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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들에게 한의약의 우수성을 실감케 한 만남”서알안 한의협 잼버리지원위원회 부위원장(전북한의사회 정책기획이사) [편집자주] 대한한의사협회가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서 운영한 ‘한의진료센터(Korean Medicine Center of Jamboree 2023)’가 전 세계스카우트 참가들의 높은 호응 속에서 한의약의 우수성을 알리며 마무리됐다. 특히 한의진료센터에 참여하는 의료진 사전교육과 센터의 효율적 운영에 크게 기여한 서알안 잼버리지원위원회 부위원장(전북한의사회 정책기획이사)으로부터 성공적인 한의의료 지원을 마친 소회를 들어봤다. Q. 잼버리지원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한의협은 지난 2021년 8월 한국스카우트 연맹과 의료지원이 포함된 업무협약서를 체결하면서 한의진료센터를 준비해왔고, 지난해 4월 한의협 산하 잼버리지원위원회 운영이 결정되면서 전북지부 정책기획이사로서 합류하게 됐다. 잼버리는 국제적이고, 전국적 행사이며, 전북 부안에서 개최되는 만큼 전북지부 회원들, 특히 전북 여한의사회원들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해 전북지역 의료진 모집 및 센터 운영 시 현지 물품 지원 등을 맡게 됐다. 이후 한의진료센터 준비가 본격화되면서 1·2차 사전교육 시 ‘한의진료센터 개요 및 주의사항’을 골자로 강의했으며, ‘2023 새만금 잼버리 한의진료센터 진료지침’을 만들었다. 잼버리가 열리면서 센터운영 기간 동안에는 센터 운영 보조 및 비품 관리를 맡았다. Q. 진료센터 준비 과정에서 힘들었던 점은? 아쉽게도 이번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제6호 태풍 ‘카눈’ 북상으로 인해 조기 퇴영 조치됐다. 준비 기간 동안 잼버리조직위원회와 소통이 매우 어려웠다. 이번 조직위의 중추였던 정부나 스카우트연맹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모습을 기대했으나 현실과의 거리감도 존재했다. 또한 양방의사들 중심으로 이뤄진 ‘잼버리병원’은 조직위 안전관리본부 산하 의료센터임에도 불구하고, 한의의료진들에 대한 배타적인 면도 강했다. 이번 센터를 준비하면서 올 상반기까지도 한의진료의 참여 가능성이 불투명하고,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도는 가운데 의료진 모집에 기꺼이 응해주신 많은 회원 분들과 한의대 학생들에게 미안한 생각뿐이었다. 다행히도 지난 6월 공동조직위원장 중 김윤덕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북 전주시갑 재선)과 양선호 전북지부장님과 2차례의 간담회가 성사되면서 센터운영이 가능하게 됐다. 이후 김윤덕 의원은 의료진 사전교육에 참석해 격려해 주기도 했고, 잼버리 기간 동안에도 센터에 방문해 수시로 소통했다. 이런 활동이 모여 잼버리 기간 동안 안전하게 진료할 수 있었다. Q. 진료센터서 기억에 남는 환자는? 센터 운영 중 사정상 진료를 못하시게 된 의료진이 발생해 의도치 않게 3일 연속 3타임 진료를 맡으며, 의료진 중 가장 많은 환자를 만나게 됐다. 타임 당 8시간 동안 음료 몇 모금 마시는 시간밖에 없을 정도로 외국 환자분들이 많이 내원해 한 명 한 명 길게 교감을 나눌 여유는 없었지만 세계 각국의 대원들의 스카우트 정신에 감명을 받는 일이 많았다. 자가면역성 전신 관절염으로 활동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영요원으로 잼버리에 참여한 아그네스 대원(헝가리)은 무릎 침 치료를 받고, 다음날 선물을 들고 찾아와 지속적인 건강상담을 요청해 현재도 이메일을 통해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또 벌레물림으로 양다리가 퉁퉁 부어서 내원한 제니퍼 대원(네덜란드)은 바늘 공포증이 있었는데 침 치료를 받고, 진료 마지막 날 찾아와 잼버리 기간 동안 가장 놀랍고 행복한 시간이었다면서 포옹해주기도 했다. 발목 염증으로 3일 재진한 한 40대 대원(칠레)은 영어가 통하지 않자 스페인어를 본인에게 가르쳐주기도 했는데, 지난 전북지부 진료단 해단식 때 한 의료진을 통해 스카프를 전해주기도 해 감동받았다. 세계인들에게 한의약의 우수성을 실감케 한 만남이었다. Q. 진료센터 운영은 만족스러웠나? 한의진료센터는 1년여 동안 의료진 모집, 사전교육, 잼버리용 차트 개발 등 체계적으로 준비해왔다. 비록 고구려허브 내 무덥고 열악한 환경에서 진료했으나 8일간 77개국 1758명의 환자를 단 1건의 사고 없이 기분 좋게 치료할 수 있었다. 남녀 치료실 총 12개의 병상으로 하루 평균 220명의 환자를 본 것은 한정된 공간과 인력으로 진료 가능한 최대치였다. 이 수치 또한 조기 퇴영으로 인해 오전 진료만 했던 마지막 날을 포함한 평균이며, 예진실에서 한약 처방만 받은 환자들까지 감안하면 훨씬 많은 환자를 치료한 셈이다. 만약 잼버리가 정상적으로 마지막 날까지 진행됐다면 의료진 한 명당 진료한 환자 수는 더 크게 늘었을 것이다. 쉴 틈 없는 와중에도 환자들에게 웃으면서 일일이 진료과정을 설명하고, 성심껏 치료한 의료진과 학생들의 노력에 세계에서 온 많은 대원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치료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보여 질적으로도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Q. 국제 야영 행사에서 한의약의 강점은? 한의진료센터 질환 분포를 보면 외상성을 포함한 급성 근골격계 질환이 가장 많았고, 피부 외상처치, 호흡기질환, 온열질환, 소화질환 진료 건수도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사전교육 당시 국제 스포츠행사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던 대한스포츠한의학회 부회장님들께서 기존 잼버리 관련 의무 논문 분석을 바탕으로 외상성 질환 치료 및 응급처치, 야생의학에 관한 교육을 진행해 주셨으며, 한의진료센터 진료지침단에는 상처치료와 감염관리를 비롯 덥고 습한 환경에서 육체활동이 많은 상황에 맞게 고정요법과 근막추나를 추가했다. 이를 통해 의료진들이 실전 치료에 잘 적용해주셨는데 이처럼 한의약이 응급진료, 야생의학에도 장점이 있다는 것이 실제 입증됐다. 특히 국제행사에서 한약을 처음 복용하는 외국인들 대상으로 일사병과 서병을 예방·치료하는 생맥산, 제호탕 등의 한약제제가 공급돼 좋은 효과와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는 것도 큰 의의가 있다. Q. 진료센터를 마친 소감은? 한의진료센터 의료진과 학생들의 엄청난 노력과 수고, 한의진료센터의 놀라운 성과가 대외적으로 더 부각되고, 공론화돼야 하나 잼버리 조기 폐영 및 조직위 파행 등 여러 논란이 불거지면서 센터 활동이 덜 부각된 점은 다소 안타깝게 생각한다. 한의진료센터장을 맡으셨던 황만기 한의협 부회장님, 박소연 대한여한의사회장님, 양선호 전북지부장님을 비롯해 잼버리지원위에서 열정적으로 준비해주셨던 황건순 한의협 총무이사의 고군분투로 센터진료가 잘 마무리 될 수 있었다. 특히 현장에서 진료를 담당한 의료진들의 열정과 수고가 없었다면 결코 이뤄지지 못했을 성과다. 참여 의료진들과 조기 폐영으로 진료를 못하신 의료진들, 진료 보조인력으로 훌륭히 역할을 수행해 주신 한의대생들과 센터 운영을 도와주신 협회 직원 분들께 깊은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
“우리에게 한의사 면허는 왜 주는 것인가?”뇌파계 승소 주인공 이승환 원장 [편집자주] 대법원은 지난 18일 한의사가 한의의료행위를 함에 있어 뇌파계를 사용하는 것은 합법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파킨슨병과 치매 등 신경계 질환 진단에 뇌파계를 사용한 한의사 이승환 원장은 소송 제기 이후 11년 만에 한의사면허 자격을 정지시킨 보건복지부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최종 판결을 이끌어 냈다. 이번 승소의 주인공인 이승환 원장으로부터 그동안의 재판 과정과 판결에 담긴 의미 등을 들어봤다. Q. 당시 뇌파계 사용은 흔치 않은 시도였다. 그 당시 사용했던 의료기기는 뇌파 진단기기였다. 파킨슨병은 양방에서도 치료가 길고, 매우 어려웠기에 본격적으로 한의로 접근해 보고 싶었다. 파킨슨병은 병 자체가 진단하기 어려운 병으로, 당시만 하더라도 CT나 MRI를 찍어도 확진할 수 없는 상황이고, 증세와 약 투여 후 경과를 보고 판단하는 게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뇌파와 관련해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었다. 또한 그때 사용했던 뇌파 진단기기의 모델을 만드신 분이 한의사였으며, 이 진단기기를 통해 병의 증상과 뇌파 파동의 변화가 어느 정도 유의성이 있는지 연구해보기 위해 시작한 것이었다. Q. 뇌파계로 어떤 환자들을 진단했나? 뇌파계를 사용하기 전부터 파킨슨 관련 환자들 및 파킨슨 유사 증상 환자, 치매 관련된 환자들이 많이 내원했었다. 양방병원에서 오래 치료를 받다가 또 다른 치료법을 찾아보고자 한의원에 내원한 것이다. 기억나는 환자는 60대 초반 남성이었는데 첫 내원 당시 가족들에게 업혀서 왔으며, 몸도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말도 하지 못했었다. ‘파킨슨플러스’ 혹은 ‘파킨슨증후군’이란 병으로 기억하는데 파킨슨병이 아닌데 파킨슨병 환자로 취급돼 증상이 더욱 안 좋아진 경우였다. 그 환자를 한약 투여 등 한의진료로 3개월 만에 혼자서도 걸어 다닐 수 있도록 치료했다. 이미 죽은 뇌세포를 살린다는 개념은 과학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며, 파킨슨 등 뇌질환은 결국 계속 나빠지는 질환이다. 한의계에서 뇌질환의 병세를 완화시키고, 늦추면서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의 치료적 접근은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영역이다. 치료 경과도 나쁘지 않았고, 증상이 심각했던 환자들 중에서도 좋아진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Q. 고발당했을 당시의 상황은? 당시 뇌파계 진단기기를 통해 파킨슨이나 치매를 정확히 진단한다기보다는 증상과 뇌파의 유의성 여부 측정 과정이었는데 보도기사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나갔다. 이를 본 양방의 의료단체에서 무면허 시술로 고발했으며, 2011년 4월 보건복지부로부터 ‘면허된 것 이외 의료행위’로 면허자격정지와 업무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이에 불복해 재판의 여정에 오르게 됐다. 지역 보건소에서 한 행정적 절차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보건소 직원이 한의원에 무단으로 들어와 아무 설명 없이 사진 찍고, 무조건 행정 조치한다면서 통보하고, 돌아갔다. 이후 변호사에게 법적 조언을 구해 먼저 행정심판을 하기로 했다. 행정심판원에서 보건복지부를 향해 한의사가 해당 의료기기를 쓰면 왜 안 되는지 질의했는데, 참석한 사무관이 이에 대해 설명하지 못하고, 모호한 답변만 늘어놨다. 해당 공무원들도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 금지에 대한 당위성을 모르는 것이었다. 결국 자격정지 3개월, 영업정지 3개월을 받았던 것을 한 달 반씩으로 각각 줄일 수 있었다. 문제는 자격정지와 영업정지는 동시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격정지 이후 영업정지가 나오는데 예컨대 3개월씩이면 6개월간 한의원을 운영하지 못하는 셈이다. 이 경우 해당 기간에는 폐업 또한 되지 않기 때문에 한의원 운영비를 비롯해 변호사 비용 등 금전적 손해와 함께 한의원의 존폐 여부로 인한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는 곤경에 처할 수 있다. Q. 그동안의 재판 여정은? 당시 본 고발이 환자에게 특별한 위해가 있거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적은 의료기기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의료기기라는 이유로 한의사들이 사용하지 못 하게 한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고 판단했으며, 변호사 또한 해볼 만한 재판이라고 얘기해줬다. 한의계의 새로운 도전으로 판단돼 재판에 착수키로 하고 2011년부터 시작한 재판이 장장 12년에 걸쳐 진행됐다. 2013년 진행된 1심 판결은 매우 아깝게 보건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아쉬웠지만 2심 때는 한의협에서 함께 해보자는 연락이 와 힘을 얻을 수 있었다. 2심에서는 해당 진단기기가 환자에게 위해성이 없으며, 한의계에서 쓸 수 있다는 내용의 뇌파계 국시 자료, 두부 경혈, 한방신경정신과 소견 등을 근거로 제시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3심에서는 직역 간 의견 충돌을 염두에 둔 듯 약 7~8년이라는 세월을 끌었다. 우스갯소리로, 20년 정도 가거나 끝까지 결론을 안 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Q. 소송을 통해 느낀 제도적 보완점은? 아무리 불합리한 고발이라도 일단 고발이 접수되면 결국 한의사 등 의료인들은 곤경에 처한다. 결국 ‘의료법’ 조문의 문제다. 최근 한의협에서도 의지를 갖고 국회 등을 통해 우리의 뜻을 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러 의료 직능의 뜻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회 및 복지부가 빠른 합의를 이행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한의계 출신 정치인들이 많이 배출돼 우리의 뜻을 적극적으로 관철시키고, 특정 의료 직능으로의 정책 쏠림을 막게 되길 바란다. 또한 우리들의 목소리를 더욱 높여 나가야할 필요성도 있다. Q. 현대 진단기기에 대한 생각은? 아직도 위해가 없는 의료기기임에도 한의사가 사용할 수 없는 것이 많다. 예전에는 혈압계, 혈당 측정기도 사용할 수 없었으며, 일반인이 구매해 집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 중에서도 한의원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것들이 많았다. 도대체 우리에게 한의사 면허는 왜 주는 것인가? 우리가 과거 조선시대에 머물고 있는 것도 아닌데 한의사가 현대화된 진단기기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민을 돌보기 위해 한의사의 진단·진료 영역을 넓히고, 궁극적으로는 법조문 자체를 수정해 그러한 소송까지 당하면서 의료기기를 쓰지 않게끔 해야 한다. 즉 한의사들이 이런 소모적인 소송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법적인 테두리를 만들어야 한다. 한의사 개인뿐만 아니라 국민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러한 이유의 소송은 매우 소모적인 일이다. 현재 뇌파계 가격이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많이 사용하기 시작하면 결국 한의사의 진료 범위는 확대되고,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보편화될 것이다. Q. 강조하고 싶은 말은? 그동안 재판 과정에 함께해 준 대한한의사협회와 변호인단을 비롯 가까이에서 도움을 주셨던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의료기기나 치료기술 등 한의사의 새로운 영역 도전에 불이익을 당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 회원 분들은 이럴 때 당황하지 마시고, 한의협과 변호사 등에 적극적으로 알려 자문을 구해서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 -
느끼고, 배운 것들로만 가득했던 몽골에서의 시간평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해왔고, 올해에는 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이하 KOMSTA)에서 진행하고 있는 국내 거주 외국인 대상 한의약 진료 봉사에 종종 참여하곤 했다. 외국인 환자들과 한국 환자들 사이에 미묘한 차이점이 느껴졌지만, 단 몇 시간만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직접 해외의료 현장을 대면해 의료취약계층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이러한 갈증도 해소하고 한의학을 알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KOMSTA WKF 봉사단 166차 몽골 파견 봉사에 지원했다. 하지만 막상 다녀오니 뭔가를 나누고 알리겠다는 생각과는 다르게 오히려 받은 것이 많은 한 주였다. 나와 다른 세상에서의 환자군에 대해 배우고 그 환경에서 한의학을 통해 적응하는 법을 배웠다. 새로운 한의사의 진로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환대와 감동이란 무엇인지 몸소 느꼈으며, 앞으로 살아갈 에너지까지 얻었다. 다른 환경과 언어문화, 다른 환자를 배우다 습하고 더운 게 인지상정인 우리나라 여름과 달리 몽골은 굉장히 건조한 가운데 햇살이 강했다. 습한 곳에 있다 건조해진 탓인지 팀원들은 너도나도 비염을 호소했고, 각자 몸 상태에 맞게 소청룡탕이나 형개연교탕 등을 복용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갔다. 진료 보조로서 어깨 넘어 진료 현장을 보며 가장 신기했던 것은 몽골 사람들이 통증을 호소하는 방식이었다. 허리가 아픈 것을 ‘신장이 아프다’고 표현하고, 우상복부가 아픈 것을 ‘간이 아프다’라고 표현하는 등 통증 부위를 장기의 위치로 표현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정말 콩팥과 간과 같은 장기 문제인 줄 알고 당황했는데 언어문화의 차이라는 걸 알게 되자 많은 것이 이해되고 진료가 수월해졌다.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체격이 크기 때문에 더 길고 두꺼운 침을 이용해야 자극이 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또 복부비만과 요추 전만, 슬관절 문제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았는데, 몽골의 음식이 기름지고, 야채보다는 고기를 더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니 그런 특성이 이해됐다. 새로운 진로에 대한 고민 한몽친선병원의 문성호 원장님은 KOICA 제도를 통해 몽골 울란바토르에 파견돼 7년째 이곳에서 한의사 생활을 하고 계신 분이다. 군복무 대체로 KOICA 국제협력이사를 지낸 것을 계기로 육체적으로는 힘들더라도 해외에서 한의학을 알리는데 보람을 느껴 이곳에 계신다고 했다. 정말 필요한 환자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 당신의 존재 가치가 느껴지는 게 참 매력적이라고. 졸업을 앞두고 여러 가지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이런 길도 의료인으로서의 참된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대란? 첫날 한몽친선병원에 도착하자, 문성호 원장님과 잠볼 자오 병원장님은 우리를 굉장히 반겨주시며 나흘간 기꺼이 병원을 내어주셨다. 마지막 날에는 고맙다며 다음엔 더 오래 더 많은 곳에 와달라고 팀원 한 명 한 명에게 감사장까지 주셨다. 당신들의 업장을 우리가 빌린 건데 어떻게 이렇게 환영해 줄 수 있을까 싶었다. 또 오랜 시간을 기다려도 짜증 한번 부리지 않고 침착하게 대기하시던 몽골 환자들. 팀원들이 병원에 도착하면 박수를 쳐주신다. 당신들은 한참을 기다려서 해봐야 10분 가량의 시간을 우리와 만날 텐데 박수가 나오다니. 덕분에 환대가 이런 것이라는 걸 배웠다. 감동이란? 한 학생은 낙마로 요통을 호소하며 내원했는데, 침 치료가 처음이라 진료 때부터 눈물이 그렁그렁하더니, 치료실에선 허리에 손만 대도 울면서 겁을 냈었다. 그나마 같은 성별에 어린 내가 덜 낯설 것이라 생각해서 사탕과 과자를 주며 달랬다. 그런데 다음날 웃으며 재진을 와서는 손을 흔들어주고, 세 번째 날엔 한국어를 공부해 와서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간 것이다. 그때 느꼈던 감동과 따뜻해지는 마음을 아직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 기회에 대하여… 봉사 현장에 있으면 해야 할, 했어야 할 고민을 모두 접어두고 당장 눈 앞에 있는 환자들에게만 집중하면 된다. 한의사 원장님들은 실력과 진료 스타일이 있지만, 필자야말로 단순 노동 작업으로 누구로든 대체 가능한 한의대생인데, 이런 소중한 기회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진료보조인 필자가 표현할 수 있는 거라곤 인사와 ‘침 놔드릴게요’, ‘끝났어요’를 몽골어로 말하고, 가끔 영어가 되는 환자들에게 열심히 설명해주는 것, 출혈이 있는 환자에게는 열심히 지혈해주는 정도. 하지만 그들이 준 마음 덕분에 이런 얼마 되지 않는 시간도 내가 한국을 대표하고 한의학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게 되는구나라는 점을 깨닫고 사명감을 가지고 행동했던 것 같다. 살아갈 에너지를 얻다 이렇게 행복한 봉사가 이뤄질 수 있었던 건, 모난 데 없이 둥글둥글하면서도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이었던 팀원들, 그리고 무엇보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졌던 팀장님 덕분이었을 것이다. 우리에게 이런 경험을 제공하기까지 크고 작은 노력을 다하고 긴장을 놓치지 못했을 KOMSTA 직원분들도 대단하다고만 느껴졌다. 최근 삶의 의지가 저하돼 고민이 많았는데, 필자에게 부족한 면들을 장점으로 가진 팀원들과 함께하며 빈 곳들을 채울 수 있었다. 다시 살아갈 에너지를 얻었다. 첫 해외봉사를 이런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더없이 감사했다. 도움을 주고, 한의학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건 사실 거만한 다짐이었다. 누군가는 봉사에 참여하는 필자를 멋있다고 표현해줬고, 어떤 이는 뿌듯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받은 마음과 에너지가 더 큰데, 어떻게 보람차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선의가 선의로 받아들여지는 건 꽤나 운명같은 일이다. 살아가며 본분을 잊거나, 가진 것에 안주하게 되는 때가 생긴다면 이 봉사를 떠올리며 다잡고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
무더위 지친 잼버리대원들에게 전해진 제호탕 1000포Q.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A. 한의업계의 발전과 더불어 성장하길 희망하는 작은 사업체 대표로 활동 중인 전태석이라고 한다. 한·양방의약품 도소매업체인 메인팜과 환종류의 OEM생산 및 제조를 하는 기업 ㈜아이월드를 운영하 고 있다. Q. 이번 잼버리대회에서 한의진료센터를 후원했다 고 들었다. A. 후원이라기엔 부끄럽지만 ‘제호탕’1000포를 지 원했다. 전통적으로 무더위에 사용되어오던 동의보 감에 수록돼 있는 ‘제호탕’은 몸 안의 만성 염증에도 도움을 주고 무더위를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더위를 풀어주고 갈증을 해소하게 하는 효능이 있는 건강음 료다. Q. 후원을 생각하게 된 이유는? A.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무더위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실정으로, 특히 올해의 무더위는 유독 심한 것 같다. 오늘날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한의 치료와 처방들이 국내를 넘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데, 잼버리대회를 통해서도 외국인이 직접 전통차를 시음하고 체험함으로써 한의약에 대한 호감이나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창덕궁원외탕전을 운영하고 있는 최주리 원장님(창덕궁한의원)의 도움으로 무더위 속에서 갈증해소에 효과적인 제호탕을 제조해 후원하면 지친 잼버리 대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해 후원을 결심하게 됐다. Q. 잼버리 대회장의 한의진료센터에 대한 인상은? A. 세계에서 모이는 규모가 큰 야영대회로 알고는 있었지만 80여 개국이 참여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행사였다. ‘의료행위’라는 건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만큼 철저해야 하며 귀중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행해질 수 있는 다양한 한의진료에 대해 멋지다는 마음과 동시에 한국인으로서 자부심도 느꼈다. Q. 한의약품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A. 인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직업은 셀 수 없이 많다. 누구나 그 중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어떤 것일까 살아가면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난 선천적으로 자연스럽고 꾸밈없는 것에 많이 이끌리는 사람이다. 한약 또한 자연에서 자라고 구할 수 있으며 우리의 삶에 항상 존재한다. 그래서 사람들과의 교류에도 한약은 전부터 좋은 매개체가 되어 주었다. 한의약품에서도 마찬가지로 영업을 하며 자연스러운 어울림으로 성장하며 자리를 잡아갔다. 90년대의 한 의계는 물론 국민의 신뢰와 성원을 많이 얻고 있었지 만 함께 할 수 있는 사람과 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터를 잡는 데엔 어려움이 있었다. 사람을 고치는 약을 생산하는 데엔 많은 고뇌와 시행착오가 필요했던 것 같다. Q. 회사의 경영이념이나 비전, 목표가 있다면? A. 회사를 경영하는 것에는 여러가지 고려대상과 동시에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존재한다. 경영자가 되어보니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함께하는 삶’이 중요한 이념이라고 말하고 싶다. 직원이 회사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회사에 근무할 수 있고 발전하는 것 아니겠는가? 또 그런 직원들에게 그에 응당한 대우를 해주고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회사가 인력의 규모가 커지는 것과 동시에 ‘함께하는’ 그 사람들이 이 한의계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직원들과 함께 노력하고 싶다. Q. 한의계와의 상생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A. 한의약업계에 몸담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한약은 정말이지 무궁무진한 조합의 처방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한의계에서 쓰는 약들을 우선 기준에 맞게 잘 만들어 드리는 것이 한의계와 상생하는 기본적인 방법일 것이다. 또한 빈용되는 한약들과 자주 쓰이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것들을 발굴하고 소개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현재 한의계는 현대의 질환에 발맞추어 나가고 있다. 육체질환과 더불어 증가하는 스트레스, 정신병에 맞춰 나오는 처방들과 치료법이 국민에게 더욱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 Q. 한의약의 과학화에 대한 생각은? A.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는 생각한다. 물론 현대의 우리나라에선 과학화가 이루어져 있다고 느낀다. 과학이란 우리의 편의와 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치화와 논리가 접목된 학문이며, 정확한 진료 뒤에 이루 어지는 처방 또한 다음에 이뤄질 진료와 처방을 대비해 효과에 대한 연구와 수치화가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취미 생활이나 좌우명이 있는지? A. 취미 활동이라면 독서와 길가를 걸으며 자연을 음미하는 것이랄까. 앞에서 말했듯 ‘함께하는 삶’이 나의 행복이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으로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파하고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추구하는 삶의 모습일 것이다. Q.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한다. 맞기도 하고 의문이 들 때도 있다. 현 시대에 태어나 가족과 같은 분들과 함께하고 웃을 수 있으니 정말 큰 복을 공짜로 받은 것도 같다. 아마도 제게 이런 복을 주신 이유가 다가올 미래에도 이 큰 복을 나누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 문득 생각이 나는 말이 있다면 현재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남에게 불평을 향하도록 하지 말고 그렇다고 노력하지 않고 좌절에 묻혀있지 않고 스스로를 잘 다독여 성장하는 삶을 살면 좋겠다. -
“나는야, 병원선 타는 한의사~”하현석 공중보건한의사 (경남도청 보건행정과) 경상남도에는 보건진료소가 없어 의료 손길이 닿지 않는 섬마을을 찾아다니며 주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선 ‘경남511호’가 있다. 경남511호는 월 1회 찾아가는 순회진료를 통해 2500여 명의 도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태풍 같은 심한 악천후만 아니면 폭염 속에서도, 비바람 속에서도 병원선은 출항한다. 이처럼 지역사회에 의료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경남511호에서는 한의진료도 이뤄지고 있다. 현재 경남511호에서 한의진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은 하현석 공중보건한의사다. 본란에서는 하현석 공보의에게 병원선에서의 일상과 앞으로의 각오에 대해 들어봤다. Q. 경남511호를 소개한다면? 병원선 경남511호는 남해안에 위치한 40여 개의 섬을 돌면서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공중보건의 4명과 간호사 2명 및 도청 소속 선박직 공무원이 한 팀이 돼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Q. 병원선에 처음 타게 됐을 때의 마음은? 공중보건의 근무지역이 하루아침에 정해지기 때문에 예상 밖의 병원선 자리를 뽑고 나서 며칠 동안 실감이 안 나고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평소에 바다를 워낙 좋아해 병원선에 입선하기 며칠 전부터는 오히려 스트레스보다는 기대감이 컸던 것 같다. 병원선에서 다른 사람들은 평생 하기 힘든 특별한 경험을 하며 대체 복무를 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만족하며, 맡은 바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Q. 병원선에서 평소 하는 일은? 제가 맡은 한의과 진료는 선내진료, 마을진료, 방문진료로 나뉜다. 선내진료는 말 그대로 배 안으로 환자들이 방문하면 침 치료 및 한약 처방을 진행하는 것이다. 마을진료는 작은 보트를 병원선에서 내려 마을회관까지 타고 간 뒤 마을회관에서 진료를 보는 것으로 가장 비중이 높다. 마지막으로 방문진료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의 자택을 직접 방문해 진료를 보는 것이다. Q. 진료했던 환자 중 기억에 남는 환자는? 어느 날 한 섬 마을회관에서 진료를 보고 있는데 이장이 조심스럽게 혹시 지적장애인도 침을 맞을 수 있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물론 치료할 수는 있지만 침이 들어간 상태로 환자가 움직이거나 놀라면 다칠 수 있다고 말했고, 이장은 사실 그 지적장애인이 자신의 딸이라고 밝히며 평소 병원에서 주사도 잘 맞고 잘 참는다고 했다. 그래서 진료를 해보겠다고 답변을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따님이 왔다. 따님과의 소통은 거의 불가능했고, 이장을 통해 문진하며 아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열심히 치료했다. 다음 달에 그 섬을 방문했을 때 다행히 이장이 딸의 증상이 좋아졌다고 했고, 다른 증상들도 치료를 부탁하며 다시 데리고 왔다. 지적장애를 가진 환자를 진료한 것은 처음이라 개인적으로도 값진 경험이었고, 아픈 장애인 자녀를 돌보는 부모의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Q. 병원선 탑승을 희망하는 예비 공보의들에게 조언한다면? 병원선에서 생활하다 보면 궂은 날씨에도 배를 타야 하고, 마을을 돌아다녀야 해서 많은 땀을 흘리고 비를 맞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화창한 날에 배 위에 올라가 드넓은 바다와 아름다운 섬들을 보고 있으면 힘들었던 것들은 잠시 잊어버리게 된다. 개인적으로도 날씨가 좋으면 한참 동안 경치를 감상하곤 한다. 바다와 자연을 좋아하고 여럿이 같이 생활하는 것을 좋아하는 예비 공보의들에게는 병원선에서 근무하는 것도 꽤 괜찮다고 조언하고 싶다. Q. 앞으로의 목표나 각오는? 병원선에서의 남은 8개월 동안 주어진 일을 별탈 없이 마무리하고 환자들과 같이 일하는 공무원들에게 좋은 한의사,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전하고 싶은 말은? 무덥고 습한 날씨에 한의계를 위해 각지에서 고생하고 있는 전국의 한의사 회원 모두가 힘내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란다. -
신미숙 여의도 책방-43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신춘문예에 당선되면 당선수기에 내 이름 석자를 굵은 서체로 표기하여 특별한 감사 인사를 전할 것이라는 약속에 보험이라기보다는 선행의 느낌으로, 그저 응원하는 마음으로 꽤 많은 책들을 오랫동안 사 주었었다. 비록 작가로 등단하는 데에는 실패했으나 글이 아니라면 말로라도 먹고 살아야 하겠다며 대학원 공부를 이어가더니, 결국에는 언어치료사가 되었고 그 누구보다도 본인이 하는 일에 단단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내가 더 이상 책을 사 주지 않아도 본인이 즐기는 책들은 맘껏 사볼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해주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특히나 친애하는 시인들의 신간이 나오면 만사를 제쳐두고 새 책 냄새에 도취되어 당일날 그 책들을 완독하고야 마는, 이름없는 시인으로 온라인에 자작시를 끊임없이 업로드를 하고 있는 매우 지적이면서도 부지런한 여인!! 그녀는 바로 우리집 넷째딸, 신모씨이다. 동생의 권유로 알게 된 ‘알래스카 한의원’ 늘 책을 가까이 하고 그래서 시집을 포함한 화제성 있는 신간들은 물론이고 대형서점 마케터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구석에 소외되어 있는 진짜 좋은 책들도 기가 막히게 찾아내어 표지와 목록을 대충 살펴보곤 “요건 신박이 좋아할 책일세”라며 카톡으로 아주 자주 알람을 울려 준다. “『알래스카 한의원』이라는 소설이 있더라. 2023년 3월 초판인데, 왜 몰랐었을까? 당신이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의원이 제목에 박혀 있으니 안 읽고 넘어가기엔 아쉬우실 듯!!” “아, 그래그래.. 읽어야겠네. 마침 칼럼 마감일이 다가오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쥐어짜는 글은 딱 보면 알어. 언니도 이제 슬슬 한의신문에서 발 빼소. 글은 말이야... 그냥 좌라락 나와야 하는 거야. 일필휘지! 알지? 아무리 시가 응축미라고 해도 정말 좋은 시는 시간을 얼마 안 들이고 썼구나. 억지로 안 썼구나. 정말 잘 썼구나.. 바로 알아보거든. 언니 글 담당하는 분에게도 말해둬. 더 이상 글이 안 나온다고!! 누가 들으면 대단한 사설이라도 쓰는 줄 알겠다잉. 암튼 글이란 게 쉽진 않지. 이번달도 잘 넘겨봐. 파이팅!!” 동생의 권유로 그리고 8월의 칼럼을 핑계로 숙제처럼 받아든 소설 『알래스카 한의원』은 이러한 배경으로 말미암아 요 며칠간 내 손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 갈 수 있는 병원은 다 가봤으니 한의원에 기대를 걸었다. 평소 동양의학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이라 신뢰가 없었지만, 서양의학에서 ‘네 병은 우리가 잘 몰라’라는 게 확실해진 시점에서 이지(소설의 여주인공 이름)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게 전국구 한의원 투어가 시작되었다. - 대체로 몸의 균형이 깨져 있다는 것은 같았지만, 진단에 대해서는 한의사마다 의견이 달랐다. - 벌써 서른다섯 번째 한의원이었다. 음과 양의 조화에 대해서는 들을 만큼 들었다. - 이지는 여러 사이비 의사를 만나봤지만, 이 정도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마치 동양 야매 의학의 최전선에 있는 강적을 만난 거 같았다. - 고담(알래스카한의원 원장)이 한약팩 두 개를 꺼냈다. “빨간색을 먹으면 부글부글 구역질이 날 겁니다. 그럼 후련하게 토하세요. 전부 다. 있는 힘껏! 그 다음 미지근한 물을 마시고, 파란색을 드세요.” - 이제 이지는 고담이 무엇을 파고들고 있는지를 알았다. 지금까지 이지가 만났던 의사들은 통증의 원인을 ‘교통사고’라는 물리적 충돌로만 보았다. 하지만 고담은 다른 측면으로 접근했다. 자동차 사고라는 매개적 사건이 과거의 통증을 깨웠다. 이지의 통증에는 오래된 과거가 있다고. - 당신은 기억을 지웠지만, 과거는 당신을 잊지 않았다. 상처가 났던 몸 속 세포들은 기필코 그 때의 통증을 잊을 수가 없었다. 당신의 뇌가 아무리 잊으려고 해도 말이다. - “어쩌다 알래스카에 한의원을 차리셨어요?” “구구절절 설명하긴 어렵고, 치료해야 할 사람이 있었어요. 그래서 오게 됐죠.” “그래서, 그 사람은 치료 되었나요?” - 막 진료를 마친 흑인 손님이 100달러짜리 지폐를 여러 장 돈 통에 넣고 갔다. 보약이라도 지은 걸까. - 고담이 데운 사물탕을 이지에게 건넸다. “마셔요. 허열에 좋습니다.” 이지가 사물탕이 든 잔을 받아 들었다. 왼손에 따뜻한 기운이 감돌자 어수선한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는 것 같았다. - 다음 날, 알렉스 베런(소아성애자, 주인공 이지의 오른손의 복합통증증후군을 유발한 그리니치 영어유치원의 원어민 교사)이 알래스카 스워드에서 검거된 일이 미국 전역에 대서특필되었다. 호머 지역 신문에서는 알래스카한의원의 고담 한의사와 친구들이 범죄자를 잡았다는 소식을 보도했다. 그날 오후 한의원에는 돈 통에 돈을 넣고 간다거나 와인, 보드카, 그림, 편지, 마리화나, 꽃, 초콜릿 등을 선물하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 보드카 한 병이 금방 비워지자 고담이 한의원에서 약초로 담근 약술을 가져왔다. 모두 출처를 의심했지만, 아무튼 술이면 된다는 분위기였다. 『로봇, 소리』, 『여고괴담3』 등의 영화 각본을 쓴 이소영 작가의 첫 장편소설인 『알래스카 한의원』은 주인공 이지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오른팔과 손의 통증이 낫질 않아 험난한 고생을 감내하다가 ‘복합통증증후군’이라는 병명을 알고난 후 치료방법을 찾던 과정에서 우연히 알래스카의 한인 한의원에 완치 사례가 있다는 논문을 발견하고 그 길로 알래스카로 떠나게 된다는 내용이다. 알래스카에서 결정적인 몇 사람들과 사건들을 만남으로써 본인이 가진 이 끔찍한 통증의 역사를 알게 되고 사진기 셔터도 누를 수 없었던 이지는 결국 손톱깎기로 손톱을 깎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을 맞이하는 해피 엔딩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소설 출간 전 영화 판권 계약이 이루어졌다고 하니 조만간 『알래스카 한의원』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허준』, 『대장금』, 『마의』 같은 기존의 TV 드라마들처럼 한의계에 혹은 개원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살짝 궁금해진다. 미래에 개원한다면 한의원 이름은? 소설을 다 읽은 어느 날, 자매들과 『알래스카 한의원』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미래의 내 한의원 이름짓기가 주제로 떠올랐다. “『신미숙한의원』이 젤 깔끔하지 않어?” “야, 신박이 오은영도 아니고, 누가 신미숙을 알어?! 이름이 특이한 것도 아니고, 이쁘지도 않잖아. 빼자. 빼. 신미숙한의원은 아니다.” “『그녀의 한의원』어때? 그녀의 한의원, 뭔가 여성들의 주치의, 워너비, 왕언니 이런 느낌도 있고 남자 환자들에게는 뭔가 묘한 환상적인...” “야, 위험해. 요즘같이 페미논쟁이 최고조에 달해있는데 저건 나 잡숴라.. 하는 거야. 그리고 뭔가 원장이 엄청 이쁠 것 같잖어. 문 열고 들어왔는데 신박이 앉아있다고 생각해봐. 니가 그녀냐? 하면서 항의 엄청 들어올거야” 점점 자매들의 대화는 코믹과 조롱의 콜라보로 위태로운 절정을 향해가고 있었다. “그냥 『신박 한의원』으로 해. “신박한+의원”로도 읽히고 “신박사+한의원”으로도 읽히고. 좋을 것 같은데” “안 돼, 의원인 줄 알고 코로나 검사하러 왔는데 한의원이면 욕 먹을 수도 있어. 요즘 진상이 어디 담백한 진상이던? 어디서 훅 치고 들어와서 시비걸지 모르니까 튀는 이름이면 위험해” “아.. 진짜 어렵다. 좀 없어보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한의원들은 동네장사쟎아. 그냥 『우리 동네 한의원』으로 소박하게 가고 그 동네를 좀 있는 동네로 골라봐” “아님,『모스크바 한의원』으로 하고 러시아 여인을 직원으로 고용해. 글로벌하게 가는 거야. 그 여인이 무섭게 생겼다면 진상들도 미리 퇴치할 수 있어. 일석이조야. 『모스크바 한의원』입에 척척 붙는다.” “하하” “깔깔” “우헤헥” 자매들과의 수다는 언제나 삶의 활력소다. 내가 놀림감의 중심이 되어도 그저 즐거울 뿐이다. ‘『우리 동네 진짜 원조 왕언니 신박사 한의원』으로 확 질러버려?!’라는 상상을 하다보니 갑자기 신당동 떡볶이 거리의 그 무질서한 원조 논쟁 간판 전쟁이 떠오른다. “이토록 경쟁적인 분위기에서 다들 대단한 경력과 경쟁력으로, 거기에 놀라운 체력과 마인드는 기본이요. 상상 이상의, 실현 불가능한 최신식 마케팅 실력까지 얹은 채로 골목에서 동네에서 지하철 역세권에서 생존 중이신 모든 개원가 선후배님들에게 진심으로 심심한 존경과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바입니다.” 최근에는 한의사 버전의 ‘강남언니’앱에 해당되는 한의원-한의사 찾기, 숨은 명의 추천하기 등의 기능을 갖춘 신상 앱까지 출시되어 이런 트렌드에까지 발맞추어 달려가자니 날마다가 가슴 벅참의 연속일 것 같다. 로톡이 변협과의 갈등으로 법정 다툼에까지 이르렀듯이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러한 한의사 추천앱의 결말은 과연 끝까지 순조로울까?! 현재 의료 영역에서 한의계의 위상은? 잼버리는 끝이 났지만 잼버리 관련 후폭풍은 이제 막 시작된 듯하다. 매년 가을은 단풍놀이의 시즌이라기보다는 국정감사의 과로가 국회의 거의 모든 직원들에게 하사품으로 내려지는 시기라서 덩달아 우리 진료실도 이유 있는 바쁨이 거의 확정적이다. 잼버리 관련 국정감사도 그 과정은 이슈 대 이슈, 논쟁 대 논쟁, 공수교대 혹은 공수교차로 복잡다단 화려해 보일 것이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 우리 모두는 반복해서 그것도 분명히 확인했다. 모든 국감의 결과는 물에 물감 풀어지듯 결정적 한 방 없이 흐지부지했었다는 팩트 기술에 불과한 신문기사들만이 씁쓸하게 남을 것이다. 잼버리 영지 내에 한의진료센터를 두냐 마냐, 준비 단계부터 논란이 꽤 있었다. 그러나, 모든 어려움을 뒤로 하고 결국 진료실은 운영되었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많은 한의사들이 찐 고생을 한 모양이었다. 직접 봉사에 참석했었던 두세명의 후배들로부터 다양한 활동을 담은 사진과 생생한 후기글들을 접하고 나니, 잼버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되었다면 한의진료센터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었을텐데 행사 자체의 냉정한 평가 항목들이 산적해 있는 이 마당에 한의진료센터에까지 상이든 벌이든, 그 순서가 돌아올 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이다. 늘 이랬었다. 고생은 하는데, 빛은 안 나고 쏟아지는 물줄기를 막아주는 결정적인 틈새의 요긴한 조약돌 같은 모습을 보여는 주면서도 물살에 묻혀 쉬이 드러나지 않는 바로 그러한 존재감 말이다. 있어도 없는 듯 혹은 없어도 되는데 있으면 도움은 되는 딱 그 정도가 한의계의 위치이다. 깨알이자 틈새. 잼버리에서의 한의진료센터의 존재와 기능을 생각하니 대한민국에서 한의학이 차지하는 비중도 딱 이 정도 아닐까 하는 생각에 갑자기 서운한 마음이 깊은 곳에서부터 일렁거린다. 전파를 탄 방문진료 한의사의 모습 어디에서든 ‘모모 한의사 잘 한단다’는 소문을 접하시면 잊지 않고 메모해 두셨다가 전화 혹은 문자를 주시는 울 친정 엄니께서 짧은 문자를 보내셨던 때는 7월 말이었다. “아침에 TV는 못 보시죠? 인간극장에 멋진 한의사가 주인공으로 나왔었어요” 울 엄니를 기쁘게 만드신 그 분의 정체는 부산시 개원의셨다가 거제도로 이전하시면서 당신 한의원에 찾아오는 일반 환자분들을 보시면서도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어르신들을 위해 방문진료를 병행 중인 방호열 원장님이셨다. 지난 7월 17일(월)에서 21일(금)까지 KBS1TV 『인간극장』 열혈한의사 방호열편에 출연하신 방 원장님의 모습은 동네 주치의, 여러 가지 문제 해결사, 멋진 남편, 따뜻한 아버지 등의 여러 역할들을 너무나도 즐겁게 해내시는 멀티맨이었다. ‘한의사는 도시의 한방병원보다도 도농경계지의 방문진료에 최적화된 의료인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많은 외롭고 아픈 어르신 환자분들에게 그토록 따뜻한 말과 세심한 치료로 심신을 모두 낫궈주는 의료인은 한의사들이 거의 원탑일 수도 있다고 감히 자부한다. 그리고 이러한 역할은 독거가구가 무려 40%를 향해 가는 현 시점에서 얼마나 필수적인 분야인가?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의미에서라도 한의사들은 참으로 소중한 존재이다. 한의원의 성장…환자를 대하는 따뜻한 마음에서부터 지난주, 한의사도 의료기기인 뇌파계를 사용해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소송이 제기된 지 10년만에 받아보는 최종 결론이다(『한의사도 뇌파계 사용해 치매 진단할 수 있다... 대법 10년만에 결론』조선일보 조백건 기자, 2023년 8월 19일). 초음파 사용에 이어 뇌파계도 한의사에게 법적 권한이 있다는 판결인 셈이다(『대법원, 초음파 이어 뇌파계도 한의사 사용 가능 판결』노컷뉴스, 송영훈 기자, 2023년 8월 18일).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권한의 지속적인 확대와 한의사의 업권 수호를 지지하는 의미있는 법적 판결로 평가된다. 의협은 항의를, 한의협은 환영의 논평을 내놓았다. 의료기기의 사용이 한의사들에게 얼마만큼의 합법적인 위치를 부과할 수 있는지? 최종적으로 임상가에 얼마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그래서 개별 한의원들의 성장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할 수 있을지는 지금부터는 한의계에 내맡겨진 숙제이다. 의료기기의 사용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한의사만이 할 수 있는 경청과 존중의 진료를 유지해가면서 기기 사용을 병행해야 한다는 말이다. 소설 『알래스카 한의원』에는 “고담은 이지의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진료 차트에 적었다. 이지는 단단한 얼굴로 묻는 고담을 마주 보았다. 만약 통증이 파도처럼 덮친다 해도 옆에 고담이란 한의사가 있다는 사실에 이지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라는 따뜻한 문장이 나온다. 알래스카든 우리동네 코앞이든 뭣이 중헌디?!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선생님이 가까이 계셔서 너무 좋다고, 그래서 이렇게 자주 와서 치료받고 나았고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표현해주는 환자분들을 더 따뜻하게 대해드리자. 그게 당장 우리가 지속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인 것이다. -
수사와 재판 잘 받는 법-28박상융 대한한의사협회 고문변호사(법무법인 한결) 발 저림을 호소하는 환자가 한의원을 방문해 침 치료를 받았다. 내원 당시 발과 종아리에 저림 및 통증이 있다고 했으며, 문진과정에서 당뇨병이 있다고 말했다. 한의사는 혈액 순환이 양호하지 않다고 판단, 증상이 심한 종아리에 침을 놓아 피를 뽑는 사혈시술을 했다. 그 후에도 환자는 발가락 부위에 굳은 살이 심해져 갈라지는 상처와 발에 심한 통증이 있다고 했다. 한의사는 사혈로 인해 나쁜 피가 몸 밖으로 배출되는 현상으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서 종전과 같은 시술과 함께 탕약을 처방하고 전기자극술을 추가했다. 이후에도 환자의 증상이 나아지지 않자 피부과 검진을 권유했고, 그 후 대학병원에서 당뇨로 인한 족부궤양으로 엄지발가락이 검은 색깔로 변해 괴사가 진행 중이라는 진단을 받고 좌족지 절제술 등을 받았다. 이런 경우 한의사에게 침 시술 상의 과실책임을 물어 업무상과실치상 혐의 적용이 가능할까? 의료사고에서 의사에게 과실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또 회피할 수 있었는 데도 이를 예견하지 못하거나 회피하지 못했음이 인정돼야 한다. 의사의 진료상 과실 관련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러한 법리는 한의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돼야 한다. 위 사건의 경우 한의사는 당뇨병력이 있는 환자에게 침을 놓거나 사혈을 한 행위 자체만으로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환자가 한의원 내원 당시 병원에서 당뇨병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을 뿐 아니라 한의원에 다니던 중에도 병원에 가서 당뇨병에 대한 치료를 받고 그 사실을 환자에게 말했다면, 한의사로서는 환자가 당뇨병 관련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괴사 후 절단된 환자의 족부에서 배양된 균들은 통상 족부에서 발견되는 것이어서 이러한 균이 한의사가 침 등을 시술하는 과정에 감염된 균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환자의 괴사 부위는 한의사가 침을 놓거나 사혈을 한 쪽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부위이고, 환자는 한의사로부터 피부과 전원권유를 받은지 13일이 지나서야 내원했다. 또한 입원권유에도 입원하지 않고 그대로 귀가했고, 그 다음날 다른 병원에 내원하여 피부괴사가 진행 중이라는 진단을 받고 난 후 입원했다. 그렇다면 해당 한의사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했고, 그로 인하여 환자에게 발 괴사의 상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2심에서 업무상과실치상혐의로 기소된 한의사가 세균감염의 위험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거나 제때 환자를 피부과 등 전문병원으로 전원시키지 않은 잘못을 저질렀고 이러한 한의사의 잘못(과실)과 환자의 상해 사이에 형법상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 유죄로 판단한 판결은 형사상 의료과실 및 인과관계의 입증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도1601판결). 위 판례와 관련 한의사로서는 내원 환자에 대한 진단 시 문진 과정 관련 진료기록지에 세심한 문진기록작성이 필요하다. 더불어 의료과실문제가 통상 진료단계별로 진단, 검사상 과실, 투약 상 과실 및 주사 상 과실, 수술(시술)상 과실, 경과관찰을 포함한 전원 상 과실, 사전설명 의무와 요양방법에 관한 지도설명 의무위반 외에 추가로 감염관리상 과실, 낙상 등의 안전관리상의 과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한의사로서 요구되는 윤리와 의학지식 및 경험에 비추어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하는데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기울이고 그와 관련 진료기록에 반드시 남겨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특히 한의사는 해당 의료기관의 설비 및 지리적 요인 기타 여러 사정으로 인하여 진단에 필요한 검사를 실시할 수 없는 경우에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해당 환자로 하여금 그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당 전문의료기관에 전원을 권고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38442판결). 적자 생존? 찰스다윈의 말이 아닌 적어야(기록해야) 산다(입증·면책 된다)는 필자의 생각이다. -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256)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許溢 先生(1923〜?)은 1954년 만학의 나이로 경희대 한의대를 3기로 졸업한 후 1955년 대구광역시에서 영주한의원을 개원하여 활동했다. 1982년 『醫林』 제151호에는 허일 선생이 「인공유산 후유증에 관한 소고」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그는 이 논문을 통해 유산을 경험하는 임산부의 연령별 통계와 후유증별 통계, 유산으로 인한 병리적 변화, 유산 후유증 치료의 방향 등에 대해 논했다. 그는 유산 후유증을 肝臟, 心臟, 肺臟, 腎臟, 胃腸, 脾臟, 膵臟, 腰痛, 子宮, 각기, 사지골절통, 방광통, 불면증, 빈혈, 당뇨병, 고혈압, 저혈압, 동맥경화, 비대증 등과 연결시켜 논증하고 있다. 아래에 그의 주장을 요약한다. ①유산과 간장과 그 치료: 해독과 배설하는 작용과 영양을 공급하는 작용과 소화를 돕는 작용이 있다. 淸肝解鬱湯을 복용시킨다. ②유산과 심장과 그 치료: 평소에도 근심과 걱정과 수심과 울분이 있게 되면 상하는데 유산했을 경우의 여파가 크다. 유산으로 인하여 1분간 맥박수가 100회가 넘게 나오는 경우 瀉心湯을 복용시킨다. ③유산과 폐장과 그 치료: 유산으로 인해 체력이 쇠퇴해지고 지나치게 슬퍼한 나머지 호흡작용에까지 이상을 일으켜서 폐에 균이 스며들어 폐를 상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는 淸肺湯이 좋다. ④유산과 신장과 그 치료: 유산을 경험하고 또 다시 유산이 되지 않을까 하는 공포감이 앞서는 경우 신수, 요수에 은은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滋腎湯이 좋다. ⑤유산과 위장과 그 치료: 유산을 하게 되면 밥맛과 입맛을 잃게 되어 체력을 유지시킬 수 없게 된다. 平胃散이 좋다. ⑥유산과 비장과 그 치료: 출혈이 심하면 비장이 제구실을 못 다 하는 것으로서 이 때는 補中益氣湯을 복용하면 된다. ⑦유산과 췌장과 그 치료: 유산 후 당뇨병이 생기면 췌장에 흠집이 생긴 것이므로 十全大補湯을 복용해야 한다. ⑧유산과 요통과 그 치료: 유산 후유증으로 가장 많은 것이 요통이다. 노폐물이 근육 속에 남기 때문에 허리의 통증이 오는 것이다. 五積散으로 치료하면 좋다. ⑨유산과 자궁과 그 치료: 유산으로 인한 염증으로 끊임없는 출혈을 치료해야 한다. 八正散이 좋다. ⑩유산과 각기와 그 치료: 각기가 점차 심해지면 배와 입둘레까지 마비되는 경우도 있다. 유산으로 다리가 붓는 경우 檳蘇散이 좋다. ⑪유산과 사지골절통과 그 치료: 인공유산의 경우 자연유산보다 통증이 더한 경우가 많다. 活血湯이 좋다. ⑫유산과 방광통과 그 치료: 방광통은 세균이 외부로부터 침입해서 발생하는데 무엇보다 소변의 절도를 잃게 되는 것이 특색이다. 木通湯을 사용한다. ⑬유산과 신경통과 그 치료: 신경통에 좌골신경통, 늑간신경통, 안면신경통 등 여러 가지 종류가 나타난다. 烏藥順氣散이 좋다. ⑭유산과 불면증과 그 증세: 유산으로 인해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불면증이다. 물론 신체적으로 통증으로 인해서 잠이 오지 않는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정신으로 받은 쇼크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더욱 잠을 이룰 수 없는 것으로서 이로 인해 히스테리가 생기면서 몸만 더욱 쇠약해지는 것이다. 이 때는 歸脾湯을 복용하면 좋다. ⑮유산과 빈혈과 그 치료: 유산은 출혈 없이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출혈이 심하면 血不足 현상이 오게 마련이고 血이 弱하면 氣도 쇠약해진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서 이 때는 蔘歸茸湯이 좋은 것이다. ⑯기타 유산과 관계되는 잡병: 당뇨병, 고혈압, 저혈압, 동맥경화, 비대증 등이 관계가 많다. -
제167차 KOMSTA 우즈벡 타슈켄트 의료봉사에 다녀와서전준하 일반단원 (대전과학기술대학교) KOMSTA(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의 WFK 한의약 봉사단은 KOICA-WFK 봉사단 중의 하나다. 세계 속에 의료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한의약을 통한 의료봉사 및 현지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의약 임상교육 활동을 진행하는 등 대한민국의 나눔의 마음을 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2023년 8월10일 목요일, 유난히도 뜨겁던 햇빛 가운데 제167차 봉사단은 한국과 약 7시간 떨어진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인 타슈켄트로 한의사 4명과 일반단원 7명, 총 11명이 파견됐다. Raxmat! 첫날부터 아주 많은 환자들이 의료봉사 현장을 찾아왔다. 한 분이라도 더 꼼꼼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진료 접수를 시작으로 환자들을 맞이했다. 환자의 성비는 7:3으로 여성이 훨씬 많았으며, 주된 호소 증상은 허리디스크, 무릎 통증 등이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었는데, 고령의 할아버지였다. 서혜부 탈장을 가지고 있었는데 수술하지 않고 생활하고 있었던 경우였으며, 이외에도 편마비 환자, 뚜렛 증후군 등 치료가 잘되지 않는 여러 환자를 볼 수 있었다. 이를 보고 조금이나마 통증을 줄여드리고 싶어 시간이 걸리되 꼼꼼하게 진료 보조를 했다. 침 치료와 사혈을 한 뒤 시원하다는 말과 함께 오른손을 가슴에 얹고 “감사합니다”라는 우즈베키스탄어 “라흐맛”을 연달아 받으며 형용할 수 없는 뿌듯함과 감사함을 느꼈다. 진료 셋째 날이었다. 다음날은 오전 진료만 있고 오후에는 뒷정리하고 봉사를 마무리하는 날이었다. 원래 16시에 접수 마감을 해 17시에 진료가 끝나는 일정이지만, 다음날 오전 진료만 있기에 팀원들은 무리해서 환자들을 더 받았다. 모든 팀원들이 4개의 진료실에서 열심히 환자들을 치료하고 나니 배고픈지도 몰랐던 것 같다. 시간을 보니 어느새 시간은 많이 흘렀고, 총집계까지 해 진료 종료 시각은 19시 30분이었다. 몸은 고됐지만 행복했다. 정말 행복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정말로 행복했다. 어떤 환자는 차로 300km 거리를 달려 병원에 왔다고 얘기하며, 치료 효과가 너무 좋아서 다음날 또 방문했다. 나는 먼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방문해준 환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최선을 다해 진료와 진료 보조를 도와드리겠다고 했다. 이처럼 만나는 한분 한분마다 온 정성을 다해 도와드린 뒤 ‘건강하세요’라는 우즈베키스탄어 ‘소그 볼링’을 연달아 외쳤으며, 상대방으로부터 돌아오는 진심 어린 “라흐맛”은 내가 살아 숨 쉬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무궁무진한 한의학의 힘을 느끼다 사실 나는 한의대생이 아닌 간호대생이다. 하지만 평소 앓고 있는 목디스크와 허리디스크로 인해 한의원에 많이 가 환자의 입장과 한의사의 입장을 둘 다 알 수 있어, 진료 보조 시 둘의 입장에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한의학의 힘은 대단하며, 우즈베키스탄 봉사를 하면서 몸소 체감했다. 3.5일 동안 783명의 환자가 방문했는데, 3.5일 내내 방문해준 재진 환자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짧은 3.5일 안에 많은 환자들을 다 치료하지 못한 점이 매우 안타까웠으며, ‘지속적인 치료 방법이 없을까?’라고 생각하며 우즈베키스탄의 한의원이 더욱 번성해 많은 사람이 누렸으면 한다. 마치 꿈만 같던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소중한 인연들과 소중한 순간들이었던 한의약 의료봉사가 끝났다. 인종, 언어가 달랐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고 봉사란 한 뜻을 향해 열심히 달렸다. 이번 우즈베키스탄 봉사는 ‘우물 안 개구리’인 나를 ‘우물 밖 개구리’로 성장시켜줬으며, 반년 뒤 의료인이 될 나에게 어떤 삶을 살아갈지에 대한 네비게이션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봉사하면서 언어의 다름으로 인해 어려운 부분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통역사 선생님들과 병원 관계자분들의 많은 도움으로 인해 웃으면서 봉사를 할 수 있었다. 마지막 만찬회 날과 공항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각자의 위치에서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다시 한번 기도한다. 정말로 감사드렸고 평생 행복했던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추후 나는 전 세계를 돌면서 의료봉사를 할 것이며, 여러 봉사를 도전할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는 자체가 나에겐 너무 행복하고 정말로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즈베키스탄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한의학을 적극적으로 누려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를 저 멀리 대한민국에서 간절히 기원한다. -
텃밭에서 찾은 보약-26권해진 래소한의원장 <우리동네한의사> 저자 여름은 아무래도 더워야 하는 계절입니다. 물론 7월에는 장마 기간이기 때문에 많은 비가 내리지요. 그런데 만약 ‘비가 많이 오는 여름’과 ‘비가 오지 않고 더운 여름’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비가 오지 않는 더운 여름’을 택할 것입니다. 비가 많이 오면 고추에도 병이 들고, 수박, 참외, 호박 등 땅바닥에 열매가 열리는 식물들도 영글기 전에 물에 젖어 썩어버리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올 7·8월은 정말 어찌 이리도 비가 기다려지던 지요. 더워도 너무 더우니 밭에 나갈 엄두도 나지 않는 여름이었습니다. 중부지방에는 집중호우로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파주는 땡볕에 무더위가 말 그대로 기승을 부렸습니다. 인간은 뜨거울수록 지치고 힘들어하고 입맛도 잃는데 채소들은 뜨거울수록 단맛을 가득 품습니다. “이렇게 이른 새벽에 물 주러 다녀오신 거예요?” 아침 일찍 들어오시는 어머니께 여쭈었습니다. “고구마며 호박이며 넝쿨이 이 더위에도 엄청 뻗어 가는데 비가 오지 않아 시들시들하다. 그래서 물 좀 주고 왔지.” 어머니의 걱정 어린 말씀이었습니다. “지금 아니면 밭에 못 나가! 일사병 걸리기 딱 좋은 날씨다. 그런데 이것 봐라!” 어머니 손에는 호박꽃이 들려 있었습니다. “이 날씨에도 꽃이 핀다! 딱 봉오리가 이쁘길래 따 왔지!” 아들 줄기에서 자라는 호박, 순 자르기를 해주면 잘 자라요. 작년 이맘때는 호박잎에 강된장이 어머니의 관심사였다면 올해는 호박꽃 요리입니다. 누군가는 화전처럼 부침개를 구우면서 호박꽃을 펼치고, 누군가는 꽃모양 그대로 튀김가루를 묻혀서 튀김을 합니다. “작년에는 잎을 따가더니 올해는 꽃을 따 간다고 호박이 욕하겠다!” 제가 어머니께 농담을 던졌습니다. “모르는 소리 마라! 내는 암꽃은 안 딴다. 수꽃은 어차피 열매를 못 맺어서 따도 된다. 잘 보면 암꽃보다 수꽃이 더 많다. 그라고 잎도 박과 식물은 원줄기보다 아들 줄기에서 열매가 생겨야 돼서 손자 줄기는 나오면 자르는 게 호박한테도 좋은 기다.” 어머니의 설명에 아들 줄기, 손자 줄기가 뭔 소리인가 제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농부학교에서 배운 그 순 자르기 이야기하는 거예요?” 10년 전쯤 텃밭 시작할 때 농부학교를 다녔습니다. 농사를 공부로 배운 제 기억 속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참외는 손자 줄기에서 나와야 잘 자라고 ‘박’자가 들어간 식물은 아들 줄기에서 자라야 튼실하다!” 어머니의 추가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식물을 심으면 뿌리에서 줄기 하나가 뻗어 가다가 옆으로 줄기가 퍼질 때가 있습니다. 그때 원줄기를 잘라버리면 옆으로 뻗어가던 줄기가 더 튼튼해지고 잘 자랍니다. 그 첫 번째 옆으로 뻗어간 줄기를 ‘아들 줄기’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아들 줄기’가 자라면서 또 줄기에서 옆으로 순이 돋아나는데 그것을 ‘손자 줄기’라고 부릅니다. 그 ‘손자 줄기’가 필요한 참외는 그때쯤 ‘아들 줄기’ 끝을 잘라버려야 ‘손자 줄기’가 더 튼튼히 자랍니다. 그러나 박과는 ‘아들 줄기’에서 작물을 얻어야 해서 ‘손자 줄기’가 나올 때마다 어릴 때 잘라주어야 ‘아들 줄기’가 잘 뻗어 갈 수 있습니다. 식물의 속사정을 사람이 알아내서 농사에 이용한 지혜입니다. 수술 제거한 호박으로 만두를, 꽃이 찢어지면 전을 만들어요. 수꽃은 수술에 꽃가루가 있을 수 있어서 수술을 제거하고 한 번 씻어 둡니다. 수술을 제거하다가 꽃이 많이 찢어지면 따로 빼두었다가 전을 합니다. 꽃을 조심히 다루어 찢어지지 않으면서 수술이 제거되면 ‘호박꽃 만두’를 해 먹기 딱 좋습니다. 이름 그대로 만두 속을 호박꽃 안에 넣어서 먹는 것입니다. 만두 속 재료 중 텃밭에서 나오는 채소는 부추가 딱입니다. 고기만두를 한다면 부추로 고기의 냄새도 잡을 수 있습니다. 저희 집은 새우에 두부 그리고 양파, 부추를 넣어서 만두 속을 했습니다. “할머니 호박꽃은 아무 맛이 안 나는데 만두피보다 더 고급스러운 느낌이에요.” 딸이 호박꽃 만두를 힘들게 만들어 준 할머니에게 만두가 맛있다는 표현을 이렇게 했습니다. “그치! 눈으로 먹는 만두지! 다음에 또 해줄까? 지금이 꽃이 한창 필 때라 이때만 먹을 수 있는 거야!”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어머니는 자주 해줄 요량입니다. 손이 많이 가는 음식도 아이들이 좋아하면 어머니는 마다하지 않고 만들어주십니다. 아이들이 호박꽃만두에 입이 즐겁다면 남편은 호박잎에 강된장으로 여름 입맛을 잡습니다. 상 위에 강된장이 없으면 손수 냉장고를 뒤져 ‘여기 있네! 하며 꺼내 먹을 정도입니다. 바로 쪄서 따뜻한 호박잎을 차가운 된장에 싸 먹으면 정말 맛있습니다. 강된장도 호박잎도 차갑게 해서 먹어도 좋으니 여름 반찬으로 좋습니다. 호박꽃의 수술을 떼다가 꽃이 찢어지면 쌀가루에 호박화전을 구워 그 위에 꿀을 살짝 뿌려 먹습니다. 아이들이 간식으로 좋아하는 메뉴입니다. 가을 배추와 무를 심기 전 밭 정리를 해줘요. 오이, 토마토, 여주 같은 넝쿨식물도 끝이 나고, 그 흔하던 상추도 더 이상 나오지 않는 밭에 호박 넝쿨은 남의 밭인지 자기 밭인지도 모르고 뻗어 갑니다. 그런 줄기를 자르고 방향을 잡아줍니다. 그러고는 밭 정리를 합니다. 선선해지면 배추, 무를 심어야 하니까요. 그 자리에 배추, 무가 다 자라고 나면 겨울이 오겠지요. 저 또한 글을 쓰면서 강의를 하면서 여름날처럼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조만간 정리의 시기가 오고 쉬는 시기도 오겠지요. 자연의 변화를 보며 언제나 화려하고 뜨거운 인생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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