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한의학과 인공지능(AI) 융합연구를 통해 한의학의 객관화·표준화 등을 주도할 학회가 창립돼 눈길을 끌고 있다.
한의인공지능학회(회장 이상훈)는 14일 라마다 서울동대문 바이윈덤호텔에서 창립총회 및 ‘한의학x인공지능 융합을 위한 전략 포럼’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이날 이상훈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누구나가 한의계에도 인공지능을 도입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이야기하지만 이를 누가, 또 어디서 이끌고 가야하지라는 의문을 품고 있을 것”이라며 “그러던 중 주위의 많은 분들이 도와줄 테니 한번 해보자라는 말씀에 힘을 얻어 학회 창립을 준비하게 됐고, 2년 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창립총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창립을 기념해 진행되는 오늘 포럼은 한의학과 인공지능 융합을 위해 정책 수립에서부터 산업계, 교육 등 각 분야에서 어떻게 바뀌어 나가야할지를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우 회장은 축사에서 “의료 분야에서의 AI는 진단·예측·치료·건강관리 전반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인간을 중심에 둔 ‘한의학’과 데이터를 중심에 두고 있는 ‘AI’가 만난다면 비로소 인간 중심의 진정한 정밀의료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희정 한국한의산업진흥협회장도 “한의학이 지닌 복잡한 정보가 통합적으로 연결하고 다각도로 패턴을 찾아내는 AI 기술과 결합한다면 폭발적인 발전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학회가 이러한 기술 대융합의 학문적 토대를 세운다면, 산업계에서는 그것을 진단기기에서 한약과 치료기술, 표준과 디지털헬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로 구현해 환자와 국민의 곁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진 포럼 1부에서는 ‘임상의를 위한 한의학×AI 융합 사례’를 주제로 △AI 시대 한의사를 위한 최소한의 AI 리터러시(김창업 가천대 한의대 교수) △AI를 활용한 시스템생물학-한의변증 융합 처방 지원시스템 소개(이상훈 회장) △AI가 이미 바꾼 진료현장(엄두영 양평경희통합의원·한의원 원장) 등의 발표를 통해 인공지능의 발전과정 및 급속하게 변화되고 있는 AI 환경에서 한의사가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지식과 경계해야 할 부분, 실제 진료 및 연구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구체적인 사례 등이 제시됐다.
특히 ‘인공지능 시대 한의학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라는 주제로 진행된 2부 강연에서 이상훈 회장은 ‘인공지능 시대 융합 한의학으로의 도약을 위한 한의학과 생물의학지식과의 통합 로드맵 구축 및 의료기기 활용’이란 제하의 기조강연을 통해 데이터 기반 한의 임상 진료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의사의 설진 평가·재평가 신뢰도 연구사례를 예로 든 이 회장은 “한의계에서 고품질의 AI를 만들기 위해서는 표준화되고 상호운용성이 확보된 데이터가 필요하며, 데이터 확보를 위해선 어디서든 해도 같은 결과가 도출될 수 있는 표준 측정방법 및 측정도구가 필요하다”면서 “표준화된 고품질의 한의 임상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 데이터와 참조 DB 간의 AI 매칭을 통해 주관적 기억이 아닌 객관적 데이터 기반의 진료를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한 “거대한 빅데이터 및 의료 인공지능의 생태계 안에서 한의학 데이터는 1%에 불과한 수준으로, 한의학이 인공지능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의학 독립 데이터셋을 구축하고, 이를 생물학·공학 지식체계와 연결할 수 있는 망을 확보한 후 AI-agent가 활용가능한 정보로 가공해 △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하면 한의학에 잘 활용할 수 있을까’보다는 한의학이 어떻게 하면 인공지능에 잘 활용될 수 있을까를, 또한 한의데이터를 거대 빅데이터 생태계와 연결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보다 많은 고민이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이어진 2부 발표에서는 △지식 전달자에서 문제 설정, 탐색, 해결의 동반자로: AI 시대 한의학 교육의 재설계(임정태 원광대 한의대 교수) △한의산업에서의 인공지능 도입과 혁신, 그리고 과제(김현호 한국한의산업진흥협회 이사·㈜7일 대표) △한의산업에서 인공지능 기술 도입을 위한 데이터 인프라 구축(윤영흠 한국한의약진흥원 지능정보화센터 박사) 등이 발표됐다.
임정태 교수는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교수들보다 생성형 AI를 더 빈번하게 활용하면서 교육 현장에서의 고민이 다들 깊어지고 있다”면서 “이번 발표는 이같은 교육 현장의 변화를 보면서 들었던 개인적인 고민과 생각, 경험을 함께 나누면서 한의대 교육이 어떻게 변모해야 할 지를 함께 논의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현장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공유와 더불어 증강이 안전하기 위한 세 가지 전제로 △해석가능성 △예측가능성 △통제(+책무성)를 제시한 임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학교 교육의 무게 중심을 실습, 공감, 토론, 읽기, AI-free 환경 설계 등에 두고 있다”면서, △실습 강화 및 술기와 의료인으로서의 태도에 대한 지도 △개개인의 진로나 학업 고민에 공감 △미리 설정한 학습목표대로 지식을 스스로 공부하고 토론과 질의응답 진행 △읽지 않고 De-skilling 되는 학생들에게 강제로 읽는 시간 설계 △AI가 없이 글을 쓰고, 판단하는 환경을 강제로 설계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김현호 이사는 “한의학연구원이나 대학 연구실 수준에서는 AI와 관련된 연구들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반면 산업계에서는 데이터 부족, 영세한 산업구조, 제도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학계와 산업계가 담당해야 하는 부분은 구분돼 있는 만큼 일선 한의원 진료 현장→EMR·진단기기·플랫폼→표준화된 임상 빅데이터라는 연계를 통해 자신들의 역할을 명확히 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김 이사는 “산업의 주도 아래 한의원 네트워크-EMR 기업-진단기기 제조사의 연합으로 표준 데이터가 진료 속에서 자연히 쌓일 수 있는 데이터 컨소시엄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아울러 한의 AI 의료기기의 허가·수가 경로를 규제 당국과 함께 명문화 하는 등 인허가 트랙의 공동 정비를 통해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한편 학계는 검증 설계와 인재 양성을, 산업은 이를 구현하고 투자 및 시장을 개척하는 각자의 역할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영흠 박사는 “한국한의약진흥원에서는 한의약 진료 외 정보 및 진료 정보 등 산재된 한의약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통합·검색·활용하고, 대국민 지능형 한의약 서비스 제공을 위한 플랫폼 개발에 나서고 있다”면서, 현재 한의약진흥원에서 제공하고 있는 △맥챗 △한의약 표준 EMR △한약실험정보관리시스템 △한의약 표준 임상정보 등을 소개했다.

이와 함께 주제 발표 후에는 김영수 대한한의사협회 약무/보험/정보통신이사, 나창수 대한한의진단학회장, 한상윤 한의학교육학회장, 강희정 회장, 윤영흠 박사, 이상훈 회장이 참여한 패널토론을 통해 협회 및 학회, 교육, 산업계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다.
한편 이날 한의인공지능학회는 창립총회를 통해 임원진 구성과 함께 정관, 사업계획 등을 원안대로 통과시키고 공식적인 출범을 알렸다.
학회는 앞으로 혁신·신뢰·공유를 핵심가치로 △한의 지식 자산의 AI 전환 및 지능화 △AI 기반 한의 진단·치료·정보 기술 연구개발 △AI 기반 학제간 융합 촉진 △한의 AI 데이터 표준화 및 국제표준 선도 △한의·AI 융합 차세대 인재 양성 및 교육 △산·학·연·병 협력 네트워크 및 생태계 조성 등의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