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신문] 마약 중독은 ‘단속으로 잡는 범죄’에서 이제 ‘치료·재활로 관리해야 하는 중독 질환’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온라인 거래 확산과 신종 마약 위험이 맞물리며 마약 문제가 일상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로 번지는 가운데 재범률은 50% 이상으로 높아지고, 치료·재활 접근은 1% 수준에 머물러 처벌 중심 대응의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다.
12일 김영배·최혁진 의원이 개최한 ‘마약청정국 일상의 안전을 묻다’ 토론회에선 범죄 통계를 넘어 치료·재활 시스템 전환을 핵심 축으로 하는 대응 전략이 제시됐다.
김영배 의원은 인사말에서 “이제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이라는 인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마약 유통량은 해마다 증가하고, 그 피해는 우리 아이들의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는 만큼 오늘 이 자리에서 마약 유통·관리·치료 전반에 대한 국가의 역할과 책임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이들에게는 보다 촘촘한 마약 안전망을, 치료를 원하는 분들께는 실제로 치료가 가능한 국가가 될 수 있도록 산적한 과제들을 국회가 정부와 함께 책임 있게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선 △대한민국 마약류 범죄의 현황 및 대책(김명석 법무법인 LKB평산 변호사) △마약류 중독의 예방·치료·재활 연구 현황-일선 의료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를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 온라인 마약 유통, 중독을 ‘확산형 질환’으로…치료 개입의 중요성 부상
김명석 변호사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텔레그램·SNS 등 온라인 기반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며 마약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잡는 속도보다 퍼지는 속도가 빠른 환경에서 단속만으로 유통을 역전시키기 어렵다”며 “중독자가 온라인에서 더 쉽게 접근하는 만큼 조기 치료 개입이 가능한 공공 시스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약사범 검거 인원은 ’13년 약 9000명에서 ’23년 2만7611명으로 증가해 10년 사이 약 3배 급증했으며, 더욱이 재범률은 ’15년 약 30% 수준에서 ’20년대 초반 50% 이상으로 상승하는 등 처벌을 강화해도 다시 돌아오는 구조가 고착화된 상황이다.
그는 “마약 중독은 단순 범죄를 넘어 치료가 필요한 질병적 특성을 가진다”며 “마약 범죄는 형사사법의 영역이지만 동시에 의학적 치료와 사회적 재활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문제로 대두돼오고 있는 모르핀보다 50~100배 강력한 합성 오피오이드인 펜타닐에 대해 “‘의사가 처방한 약이므로 안전하다’는 인식이 중독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며 “한국에서도 청소년 노출과 오남용 위험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김 변호사는 해법으로 △예방 교육 강화 △조기 치료 △재활 및 사회복귀 지원을 축으로 하는 통합 접근을 제시한 데 이어 특히 △초범·단순 투약 사범에 대해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조건으로 하는 치료 조건부 기소유예 확대 △드럭코트(Drug Court) 등 치료 연계 사법 모델 도입을 제안하며 “전국 권역별 전문 치료센터 설립, 민간 재활시설에 대한 행정·재정 지원 강화 등 치료-재활 인프라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제도는 있는데, 재활이 없다”…현장 의료가 본 케어시스템 끊김
이어진 발표에서 천영훈 원장은 “마약 중독 치료 제도는 있으나 실제로는 제한적으로 작동하고, 재활은 민간에 의존하는 현장 구조”라고 진단하며 의료-사법-지역사회가 연결되는 연속적 관리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마약류중독자 치료보호제’는 전국 31개 지정의료기관에서 중독자의 외래 및 입원 치료를 무료로 지원하는 제도로, 검찰 의뢰 또는 환자 자의 신청으로 연계가 가능하며, 올해 7월부터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그는 “지정기관 숫자 확대만으로 치료체계가 안정화되진 않는다”며 “지정기관이 확대됐음에도 기관별 실적 격차가 크고, 일부 기관은 실적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권역 치료보호기관을 지역 거점 기능 강화를 위한 장치로 선정했는데, 이에 천 원장은 “이들 기관은 단순 진료기관을 넘어 치료 연계, 사례관리, 지역 협력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이를 구현하려면 인력·수가·연계망 등 운영 조건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특히 치료 제공기관의 90% 이상이 민간 정신의료기관이라는 현실을 고려할 때, 건강보험 체계 내 마약 관련 수가의 현실화가 필수”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양성 역시 보상 구조 부재로 지속가능성이 낮고, 치료 이후 재활 단계에서 공공 지원이 거의 부재하다는 점도 핵심 쟁점으로 꼽았다.
현재 재활은 민간 주도의 치료공동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DARC(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 등의 모델과 지역 공동체 사례가 존재하지만 국가 차원의 재활 지원 체계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
천 원장은 “재활이 사회복귀로 이어지지 못하면 치료 성과는 재범률로 상쇄될 수밖에 없다”며 재활 영역을 사각지대로 남겨두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천 원장은 복지부 산하 중독통합관리지원센터와 식약처의 마약재활센터 계획이 병존하는 상황을 들며 “전달체계가 이원화될 경우 연계 경로가 복잡해지고, 책임 주체가 불명확해질 수 있다”면서 “치료-재활-사례관리가 한 흐름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주무부처 조정과 통합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