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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산극장의 함성, ‘한의사’라는 이름을 쟁취한 기록[한의신문] 역사는 때때로 포탄이 쏟아지는 전선보다 차가운 활자가 오가는 회의장에서 더 극적으로 움직입니다. 한국전쟁의 포화가 한반도를 뒤덮고 있던 1951년 여름, 임시 수도 부산의 남포동 부산극장이 바로 그런 곳이었습니다. 극장 의자에 몸을 맡긴 채 나라를 걱정하던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는 총성보다 더 치열한 ‘의료 주권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당시 우리 한의학의 처지는 참으로 위태로웠습니다. 일제강점기 ‘의생(醫生)’이라는 이름에 갇혀 말살의 위기를 겪었던 한의학이, 과연 대한민국 의료의 당당한 한 축인 ‘한의사(漢醫師)’로 부활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운명이 결정되던 75년 전의 기록을 다시 꺼내 봅니다. 1. ‘과학’의 탈을 쓴 기득권의 오만 당시 정부가 내놓은 ‘국민의료법안’ 초안과 이를 지지하던 의사 출신 의원들의 논리는 단호했습니다. 그들은 한의학을 ‘과학’의 이름으로 청산해야 할 과거의 유산으로 치부했습니다. 1951년 7월13일, 제25차 본회의 속기록에는 당대 최고의 외과의사였던 이용설 의원(세브란스의대 교장 출신)의 발언이 적나라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는 “현대 과학자가 보고서 좋은 과학이라고 칭찬할 만하게 되어야 한다”며 한의학을 압박했습니다. 일본 규슈제국대학 의학부 출신의 한국원 의원은 한술 더 떠 “한의원이라고 하면 전국 병의원의 인식이 저하되니, 일제 때처럼 ‘진료소’나 ‘치료소’라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의 의도는 명확했습니다. 한의사를 전문 의료인(師)이 아닌 보조 인력(士)이나 ‘제2종 의료업자’로 묶어두려 했던 것입니다. 이는 일제가 한의학을 고사시키기 위해 고안한 ‘의생’ 제도의 비겁한 변주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2. 김익기의 전략적 지혜: 논리로 장벽을 넘다 이 고립무원의 현장에서 한의계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인물이 바로 사회보건위원회 위원장 김익기 의원이었습니다. 안동 출신의 이 정치가가 위대했던 점은 단순히 전통을 지키자는 ‘감성적 호소’에 머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는 반대파의 논리를 정면으로 받아쳐 무력화하는 ‘전략적 지혜’를 발휘했습니다. 김 의원은 당시 부산에 세워진 ‘동양의학전문학원’을 입법의 핵심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반대파들이 한의학을 구습이라 비하할 때, 그는 “현재 학생들이 해부학, 생리학 등 기초의학을 체계적으로 교육받고 있다”는 사실을 공론화했습니다. 한의사는 더 이상 과거의 의생이 아니라, 현대적 교육을 받은 전문 의료인이라는 점을 실증해낸 것입니다. 또한 그는 전쟁 중인 국가의 현실을 꿰뚫는 ‘경제적 독립론’을 폈습니다. “값비싼 외제 약에만 의존하는 것은 국가 경제에 큰 부담입니다. 우리 땅에서 나는 약재를 과학화하여 국민을 치료하는 한의사를 육성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보건 독립입니다.” 이 혜안은 중립파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결정적 한 방이 되었습니다. 3. 연대와 사자후: “경험은 가장 위대한 과학이다” 김익기 의원의 리더십 옆에는 든든한 우군들이 있었습니다. 중앙대학교의 창립자이며 여성 독립운동가, 초대 상공부장관이었던 임영신 의원이 7월20일 제30차 본회의에서 토한 사자후는 지금 들어도 가슴이 시원합니다. “내가 교육자로서 평생을 바쳤지만, 학문이란 결국 사람을 살리고 유익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수백 년간 우리 민족의 병을 고쳐온 한약의 경험을 ‘비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사장시키는 것은 교육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의(서양의학)도 실험과 경험으로 생긴 것이고, 한약도 수천 년의 경험과학인데 실제 병을 고치는 한의사를 왜 비과학으로 몰아세우는 겁니까.” 그녀의 질타는 김익기 의원의 설계에 강력한 대중적 설득력을 더해주었습니다. 여기에 조헌영 의원 등의 깊이 있는 학문적 지원이 합쳐지며, 한의사 제도는 ‘동등한 지위’를 향해 나아갔습니다. 4. 1951년 9월6일, 주권을 선포하다 마침내 운명의 9월6일, 제59차 본회의에서 법제사법위원장 엄상섭 의원이 자구정리 보고를 마쳤습니다. “의학, 치과의학 또는 한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을 졸업한 자…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면허를 얻어야 한다.” 이 짧은 문구의 확정으로 한의사는 의사, 치과의사와 나란히 법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신익희 의장이 “이의 없으십니까?”라고 물었을 때, 본회의장을 가득 채운 찬성의 물결은 민족 의학의 부활을 알리는 축포였습니다. 재석 79인 중 찬성 61표. 그날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선진적인 ‘이원적 의료 체계’의 첫발을 뗐습니다. 5. 맺음말: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 오늘 우리가 들고 있는 면허증에는 75년 전 부산의 짠 바닷바람을 맞으며 기득권의 핍박에 맞섰던 선배들의 고뇌와 결단이 서려 있습니다. 김익기 의원은 한의학을 과거에 가두지 않고 미래로 연결한 정치가였습니다. 그가 새겨넣은 ‘한의사’라는 세 글자는 단순한 직업명이 아니라, 우리 생명을 우리 스스로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우리를 향한 ‘비과학’의 공격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1951년의 김익기 의원이 그러했듯, 우리 역시 논리와 실력으로 그 장벽을 넘어야 합니다. 한의사 제도는 전쟁터라는 극한의 공간이 우리에게 준 특별한 선물이자 책임입니다. 선배들이 꿈꿨던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한의학’을 완성하는 일, 그것이 바로 이 시대를 사는 우리 한의사들의 숙명입니다. 부산극장의 승전고를 잊지 맙시다. 1951년 부산과 김익기라는 이름을 우리가 오늘 다시 기억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 (559)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1973년 서울에서 진행된 제3차 세계침구학술대회 일정표(Program Daily Schedule)를 발견했다. 2019년 故노정우 교수(1975년 당시 경희대한방병원 원장)의 유품을 따님이신 故노효신 선생이 미국에서 필자에게 기증해주셨는데, 여기에 이 日程表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내용을 보니 참으로 알차게 구성된 일정이었다. 분초 단위로 쉴새없이 이어진 일정을 정리해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행사장에서 배포했던 것이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참석이 예정된 인사들과 사전 협의가 충분히 이루어졌을 것이다. 훗날 행사 진행과 관련해서 어떠한 잡음도 없었던 것으로 미루어 그랬을 것이 분명하다. 일정표에 적고 있는 1973년 9월 25일부터 27일까지 조선호텔, 경희대학교 등에서 진행된 행사의 일정은 다음과 같았다. ○ 9월24일 월요일 - 17:00〜19:00 조선호텔 고려룸. 각국대표자 회의. ①대회 규약 제정 ②대회장 선정 보고 ③차기대회 개최국 선정 ④경혈번호 국제통일안 채택. - 19:00〜20:30 조선호텔 백제룸. 만찬회. ○ 9월25일 화요일 - 08:30〜09:50 조선호텔 접수구에서 등록. - 10:00〜11:30 조선호텔 대회장. 개회식. ①개회 선언 ②大會長의 大會辭 ③경희대학교 총장의 환영사 ④대한한의사협회장의 축사 ⑤원광대학교 총장의 축사 ⑥국무총리 致辭 ⑦ 한국한방의료제도 소개. - 12:00〜13:30 조선호텔 巨龜莊 晝食(집행위원장). - 14:00〜14:10 조선호텔 강연. - 14:10〜17:00 조선호텔 학술논문 발표(17편). - 18:30〜19:30 경회루 환영 리셉션(主宰 보건사회부 장관). - 20:00〜21:30 조선호텔 그랜드볼룸 한국의 밤(민속무용 공연). ○ 9월26일 수요일 - 09:00〜09:10 조선호텔 대회장 강연. - 09:10〜12:00 조선호텔 대회장 학술논문 발표(17편). - 12:40〜13:30 워커일 태평양홀 晝食(동양의학연구원장). - 14:00〜17:00 경희대학교 분과별 實技發表 및 見學. - 18:00〜19:30 경희대학교 환영 만찬회(경희대학교 총장). ○ 9월27일 목요일 - 09:00〜09:10 조선호텔 대회장 강연. - 09:10〜12:00 조선호텔 대회장 학술논문 발표(17편). - 12:30〜13:20 조선호텔 晝食(명지대학장). - 14:00〜14:10 조선호텔 대회장 강연. - 14:10〜16:00 조선호텔 학술논문 발표(11편). - 16:00〜16:30 조선호텔 영화 상영. ‘이것이 한국이다.’ - 16:40〜17:10 조선호텔 閉會式. - 17:30〜19:00 남산 북악스카이웨이 서울시내 관광. ○ 9월 28일〜30일 경주, 울산, 해운대 관광(희망자에 한함). -
한의원 세무 1:1 맞춤 퍼스널티칭 <36>이주현 세무사/세무법인 엑스퍼트 창원점 2026년 새해가 밝았다. 주변 지인과 가족들과 함께 신년을 축하하기도 바쁠 텐데,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원장님들 입장에선 매년 변화하는 개정세법을 파악해야만 2026년을 똑똑하게 대비하여 절세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여기저기 찾아보기엔 시간이 없을 원장님들을 위해 이번호에서는 2026년 개정세법에 대해 간단하게 핵심을 정리해 소개한다. 1. 부동산 관련 세금 ☞ 양도세 필요경비 특례 예외 확대 ○ 10년 이내 배우자, 직계존비속 증여 자산 양도 시 적용되는 특례에서, 증여자인 직계존비속이 사망한 경우가 예외로 추가된다. ○ 적용은 2026년 1월1일 이후 양도분이다. ☞ 비수도권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중과 배제 1년 연장 ○ 양도세, 종부세 모두 2026년 12월31일까지 취득분으로 연장된다. ☞ 인구감소지역 특례 확대 및 가액요건 상향 ○ 대상 지역에 인구감소 관심지역이 추가되고, 특례 적용 가액요건도 상향된다. ☞ 고가주택 2주택자 간주임대료 기준 구체화 ○ 전세보증금 합계 12억원 초과 요건이 명확해진다. 2. 금융소득 변화 ☞ 비과세 종합저축 가입대상 조정 ○ 단순 65세 이상에서 기초연금 수급 65세 이상으로 변경된다. ☞ 청년 상품 비과세 확대 ○ 청년도약계좌 중도해지 미추징 사유 추가, 청년미래적금 이자 비과세 신설. ☞ 고배당기업 배당소득 분리과세 신설 ○ 요건 충족시 종합소득 합산 없이 14∼30% 분리과세 구조. ○ 2026년 1월1일 이후 지급 배당분부터 적용된다. 3. 근로자 연말정산 변화 ☞ 출산·보육 비과세 한도 상향 ○ 기존 월 20만원에서 자녀 1명당 월 20만원으로 확대된다. ☞ 교육비 세액공제 확대 ○ 기본공제 대상자의 소득과 무관하게 공제 가능 범위가 넓어지고, 9세 미만 또는 초2 이하 예능, 체육시설 교육비도 포함된다. ☞ 배우자 월세세액공제 허용 ○ 주소를 달리해도 요건 충족 시 공제 가능하며, 한도는 부부합산 연 1000만원이다. ☞ 자녀 수에 따른 신용카드 공제한도 추가 상향 ○ 부양가족 수에 따라 한도가 더 늘어나는 구조로 변화된다. 4. 실무변화 ☞ 납부지연가산세 산정방식 개선 ○ 2026년 7월1일 이후 지정 납부기한 도래분부터 적용된다. ☞ 거짓세금계산서 가산세율 상향 ○ 기존 3%에서 4%로 상향된다. ☞ 사업운영 현황 입증자료 제출 의무 신설 ○ 부가세 납세보전 또는 조사 목적에서 제출 요구가 가능해진다. ☞ 법인세율 1%p 인상 ○ 2026년 1월1일 이후 개시 사업연도부터 구간별로 조정된다. 5. 세액공제·감면 변화 ☞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 ○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밖의 수도권 지역의 경우 일반창업(50%→25%), 청년창업(100%→75%)으로 공제율이 변경된다. ☞ 통합고용세액공제 구조 개편 ○ 고용한 인원을 유지할 경우 1년차, 2년차, 3년차에 따른 공제액 점증구조로 세액공제를 재설계됐다. ○ 고용인원이 감소할 경우 감소한 인원에 대한 세액공제만 중단되고, 추징 사후관리가 없도록 변경된다. [세무법인 엑스퍼트 창원점 이주현 세무사 카카오톡채널] https://pf.kakao.com/_xgJrFK, E-Mail: sjtax0701@gmail.com, 연락처: 055-282-7331 -
내과 진료 톺아보기 28이제원 원장 대구광역시 비엠한방내과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방내과(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이제원 원장으로부터 한의사의 내과 진료에 대해 들어본다. 이 원장은 내과학이란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는 분야이며, 한의학은 내과 진료에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한의사의 내과 진료실에서 이뤄지는 임상추론과 치료 과정을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과학은 전문가의 무지에 대한 믿음이다.” 양자전기역학으로 노벨상을 받은 리처드 파인먼(1918-1988)은 1966년 미국의 전국 과학 교사 협회에서 ‘과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연설을 하며 과학의 본질을 이렇게 정의했다. 이 말은 단순히 전문가가 틀렸으니 무시하라는 뜻은 절대 아니다. 우리가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과거 지식과 권위에 의해 편향된 것일 수 있으니, 과거를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거부할 수 있는 균형 감각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3주 전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혈압이 매우 높고, 고지혈증, 내장비만이 있다고 들었어요.” 60대 여성 환자가 내원했다. 환자가 가지고 온 대학병원 건강검진 결과를 확인했다. 검진 당시 혈압이 189/101mmHg로 매우 높았고, BMI 23.8kg/㎡, ESR 39mm/hr, 총콜레스테롤 267mg/dL, Hb A1c 5.8% 등의 이상 소견이 기록돼 있었다. 2년 전 검진에서도 혈압은 157/89 mmHg로 높았고, BMI 23.0kg/㎡, ESR 60mm/hr, 총콜레스테롤 275mg/dL였다. 본원 내원 시 측정된 혈압은 189/102mmHg, BMI는 24.2kg/㎡였다. 투약 이력을 살폈다. 그런데 환자는 고혈압과 고지혈증에 대한 화학합성 약물을 복용한 적이 없었다. 건강검진 결과 설명을 들을 때마다 화학 약물 복용을 권고 받았지만, 화학약물을 좋아하지 않아 복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상태가 악화하자 환자는 절박한 심정으로 찾아왔다. 그리고 요구는 명확했다. “전문가와 함께 치료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싶어요.” 환자는 단순히 수치만 떨어뜨리는 ‘화학물질’이 아니라 건강 상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해법’을 찾고 있었다. 정밀 검사를 다시 시행했다. ESR 29mm/hr, 총콜레스테롤 216mg/dL, Hb A1c 5.5% 로 3주 전보다는 감소했으나, 인슐린 저항성 지표인 HOMA2-IR 수치가 1.25로 높았다(표 1). 舌診상 舌質의 色이 淡紅하고 舌苔는 白•薄했는데, 舌尖 부위에서 剝落苔가 관찰됐다. 脈診상 脈象이 전체적으로 細•滑했으나, 우측 寸脈이 좌측보다 浮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병력과 검사 결과를 종합하여, 환자의 상태를 과체중, 고혈압, 인슐린 저항성 증가 상태로 辨病, 胃熱熾盛證으로 辨證 진단했다. 그리고 加減白虎湯에 기반한 첩약 처방과 함께, 식습관 및 생활 습관에 대한 포괄적 개입을 시작했다. 치료 4개월 후 수축기 혈압은 평균 128mmHg대로 안정됐고, 이완기 혈압 또한 70 mmHg대로 떨어졌다(그림 1). 체중은 5개월 동안 58.4kg에서 49.3kg으로 9.1kg 감량됐다. 그중 8.1kg이 체지방이었으며, 골격근량 손실은 0.6kg에 불과했다(그림 2). 환자는 “활력이 넘치고, 체중이 빠졌는데도 몸이 축나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요. 너무 좋습니다.”라며 만족해했다. 하지만 회복 과정에서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했다. 다른 수치는 모두 좋아졌는데, 총콜레스테롤 수치만 295mg/dL로 상승한 것이다(표 1). 일반적인 진료지침대로라면 “치료가 잘못됐다”, “당장 스타틴을 써야 한다”라고 말할 상황이다. 하지만 나는 환자에게 “화학약물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몸은 건강한 방향으로 회복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혈관 건강의 핵심인 중성지방이 60mg/dL대로 매우 낮았고, HDL은 80~90mg/dL대로 높아져, ‘TG/HDL 비율’이 1 미만인 최상의 상태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HOMA2-IR 수치는 1.25에서 0.58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 모든 데이터가 환자의 대사 기능이 회복되고 있음을 가리키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 현상은 본원을 내원하여 비슷한 치료 경과를 보인 다른 환자들에게서도 자주 관찰됐다. 수년 전 이러한 역설적인 현상을 처음 접했을 때는 당황했다. 혈압, 혈당, 체중, 자각 증상까지 모든 것이 좋아지는데 오직 ‘총콜레스테롤’ 숫자 하나만 튀어 오르는 현상을 기존 교과서와 진료지침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모르는 것이 있을 수 있다”라는 생각으로 숫자보다는 환자의 전체적인 건강 상태를 믿고 화학약물 복용 권고는 최대한 자제했다. 답은 이후 발표된 최신 연구들에서 찾을 수 있었다. 2021년, 마른 사람(Lean Mass Hyper-Responder, LMHR)이 저탄수화물 식단 등을 통해 체지방을 급격히 에너지로 쓸 때 LDL이 상승하는 현상이 보고됐고, 이를 설명하는 ‘지질 에너지 모델(Lipid Energy Model)’이 제시됐다. 급기야 2024년 8월, 심장내과 권위지인 JACC Advances에는 “LMHR 유형의 사람들이 대사적으로 건강하다면, LDL 수치가 아무리 높아도 관상동맥 플라크 형성과는 연관성이 없다”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과학은 이렇게 끊임없이 변하고 발전한다. 남들이 다 아는 진료지침을 있는 그대로 읊는 사람을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다. 진료지침은 수많은 연구의 결정체이지만, 결코 변하지 않는 ‘절대 진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한 전문가란 눈앞의 환자에게서 기존의 상식과 다른 현상이 나타났을 때, 기존의 권위에 갇히지 않고 “아직 우리가 모르는 생명 현상이 있을 수 있다”라는 겸허함으로 진실을 탐구하는 사람이다. 한의학은 인간을 수치로 환원하지 않고 생명 활동 전체를 바라보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기존의 도그마에서 벗어난 현상조차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환자에게 더 나은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다. 진정한 내과 전문가로서 한의사가 가지는 잠재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
“막막하다는 한약 처방, 길을 제시하고 싶었다”[편집자 주] 대한상한금궤의학회 설립자인 10월10일 한의원 노영범 원장이 오는 3월7일부터 ‘상한심학’ 제2기 강좌를 진행한다. 본란에서는 노영범 원장으로부터 상한심학의 개념 및 강좌에 대한 소개와 함께 한의학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는 연구자로서의 견해 등에 대해 들어본다. Q. 한의학과의 인연이 남다르다고 들었다. “한의학은 내 목숨을 살려준 의학이다. 어린 시절 폐질환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았고, 이후에도 공황장애와 불면증 등 죽음의 문턱을 여러 차례 넘나들었다. 그 고통의 시간 속에서 인문학적 사유를 시작했다. 기적적으로 살아난 후 이 길이야말로 내가 가야 할 숙명임을 확신했다. 40년 임상 동안 늘 던졌던 질문, ‘한의학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곧 상한심학의 시작이었다.” Q. 대한상한금궤의학회 설립 후 ‘고문자 연구’라는 새로운 길을 택한 이유는? “4000여 명의 회원을 둔 학회의 초대회장을 지내며 객관적 진단법으로 복진을 제시했지만, 복진 또한 때로는 결과만을 바라보는 치료에 그치곤 했다. 환자들에게 떳떳하고 싶어 예과 1학년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됐고, ‘상한론이 쓰인 당시의 언어는 지금과 같을까?’라는 의문이 나를 고문자로 이끌었다. 고문자 전문가인 김경일 교수와 3년간 매달린 끝에 ‘상한론’은 단순한 처방서가 아니라, 인간의 삶과 마음이 질병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통찰한 ‘인문학적 의서’였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Q. ‘상한심학’은 어떠한 강의인지? “우리가 알던 상한론은 현대적 한자로 왜곡된 해석이 많다. 상한심학은 고문자를 통해 당시의 언어로 상한론을 재해석해 질병의 원인과 패턴을 발견하는 학문이다. 질병 그 자체보다 환자의 삶 전체를 기록하고 관찰한다. 특히 현대의학이 한계를 보이는 정신과 질환이나 난치성 질환에서 효과를 거두고 있는데, 이는 몸과 마음을 전인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상한론의 본질을 회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Q. 지난 1기 강의 때의 현장 반응은? “1기 수강생들의 후기 중 ‘그동안 해왔던 임상이 부끄러웠다’, ‘개안이 되었다’ 등의 피드백을 들었을 때는 마치 내 자신의 과거를 보는 것 같았다. 또한 ‘어렸을 때 한의학의 매력은 근원적인 치료를 한다는 점이었는데, 이 부분을 다시 상기시켜주었다’는 피드백도 개인적으로 큰 감동이었다. 40년 임상 중 지금이 가장 충만한 시기라고 자부한다. 다만, 이 방대한 로직을 더 쉽고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새로운 숙제도 얻게 됐다.” Q. ‘설명이 더 명확해졌다’는 의미는? 처방 도출이 더 가벼워졌다는 뜻인가? 아니다. 오히려 ‘전문가적 직관’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1기 수강생들 중 일부가 겪었던 “처방 선정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처방 도출 프로세스를 더욱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재정의했다. 특정 단서가 나왔을 때 ‘왜 이 처방이어야만 하는가’를 명확히 꿰뚫는 힘을 길러준다. 더 깊게 파고들었기에 결론은 명쾌해지는 것이다. “가장 큰 차이는 ‘임상 적용의 명확성’이다. 1기가 본질을 깨닫는 ‘인식의 전환’이었다면, 2기는 그 인식을 즉각 처방으로 연결하는 ‘실전 매뉴얼’에 집중했다. 1기 수강생들이 현장에서 느꼈던 미세한 의문점들을 분석해, 누구나 망설임 없이 처방을 결정할 수 있도록 로직을 정교하게 다듬었다. Q. 처방 선정을 더 쉽게 할 수 있다는 의미인지? “아니다. 오히려 ‘전문가적 직관’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1기 수강생들 중 일부가 겪었던 ‘처방 선정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처방 도출 프로세스를 더욱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재정의했다. 특정 단서가 나왔을 때 ‘왜 이 처방이어야만 하는가’를 명확히 꿰뚫는 힘을 길러준다. 더 깊게 파고들었기에 결론은 명쾌해지는 것이다.” Q. 핵심 처방 30개만으로 모든 질환이 가능한지? “상한론의 처방은 열쇠와 자물쇠 같다. 원인만 정확히 파악하면 그에 맞는 처방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번 2기 강좌에서 공개하는 30개의 핵심 처방은 40년 임상을 통해 검증된 ‘마스터 키’다. 정신질환은 이 학문의 유효성을 증명하기 위한 내 하나의 블루오션일 뿐, 아토피 등 난치성 질환 전반에 적용 가능한 보편적 로직을 전수할 예정이다.” Q. 수강료 80%를 환급하는 ‘재능기부’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내 생명의 은인인 한의학에 은혜를 갚기 위해 내 연구 성과를 수익 수단으로 삼지 않기로 했다. 더 많은 후배 한의사와 환자들이 혜택을 받길 바랄 뿐이다. 그래서 완강 시 행정비용을 제외한 대부분을 돌려주고 있다. 이것은 나눔이자, 한의학의 진정한 가치를 되찾기 위한 나의 진심이다.” Q. 그 외 하고 싶은 말은? “현재 한의계는 레드오션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번 강의를 통해 임상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한의사로서의 자긍심과 경영의 안정을 동시에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것이 한의학이 도약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한다.” -
“환자의 고통 외면할 수 없어, 담적증후군 코드 등재 결심”[편집자주] 1일부터 담적증후군이 제9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신규 코드로 등재된 가운데 대한담적한의학회 최서형 회장(위담한방병원)은 담적증후군의 발견부터 코드 등재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사비를 들여가며 연구 및 근거 축적에 매진해왔다. 본란에서는 최 회장으로부터 신규 코드 등재에 대한 감회 및 향후 기대효과를 비롯한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담적증후군이 신규 코드로 등재된 감회는? “담적증후군은 한의학에서 오랫동안 존재해 왔고, 허준 선생도 ‘십병구담(十病九痰)’이라 할 정도로 만병의 근원이면서 수많은 환자가 고통받고 있는 질환임에도, 그 실체를 과학적으로 밝히지 못해 임상 활용과 연구 진행, 제도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 신규 코드 등재에 따라 담적증후군의 실체가 비로소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공적인 한의학 질병 고유 언어로 인정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감회가 새롭다. 또한 서양의학에서는 내시경·초음파·복부 CT 등의 검사로도 기질적 병변이 관찰되지 않아 △기능성 △신경성 △역류성 △과민성으로 분류되는 진단 사각지대의 위·식도·장 질환이 80%가 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같은 사각지대에 놓인 위장병 환자들은 평생을 심각한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이에 담적증후군의 신규 코드 등재는 사각지대에 놓인 만성 위장병의 실체를 밝히고, 치료의 길을 열어감으로써 환자의 고통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제도권 내에서 임상-연구-의료 주체 간에 원활한 소통을 펼칠 수 있는 첫 단추를 풀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완성이 아닌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한의학 고유의 병리 개념을 기반으로 구축된 질환이 공식적으로 인정 받는 이번 사례와 같이 앞으로 한의계가 힘을 합해 서양의학에서 진단과 치료가 안 되는 원인 미상의 무수한 질병을 한의학의 장점을 살려 해결할 수 있는 길을 펼쳐나가는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Q. 담적증후군을 발견하게 된 계기는? “92년 한·양방협진 병원을 개설한 후 위장병 관련 환자를 많이 보게 됐는데, 치료 이후에도 재발을 반복하면서 환자들이 호소하는 고통을 들을 때마다 ‘한의사를 관둬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던 중 2002년경 160cm에 28kg인 환자를 진찰하게 됐는데, 너무 말라서 복진으로도 위가 쉽게 만져질 정도였다. 그런데 복진 중 위가 돌처럼 경결돼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내시경 등의 검사를 통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과뿐이었다. 이에 ‘이것은 새로운 위장병이구나’라는 생각으로 이후 연구를 지속하게 됐고, 수년간의 임상 및 연구를 거쳐 이 질환이 발생하는 이유 및 치료법을 개발하게 됐다. 이후 이 질환을 ‘동의보감’에 나오는 ‘담적’이라는 용어를 활용해 ‘담적증후군’이라고 이름짓게 됐다.” Q. 담적증후군이 위장질환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서양의학에서 간과했던 ‘점막이면 조직 손상’을 최초로 발견하고, 이 조직이 담 독소에 의해 손상되고 경결된다는 메커니즘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즉 점막이면 조직은 서양의학에서 발견하지 못한 위와 장의 실체로, 이곳이 바로 소화-흡수-배설의 현장이며, 이 조직을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담적증후군 치료의 핵심이다. 또한 점막이면 조직에 축적된 담 독소가 혈관과 림프관을 타고 전신에 파급됨으로써 수많은 전신 질환을 유발한다는 병리개념을 제시함으로써 예전부터 위와 장을 ‘중앙 토(中央 土)’라고 한 이유를 설명하는, 즉 ‘십병구담’ 이론을 구체화 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담적증후군 치료는 소화제 차원의 일시적인 치료가 아닌, 손상되고 굳어진 위장 조직을 정상 조직으로 만드는 ‘위장 정형술(整形術)’의 개념이며, 연구 개발과정에서 제일 난제였던 점막이면 조직으로 침투해서 담 독소를 제거하는 담적 한약 개발에 성공하기까지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때문에 치료 후 음식만 조심하면 재발율이 떨어지는 근본적인 치료에 도전하는 치료 기술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Q. 질병코드로 등재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임상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병리 현상이고 1000만명에 달하는 수많은 국민이 고통받는 질환임에도 이를 공식적으로 설명할 질병 언어가 없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 실제 당뇨병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질환임에도 진단서나 언론에조차 언급할 수 없었으며, 환자의 고통을 덜기 위해 입원치료를 반드시 해야 함에도 공식적인 질병명이 없어 입원 제한이나 삭감당하는 것이 부지기수였다. 이에 담적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를 위해 공식적으로 인정받고자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코드 등재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처음에는 양방의 폄훼는 물론 한의계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오직 고통받는 환자들을 위해 필요하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모든 노력을 기울인 결과 이번에 신규 코드 등재라는 값진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Q. 신규 코드 등재로 기대되는 효과는? “진단의 사각지대로 인한 신경성·기능성·역류성·과민성이라는 용어 대신 환자의 상태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출발점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실제 한 환자는 검사결과 아무런 이상도 없는데 죽을 것 같다는 고통을 호소했음에도 주위 사람들이 이해하지 않자, 커터칼을 삼키고 싶다고 격하게 표현하면서 ‘이 정도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할 정도로 많은 환자들이 고통받고 있는 실정에서, 이같은 속앓이를 하는 환자들이 이제는 제도적으로 인정받으면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학적 장치가 마련됐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또한 위와 장이 굳어지는 담적증후군은 암 발생 전 단계의 조직변화일 수도 있따고 추정하기 때문에 위암·대장암 발병 세계 1위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는 예방책도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연구적인 측면에서는 담적증후군을 중심으로 한 임상데이터 축적, 진단기준 정립, 진단기기 및 인공지능 기반 분석 시스템 개발 등이 가능해졌으며, 질병코드는 이러한 연구들을 하나의 축으로 묶는 기준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질병분류체계에 포함된다는 것은 당장의 제도 변화와는 별개로 향후 진료 기준과 건강보험 제도 논의의 출발점도 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Q. 향후 계획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위와 장은 ‘中央 土’, 즉 만병의 근원으로, 전신 질환을 유발한다. 지금까지 임상에서 43만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하면서 담적증후군 환자 대부분이 소화기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신의 문제를 동시에 호소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담 독소는 치아에 끼는 플라그보다 더 부패한 물질이기 때문에 △활성산소 증가 △세포 응집 △혈액순환 장애 △조직 경화 등 많은 병리적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앞으로는 담적증후군을 기반으로 △알츠하이머 치매 △두통·어지러움 △당뇨 △간경변 △동맥경화 △공황장애 △류머티즘성 관절염 △우울증 △피부병 △섬유근육통 △자궁질환 등 전신 질환과의 연계성에 주목해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며, 담 독소로 인한 만성 염증과 조직 경화가 뇌, 혈관, 면역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중요한 과제로 삼아나갈 계획이다.” Q. 그 외 하고 싶은 말은? “한의학은 선현들로부터 물려받은 훌륭한 치료의학임에도 불구, 많은 부분에서 인정을 받지 못는 실정이다. 한의학이 근골격계 질환에 효과가 있는 의학으로 인식되지만, 한의학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내과 영역이며, 이 영역에서 한의학이 보다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담적증후군 진단·치료의 표준화를 시작으로 내과 영역을 중심으로 한의약의 재도약을 이뤄, 국내를 넘어 세계인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학으로 우뚝 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담적증후군의 진단 및 치료 등에 대한 노하우는 대한담적한의학회를 통해 모든 한의사 회원들과 공유할 예정이며, 제대로 된 담적증후군의 진단·치료를 통해 한의학의 부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
“환자에겐 안전한 약침을, 한의사에게는 안정적 진료 환경을”[편집자주] 지난달 남상천한의원 원외탕전실이 보건복지부 인증 원외탕전실(약침조제)로 재인증받았다. 이로써 제1기 인증에 이어 제2기 재인증까지 원외탕전실에서는 처음으로 3차례의 인증을 받은 기관이 됐다. 본란에서는 정철 남상천한의원장으로부터 재인증 과정 및 의의, 향후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원외탕전실 최초로 총 3번의 인증을 받았는데. “세 차례의 인증을 받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각각의 인증평가가 원외탕전실의 시스템을 점검하고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매우 소중한 기회가 됐다. 즉 단순히 인증을 통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 품질관리 기준과 운영 프로세스를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환자 안전과 약침의 품질, 그리고 한의계의 신뢰를 지켜나가기 위해 약침조제 전문 원외탕전실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 Q. 3차례의 인증을 받으면서 어려웠던 점은? “인증제도 시행 초기부터 참여하다 보니, 제도의 미비와 현실적인 한계로 인해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인증 기준과 평가 항목의 해석이 아직 정립되지 않은 시기였기 때문에, 심사자나 평가 회차에 따라 동일 항목에 대한 요구 수준이 다르게 적용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로 인해 같은 기준임에도 보완 요구사항이 반복적으로 변경돼 준비 과정의 부담이 컸다. 또한 단순한 서류 보완을 넘어 이미 구축된 시설의 일부를 인증 기준에 맞게 재정비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해 재정적 부담 역시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제도가 초창기 단계였던 만큼 참고할 만한 선례나 구체적인 사례가 부족해, 내부적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기준을 해석하고 시스템을 정립해야 했던 점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 Q. 꾸준히 인증에 참여하고 있는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환자와 한의사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약침 조제 환경을 만들기 위함이다. 원외탕전실 인증은 국민건강을 지키는 제도이자, 한의사들이 안심하고 치료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회 인증을 단순한 절차가 아닌 ‘자체 점검과 성장의 기회’로 여기며, 약침의 품질과 조제의 안전성을 한층 더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한의계 전체의 신뢰를 쌓고, 결과적으로 환자에게는 더 안전한 약침을, 한의사에게는 더 안정적인 진료 환경을 제공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Q. 현행 인증제도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인증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장의 실제 운영 여건을 충분히 반영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일부 인증 기준은 현실적인 적용 과정에서 해석의 여지가 남아 있어, 평가자와 피평가자 간 기준 이해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항목별 평가 기준에 대한 명확한 표준 해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공유·보완하는 체계가 구축된다면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인증의 신뢰도도 한층 높아질 것이다. 제도의 목적이 한의의료의 질 향상에 있는 만큼, 현장과 정책이 긴밀히 소통하는 구조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Q. 약침이 개발된지 60여 년이 지났다. 약침이 보다 활성화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1965년 남상천 선생님께서 ‘경락’이라는 이름으로 약침요법을 처음 발표하신 지 어느덧 60여 년이 됐다. 약침의 출발점이 바로 저희 탕전실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큰 자부심이자, 동시에 그 역사와 전통을 올바르게 이어가야 한다는 깊은 사명감을 느끼게 한다. 지난 수십 년간 약침은 임상 현장에서 꾸준히 활용되며 그 효능을 입증해 왔다. 하지만 약침이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제도적으로 완전히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개별적인 임상 보고를 넘어 안전성·유효성·작용기전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체계적으로 축적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하며, 이러한 연구 기반이 탄탄해질 때 약침 치료에 대한 신뢰도는 물론 정책적 지원을 이끌어낼 동력도 강화될 것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약침의 건강보험 급여화다. 약침 치료가 빠르게 건강보험 체계 내로 편입된다면,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어 국민 누구나 보편적으로 누리는 ‘문턱 낮은 치료’가 될 수 있다. 보험 편입을 통해 약침의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면, 약침은 국민건강을 지키는 명실상부한 핵심 의료 기술로서 그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될 것이다.” Q. 인증을 준비하고 있는 원외탕전실에 조언한다면? “인증은 단순히 일회성 평가로 끝나는 절차가 아니라, 원외탕전실의 운영체계를 점검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인증을 준비할 때는 평가기준을 충족하는 데만 집중하기보다, 탕전실의 전반적인 운영 프로세스와 품질관리 체계를 함께 검토하고 정비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특히 인증제도가 해마다 발전하면서 과거에는 권고사항에 불과했던 항목들이 필수기준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따라 문서 개정이나 시설·운영 측면에서의 보완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변화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미리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제적으로 준비한다면 인증 유지뿐 아니라, 한의약 조제의 안정성과 신뢰성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다.” Q. 올해 추진할 주요 계획은? “지난해에는 약침의 이론과 임상적 근거를 집대성한 저서 발간에 매진하며 학술적 내실을 다졌다면, 올해는 그 성과를 바탕으로 임상 현장에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두 가지 핵심 행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먼저 지난 2년 여간 공들여온 새로운 약침제제들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재생 효과가 탁월한 연어 유래 ‘PDRN 약침’을 비롯해 성분의 경시적 변화를 최소화한 ‘안정형 봉독 제제’, 그리고 항암 보조 치료를 목표로 한 약침 연구 등은 현재 탕전실에서 추진 중인 핵심 과제들이다. 이러한 신제형 개발은 약침의 안전성·유효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임상 적용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혀 환자들에게 더욱 다양하고 정교한 치료 옵션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저서에 담긴 이론적 토대를 현장에 접목할 수 있도록 실무 중심의 면역약침 교육 프로그램을 새롭게 운영할 예정이다. 약침의 작용기전과 적응증별 임상 근거를 체계적으로 전달, 특히 신규 한의사들이 치료에 대한 확신과 자부심을 가지고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이처럼 전통 한의학의 지혜와 현대적 연구 기법을 결합한 교육과 연구를 병행함으로써, 면역약침이 환자 건강을 지키는 가장 신뢰도 높은 치료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Q. 그 외 하고 싶은 말은? “최근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인해 한의계 역시 여러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자들의 의료 소비가 위축되면서 한의사 회원들의 경영 부담도 커지고 있지만, 이런 시기일수록 한의학의 본질인 치료 중심의 의학으로서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의학은 오랜 세월 축적된 임상 경험과 사람을 중심에 둔 치료 철학을 가진 의학이다.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그 본질을 잃지 않고, 근거 기반의 연구와 임상 혁신을 통해 국민건강에 기여한다면 한의학의 가치는 더욱 빛날 것이다. 특히 앞으로의 한의학은 젊은 한의사들의 열정과 자부심 속에서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선배 세대로서 후배들이 자신 있게 연구하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
“한의약은 시민의 삶과 함께 하는 의료”<편집자주> 서산시의회 문수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서산시 한의약 육성 조례’가 제정됨에 따라 앞으로 서산시민들도 체계적인 한의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본란에서는 문수기 의원으로부터 조례를 발의한 계기 및 조례 제정의 기대효과 등을 들어봤다. Q. ‘서산시 한의약 육성 조례’가 제정됐다. : 이번 조례는 한의약을 선언적으로 육성하겠다는데 그치지 않고, 지역 여건에 맞는 한의약 정책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데 의미가 있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서산시의 현실을 반영해, 어르신들의 만성통증 관리와 건강증진 등 일상적인 의료 수요에 한의약이 안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정책의 틀을 정비했다. 중요한 점은 특정 사업을 미리 정해 놓은 조례가 아니라, 향후 지역 실정에 맞는 한의약 정책과 건강증진 사업을 지속적으로 설계하고 추진할 수 있는 ‘출발선’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Q. 조례를 발의한 계기는? :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한 부분이 크다. 저희 어머니를 비롯해 많은 어르신들이 허리나 무릎이 아플 때 자연스럽게 한의원을 찾는 모습을 늘 가까이에서 봤다. 감기나 외상은 양방병원을 이용하더라도, 만성 통증이나 체력 관리에 있어서는 한의약이 우리들의 삶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하지만 제도를 살펴보니 ‘한의약육성법’은 이미 제정돼 시행되고 있음에도, 이를 지역 정책으로 실행할 조례가 없었다. 이에 따라 현실과 제도 사이의 간극을 메워야겠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조례를 제정해야겠다는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게 됐다. Q. 조례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어떠한지? : 특히 어르신들과 그 가족 분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우리가 늘 이용해 온 의료 현실이 이제야 제도에 담긴 것 같다”는 말씀을 들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 한 지역 언론인께서는 조례 내용을 노인회에 전달해 표창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관련 기사를 보냈다며 문자를 주셨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개인적으로도 큰 보람을 느꼈다. 조례가 거창한 정책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일상과 마음에 자연스럽게 닿았다는 점에서, 이번 입법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Q. 평소 한의약에 대한 견해는? : 한의약은 양방의 대체제가 아니라, 우리 의료체계의 중요한 한 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고령화 사회에서는 질병의 완치보다 통증 관리, 기능 유지, 삶의 질 개선이 매우 중요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영역에서 한의약의 역할은 분명하다. 정책은 이념보다 시민의 실제 이용 행태를 반영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의약은 이미 시민의 삶 속에 들어와 있는 의료이다. Q. 지역사회 한의사분들께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이번 조례를 계기로 지역 한의사분들께서도 진료를 넘어, 어르신 건강관리와 예방 중심의 한의 프로그램, 지역 맞춤형 건강증진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기를 기대하며, 행정과 의료 현장이 협력할 때 정책의 실효성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한의약 발전을 위해 제언하고 싶은 부분은? : 한의약의 발전은 제도나 예산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본다. 국민과 환자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임상 경험과 공공성, 사회적 역할을 꾸준히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조례 역시 그런 신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작은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Q. 현재까지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사업들은? : 시의원으로서 저는 어르신과 사회적 약자의 삶, 지역 환경, 그리고 행정의 책임성을 바로 세우는 의정활동에 중점을 두고 활동해 왔다. 전반기 군용비행장 소음피해대책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소음 피해로 인한 어르신들의 난청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난청검사 및 보청기 지원 조례를 제정해 실질적인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환경오염대책특별위원회를 통해 1년 이상 지역 환경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며 주민 건강 보호를 위한 개선 활동을 이어왔으며, 서산시 재생에너지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전기보일러 설치 지원 조례를 통해, 난방비 부담이 큰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동시에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환경과 복지를 함께 고려한 생활형 입법을 추진했다. 이와 함께 초록광장 사업의 불법·부당한 예산 투입 문제와 하수관로 BTL 사업의 관리·감독 부실과 구조적 문제를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집중적으로 지적하며, 대형 사업일수록 더욱 엄격한 행정 책임과 투명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해 왔다. 이러한 활동들은 모두 시민의 일상에서 출발해 제도와 행정을 바로잡는 것을 목표로 한 의정활동이며, 앞으로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드는 데 힘쓰겠다. Q. 앞으로의 의정 활동 계획은? : 이제 저는 서산에서 쌓아온 경험과 문제 해결 능력을 바탕으로, 충청남도의 더 큰 미래를 위해 충남도의원에 도전하고자 한다. 정치의 길에 들어선 이유는 단 하나였다. 강자 앞에서는 당당하게, 약자 곁에서는 따뜻하게 서는 정치, 불의에 침묵하지 않는 정치를 실천하는 것이다. 시의원으로 활동하며 때로는 거짓과 왜곡, 불이익과 시련도 마주했지만, 그 모든 과정은 시민의 삶을 위한 해법을 찾는 통찰력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이제 그 경험을 서산에 머무르지 않고, 충청남도 전체로 확장해 더 큰 책임을 지고자 한다. Q. 이외에 강조하고 싶은 말은? : 정치는 거창한 구호보다, 시민의 일상을 얼마나 제도로 담아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지난 시간 동안 오직 시민을 위한 감시자, 정의롭고 떳떳한 일꾼이 되고자 노력해 왔다. 이제 서산의 희망을 넘어 충남의 새로운 미래로, 서산에서 쌓아온 실력과 신념을 바탕으로 충청남도의 변화와 미래세대를 위한 정치를 실천하겠다. -
KOMSTA 제181차 스리랑카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4>지난 12월 8일부터 15일까지, 스리랑카 갈레(Galle) 지역으로 떠난 제181차 WFK 한의약봉사단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한의사 7명과 학생 및 일반 단원 9명이 함께한 이번 여정은 3일간 총 1,078명의 환자를 무사히 진료했다. 갈레 지역은 스리랑카 남서부 해안에 위치하여, 한낮 기온이 평균 32도를 넘나드는 습도가 높고 무더운 곳이다. 기말시험이 코앞인 상황이었지만, 의료 서비스가 절실히 필요한 곳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의지로 이번 봉사에 합류하게 되었다. 이번 활동은 단순한 봉사를 넘어, 장래 한의사로서의 사명감을 일깨워준 내 인생의 큰 이정표가 됐다. 떠나기 전 마음은 마냥 가볍지 않았다. 학기 중이었고 무엇보다 복귀 직후 시험을 앞둔 ‘시험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오전 7시에 한국에 도착해서, 오후 3시에 기말시험을 치렀으니 말이다. 스리랑카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조차 전공 서적을 펼쳐서 공부를 했다. 그만큼 불안감이 컸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도착해 업무에 임했을 때, 환자들을 안내하고 약을 챙기며 어느새 시험에 대한 압박감은 사라졌다. 지금 이 경험이 시험공부와는 비교할 수 없을 가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마주한 열악한 환경 봉사지인 ‘디스트릿 아유르베딕 병원’에서 우리가 맞이한 것은 한국과는 차원이 다른 후끈한 열기와 습도, 그리고 진료를 시작하기 전에 끝없이 이어진 대기 줄이었다. 진료소 내부환경은 열악했다. 낮 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습한 날씨에 에어컨 없이 선풍기 바람에만 의존해야 했고 건물의 시설 또한 낙후돼 있었다. 단원들 몇몇은 걱정스러운 눈빛이 가득해 보였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진료가 시작되자 한 명의 환자라도 더 보기 위해 팀원 모두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 결과 1일 차 251명, 2일 차 358명, 그리고 마지막 3일 차에는 469명에 달하는 환자분들이 우리를 찾았다. 3일간 총 1,078명이라는 많은 인원에 몸은 힘들었지만, 우리를 믿고 찾아준 갈레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우리의 신입니다" 진료를 돕던 중 잊지 못할 순간이 있었다. 치료를 마친 한 환자분이 나에게 다가와 ‘ㄹ’로 시작하는, 생소하지만 경건한 어조의 현지 말을 건네셨다. 의미를 몰라 당황해하며 옆에 있던 통역사 언니에게 도움을 청했다. 통역사 언니는 빙그레 웃으며 “이건 신에게 건네는 아주 귀한 인사예요. 스리랑카 사람들은 고통을 없애주는 의료인을 신처럼 존경하는 문화가 있거든요”라고 설명해 주었다. 단순한 감사 인사를 넘어 나를 신과 같은 존재로 예우해 주는 말에 가슴 한구석이 뭉클하고 뿌듯한 순간이었다. 비록 학생 단원이기에 직접 침을 놓지는 못했지만, 한의사 원장님의 치료와 내가 건네는 처방전 하나가 이들에겐 신의 손길처럼 닿을 수 있다는 사실에 더 큰 책임과 보람을 느꼈다. 더불어 장차 한의사라는 직업을 통해 평생 누군가를 도우며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깨달았다. 국경을 넘어 하나가 된 ‘원팀(One Team)’의 시너지 한정된 시간 안에 한 명의 환자라도 더 치료하고자 했던 모두의 간절함은 우리를 진정한 의미의 ‘원팀(One Team)’으로 만들었다. 진료 현장은 마치 잘 짜인 각본 속에 쉼 없이 돌아가는 톱니바퀴 같았다. 사전에 철저히 모든 과정을 준비해 주신 단장님, 사무국, 강석홍 원장님 덕분이다. 쉴 틈 없이 침을 놓으며 환자를 돌보는 한의사 선생님들, 그 옆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며 진료 보조를 맡은 우리 일반 단원들, 그리고 우리의 입과 귀가 되어준 통역사들까지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특히 현지 간호사분들의 도움이 컸다. 말이 통하지 않는 정신없는 와중에도 우리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트레이 청소나 처방 설명을 자진해서 맡아주며 힘을 보탰다. 봉사 마지막 날에는 굳이 긴 말을 하지 않아도, 간호사 선생님의 성함인 “쿠마리!”라는 부름과 눈빛만으로도 서로 무엇이 필요한지 아는 사이가 됐다. 이렇듯 한의사, 일반 단원, 현지 간호사, 그리고 통역사가 국경과 역할을 넘어 완벽한 합을 맞춘 덕분에, 우리는 마지막 날,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많은 환자를 돌보며 성공적으로 봉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쉬움이 남은 귀국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 지금까지 겪었던 그 어떤 귀국길보다도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치유를 전하는 일이 얼마나 숭고한 소명인지를 일깨워준 스리랑카 갈레의 3일. 진료 후 두 손을 정중히 모으며 환하게 웃던 주민들의 미소를 인생의 이정표 삼아, 이제는 실력과 따뜻한 가슴을 모두 갖춘 한의사가 되어 다시 그들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끝으로 이번 여정을 함께하며 특별한 기억을 만들어준 모든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흔들림 없는 리더십으로 단원들을 이끌어주신 이승언 단장님, 밝은 에너지로 현장의 활력을 북돋아 주신 권수연 대리님과 김유리 사원님, 의료인으로서 깊은 영감을 주신 한규언 원장님, 따뜻한 웃음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신 정용미 일반 단원님께 감사드린다. 또한 매 순간 진심을 다해 환자를 살피셨던 백진욱·강석홍·민지수·배효원·김진우 원장님, 힘든 시험 기간임에도 항상 열정적이었던 공준혁·김수민·이다해·이채연·이현서·정세미·허태경 일반 단원 동료들, 그리고 소중한 스리랑카의 인연인 나와다와 사치니를 포함한 모든 통역사분들, 현지 의료진에게도 깊은 감사를 표한다. 이분들이 함께였기에 이번 스리랑카 봉사가 더욱 특별할 수 있었다. -
“한파와 저온 노출이 질환 악화에 미치는 영향”한파는 어떻게 질병을 악화시키는가? 최근 북유럽 전역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로 주요 국제공항이 마비되고, 도로·철도 운행이 중단되는 등 대규모 혼란이 이어졌다. 한파 재난의 성격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2021년 2월 미국 텍사스에서 발생한 겨울폭풍이다. 평소 온난한 기후의 텍사스 전역에 북극 한기가 유입되며, 한파에 대비되지 않았던 전력망이 붕괴되면서 수백만 가구가 장기간 정전과 난방 중단을 겪었다. 보건당국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최소 246명이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저체온증뿐 아니라 난방 불능 상태에서의 일산화탄소 중독, 심혈관질환 악화, 교통사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피해는 고령자, 만성질환자, 독거 가구, 저소득층에 집중됐다. 이 사건은 한파가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니라, 에너지·주거·보건 인프라의 취약성이 결합되어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전형적인 복합 재난임을 보여줬다. 한국의 겨울 날씨 또한 점점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몇 해 동안 하루 이틀 사이에 기온이 영하로 급락했다가 다시 오르는 일이 잦아지면서, 체감 온도와 생활 리듬은 롤러코스터처럼 흔들린다. 우리나라에서도 한파 피해는 반복적으로 발생해 질병관리청에서는 한랭질환 감시체계가 시행되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지난해 4월 처음으로 기후보험을 도입하기도 했다. 특히 독거노인, 취약 난방 주거, 농어촌 거주자, 야외 노동자는 한파에 취약한 대상이다. 추위 자체보다 더 위험한 것은 이러한 극한 상황이 교통·에너지·의료 시스템의 취약성과 맞물리며 연쇄적인 피해로 확산된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에서도 한파는 점점 더 기후위기와 고령화, 에너지 빈곤이 겹쳐 나타나는 사회적 재난으로 발전할 수 있다. 한파와 저온 노출이 질환 악화에 미치는 의학적 기전 최근 연구들은 한파와 저온 노출이 여러 질환의 발생과 악화를 증가시킨다는 점을 보여준다. 심혈관계 질환의 경우, 다국가 코호트 연구들에 대한 대규모 최신 메타분석에서 저온 노출이 말초혈관 수축과 혈압 상승, 혈전 형성 위험 증가와 연관되며 심근경색·뇌졸중·심부전 악화 위험을 유의하게 높인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특히 고령자, 기존 심혈관질환을 가진 환자, 독거 상태이거나 난방이 취약한 집단에서 그 영향이 더 뚜렷했다. 또한 한파와 급격한 기온 하강은 기도 과민성을 증가시키고 염증 반응을 촉진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천식의 악화, 응급실 방문 증가와 관련되었다. 겨울철 독감이나 폐렴이 동반될 경우 그 위험은 더욱 커진다. 근골격계 통증에 대한 최신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한파가 통증의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낮은 기온과 급격한 기온·기압 변화가 기존 만성 통증 환자의 통증 강도 증가 및 기능 저하와 통계적으로 연관된다는 점을 보고한다. 정신건강 측면에 대한 최근 연구들은 겨울철 기온 저하와 일조량 감소가 우울, 불안, 불면의 악화와 연관되며, 특히 노인, 독거 상태,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들에서 그 영향이 크게 나타남을 보여줬다. 한파가 신체적 영향뿐 아니라 사회적 고립과 활동 감소를 통해 정신건강을 악화시키는 환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상 현장에서의 통합적 한파 대응 가이드라인 임상 현장에서 한파 대응은 신체·심리·수면 및 사회경제적 상황까지 함께 고려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내원 환자에서 한파에 대한 취약 계층이나 위험 인자들을 파악해야 한다. 노인 여부, 심혈관·호흡기 질환, 독거 여부, 의료수급자 여부, 경제적 상황, 정신과적 과거력 및 현재 스트레스 사건 여부에 대해 파악해야 한다. 특히 공중보건한의사 등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한의사들은 이런 스크리닝에 민감해야 할 것이다. 둘째, 노인과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한파 노출 여부, 주거 및 난방 환경, 최근 수면의 질과 기분 변화를 함께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심혈관·호흡기 질환 환자에게는 한파 기간 외출 시간 조절, 무리한 새벽 활동 주의, 보온과 수분 섭취, 증상 변화 시 조기 내원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 넷째, 한의의료기관의 다빈도 내원 질환인 근골격계 통증 환자에서 한파 시 활동량 감소와 근긴장 증가가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한파 기간 가벼운 실내 활동과 체온 유지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것이 환자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섯째, 심리 및 수면 교육 또한 한파 대응의 핵심 요소다. 특히 취약군에서 일정한 취침·기상 시간 유지, 낮 시간대 햇빛 노출과 활동량 증가, 음주 제한과 같은 구체적인 수면 위생 교육을 시행하고 수면 상태를 정기 점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파로 인해 외출이 줄고 고립이 심화되는 환자에게는 전화 연락, 짧은 산책 목표 설정, 소규모 사회적 접촉 유지 등 사회적 개입이 우울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파는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지만, 임상 현장에서 이를 예측 가능한 건강 위험 요인으로 인식하고 대응한다면 그로 인한 질병 악화와 삶의 질 저하를 충분히 완화할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환자의 몸과 일상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환자를 바라보는 시야가 확장되어야 한다. 몸에 대한 개별적 치료를 넘어 급변하는 계절과 환경 변화의 충격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RAZA, Auriba, et al. Daylight during winters and symptoms of depression and sleep problems: A within-individual analysis. Environment International, 2024, 183: 108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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