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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3월 24일 (화)

내과 진료 톺아보기 26

내과 진료 톺아보기 26

“2년 전 당화혈색소는 11%였고, 최근 식후 혈당은 500mg/dL가 넘어요”
내과 진료란 ‘숫자’만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숫자를 가진 ‘사람’의 내면을 톺아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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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원 원장

대구광역시 비엠한방내과한의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방내과(순환신경내과) 전문의 이제원 원장으로부터 한의사의 내과 진료에 대해 들어본다. 이 원장은 내과학이란 질환의 내면을 탐구하는 분야이며, 한의학은 내과 진료에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한의사의 내과 진료실에서 이뤄지는 임상추론과 치료 과정을 공유해 나갈 예정이다. 


“It is far more important to know what person the disease has than what disease the person has.” (병을 아는 것보다, 그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아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는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기원전 460~370)가 남긴 말 중 하나이다. 


그는 질병을 신의 징벌이 아닌 자연의 이치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았고, 의사는 자연의 질서를 읽고 사람의 삶을 이해하는 자로 규정했다. 그에게 의학은 곧 사람을 이해하는 학문이자 예술이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년 전 당화혈색소 11%였고, 내원 전 혈당을 재었는데, 아침 공복 혈당 319mg/dL, 저녁 식사 1시간 후 혈당은 550mg/dL였습니다.” 

50대 여성 환자가 내원했다. 내원 예약을 위한 전화 통화에서 환자는 당뇨에 관한 약물을 약 2년 전 임의로 중단했고, 가끔 혈당을 재어보면 250mg/dL정도 나온다고 했다. 이에 예약 상담을 하던 의료진이 내원 전 3일 동안 아침 공복 혈당과 식후 혈당을 측정해 보라 했던 것이다. 

 

내원 당시 환자는 공복 상태였으며, 혈당은 237mg/dL로 관찰됐다. 환자의 병력을 자세히 살펴봤다. 환자가 당뇨를 처음 진단받은 것은 약 10년 전이었다. 당시에도 공복 혈당이 약 230mg/dL 정도 나왔다고 했다. 하지만 당뇨를 진단받고도 혈당 강하를 위한 화학 약물을 꾸준하게 복용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 이유는 약을 먹든 안 먹든 혈당이 조절되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무엇보다 양방 병의원에 갈 때마다 양의사가 듣기 싫은 말로 꾸중하니 서서히 의료기관을 찾지 않게 됐다고 했다. 대신 스스로 식단 관리를 통해 혈당을 조절해 보고자 했으나 잘되지 않았다. 


약 3년 전, 심한 두통으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일주일 받았다. 당시 시행한 혈액 검사에서 당화혈색소가 11%로 나와, 퇴원 후 3개월 동안 꾸준히 화학 약물을 복용했지만 역시 혈당은 조절되지 않았다. 그래서 약물을 임의로 중단했다. 그 후 지금까지 당뇨 관련 진료나 혈액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했다. 


높은 혈당 외에 환자는 잦은 방광염, 심한 갈증, 발바닥 통증과 발가락의 뻣뻣함, 땀 분비 증가 등을 호소했다. 특히 작년부터 방광염 발생 빈도가 높아졌고, 두 달 전부터는 소변에서 많은 거품이 관찰된다고 했다.   


환자의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당뇨가 있었고, 형제•자매 5명 중 3명이 당뇨를 앓고 있었다. 특히 아버지는 당뇨병성 신병증으로 투석까지 받았다고 했다. 


환자의 정확한 상태를 평가하기 위해 정맥천자를 통한 채혈로 진단의학적 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공복혈당 240mg/dL, 당화혈색소 12.4%로 관찰됐다. 특히, 췌장 베타세포 기능(HOMA2-%B)은 정상인의 20.8%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됐다(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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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2형 당뇨 환자 치료 과정의 진단의학적 검사 결과

 


경구용 약물로 혈당 조절이 되지 않았다면 인슐린 치료를 추천받은 적은 없는지 물었다. 환자는 추천받았지만, 인슐린 주사를 맞기 싫었다고 했다. 또 혈당 강하를 위한 화학 약물 복용으로 인해 도리어 췌장이 망가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로 인해 더 화학 약물을 멀리한 점도 있다고 했다.   


결국, 당뇨 합병증으로 투석받아야 했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 인슐린 거부감과 화학 약물에 대한 공포 등이 환자에게 강한 가치로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환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치료 계획을 수립했다. 


消渴 중에서도 열이 中焦에 쌓이는 消中 또는 中消로 진단하였으며, 처방은 辨證에 따라 『東醫寶鑑』에 수록된 加減白虎湯을 기반으로 하여 구성했다. 이와 함께 개별화된 맞춤 식단을 처방하였으며, 생활 습관에 대한 교정과 관리 등을 모두 포괄하는 환자 중심 치료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환자의 선호도를 최대한 고려하고, 환자가 적극적으로 임상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꾸중'이 아닌 '존중’, ‘약물 중심’이 아닌 ‘환자 중심’ 치료를 시행하자 환자의 건강은 눈에 띄게 안정되기 시작했다. 300mg/dL가 넘었던 일평균 혈당이 치료 29일 후 153mg/dL로 회복되었고, 164일 후에는 102mg/dL로 거의 정상이 되었다(그림1). 12.4%에 달하던 당화혈색소는 치료 4주 후 10.5%로 급격하게 감소했으며, 174일 후에는 6.8%로 크게 회복됐다(그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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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2형 당뇨 환자 치료 과정의 연속혈당측정검사(continuous glucose monitoring, CGM)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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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2형 당뇨 환자 치료 과정의 당화혈색소(Hb A1c) 변화

 

정상인의 20.8%에 불과했던 췌장 베타세포 기능 역시 약 60% 내외로 3배가량 회복됐다(표1). 이와 함께 방광염과 소변의 거품, 심한 갈증, 발바닥 통증 및 발가락 뻣뻣함, 땀 분비 증가 등 증상도 모두 개선됐다.


미국당뇨병학회(ADA)는 당뇨 치료를 위한 표준 지침에서 "당뇨 치료는 환자 중심(Person-centered care)이어야 하며, 환자 중심 치료란 개인의 선호도, 요구, 가치를 존중하고 이에 반응하며, 환자의 가치가 모든 임상 결정을 이끌도록 보장하는 것이다.”라고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다. 


이 지침이 말하는 환자 중심 치료는 히포크라테스가 강조한 ‘병보다 병을 앓는 사람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는 가르침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는 질병이나 숫자에 매몰되지 말고, 병을 가진 환자의 내면을 꿰뚫어 보라는 의미인 것이다. 


내과 진료란 '숫자’만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숫자를 가진 '사람'의 내면을 톺아보는 것이며, 한의사의 내과 진료는 항상 환자의 내면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것이 한의학이 가진 본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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