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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과 디지털 기술의 융합, 가속화될 것”김준현(거북이한의원장) Q. 한의학 전용 앱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한의원 개원 이후 여러 가지 힘든 것이 많았지만, 가장 먼저 개선하고 싶은 부분이 진료프로그램이었다. 즉 단순한 청구프로그램이 아니라 침이나 뜸, 부항, 추나를 어디에 했는지 등과 같이 실제 한의사가 행한 의료행위가 그대로 입력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진료 현장에서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한 프로그램을 찾아봤지만 거의 전무한 실정이었다. 이에 차라리 내가 그냥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 진료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체와 똑같은 3D 모델과 더불어 한의학적인 혈자리가 정확하게 표시된 모델이 필요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3D 혈자리 한의모델을 만들고 진료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혈자리 모델을 교육 앱으로 적용해 봐도 좋을 것 같아 교육용 앱을 개발하게 됐다. Q. 비전공자로서 앱을 개발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비전공자라도 조금만 시간을 투자한다면 한의사 회원들도 앱을 개발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한의사는 한의의료기관을 운영하면서 환자들을 보살피는 것이 가장 주된 일이라서 책상에 앉아 코딩을 넣는 작업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결국에는 사람을 고용해서 일을 분담시켜야 한다. 더욱이 그래픽 분야는 더욱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이라서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혼자 하기에는 불가능한 부분이다. 때문에 한의학을 이해하고, 믿고 일을 분담시킬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저 역시 이런 조건에 맞는 사람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여했고, 시행착오도 겪었다. 또한 아무도 만들어보지 못한 경락을 3D로 만들다 보니, 기술의 어려움보다는 한의학의 전문적 해부학 지식이 필요했다. 예를 들면 눈과 눈 사이의 거리, 뼈의 크기에 따른 촌수의 변화, 남자와 여자의 다른 인체구조(특히 골반)에 따른 촌수의 변화, 경기의 흐름상 표로 나오고 들어가고 하는 정확한 위치, 락과 속의 개념 등 현대디지털로 정의돼야 할 용어와 한의학적 전문해부학의 정의가 절실했다. 이 부분에서 대구한의대 이봉효 침구과 교수의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Q. 경락경혈학 앱이 학습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교육용 앱이다 보니 우선 누구를 대상으로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었다. 결론은 일반인들이 아닌 한의학을 공부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한의대생들은 높은 수준이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떠한지를 몰라 중국과 미국 한의학대학을 참관하는 등 대략적인 수준을 파악한 후 학생들 눈높이에 맞춰 앱 개발을 진행했다. 경락경혈앱은 수업 시간에 부교재로써 시청각 교육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경혈의 경우에는 위치 설명의 대부분이 텍스트나 그림으로 되어 있어 정확하게 취혈하기에 약간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이런 경우 3D 모델의 부교재가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경락앱은 아직 누구도 만들어 보지 못한 경기의 흐름을 3D로 만든 것이라서 머리에 입체적으로 구현하기에 어려웠지만, 3D 모델로 획기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앱의 경우에는 시험과 과제에 특화된 만큼 앞으로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앞으로 한의학과 디지털 기술 접목 방향은? 다방면에 활용해야 하며, 범위도 넓혀가야 한다. 현재 제가 만든 것은 교육용 앱일 뿐이지만 앞으로 시험과 평가와 관련된 부분은 물론 원격 진단과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특히 초음파를 필두로 다방면의 의료기기를 가져와야 하고, 이를 활용해 교육자료를 디지털로 만들고, 바로 공유할 수 있도록 마켓에 올려야 한다. 초음파의 경우 충분한 시각적 자료를 앱으로 만들 수 있으며, 시험테스트를 앱으로 만들 수 있고, 초음파 결과를 다수의 한의사들과 동시에 공유해 진단을 내릴 수 있다. 혈액검사기기나 X-ray, MRI, CT 또한 마찬가지의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이와 함께 한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에서도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시험의 가시성과 홍보성, 그리고 확장성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시험문제의 데이터베이스 확립에도 편하고 안전하며, 많은 홍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편리하게 시험문제 출제가 가능해져 확장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이 경우에는 보안을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 발전시키고 개발해야 할 분야가 많다. 경혈 분야에서는 정경혈, 동씨혈, 경외기혈 등으로 약 50% 정도 만들어진 상태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수침, 족침, 두침, 이침 등은 개발할 분야다. 또한 경락쪽은 십이피부, 십이경근 등 만들어지지 않은 분야가 약 50% 정도 된다. 이와 함께 초음파를 활용한 교육용 자료도 준비하고 있으며, 해당 모델의 업그레이드도 준비하고 있다. -
인류세의 한의학 <21>김태우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한의원의 인류학 : 몸-마음-자연을 연결하는 사유와 치유> 저자 돌아오지 않는 계절 다시 여름이 되었다. 언제나 돌아오는 여름이지만, 이 계절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바뀌고 있다. 봄-여름-가을-겨울-봄-여름-가을-겨울-봄...의 순환하는 흐름으로서의 계절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금같이 새로운 여름이 돌아오면, 평년 같은 여름을 예상하기보다는, 돌출적인 여름을 염려한다. ‘올해는 얼마나 더울 것인가’, ‘가장 더운 여름 기록을 이번 여름이 갱신할 것인가’ 등 평년 같지 않은 여름에 대한 우려가 본격적 여름의 길목에서 무성하다. 실제로 돌출적인 올해 여름은 현재 진행형이다. 가까운 중국 북경은 가장 더운 6월을 맞고 있다. 한 달 중 최고기온이 35도를 상회하는 날짜가 보름이나 되는 기록적인 6월 폭염을 경험하였다. 미국 남부의 주들도 혹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체감온도가 39도에서 51도 사이에 해당하여 위험단계의 경보가 텍사스, 루이지에나, 미시시피, 알라바마, 테네시, 조지아, 플로리다, 알칸소, 캘리포니아, 아리조나 등 동서를 불문하고 미국 남부의 거의 모든 주에서 발효되었다. 문제는 돌출적 여름에 대한 염려가 올 여름에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의 평생 동안, 더 더운 여름을 염려하는 시간만 앞으로 남아 있을 확률이 높다. 돌아보면 이제 순조로운 흐름을 가진 것은 이 세계에 남아 있지 않는 것 같다. 예측 불가능한 경제상황은 말할 것도 없고, 동·서, 남·북, 여·야의 대결 구도 속 정치적 불안정도 일상이 되었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묵묵히 순환하는 계절과 기후가 있었다.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 이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지는 형국이다. 봄꽃들이 느닷없이 피고, 환절기가 봄 세 달을 장악한 상황에서, 마른장마와 기록갱신의 고온의 여름에서, 비빌 언덕이 허물어져 버린 느낌을 받는다. 때 아닌 가을장마가 맑아야 할 하늘을 뒤덮고 있을 때, 봄기운과 강추위가 시소를 타며 겨울이 지나갈 때,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때가 되면 다시 돌아오는 것들이 사라져버린 세계에서, 우리는 무엇에 의지하여 이 위기의 시대를 살아갈 것인가? 지구인류학과 몸의 기후학 지난달 28일부터 대전 카이스트와 기초과학연구원에서 열린 동아시아환경사(East Asian Environmental History) 학회에서는 새로운 용어와 개념들이 논의되고 있었다. 전에 없던 용어들은, 지금의 상황이 인류가 아직 경험하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상황임을 말하고 있었다. 계절이 순환하지 않고, 돌아올 그 무엇이 다시 오지 않는다면 새로운 논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학회 3일째 기조강연을 맡은 독일 막스프랑크연구소의 위르겐 랜 교수는, 인류학을 전공하는 필자도 들어보지 못한 “Geoanthropology”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하였다. “지구인류학”이라고 번역할 수 있을 Geoanthropology는 그가 연구소장으로 있는 연구소의 명칭이기도 하다. 이제 인간에 대한 연구와 지구에 대한 연구를 따로 하는 시기는 지났다는 것을 랜 교수는 강조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무엇을 기대할 수 없는 시대는 기존의 연구 주제를 넘어서는 상상력이 필요한 시대다. 막스프랑크 지구인류학연구소에서는 지구와 인류를 아우르는 학제 간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동안 지구시스템과학(Earth System Science, ESS)은 기후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학제적 연구로 자리를 잡았다. 시스템의 관점에서 지구기후현상을 바라본다. 그 시스템에 사람도 포함되어 있지만, 그에 더해서 지구인류학은 기후현상에 있어 인간 활동과 인간의 기술의 역할을 강조하며, 지구와의 연결성(Human-Earth System) 속에서 바라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간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지구는 기온이 상승하고, 상승한 기온이 다시 인간에 영향을 미치는 연결고리를 전체적으로 파악하려는 관점이 지구인류학이라는 용어에는 포함되어 있다. 본 연재 글에서 필자는 최근 “몸의 기후학”이라는 제목 아래 몇 번의 글을 쓰고 있다. 몸의 기후학도 전에 없던 용어이지만, 지금 요구되고 있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 기후변화는 몸과 기후의 밀접한 연관을 드러내게 한다. 이것은 지구와 인류의 관계가 전에 없이 드러나는 상황과 유사하다. 그리하여 지구인류학이라고 하는 몇 년 전만 해도 들어보지 못했던 말이 제시되는 상황과 맞닿아있다. 몸의 기후학은 몸과 기후의 관계를 다시 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기후 따로, 몸 따로의 논의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함의하고 있다. 동아시아의학에서 풍한서습조화가 몸 밖에도 사용되고 몸 안에도 사용되는 용어라는 것은 몸의 기후학의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특히 돌아오지 않는 계절이 된 돌출적 여름이 인류의 앞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몸의 기후학 관련 논의는 더욱 요구되고 있으며, 이러한 관점에서 서병(暑病)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을 지난 연재 글에서 제시한 바 있다(이전 연재글 <인류세의 한의학> 19, 20. “몸의 기후학” III, Ⅳ 참조). 서병의 문제가 새롭게 제기될 앞으로의 기후위기시대에, 몸과 기후의 적극적 관계의 관점에서의 논의는 크게 요구되고 있다. 그러한 논의가 더 많은 연구와, 임상과 연결되어야 하며, 관련 교육 또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건강 문제는 단지 서병의 문제만은 아니지만, 본격적 여름을 맞아 서병과 관련된 이슈들을 이번 지면에서는 언급하고자 한다. 동아시아의학에서 서병에 대한 논의가 체계적으로 전개되었다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에 커다란 자산이다. 서양의학에서도 최근 서병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다. 앞으로의 서병이 과거의 서병과 다를 수 있다는 관점에서 지금까지의 논의를 활성화하고, 그와 연결하여 보다 심도 있는 논의와 연구를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서병(暑病)에 대한 본초로 알려져 있는 향유(香薷)에 대한 본초학적 연구도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의 미증유의 혹서 상황에서의 향유의 대처 가능성에 대해 주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내경(內經)』의 서병에 대한 언급에 있는 정신과질환과 관계된 부분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상한론(傷寒論)』에서도 단지 외감을 넘어, 관련 정신과질환의 논의가 있는 것과 같이, 서병도 관련된 보다 다양한 문제에 대한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내경』은 말하고 있다. 『내경』에는 “因於暑汗煩則喘渴靜則多言”이라는 문장이 있다. 서병에 감촉되어 생리적 문제뿐만 아니라 정신적 문제(다언(多言)과 같은)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 문장이 「생기통천론(生氣通天論)」에 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몸의 생기는 하늘과 통한다. 몸의 기는 몸 밖의 기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몸의 기후학의 의미를 드러내고 있다. 장기간의 혹서를 위한 한의학 네트워크 연구, 교육, 임상과 함께 한의사협회 등의 의료단체에서는 기후위기에 대한 대처로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대한 적극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서병의 논의가 적극적으로 진행된다고 하더라고, 그것이 실제 서병을 앓는 (혹은, 앓을) 사람들과 만나지 못한다면 무의미하다. 미증유의 고온의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때 한의학은 어떤 대처를 강구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예를 들면, 서병에 특히 노출되기 쉬운 취약지역의 주민들에게 통치방 형식의 처방(생맥산과 같은 처방)을 나누어주는 활동도 한의사협회 차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방문진료에 대한 한의계의 관심과도 연결해서 논의할 수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협회 중앙회 아래, 각 시도군의 지부, 분회 조직을 통해 체계적으로 서병에 대한 예방 및 대처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활동을 통해 확보된 데이터는 다시 한의학의 기후위기 대처에 대한 연구로 선순환 될 수 있을 것이다. 기후문제가 건강문제라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기후위기의 상황에서 의료가 어떻게 건강문제에 대처하는가라는 문제는 앞으로 의료들의 존재 방식과 관련하여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한의학은 무엇을 할 것인가? 여기에 대한 논의와 실천이 앞으로의 기후위기 시대에, 한의학의 존재 이유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
“약장에 새겨진 108년 역사”…서울미래유산 ‘유일한의원’이규옥 유일한의원장 [편집자주] 서울 종로5가 동대문종합시장 건너편 골목으로 들어서면 세월의 흔적을 가진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중 자그마한 3층 벽돌 건물의 유일한의원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침술의 대가 이택성 한의사가 1915년 개원해 1945년 종로에 터를 잡은 후 2대에 걸쳐 지금까지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일한의원은 서울의 유서 깊은 장소로, 지난 2014년 ‘서울미래유산’에도 선정됐다. 팔순이 넘은 고령에도 한의원을 지키며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해오고 있는 이규옥 원장을 만났다. Q. 한의원 소개 부탁드린다. 유일한의원은 일제강점기인 지난 1915년부터 아버지에서 아들로 대를 이어 내려져 온 한의원으로, 올해 개원 108주년을 맞았다. 명칭의 유래는 오로지 유(唯), 하나 일(一)이라는 뜻을 품는데 한의 의술에 있어 자부심이 오직 하나뿐인 곳이라는 의미다. 본래 종로 5가에서 개원했지만 1969년 지금의 장소로 새로 건물을 지어 한의원을 이전하였다. 그동안 동네의 사랑방 역할을 해왔다. 3대가 진료받는 한의원으로 유명한데 보통 40년, 많게는 50년 된 환자도 있다. 중풍과 관절염 전문 한의원으로, 대부분이 동네 토박이 환자들이었지만 입소문과 최근 방송 등을 통해 전국에서 오는 환자들이 늘어났으며, 중국과 일본에서도 방문하고 있다. Q. 한의원 건물이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유일한의원은 서울 종로에 소재한 근린생활시설로, 광복 이전에 개원해 2대에 걸쳐 진료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1969년에 준공된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3층의 적벽돌건물로, 건축면적 54.81㎡(16평)이다. 1990년대 초반 건물 내부와 외관에 대한 보수공사를 실시했으며, 1층은 진료실과 약재 보관실로 사용하고 2·3층은 주거시설로 이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한의원이 오랜 업력을 간직한 종로5가의 시대적 모습을 보여준다면서 근린생활시설로서 지속적인 관리와 보존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된 것 같다. Q. 부친 이택성 원장은 어떤 한의사인가? 유일한의원의 1대 원장인 부친은 지난 1910년 어의 반규석 한의사에게서 사사했다. 일제가 한의사 면허를 도입하자 2년 동안 배우고 면허를 땄다. 부친은 지난 1914년 당시 이북에서 ‘의생 면허(지금의 한의사 면허)’를 받아 한의원을 개원했다. 그러나 독립 만세운동에 연루돼 면허가 취소되고, 이후 8년이 지난 1929년에서야 다시 면허를 받아 철원에서 한의원을 열 수 있었다. 광복 후에는 종로로 이전해 자리를 잡았다. 당시 부친은 ‘침술의 대가’로 명성을 떨쳤었다. 1948년 당시엔 한의사 양성 기관이 없었는데 유일한의원에서 공부했다고 하면 한의사 면허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질 정도였다. 부친은 일제의 탄압으로 한의학이 억압받던 시절에도 굴하지 않고 침술을 연구했으며, 침구학원까지 열면서 명맥을 잇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자신이 연구한 의술을 후대에도 이어나가고자 한의사인 아들을 위해 직접 비서(祕書)도 집필했다. Q. 어떻게 한의사의 길을 걷게 됐나? 처음엔 농대 출신 교사로 사회에 발을 내디뎠지만 가업을 잇기 위해 분필을 내려놓고 침을 들었다. 본래 부친으로부터 한의원을 이어받은 2대 원장은 형으로, 당초부터 한의학을 공부했으므로 자연스레 가업을 이었다. 그러나 형이 군대에서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나는 가업을 잇기 위해 결혼하고 서른이 넘은 나이에 경희대에 다시 들어갔다. 첫아이를 낳고 공부했는데 아내가 뒤에서 묵묵히 지켜줬다. 늦게 선택한 한의사의 길이었지만 어려서부터 약재를 썰며 아버지가 하던 것을 보았던 덕택인지 한의학에 대한 이해가 빨랐다. 이후 한의사가 되어 1974년부터 한의원을 운영해오고 있다. Q. 부친에게 물려받은 의술을 소개한다면? 예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침술을 아버지로부터 배웠다. 침을 통해 기를 넣고 빼는 ‘보사침법(補瀉鍼法)’을 사용한다. 보사침법은 많은 침을 꽂아놓는 여느 한의원의 침법과는 다르다. 스트레스로 인해 경직된 목, 어깨, 척추 등에 침을 놓고 기를 보내면 침이 저절로 원을 그린다. ‘환자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올 때와 나갈 때가 다르다’ 이게 바로 보사침법이다. 본 침법은 한의학 관련 도서에는 있지만 대학에서는 가르치지 않는다. 훌륭한 의술임에도 젊은 한의사들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않아 안타깝다. Q. 현재 한의원에 남아있는 부친의 발자취는? 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물건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진료실 내부에는 부친이 직접 제작한 약장이 지금도 그대로 쓰이고 있다. 못질이 아닌 목재를 직접 다 짜 맞췄으며, 약장의 글씨도 부친이 직접 쓰셨다. 드라마 허준에도 찬조 출연했던 유품이다. 장을 볼 때마다 아버님 생각이 난다. 또 약재의 무게를 재는 저울과 침도 그대로다. 금으로 만들어진 침은 닳고 닳아 짤막해질 정도로 많은 사람의 병을 고쳐줬다. 이를 본떠 내 금침을 만들어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Q. 현역 유지 비결은? 유일한의원을 이을 제자를 찾을 때까지 현역을 유지하며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매일 신경 쓰고 있다. 평소 건강 관리 비법은 식보, 행보, 스트레칭이다. 음식은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약도 되고 병도 된다. 과식하지 않고 80%만 먹고, 적어도 3시간 후에 잠을 자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위산이 계속 나와 염증을 일으킨다. 또 많이 걸으면 무병장수할 수 있으며, 아침에 눈 뜨자마자, 자기 전에 온 몸을 스트레칭하면 몸에 기운이 돈다. 이 세 가지만 지키면 건강을 지킬 수 있다. Q.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종로 일대가 과거에 한의원, 한약상 거리였다. 많을 때는 한의원이 300개 정도까지 됐지만 지금은 많이 떠났다. 과거에 부친이 돌봤던 환자들이 지금도 찾아오신다. 나는 부친과의 약속과 환자들 때문에 이곳을 지키고 있다. 내가 떠나면 그분들은 누가 치료해 주겠는가? 다음 대에서 이 한의원을 이어갈 사람이 없어 고민 또한 있다. 가족 중 한의사는 내가 유일해 자칫 유일한의원의 맥이 끊어지고, 선대부터 내려오는 침법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안타깝다. 모든 게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누군가 구식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처음 침을 들었던 날을 기억하며 계속 한의원을 이어갈 것이다. -
‘내리사랑’으로 상생시키는 정신건강 한의학김명희 연구원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 경희대 한방신경정신과 박사과정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andemic)의 해제와 함께 “생성언어모델(LLMs) 사용 시 인간의 복지, 안전, 공익, 투명성, 책임성 등에 엄격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인공지능(AI)시대를 맞아 보건의료 영역에서 임상의료정보 데이터의 긍정적 가치가 질병의 치료와 예방, 행복한 삶에 모아져야 한다는 것을 촉구한 것이다. 한의학은 인간개체를 형신일원(形神一元)적 생명활동 현상으로 관찰하고 형(形)의 신체활동을 생·장·화·수·장과 신(神)의 정신활동을 혼·신·의·백·지로 하여 목화토금수 오종기능 활동을 통해 변증을 구조역학적으로 분석, 이상변이가 자발적 자기대사력의 회복으로 정상건강상태로 치유되는 체계를 세웠으며 이를 수천 년간 임상으로 실증해 왔다. 정신건강 한의학 역시 인공지능이 빛의 속도로 발전한다 해도 막연히 인공지능 플랫폼을 따르기보다, 정상과학의 패러다임에 맞춘 한의학리에 근거한 환자 중심의 개별맞춤식으로 치료해 나갈 때 정확성, 타당성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생명현상을 주체로 하는 전일성(全一性)에 근거를 둔 한의학이야말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의과학의 정수로, 물질현상을 주체로 지식정보 데이터에 근원을 둔 생성형 인공지능시대에서도 오히려 지속가능한 미래 및 행복한 삶의 세계를 주도할 수 있는 학문이다. 임상사례 창백하고 부은 얼굴의 50대 후반 부인이 상기된 모습으로 들어왔다. “불면, 두통, 어지러움, 불안, 스트레스로 수년 간 대학병원에서 우울증으로 진단받고 항정신약을 처방받아 복용해도 증상은 여전하다”며 힘없는 목소리로 호소했다. 이에 망문문절 진찰해보니 칠정긴맥, 맥무력 세삭, 양맥이었다. 한의사: 언제부터 이런 증상이 있었나요? 환자: 7남매의 장남과 중매로 결혼했는데 시어머니가 장남을 너무 편애하셨어요. 시집살이가 심해지면서 부터니까 꽤 오래됐네요. 이혼도 몇 번이나 하려다가 애들보고 참았는데, 몇 년 전엔 협심증이 있던 둘째 딸이 수면 중 심장마비로... 한의사: 저런, 상심이 크시겠어요. 환자: (눈물을 글썽이며) 아침에 일어나보니 그만,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먹먹하고 너무 허망해요. 제가 얼마나 애지중지 키웠는데... 그 예뻤던 딸이 요즘도 눈에 선해요. 한의사: ... 환자: 그 일이 있고 남편도 몇 년을 거의 매일 술만 퍼먹더니 알콜릭 진단도 받고, 요즘엔 건강도 안 좋아져 휴직했어요. 무슨 말만 해도 화내고, 저와 애들과는 아예 대화도 끊어진 지 오래예요. 한의사: 가족 모두가 힘드시겠네요. 환자: 그렇죠. 저도 신앙생활을 하기에 몇 년째 기도하며 마음을 추슬러 왔는데, 신도가 특별히 소개해 준 묵상을 하면서부터는 시어머니, 남편과의 안 좋았던 기억들이 자꾸만 망상으로 떠올라 많이 힘들었어요. 시어머니 임종도 홀로 지켰고요. 장례식 후에 시동생, 시누이들도 ‘깐깐한 엄마 잘 모셔드려서 고맙다’고 저한테 칭찬했는데, 정작 남편은 벽창호로 아무 말도 없었어요. 평생을 어머니와 자기 형제들밖에 몰라요. 한의사: 많이 서운하시군요. 환자: 삼남매 열심히 키우며 남편에게만 정붙이고 살았는데, 아무리 말이 없고 무뚝뚝하다고 해도 이건 너무 하잖아요. 힘든 일도 같이 위로하고 극복해 나가는 게 바로 부부인데요. 한의사: 남편분이 우직한 분인가 봐요. 환자: 직장생활도 착실하게하고, 밖에선 사회생활도 잘하고 사교성도 좋다고 해요. 그런 남편이 친구들과 집에 들어와선 ‘술상 차려라’ 하거나 처자식은 본체만체 잠만 잤어요. 얼마 전 남편도 ‘장남으로 살기 힘들었다’고 독백하더라고요. 한의사: (눈을 맞추며) 환자분이 집에서 애들 잘 키우고, 알뜰살림에, 시어머니 봉양에, 내조를 참 잘 하셨네요. 남편분은 결혼을 정말 잘하셨군요. 환자: (잠시 생각하며) 요즘엔 아이들도 ‘엄마 뒷바라지 덕분에 직장도, 결혼도 잘 했다’고 늘 감사하다고 말해요. 저도 어릴 적부터 부모 사랑을 지극히 받고 자라서 그런가 봐요. 한의사: 그 인고의 세월을 잘 참아내니까, 이렇게 술술 풀리잖아요. 정말 훌륭한 분이세요. 환자: (살짝 웃으며) 선생님과 허물없이 상담하니 화병이 달아나는 것 같고, 그간 쌓였던 마음의 병들이 뻥 뚫리네요. 혼백의 회복으로 자발적 자기대사력의 활발한 생명활동 복약 두 달 후 내원한 환자는 “요즘은 성당 봉사활동에, 오라는 데가 많아 어린 손주들 돌볼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쁘고, 우울증 약 없이 잠도 푹 잔다”고 미소 지었다. 위 사례에서 보듯 ‘사랑하는 딸의 죽음’이라는 트라우마와 오래 된 ‘시집살이’로 신경쇠약 증상을 겪고 있던 환자에게 필자는 간기울결, 불면증, 화병으로 변증·진단하여 이를 오신의 상생치료법을 적용한 정서상승요법, 오지상승위치, 경자평지요법, 이정변기요법, 지언고론요법 및 가감익기안신탕으로 침구 방제했다. 묵상(meditation)으로 분노, 우울, 죄책감 등 신경증, 도덕적 불안이 더 심해졌던 환자에게 필자는 ‘최선을 다해 가정을 지키고 소중한 아이들을 잘 키워냈다’는 자긍심에 적극적으로 지지했고, 의·백·지 기능으로 진정시켜 결국 혼백(魂魄)이 돌아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인 자발적 자기대사력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가 한의학의 세계화, 국제표준화 연구 사업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간 생명현상에 해부학적 나열식 체계를 취하지 않고, 구조역학적 한의학리로 정신건강 한의학의 신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최고야 한약자원연구센터장이 생각하는 본초학은?<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지난 4월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약자원연구센터장으로 임명된 최고야 센터장을 만나 소감을 들어봤다. 최고야 센터장은 우석대 99학번으로 주영승 교수 지도 하에 본초학 학위를 받았다. 이후 2007년 병역특례로 한의학연에 입사, 2018년 한약자원연구센터가 개소하면서 전남 나주에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Q. 한약자원연구센터장으로 임명됐다. 공공기관 보직은 축하보다는 위로가 필요한 자리인 것 같다. 은퇴할 때까지 평사원으로 일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목표 달성에는 실패하게 됐다. 연구방향을 설정하고 한정된 인적·물적 자원을 적절히 분배하는 일이야 연구책임자로서 당연한 업무지만, 다종다양한 행정업무 부담이 만만치 않다. 예컨대 당장 2일짜리 과정인 산업안전관리자 교육부터 수료해야 한다. Q. 본초학을 전공한 계기는? 어릴 때부터 등산과 사진을 좋아했다. 한의학의 세부 분야 중에 등산·사진과 관련이 많은 분야라면 단연 본초학뿐이다. 또 사람보다는 사물을 편하게 여기는 성격이라 적성에도 맞았다. 사실 대학원 진학을 결심할 당시에는 경혈학에 마음이 있었지만, 동기인 누가한의원 윤대식 원장이 경혈학 일편단심이어서 2지망이라 할 수 있는 본초학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거창한 고민이나 깊은 사유 같은 것은 없었고, 어쩌다 보니 본초학자가 된 셈이다. Q. 본초 연구를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우리나라에 본초학자는 손에 꼽을 만큼 적은데, 다른 분야 전공자들이 접근하기에는 진입장벽이 대단히 높게 여겨진다. 가장 큰 요인은 한문과 우리말·중국어와 라틴어로 이루어진 약명·일반명·학명 체계가 생소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대 본초학이란 고전 의서의 토대 위에 생물지리학과 생물분류학, 법규와 무역, 수요와 공급을 이해하는 것이 출발점인데, 이런 내용은 이과라기보다는 문과에 가까우므로 이과적 사유를 잘하는 연구자들이 유달리 어려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문턱만 넘어서면, 다른 분야보다 오히려 쉬운 연구주제가 많다. 물론 어려운 점도 있다. 대표적으로 시료 확보가 어렵다. 한약재 감별 연구를 하려면 정품뿐 아니라 유사품, 위품, 불량품, 변조품 등의 시료도 필요한데 이를 모두 갖추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자원보호 규제 강화로 중국이 원산지인 생물 시료를 수집하는 것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Q. 어떻게 연구주제를 선정하는가? 고전 의서에서 말한 이 약재가 현재 학명으로 어떤 분류군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여전한 품목이 있을 정도로, 본초학은 가장 기초적인 부분에서도 아직 연구할 소재가 많다. 그래서 어떤 주제를 정하든지 대부분은 최초로 하게 되는 연구가 되므로 연구 주제 선정이 자유로운 편이다. 그런데 제가 평생 하게 될 연구 로드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약재 감별 중 유전자 마커 개발을 예로 들자면, 한약자원연구센터 규모에서 연간 수행할 수 있는 품목은 많아야 10종 내외인데 한약재 500종을 완료하려면 단순 계산으로 50년이 걸리니 말이다. Q. 중점을 두고 추진하는 연구는? 현재 한약자원연구센터에서는 한약재의 기원이 되는 자원식물의 분포 조사와 표본 수집, 식물분류학·식물해부학적 감별, 유전자 마커 개발, 한약재의 성분 분석, 약리효과 검증, 조직배양 기술을 활용한 생산성 제고, 최적 포제 조건 탐색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어느 하나도 한두 해에 끝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므로, 센터가 존재하는 한 계속 진행될 거다. 다만, 연구 목표는 이렇게 정해져 있지만 기술 발달에 따라 연구방법론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예컨대 한약재의 형태학적 감별에는 AI 딥러닝이 접목되고, 유전자 분석은 NGS와 TGS 같은 신기술이 적용되며, 성분 분석은 더 정밀한 분석장비와 분자 네트워킹 분석 기법이 쓰이게 되는 식으로 진보하고 있다. Q. 센터를 어떠한 조직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인지? 한약자원연구센터에 한의사는 저를 포함해 2명뿐이고, 나머지 30여 명은 한약학·한약자원학·식물분류학·천연물화학·식물분자생물학·산림자원학·수의학·약리학 등 다양한 영역의 전공자들로 구성돼 있다. 인적 구성 자체로도 융합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구성원들의 훌륭한 연구역량을 바탕으로, 한약재의 과학화와 표준화를 상징하는 국내 대표 연구조직이 되도록 힘쓰겠다. Q.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한의사는 한약의 주체로서 상상 이상의 법적 권한을 갖고 있다. 보건의료 방법론의 한 축으로 한약을 확고히 점유하고자 한다면, 한약재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
“한의산업의 나침반 역할 하는 단체 되겠다”[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지난달 창립한 한국한의산업진흥협회(KOMPAS) 강희정 초대 회장을 만나 협회 창립 배경과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들어봤다. 강희정 회장은 한의산업 전문기업인 대요메디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한의학의 현대화·객관화에 중점을 두고 맥 진단기술을 개발하는 의료기기사업을 진행해왔다. Q. 초대 회장으로 선출된 소감은? 정말 어깨가 무겁다. 그래도 창립총회 준비위에 함께한 사람들의 열정과 총회 당일 현장을 찾아 무한 격려와 응원을 주신 회원사 대표들이 있어 든든하고 의지가 되고 있다. 또한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보험 등재 경험이 있고, 한의산업계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만큼 회원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도록 하겠다. Q. 한국한의산업진흥협회 창립 의의는? 한의산업은 그 역사를 추적해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산업 분야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한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직 관련 기업들이 모두 모인 협회가 없었는데 이제라도 모두가 모이는 협회가 발족이 됐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협회는 한의산업 분야별로 분과를 구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 △원료한약 △한약제제 △한의의료기관 부속기관 및 원외탕전 △의료기기 △정보서비스 등 총 5개의 분과로 구성했으며, 분과 구성은 현재 한의산업의 표준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국제표준화기구인 한의약표준개발기술위원회(ISO/TC249)의 구성과 거의 유사하다. 이렇게 ISO와 유사하게 분과를 구성한 이유는 분과별 전문성 유지와 효율적 표준화 활동 목적 때문이다. 산업의 지속적 발전과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국제표준, KS산업표준의 개발과 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앞으로 협회에서는 분과별 전문기업들이 산업체에서 필요한 표준을 개발 제안하거나, 외국에서 제안한 표준에 우리 산업체의 의견을 전달하는 등의 대응을 더욱 원활하게 함으로써 한의산업의 세계시장 진출과 성능, 품질향상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자 한다. 또한 한국한의산업진흥협회의 영문 약자는 KOMPAS다. 한의산업이 성장하고 세계로 진출하는데 나침반(compass) 역할을 해보자는 취지로 동일한 발음의 약자로 구성했다. Q. 협회를 창립한 계기는? 보건복지부에서 2018년부터 한의기업 탐방을 통해 산업계 실태를 직접 조사하면서 수많은 기업 애로사항이 존재한다는 것을 목도했고, 이후 한의산업 CEO포럼을 먼저 제안했다. CEO포럼을 통해 다양한 산업 분야의 대표들과의 교류가 시작됐고, 코로나가 끝나면서 본격적으로 협회 준비를 시작해 2023년 6월에 협회를 창립할 수 있었다. Q. 협회의 청사진을 제시한다면? 협회는 이제 막 태동했지만, 산업 분야 자체는 매우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지는 어려움도 있겠지만, 장점은 취하고 약점은 보완해 가면서 협회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한의산업의 장점이라면 전통문화이면서 소중한 민족자산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K-푸드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 변화를 살펴보면 잘 보존되고 발전된 음식문화 그 자체의 장점과 특징을 인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의산업 역시 우리의 특성을 잘 살피고 발전시켰을 때 그 영향력은 K-푸드, K-팝의 영향력 그 이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소통을 통한 협력, 협력을 통한 융합, 융합을 통한 발전’이라는 한의산업 발전의 선순환을 만들어 내야 한다. 회원 간의 소통, 전통과 현대의 소통, 공학과 한의학의 소통, 한의산업 소비자와 생산자의 소통, 기업과 정부와의 소통을 통해 한의산업 전체의 발전을 위한 진정한 협력과 융합이 가능해진다고 생각한다. 협회는 이렇게 소통하고 협력하는 한의산업 플랫폼으로써 그 역할을 하려고 한다. Q. 당장 해결해야 할 최우선과제가 있다면? 코로나 이후 디지털화, 비대면화 등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변화가 우리 삶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보건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었고, AI·빅데이터·정보통신기술(ICT) 기술융합을 통한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한의산업 역시 예외일 수 없다. 개인 맞춤형 치료와 예방기술, 고령화 사회 대응, 감염병 시대의 면역증강기술, 표준화·객관화된 디지털 데이터를 활용한 AI 헬스케어기술로 변화하고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회원사들이 함께 힘을 모으고 장애물을 해결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민 보건과 국가 경제에 기여하게 됨으로써 한의산업이 대한민국의 주요 먹거리 산업으로 제대로 자리매김하고 회원사 각 사는 성공한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협회에서 수행할 주요 사업은 △기업 간 상생과 협력을 위한 교류 및 네트워크 구축 사업 △연구 및 인력개발 지원을 통해 한의제품기업의 역량강화 지원 사업 △한의제품의 판로 확대 및 수출 활성화 지원 사업 △정책개발 기능을 강화해 한의기업의 애로사항 해소 지원 사업 등이다.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협회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협회 업무추진 로드맵을 개발해 단계별로 추진할 계획이다. 초기 단계에 진행해야 하는 우선 과제는 협회 준비단계에서부터 진행해 오고 있는 기업애로사항 조사와 타당성 검토, 협력기관과의 소통채널 구축, 해외진출 협력체계 구축, 제품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프로그램 개발 등이다. 이외에도 시급한 기업 관련 현안이 도출되면 빠르게 대응할 예정이다. Q. 그외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의산업은 한의학과 관련된 제품을 생산 공급하는 산업 분야다. 의료시장에서 서비스기관과 산업계는 실과 바늘의 관계다. 실이 없으면 아무리 날카로운 바늘도 제 역할을 다할 수 없고, 아무리 고급 실을 가지고 있어도 바늘이 없으면 옷을 만들 수 없다. 한의의료기관과 한의산업계는 좋은 친구이자 동반자가 돼야 한다. 이제 한의산업 플랫폼 역할을 수행할 협회가 발족한 만큼 K-메디슨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한의학이 제 가치를 인정받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고 서로를 응원해 가면서 주도적으로 변화의 물결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많은 격려와 참여 부탁드린다. -
“만성 피부질환 관련 한의 보장성 강화 위해 노력”박수연 교수(동신대학교 한의과대학) <편집자주> 동신대학교 한의과대학 박수연 교수 연구팀이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 주관연구기관으로 선정됐다. 이에 본란에서는 박수연 교수에게 연구팀의 활동 계획, 피부질환 치료에 있어 한의학적 치료 방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 박수연 교수는 나주동신대한방병원에서 안이비인후과와 피부외과 분야 교육·진료 및 다양한 임상연구를 병행 중에 있으며, 주로 아토피 피부염 등 피부질환과 안구건조증의 한의치료에 대한 임상연구를 수행해 왔다. Q.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에 선정된 소감은?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은 한의약 분야 R&D에 있어 가장 큰 규모의 사업으로 알고 있다. ‘20년부터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 과제에 지원해 왔으며, 올해에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질환별 한의중점연구센터 분야에서 ‘만성 피부질환 한의중점연구센터’ 주관연구기관으로 최종 선정돼 산업단과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책임감이 막중하다고 느껴지며, 준비 과정에서 같이 동고동락한 연구진들에게도 감사를 표하고 앞으로도 연구가 잘 진행되도록 많이 도와주길 부탁드린다. Q. 연구팀의 활동 계획은? 연구팀은 총 7년간 만성 피부질환에 대한 한의 임상 강점 기술의 과학적 근거를 확립하고, 해당 기술의 제도화 진입(신의료기술 및 건강보험 등재 신청) 근거를 마련해 한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먼저 1단계에서는 만성 피부질환의 한의 치료기술 유효성·안전성 평가 임상시험 프로토콜에 대한 식약처 승인을 진행하고, 2단계에서는 △한의 치료기술의 유효성·안전성 평가 다기관 임상시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연구 △방풍통성산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3단계는 지금까지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결실을 맺는 단계이며, 외용제의 흡수를 극대화시키는 마이크로니들 패치와 피부질환에 유효한 한의 치료기술의 신의료기술 등재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방풍통성산의 경우 적응증을 추가하는 한약제제 품목변경 허가 신청, 그리고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연구를 통해 만성 피부질환에 대한 유용 마이크로바이옴을 도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부산한의전 서형식 교수와 우석대 이동효 교수가 공동연구자로 참여하고, 3개의 동신대 부속한방병원에서 임상연구에 참여해 근거화해 나가려 한다. 또한 해당 기술 개발을 위해 다학제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면서 연구해 나갈 계획이다. Q. 피부질환에 대한 한의치료의 강점은? 아토피 피부염과 건선 등의 만성적인 피부질환은 유병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질환이고, 진료비 부담 및 사회경제적 비용 또한 높아지는 추세다. 만성 피부질환은 양방의 대증치료 외에 특별한 치료법이 없으며 장기간의 치료와 관리가 중요한데, 한의학적인 치료로 많은 환자들이 호전되는 것을 임상에서 경험했기 때문에 충분히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피부질환은 식치, 외치, 내치 3가지 치료가 반드시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식치는 약식동원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되며, 우리가 먹는 음식으로 인해 피부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변화하고 그것이 피부질환의 호전과 악화를 유발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또한 외치는 피부질환 치료에 없어서는 안되는 치법으로 피부에 바르는 외용제와 외용제의 흡수를 극대화시키는 패치, 습포요법, 침 치료 등인데 피부질환 치료시 임상에서 이미 시행 중에 있다. 마지막으로 내치는 한약 치료로 변증에 맞는 한약제제 등을 사용하고 있으며, 향후 만성 피부질환에 대한 다양한 한의 치료기술이 신의료기술 등재와 더불어 보장성 강화까지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국내 최초로 동신대학교 에너지클러스터에 만성 피부질환 한의중점연구센터를 개설해 만성 피부질환에 대한 한의학 분야 진료 및 임상연구의 거점을 수립하고자 한다. 또한 만성 피부질환에 대한 한의학 특성에 맞는 연구방법론을 적용한 다면적 임상연구를 수행해 한의 보장성을 강화하고 한의 의료서비스 질 향상에 기여하고자 한다. 이와 함께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 아토피 피부염의 치료기술에 대한 국제 공동 세미나도 추진할 계획이다. 동신대 한의학과 학생들과 교수님들, 그리고 저와 함께 이미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우리 연구팀 여러분들의 관심과 도움에 깊은 감사를 드리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지지와 협력을 머리 숙여 거듭 부탁드리고 싶다. -
“미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만남의 장으로 기억”필자는 지난달 16일부터 18일까지 일본 후쿠오카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일본동양의학회 학술총회에 참가했다. 이번 참가는 지난해 대한한의학회 미래인재상 수상자 자격으로 참여하게 됐으며, 2021년 수상자인 이현훈 선생과 일정을 함께 했다. 미래인재상 수상자 이현훈 선생과의 만남 COVID-19가 아니었다면 수상 연도가 달라 각자 참가했겠지만, COVID-19 때문에 숙소까지 함께 썼다. 이현훈 선생은 침구과 전문의로 코딩을 독학해 군의관으로 복무할 당시 챗봇 관련 연구를 진행해 대한한의학회 미래인재상을 수상했고, 현재 서울대병원 교수로 medical record 관련 AI deep learning을 연구하고 있다. 필자도 다이트한의원에서 진행 중인 obesity 환자들의 bioelectrical impedance analysis에 대한 retrospective review와 qualitative research를 소개했다. 저녁 자유시간에는 후쿠오카 운하 쪽에서 맥주를 마시며 한의학 연구 동향에 대해 논하기도 했다. 이현훈 선생과 함께 가지 않았다면 학회 기간 국내 젊은 연구자끼리 이런저런 각자의 연구 분야나 한의계의 연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는 많지 않았을 것 같다. 이현훈 선생에게 추후 MIT로의 파견 기회가 있을 것 같다는 말을 듣고 국내 한의사 출신 연구자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필자도 공보의 이후 대학병원에 소속된 연구자로서의 꿈을 완전히 접고 온전히 임상에 몸담고 있지만, 힘닿는 데까지 꾸준히 임상과 연구를 병행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본동양의학회 학술총회 일본동양의학회는 70여 년이 넘은 역사를 자랑하며, 일본의 의사·약제사·침구사들이 소속돼 있는 비교적 큰 단체다. 이번 학술총회는 일본 의사들이 보수교육 점수를 받는 자리였고, 한국과 모습이 비슷했다. 일본인들은 정장을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모두 정장을 입고 있었다. 후쿠오카 국제회의장의 3층을 제외한 1∼5층을 모두 사용한 작지 않은 규모의 학술대회였다. 학술대회는 한방전문의, 한방인정의 제도와 연결이 되어 있었고, 현장 참가와 web 참가를 구분해 현장강의를 온라인으로 송출했다. COVID-19 팬데믹 상황에서 이뤄졌던 연구들이 눈길을 끌었다. 또한 탕약과 엑스제제의 효과 비교 등에 관한 토론이라든지, 응급 병원에서의 한의치료, 암에 대한 한의치료, 소아 신경발달증(ADHD, ASD)에 대한 한의치료, 이명·현훈 등 이비인후과 질환에 대한 한의치료, 비뇨기과에서의 한의치료 등 한의학의 각 분야에 대해 흥미 있는 강의가 많았다. 하지만 결국 언어가 문제였다. 장내 안내 표기와 자료집의 abstact가 모두 일본어여서 어떤 강의를 들어야 할지 선택이 굉장히 어려웠다. 어찌어찌해서 자리에 앉아도 강의를 알아듣기 힘들었다. 삼성 핸드폰의 빅스비 비전이 없었다면 자료집 활자조차 거의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학부생 때, 2012년 서울 16th ICOM(국제동양의학학술대회)과 2013년 산청 8th ICTAM(국제아시아전통의학대회)에 모두 자원봉사자로 참가했었는데, 당시 자료집에 실린 abstract는 영문 병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심지어 동시통역까지 제공되는 강의들이 있었는데 그런 면에서 후쿠오카는 조금 아쉬웠다. 과거 국내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를 철저하게 준비했던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학회 등 각 단체 임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일본 학술대회의 부스 운영은? 학술총회장 2층에는 DVD 판매, 기업 전시·서적 판매 부스들이 있었다. 2023년에 DVD라니 참 일본다웠다. 그 중에서 내 눈길을 끌어당긴 것은 압침(press needle)이었다. 압침은 일본에서 최초로 개발됐는데, 현재 진료 중인 비만에도 적용할 수 있는 만큼 관심이 갔다. 과거 소아 진료를 할 때 호침은 물론 압침을 붙여도 예리한 자극이 있어 울음을 그치지 않아 곤혹을 치른 적이 많았다. 그럴 때 활석 압침을 사용했던 기억이 있다. 이번 부스에는 예리한 자극이 없는 압침을 홍보하고 있었고, 직접 붙여보았을 때 자극은 있지만 예리하지 않아 수입되면 바로 임상에 활발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국내 한의사들이 흔히 아는 크라시에나 쯔무라 이외에도 다양한 제약회사들이 있었고, 캡슐 제제약도 있었다. 근무 중인 다이트한의원에서도 캡슐 제형 한약을 처방하지만, 원외탕전을 통해 만든 것이지 제약회사의 제제약은 아니다. 일본처럼 제제약이 활성화되려면 원외탕전이 아닌 제약회사의 다학제 연구를 통해 대학병원과 연계된 임상시험이 이뤄지고, 이어서 한의사들의 제제 사용량이 늘고 한의사의 처방으로 한약제제 시장에 낙수효과로 이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내 보험한약은 56종으로 고정돼 몇십 년째 변동이 없으며, 그나마 한국한의약진흥원의 노력으로 연조엑스제와 정제로 변화된 제형이 추가된 것은 너무나 다행이다. 현재 새로운 처방에 대해 다기관 RCT를 진행해도 해당 약이 보험한약으로 등재되지 못하니 막상 쓰려면 약 종류가 부족해 제제약을 안쓰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일본은 동양의학회 소속 의사들뿐만 아니라 다른 과 의사들이 한약을 널리 사용해 시장이 크고, 제제약이 활성화될 수 있었다. 일단 우리도 보험한약 56종에는 속하지만, 아예 제품 출시가 되지 않고 있는 약들을 목록에서 퇴출하고, 다빈도 한약들을 목록에 추가해 사용량을 늘려보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다음에 준비가 된다면 대한한의학회 미래인재상과 같은 한의학 연구를 장려하는 상이, 다학제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서 한의계 내부와 외부로 나누어서 시상이 이뤄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일본 내 의사들은 한약의 보험 보장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 양방의사들이 한약의 보험 보장 축소를 주장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2023 한·일학술교류심포지엄 한·일 학술교류 심포지엄은 마지막 날 오후에 열렸다. 심포지엄에 앞서 오찬 자리가 있었는데 한국에서의 심포지엄 일정을 잡는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각 학회 임원들은 일정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지만, 멀리 떨어져 있던 필자는 일본 한방전문의인 TOSHIHIRO ISHIKAWA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미래인재상 수상자라고 하니 수상했던 연구에 관해 관심을 보이며 질문도 했고, 자신은 퇴행성 뇌병변들을 한약으로 치료하고 있으며, 한의학 스승이 제주도 출신 재일교포였다고 소개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심포지엄에서의 speaker이기도 했다. 오찬 후에는 영어로 한·일 심포지엄이 이어졌다. 과거 ‘가미소요산’ 등으로 진행했던 심포지엄은 올해는 ‘육미지황탕’을 주제로 임상 적용과 치료 효과에 관한 연구 등 최신 지견 공유가 이뤄졌다. 일본 2명, 한국 2명의 발표가 있었는데, 일본측은 case 위주로 준비를 해왔고 임상의들이 보수교육을 들을 때 좋아할 만한 내용이었다. 특히 모든 환자의 복진이 기록된 medical record가 인상 깊었다. 반면 한국측에서는 좀 더 심화한 내용의 발표가 이뤄졌다. 이병철 교수님은 과민성 방광염 동물모델에 육미지황탕 가미방을 활용했을 때 방광염 증상이 좋아진 연구와 더불어 만성전립선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보신건양탕을 투여했을 때 호전 정도가 3배나 높았던 임상연구 결과를 공유했고, 침·뜸과의 복합 치료와 약재량 증량을 통해 효과를 증대한 연구 결과 등을 공유했다. 또한 박미소 교수님은 신허에 사용되는 육미지황탕을 알츠하이머나 파킨슨 질환 등의 퇴행성 뇌신경 변화에 더욱 효과가 있도록 한약재를 가감하고 이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것이 인상 깊었다. 과거 군신좌사에 관한 연구를 보고 감탄했었는데 요즘에는 가감에 관한 연구들도 이뤄지고 있어서 인상 깊게 들었다. 생애 첫 국외 학술대회 참가를 마치며… 부산대에서 4명의 대학원생이 개인적으로 학회에 참가해 대한한의학회에서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의 눈동자는 10여 년 전 ICOM, ICTAM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당시 학부생들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오래 전 자원봉사를 같이 했던 선생님들은 졸업 후 대학원에서 기초 분야 연구를 하고, 전문의가 되어 임상 분야 연구를 하고 있다. 나도 이때 친해진 선생님들과 여전히 교류하고 있으며 최근 연구도 함께 했었다. 학부생들에게 이런 국제학술대회를 통한 자극은 필요하다. 이번 국외 학술대회에 참가한 부산대 선생님들도 아마 한의학 연구의 새로운 세대가 될 것이고 그분들이 추후 진행할 연구들이 벌써 기대된다. 올해 9월 20th ICOM이 서울에서 열리는데, 내가 경험했던 것처럼 학부생 자원봉사자 시스템이 운영되면 좋겠다. 그분들이 자유로운 토론 시간을 갖고 국내외 석학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고 자극받아 새로운 한의학 연구 세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생애 첫 국외 학술대회에 참석할 수 있어서 굉장히 의미가 있었고, 임상 현장에 찌들어 있다가 학술적으로 고민 중인 사람들을 보니 재충전되는 느낌을 받았다. 현재는 물론 미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과의 만남과 대화는 언제나 행복함을 준다. 언젠가는 국제학술대회에서 speaker로도 참석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500)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2000년 10월5일 대한한의사협회에서 간행하는 한의신문 창간 33주년 및 지령 1000호 발행 기념식이 엠배서더호텔에서 열렸다. 한의신문은 1967년 12월30일 ‘한의사협보’라는 제호로 출발해 중간에 ‘한의신문’으로 명칭이 변경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한의계를 대표하는 신문이다. 1967년 한의신문의 창간사에서 이범성 발행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번 한의사협보를 창간하는 목적은 황무지를 개척하여 한의계의 고도한 발전을 기하는데 있는 것입니다. 오래 전부터 구상해온 한방기관신문의 창간은 수많은 난관에 봉착해오다가 오늘에야 겨우 그 뜻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들은 의무를 이행하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강력한 심장과 입이 생겼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의계의 발전을 위해 당연히 협조되어야 할 행정당국으로부터의 모든 원조를 주장할 것입니다.” 한의사협회장을 역임한 이범성 발행인의 주장대로 당시 한의사협회에서 기관지를 만들고자 추진한 것은 한의계의 주장을 관계요로에 알리기 위한 여론 수렴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열망에서 였던 것이었다. 1967년 당시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 전석붕도 “선공후사의 이념 하에서 굳게 단결하여 정당한 주장과 강력한 뒷받침으로 근대화의 대열에서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 … 현대화하는 부문으로서 전문지를 간행하지 않는 곳은 없다. 그만치 언론의 힘이란 필수불가결한 것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라고 언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의사로서 한약업계에 투신한 최건희는 대한한약협회장 자격으로 “때마침 貴紙가 한방언론의 중책을 맡고 진통의 고해를 출범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그 航路 多幸하기를 빌며 한방계의 단결에 큰힘이 되어 주기를 부탁하는 바이다”라고 하였다. 또한 金定濟 前한의사협회 회장은 축하글에서 “현대화의 물결이 한의학계의 보수의 잠을 깨우고 한방계의 염원이던 주간기관지 한의사협보가 창간을 보게 되었음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바이다. 학술의 전통 수천년이라는 면면한 역사 속에서 동양은 물론 서양 각국에까지 한의술의 탁효가 알려지고 있는 현금이지만 보수라는 세평을 면하지 못하고 있음을 발전을 위한 선전의 노력이 극히 부족한데서 온 것이라고 보겠다. … 한의사협보가 창간된 것은 현대화를 위한 크나 큰 환경 창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2000년 기념행사에서 강성길 수석부회장의 연혁보고에서 위의 선배들의 바람들이 실현되어 온 사실들 충분히 전달했다. 당시 최환영 발행인은 기념사에서 “협회가 겪어온 역사적 고난이 곧 한의신문사의 지난 과거였다”면서 “21세기 한의학이 세계의학의 중추의학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회원들의 눈과 귀, 가슴을 세계로 향해 여는데 사명을 다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2000년 10월5일 이승교 중앙회 기획이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념식에는 한의신문 전·현직 임원, 시도지부장, 중앙회 및 서울시회 임원, 총회의장단, 역대 편집위원장, 한의과대학장 등 내부 인사와 고병희 한국한의학연구원 원장, 보건복지부 한방정책관, 박상동 한방병원협회장, 이기택 치협회장 등 인사들이 참석했다. 최선정 보건복지부 장관을 대신해서 엄영진 사회복지실장이 대독한 치사에서 한의계에 한방의료서비스 수준을 현대 의료체계 및 의료수요에 맞게 더욱 체계적으로 연구, 발전시켜 국제경쟁력을 갖춘 생명자원산업으로 육성하는 일에 더욱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하였다. -
이별의 슬픔과 위안김은혜 경희대학교 산단 연구원 (전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임상교수)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의사로서의 직분 수행과 더불어 한의약의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자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혜 경희대 산단 연구원의 글을 소개한다. 먼저 떠난 이를 그리며 슬퍼하고 있는 사람을 위로할 때 우리는 종종 ‘하늘에서 너를 지켜보고 있을 거다’라고 말하곤 한다. 종교의 종류와 사후 세계의 믿음 여부를 떠나서 이 문장이 위로를 받는 사람에게 주는 영향은 작지 않다. 그러다가도 실패의 누적으로 인해 좌절감에 허우적거릴 때면 역설적으로 ‘하늘에 누군가가 정말로 있다면 이렇게 나를 세상에 방치해두었을 리가 없다’라는 억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결국 영혼과 사후 세계라는 것이 정말로 존재하는 지는 우리가 살아있는 이상 그 누구도 확답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믿음’만으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면 하지만 한 사람의 죽음이 영원한 이별을 뜻한다고 생각하면 그것 또한 절망적일 것이며, 이러한 이(里)차원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믿음’만으로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면 존재에 대한 ‘사실’이 뭐가 중요한가 싶은 생각이 든다. 암 환자에게 죽음이 도래하기 시작하면 의식이 깜빡깜빡 켜졌다, 꺼졌다 반복하는 것이 보인다. 의식의 소멸을 시사하는 많은 징후들이 있지만 그 중에 “귀신을 봤다”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꽤 자주 있다. 학술적으로는 섬망(譫妄) 또는 무의식이 만들어낸 상상이라고 설명하고 보통은 그러한 개념으로 설명이 된다. 하지만 우리 병원의 한 병실에서만 유독 그 ‘귀신’이 항상 같은 모양새를 띄었다. 귀신은 딱 1개만 있던 3인실 병실을 말기 암 환자 1명이 혼자 사용하고 있을 때에 꼭 나타났다. 그 병실을 사용하면서 처음 귀신을 보았다고 얘기한 환자가 말했었다. “선생님, 어제 저승사자가 왔다 갔어요. 근데 그거 아세요? 저승사자 여자에요. 검은색 모자를 쓴 여자요. 따라오라고 하기에 제가 안 간다고 했더니 내일은 엄마랑 같이 오겠대요.” 기억이 만들어낸 상상에 가깝지 않을까? 며칠 뒤 환자는 ‘어제 엄마가 병실에 왔다 갔다’고 말하며 덧붙였다. “엄마 손을 딱 잡는데 온 몸이 너무 편안해지는 거예요. 오랜만에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살 것 같다’라고 말했던 환자는 며칠 지나지 않아서 숨을 거뒀다. 하지만 오열하는 보호자들 속에서 환자 당신만큼은 얼굴에 평안한 표정을 머금고 있었던 것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이후로도 같은 상황에서 같은 병실을 사용하는 환자들은 모두 하나같이 비슷한 말을 했다. 모자 또는 갓을 쓴 여자 저승사자가 찾아왔고, 따라가기 싫다고 하니, 각자가 가장 그리워했던 사람을 데리고 다시 오겠다고 했다고. 대부분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을 직접 만났다고 했고 그 외 일부는 직접 보지는 못 했지만 그 사람의 흔적을 느꼈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체향이랑 매일 피시던 담배 냄새가 났어요.’, ‘어릴 때 살던 집이 보여서 들어갔더니 할머니가 갓 차리신 집 밥이 있었어요.’ 류의 흔적이었다. 여러 예를 듣다 보니 이러한 현상들이 기억이 만들어낸 상상에 가깝다는 결론에 점점 생각이 기울었지만, 그럼에도 일관되게 묘사되는 저승사자의 인상착의를 생각하면 가끔 병실이 오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명백했던 것은 모두 누군가를 만나고는 몸과 마음의 안식을 얻었다고 말했고 편안한 임종을 치렀다는 점이다. 그 중에는 몇 달간 몸부림치게 만들던 통증이 그 만남 한 번에 모두 사라진 경우도 있었다. 호흡은 멈췄지만 같은 병실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편안해 보이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그 환상들이 사실인지 아닌지가 뭐가 중요하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환자의 경험을 같이 전해들은 보호자들이 죽음이 영원한 이별을 뜻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희망의 안도감을 내쉴 때면 도리어 저승사자의 존재가 기껍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 인생에서 다시는 함께 할 수 없다는 슬픔이 유독 사무치게 다가오는 이별을 겪을 때마다 ‘제발 꿈에라도 한 번 찾아와 줬으면...’하는 바람이 들었다. 안타깝게도 꿈에서 보고 나면 그리움은 더 커지곤 했지만, 그럼에도 그 사람은 어딘가에서 모든 짐을 내려놓고 생애 가장 편안한 심신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을 거라고 다짐을 하곤 했다. 어찌 보면 산 사람은 살아가야 하기에 합리화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때를 기대하며 먼저 쉬러 갔다고 믿는 것이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된다. 간절한 염원이 기적을 만들어 내 또한 환자를 통해 비슷한 경험을 하고, 이별을 경험한 주위에서 비슷한 말을 하는 것을 보면 거듭 말하지만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가 뭐가 중요한가 싶다. 남은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바람의 역할은 충분한 것 아닐까. 안타깝게도 이별의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으로 표현하며 주변에 해악을 끼친 일들도 심심치 않게 들리곤 한다. 비이성적으로 일어난 것에는 이해를 하려 하면 안 되지만, 근본적으로 각자의 바람이, 간절한 염원이 그런 일을 하게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십의 임종을 지켜본 바, 간절한 염원이 기적을 만들어 낸 것 또한 자주 경험하였다. 어떠한 염원이든 가장 애틋한 사람이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재고하며 사고하고 행동하다면, 결국은 개인에게의 기적이 일어나기도, 사회에서는 선한 영향력으로 발휘할 수도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이 도처에서 현실과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 잡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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