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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3월 23일 (월)

“한파와 저온 노출이 질환 악화에 미치는 영향”

“한파와 저온 노출이 질환 악화에 미치는 영향”

임상 현장에서의 통합적 환자 관리 가이드
김상호 부교수(대구한의대학교 한방신경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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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는 어떻게 질병을 악화시키는가?

 

최근 북유럽 전역을 강타한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로 주요 국제공항이 마비되고, 도로·철도 운행이 중단되는 등 대규모 혼란이 이어졌다.

 

한파 재난의 성격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2021년 2월 미국 텍사스에서 발생한 겨울폭풍이다. 평소 온난한 기후의 텍사스 전역에 북극 한기가 유입되며, 한파에 대비되지 않았던 전력망이 붕괴되면서 수백만 가구가 장기간 정전과 난방 중단을 겪었다.

 

보건당국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최소 246명이 사망했다. 사망 원인은 저체온증뿐 아니라 난방 불능 상태에서의 일산화탄소 중독, 심혈관질환 악화, 교통사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피해는 고령자, 만성질환자, 독거 가구, 저소득층에 집중됐다.

 

이 사건은 한파가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니라, 에너지·주거·보건 인프라의 취약성이 결합되어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전형적인 복합 재난임을 보여줬다.

 

한국의 겨울 날씨 또한 점점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몇 해 동안 하루 이틀 사이에 기온이 영하로 급락했다가 다시 오르는 일이 잦아지면서, 체감 온도와 생활 리듬은 롤러코스터처럼 흔들린다.

 

우리나라에서도 한파 피해는 반복적으로 발생해 질병관리청에서는 한랭질환 감시체계가 시행되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지난해 4월 처음으로 기후보험을 도입하기도 했다. 특히 독거노인, 취약 난방 주거, 농어촌 거주자, 야외 노동자는 한파에 취약한 대상이다.

 

추위 자체보다 더 위험한 것은 이러한 극한 상황이 교통·에너지·의료 시스템의 취약성과 맞물리며 연쇄적인 피해로 확산된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에서도 한파는 점점 더 기후위기와 고령화, 에너지 빈곤이 겹쳐 나타나는 사회적 재난으로 발전할 수 있다.

 

한파와 저온 노출이 질환 악화에 미치는 의학적 기전

 

최근 연구들은 한파와 저온 노출이 여러 질환의 발생과 악화를 증가시킨다는 점을 보여준다.

 

심혈관계 질환의 경우, 다국가 코호트 연구들에 대한 대규모 최신 메타분석에서 저온 노출이 말초혈관 수축과 혈압 상승, 혈전 형성 위험 증가와 연관되며 심근경색·뇌졸중·심부전 악화 위험을 유의하게 높인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특히 고령자, 기존 심혈관질환을 가진 환자, 독거 상태이거나 난방이 취약한 집단에서 그 영향이 더 뚜렷했다. 또한 한파와 급격한 기온 하강은 기도 과민성을 증가시키고 염증 반응을 촉진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천식의 악화, 응급실 방문 증가와 관련되었다.

 

겨울철 독감이나 폐렴이 동반될 경우 그 위험은 더욱 커진다. 근골격계 통증에 대한 최신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한파가 통증의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낮은 기온과 급격한 기온·기압 변화가 기존 만성 통증 환자의 통증 강도 증가 및 기능 저하와 통계적으로 연관된다는 점을 보고한다.

 

정신건강 측면에 대한 최근 연구들은 겨울철 기온 저하와 일조량 감소가 우울, 불안, 불면의 악화와 연관되며, 특히 노인, 독거 상태,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들에서 그 영향이 크게 나타남을 보여줬다. 한파가 신체적 영향뿐 아니라 사회적 고립과 활동 감소를 통해 정신건강을 악화시키는 환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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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현장에서의 통합적 한파 대응 가이드라인

 

임상 현장에서 한파 대응은 신체·심리·수면 및 사회경제적 상황까지 함께 고려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먼저 내원 환자에서 한파에 대한 취약 계층이나 위험 인자들을 파악해야 한다.

 

노인 여부, 심혈관·호흡기 질환, 독거 여부, 의료수급자 여부, 경제적 상황, 정신과적 과거력 및 현재 스트레스 사건 여부에 대해 파악해야 한다. 특히 공중보건한의사 등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한의사들은 이런 스크리닝에 민감해야 할 것이다.

 

둘째, 노인과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한파 노출 여부, 주거 및 난방 환경, 최근 수면의 질과 기분 변화를 함께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심혈관·호흡기 질환 환자에게는 한파 기간 외출 시간 조절, 무리한 새벽 활동 주의, 보온과 수분 섭취, 증상 변화 시 조기 내원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

 

넷째, 한의의료기관의 다빈도 내원 질환인 근골격계 통증 환자에서 한파 시 활동량 감소와 근긴장 증가가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한파 기간 가벼운 실내 활동과 체온 유지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것이 환자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섯째, 심리 및 수면 교육 또한 한파 대응의 핵심 요소다. 특히 취약군에서 일정한 취침·기상 시간 유지, 낮 시간대 햇빛 노출과 활동량 증가, 음주 제한과 같은 구체적인 수면 위생 교육을 시행하고 수면 상태를 정기 점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파로 인해 외출이 줄고 고립이 심화되는 환자에게는 전화 연락, 짧은 산책 목표 설정, 소규모 사회적 접촉 유지 등 사회적 개입이 우울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파는 피할 수 없는 자연현상이지만, 임상 현장에서 이를 예측 가능한 건강 위험 요인으로 인식하고 대응한다면 그로 인한 질병 악화와 삶의 질 저하를 충분히 완화할 수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환자의 몸과 일상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환자를 바라보는 시야가 확장되어야 한다. 몸에 대한 개별적 치료를 넘어 급변하는 계절과 환경 변화의 충격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RAZA, Auriba, et al. Daylight during winters and symptoms of depression and sleep problems: A within-individual analysis. Environment International, 2024, 183: 108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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