에서도 하나의 성분이 여러 조직과 여러 표적에 동시에 작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계지의 주요 성분인 cinnamaldehyde 역시 혈관, 감각신경, 말초순환에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연구들이 축적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용이 부위 특이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표·리를 가로지르며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작용이라는 점에서, “경맥을 따뜻하게 통하게 한다”는 본초학의 표현과 자연스럽게 호응한다. 천 년 전 본초학자들은 분자 표적의 차원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임상 속에서 계지가 단순히 표만 푸는 약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복합성을 “온경통맥”이라는 한 줄의 효능 안에 담아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매일 아무렇지 않게 외우는 효능 표기 한 줄 한 줄은 단순한 암기 문장이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임상가들이 약재의 실제 작용을 설명하기 위해 오랜 시간 다듬어 온 언어의 흔적이다. 계지의 “온경통맥” 역시 마찬가지다. 그 한 줄 안에는, 약재를 하나의 본성으로 규정하려 하면서도 그 본성이 단일하게 환원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으려 했던 본초학자들의 오래된 고민이 남아 있다. 어쩌면 본초학의 깊이는 바로 그런 긴장 속에서 만들어져 온 것인지도 모른다. -
세계인들은 한의약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⑦조익준 한의사 •한의신문 인턴기자 •침구의학과 전공의 일본 1874년, 메이지(明治) 정부가 ‘의제(醫制)’를 시행한 이후 일본 한방의학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법령에 따르면, 새로 개업하려는 의사는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약제학, 내외과, 병상처방 및 수술 시험을 통과해야만 면허를 받을 수 있었다. 네덜란드나 독일에서 유래한 서양의학을 공부한 의사만 인정하겠다는 의도였다.1) 침구의학이나 방제학 등은 의료 영역에서 제외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1947년엔, 전후(戰後) 일본 정부가 침구사에 대한 규제를 시행했다.2) 1967년에는 국민개보험 보장 목록에 6가지 한약을 추가했다. 이후 2000년까지, 그 수는 148개 처방, 848개 제품으로 늘어났다.3) 메이지 정부는 한방의약을 도태시키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우리와 비슷하게, 전국민 의무 가입 국민건강보험을 운영하고 있다.4) 침구술은, 만성화한 △신경통 △류머티스성 질환 △경완(頸腕)증후군 △오십견 △요통 △경추염좌후유증 총 6개 질환에 의사가 동의서를 발급한 경우 보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후생노동성은 이 외 상병에도 담당의가 동의서를 작성한다면 심사를 거쳐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5) 의사와 침구사만 침구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침구사가 되려면 후생노동성이 인정한 침술학교(3년제), 문부과학성이 인정한 대학교나 전문대학을 졸업한 뒤 후생노동성에서 주관하는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일반의료, 위생, 공중보건, 관련 법규,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임상의학개론, 재활의학, 동양의학 일반이론, 경혈 일반이론, 동양의학 임상이론, 침술 이론, 뜸 이론 등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다.6) 한방제제뿐 아니라, 생약과 첩약도 공적 보험을 통해 보장 받을 수 있다. 상병이나 이에 따른 처방에 제한을 두는 규정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7)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이 일본동양의학회에서 제시한 수련 과정을 3년 이상 이수하고, 총 6년 이상 임상 경력을 갖추면 한방전문의로 인정하는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8) 대만 전국민이 의무 가입하는 전민(全民)건강보험을 운영하고 있다. 총액예산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9) 중국처럼 중의사 제도를 갖추고 있다. 중의사 교육 과정에는 학사 학위 취득 후 5년제, 고등학교 졸업 후 7년제, 중서의 복수전공 8년제 총 3가지가 있다. 5년제나 7년제를 졸업하더라도 2~3년간 소정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중서결합의 면허시험을 볼 수 있는데, 7년제를 졸업한 서의사도 마찬가지다.10)11) 중의 급여 항목에는 진찰, 약, 약품조제, 침구치료, 상과(傷科)치료, 탈구정복, 검사, 침구(합병상과) 치료, 특정 질병 외래 강화 관리가 포함되어 있다. 공적 보험이 인정하는 중약은 두 가지로 나뉜다. 중약신약과 복방농축중약(한약제제)이다. 2015년 기준, 농축 중약 325개 처방과 6783개 품목이 보장 대상에 들어갔다. 일반 처방은 1회에 7일분을 초과해선 안 되고, 만성병 환자에 한해 1회 최대 30일분까지 제공할 수 있다는 부가 규정도 있다. 침구 치료는 공단에서 제시한 ICD 근거 진단명에 해당해야 공적 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구체적인 치료법이 아닌, 상병에 따라 행위와 수가가 정해진다. 상과 치료는 침구를 이용하지 않는 외과 질환 대상 수기요법이다. 급만성 염좌(족관절 염좌, 요추 염좌, 경추 염좌 등), 건염(주관절외측상과염, 견관절 건염, 완부요측건초염 등), 관절병변(풍습성 관절염, 퇴행성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통풍, 동결견 등) 소견이 있다면, 치료비 보장을 받을 수 있다.12) ♣ 마무리 지난 7회에 걸쳐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브라질, UAE, 베트남, 뉴질랜드, 중국, 몽골, 일본, 대만 총 19개국 공적 의료 보험이 한의약을 어떻게 보장하는지 조사했다. 세계에서 한의약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되길 바라며, 마무리한다. 참고문헌 1) 김옥주, 미야가와 타쿠야, 의사학, 2011.12, 에도 말 메이지 초 일본 서양의사의 형성에 대하여 2) WHO, WHO GLOBAL REPORT ON TRADITIONAL AND COMPLEMENTARY MEDICINE 2019 3) Tetsuo Akiba, Kampo Med, 2010, History of Kampo Extracts for Medical Use 4) (일본 도쿄도) 치요다구, 2026, 국민건강보험 가이드북 5) 일본 후생노동성 보도자료, 2025.04, はり、きゅう及びあん摩マッサージ指圧の同意書の取扱いを改めてお知らせします 6) 일본침구사회(JSAM) 홈페이지(https://jsam.jp/en/acupuncture/education/) 7) 현은혜, 임병묵, 대한예방한의학회지, 2022.04, 일본 건강보험의 한약 급여제도 현황 8) 일본동양의학회, 전문의제도기본규정(https://www.jsom.or.jp/universally/doctor/nintei.html) 9)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연구원, 서수라 외 3인, 2022년도 주요국의 건강보장제도 현황과 정책동향 10)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강재 등,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중국종합연구 협동연구총서 16-49-01, 중국과 대만의 중의학(中醫學)-서의학(西醫學) 관계 설정 현황과 시사점 : 인력양성과 보장성을 중심으로 11) 서울Pn, 이현정, “한국 의료 이원화 체제 유일… 中 복수면허·대만 복수전공 양성”(https://go.seoul.co.kr/news/newsView.php?id=20190410013001) 12) 김동수 외 4인, 대한예방한의학회지, 2016.08, 대만 중의 건강보험의 체계와 서비스 질 향상 정책 -
“한의약, 자가면역 반응 조절과 질환 진행 억제 측면 잠재성 높아”임동우 연구초빙교수(동국대 한의과대학 한의학연구소 및 진단학교실) <편집자주>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한의학연구소 및 진단학교실 임동우 연구초빙교수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2026 세종과학펠로우십’에 선정됐다. 본란에서는 임동우 교수에게 향후 진행하게 되는 연구 내용과 함께 갑상선 질환에서 한의약이 가질 수 있는 역할 등을 들어봤다. 임동우 교수는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진단학교실에서 한의진단학 강의와 기초·임상 중개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2018년 모교에서 한의학 박사(병리학) 학위를 취득한 후 공중보건의로 복무하며 COVID-19 팬데믹 초기 경기도 역학조사관으로 근무한 바 있다. 소집 해재 후 2021년 상반기부터 다시 모교 진단학교실로 돌아와 현재까지 연구와 강의를 이어오고 있으며, 초기에는 천연물의 효능을 탐색하는 실험연구로 연구에 입문했으나, 현재는 생물정보학, 임상 관찰연구를 결합해 한의진단학의 객관적 지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연구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Q. ‘2026 세종과학펠로우십’에 선정된 소감은? 이전부터 여러 연구자분들의 세종과학펠로우십 선정 소식을 접하며, 나 역시 수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다. 연구과제 수주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이번에 선정된 것을 매우 뜻깊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선정을 계기로 한의학 분야의 학술 및 연구 발전에 더욱 힘쓰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연구에 매진하겠다. Q. ‘세종과학펠로우십’은 어떤 사업인가? ‘세종과학펠로우십’은 과거 ‘대통령 포스트닥 펠로우십(President Postdoctoral Fellowship)’으로 알려졌던 제도의 취지를 잇는 사업으로, 우수한 박사후연구원 및 비전임 교원의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보장하고 이들이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표적인 인재 양성 사업이다. 연구책임자는 5년간 최대 연 1억3000만원 내외 규모로 총 6억5000만원 내외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된다. Q. 어떤 연구를 진행하게 되는지 궁금하다. 본 연구에 앞서 2023년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창의도전연구에 선정돼 갑상선암 환자 유래 갑상선 조직을 이용한 자가면역성 갑상선염의 전사체 프로파일 분석 연구를 진행하며 환자 조직의 특성과 신규 병태생리 기전을 규명하고자 했다. 또한 다기관 공동연구팀과 함께 자가면역성 갑상선염 환자의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생물정보학 기반 치료 후보 천연물 탐색, 실험모델 구축 및 천연물 생리활성 검증 등 기초와 임상을 연결하는 중개연구를 지속적으로 확장해왔다. 이번 연구에서는 선행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경부 피부를 통한 약물전달로 경부 림프절의 면역반응 조절을 통해 갑상선 자가면역 반응을 제어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가설을 세웠다. 갑상선과 경부 림프절의 해부학적 인접성, 자가면역성 질환의 면역학적 기전, 그리고 효율적·지속적인 약물 전달 방식을 통합해 자가면역성 갑상선염의 새로운 중재 전략을 제안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5년간의 연구기간 동안 환자 조직 분석, 후보 천연물을 활용한 세포실험, 동물모델 기반 전임상연구를 단계적으로 수행할 계획이다. 나아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컨소시움을 구성해 후속과제로 연계하고, 임상 적용 가능성까지 탐색하고자 한다. Q. 꾸준히 자가면역성 갑상선염에 대해 연구하게 된 계기는? 자가면역성 갑상선염은 만성적인 경과를 거쳐 갑상선 기능저하증(Hypothyroidism)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갑상선 기능이 상당 부분 소실된 후에는 회복이 어렵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자가면역성인 하시모토 갑상선염이라는 점에서 이 질환의 이해와 조기 중재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한의임상에서 자주 접하는 만성피로, 추위를 탐(cold intolerance), 대사기능저하의 양허증(陽虛證)과 관련이 깊은 증상을 호소하는 다수 환자의 기저에 갑상선이 관련돼 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예방의학·기능의학적 관점에서는 불현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을 구조적 이상(질환)으로 넘어가기 전 기능적 이상(불건강)으로 보고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의료 중재 연구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미충족 수요에 대해 연구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고, 관심을 가지게 됐다. 아울러 조직 기반 갑상선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던 데에는 외부의 큰 도움이 있었으며, 이 자리를 빌려 귀중한 임상 조직 기반 연구의 기회를 주신 강남 세브란스 병원 갑상선내분비외과 김석모 교수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Q. 갑상선 질환에 있어 한의약의 역할은? 자가면역성 갑상선염은 장기적으로 진행·악화되는 질환으로, 앞으로는 보다 적극적인 의료중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의약은 예방의학적 측면에서 강점이 있어, 자가면역 반응의 조절과 질환 진행 억제 측면에서 잠재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특히 초기 단계의 개입을 통해 갑상선염이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진행하는 과정을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이 개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향후 환자의 전사체 프로파일링 데이터·생화학 바이오마커와 한의학의 변증(辨證)을 결합한다면,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한의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 모델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Q. 한의약 발전을 위해 연구에 매진 중인 젊은 한의과학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낯설고도 쉽지 않은 연구자의 길을 선택한 젊은 한의과학자 분들게 깊은 존경을 드린다. 연구자마다 관심 분야와 처한 상황, 그리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현재를 남과 비교하기보다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자신만의 페이스로 묵묵히 걸어가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동료 연구자분들의 건승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
“베트남 호치민에서 ‘K-메디컬’의 미래를 그려”[한의신문] 베트남 상류층과 타국의 외국인 거주자들이 모여 드는 곳, 호치민의 ‘강남’이라 불리는 타오디엔(Thao Dien)에서 자연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최성주 원장이 한의 진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대한민국의 우수 과학기술 인재들이 모이는 KAIST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한 최성주 원장은 복잡한 시스템을 분석하는 공학적 사고방식을 한의학에 접목 중이다. 최성주 원장은 “항공우주공학이 정밀한 계산을 통해 우주로 길을 낸다면, 한의학은 우리 몸의 균형을 정밀하게 분석해 건강으로 가는 길을 찾아낸다”고 밝혔다. 2023년 베트남에 첫 선을 보인 자연한의원(NATURE CLINIC)은 지난해 말 타오디엔의 현 위치로 이전 개원하면서 통증 재활, 내과 만성질환, 면역 체질 개선에 이르기까지 데이터와 원리에 기반한 진료를 선보이며 현지인과 외국인 사회에서 논리적이고 믿을 수 있는 한의원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최 원장은 “가족과 함께 해외살이를 계획하다가 베트남을 찾게 됐다”면서 “이곳에서 생활하면서 의료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체감하게 됐으며, 특히 한의학의 장점을 잘 알린다면 베트남 시장에서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개원까지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진료에 머물지 않고, 현지 내과 및 약국과의 협진 시스템을 구축을 통해 베트남 의료 시장의 중심부로 파고들었다. 까다로운 안목을 가진 유럽계 외국인과 베트남 신흥 부유층이 밀집해 있는 만큼 그들의 특성에 따른 개인 맞춤형 한의진료를 브랜드화했다. 현재 자연한의원은 최 원장을 비롯 현지 한의사 1명, 내과 전문의 1명, 약사 1명, 접수 3명, 간호 2명, 회계 1명, 마케팅 1명 등 모두 11명이 근무 중이다. 최 원장은 “베트남 현지인들이 많이 앓고 있는 근골격계 질환 및 스트레스성 내과 질환에 있어 한의 치료의 즉각적인 효과에 크게 놀라워한다”면서 “한국의 선진 의료서비스와 베트남 현지의 정서가 결합된 K-의료의 미래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최 원장은 또 “베트남은 기회의 땅이지만, 철저한 현지 법규 준수와 차별화된 브랜딩 없이는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베트남에서 외국인이 진료를 하기 위해서는 베트남 의사면허를 별도로 취득해야 한다. 외국 의사면허를 기반으로 현지 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언어시험과 각종 서류 제출 등 복잡한 과정을 밟아야 한다. 최 원장은 “개원하기까지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고, 제도 변화도 잦아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상당한 시간을 투자했고, 여러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다행히 현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개원에 이르게 됐다. 최 원장은 현재 스레드, 틱톡, 블로그 등 SNS를 활용해 한의 의료의 우수성을 베트남의 현지 언어로 전파하는 등 디지털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 원장은 “베트남에도 전통의학이 있어 우리의 한의학과 유사한 개념에 대한 이해도가 좋은 편이고, 이러한 배경 덕분에 침, 뜸, 한약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아 진료하는데 수월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진료하는데 있어 어려운 점으로는 의사소통의 문제를 꼽았다. 통역 직원들의 도움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보다 더 정확한 진료를 위해 영어 및 베트남어 공부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최 원장은 “최근 K-컬처의 영향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의료 의 신뢰와 관심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면서 “발전된 한국의 의료 기술과 체계적인 진료 시스템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인식이 형성돼 있어 한의약을 향한 호기심도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으로 진출하고 싶은 동료 한의사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인내심을 갖고 준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한국과 베트남은 행정 시스템과 업무 처리 방식이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지 환경과 문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시간을 여유 있게 잡고 준비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최 원장은 “한국 한의학은 단순한 전통의학을 넘어 신뢰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한의학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충분한 만큼 호치민에서 일궈낸 작은 성과들이 한국 한의학의 세계화에 작은 밀알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베트남은 경제 성장과 함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흐름에 맞춰 보다 체계적인 한의 진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지인들에게 한의학의 장점을 널리 알려 나가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점진적으로 진료 분야를 확대하고, 예방의학 및 건강관리 중심의 프로그램을 도입해 보다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더불어 현지인들의 생활습관 및 체질에 맞춘 한의약 제품의 개발을 통해 일상 속 건강관리까지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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