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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9월 26일 (토)

부하라의 하늘 아래, 다시 이어진 의학의 마음

부하라의 하늘 아래, 다시 이어진 의학의 마음

KOMSTA 제180차 우즈베키스탄 의료봉사를 다녀와서<3>
최홍욱 군의관(육군 제12보병사단 의무대대)

우즈벡 부하라 기고문 최홍욱1.JPG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콤스타 해외의료봉사단에 참여하게 됐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작년의 긴장감을 뒤로하고, 이번에는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출발했다.

목적지는 천재 의학자 이븐 시나(Avicenna)의 고향이자, 실크로드의 요충지였던 우즈베키스탄 부하라(Bukhara). 천 년 전, 그는 몸과 마음의 조화를 이야기했고, 오늘날 한의학도 그 길 위에 서 있다.

서로 다른 언어와 시대를 살았지만, 같은 하늘 아래에서 사람을 낫게 하려는 마음은 다르지 않았다. 그 마음을 품고, 나는 다시 진료의 현장으로 향했다.


우즈벡 부하라 기고문 최홍욱2.jpg

 

역사와 예술이 공존하는 도시, 부하라

 

아름다운 도시 부하라. 푸른 타일로 빛나는 건축물들은 생동감이 넘쳤고, 고요한 새벽의 풍경에서부터 석양의 붉은 빛, 그리고 찬란한 야경까지 시간대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그 속을 걸으며, 문득 “이곳이 바로 의학의 원류가 태동한 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적으로 한의학이 ‘동양의 의학’이라면, 이곳은 ‘서양 의학의 동쪽 기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공간에서의 봉사는 마치 수천 년 전 의사들이 이어온 전통의 맥을 다시금 잇는 느낌이었다.

 

같은 하늘 아래의 진료 현장

 

진료는 부하라 근교의 아부 알리 이븐 시나 대학병원 내 진료소에서 진행됐다. 조금 낡았지만 정갈하게 정리된 진료실에서 하루 평균 50명가량의 환자를 만났다. 허리·무릎 통증 등 근골격계 환자가 많았고, 반복된 노동으로 손목이 굳은 분들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통역 봉사자를 통해 소통했지만, 가끔은 손짓과 표정으로도 때로는 미소로도 마음을 주고받았다. 흥미롭게도 우즈베키스탄의 전통의학에서도 부항을 자주 사용한다고 했다.

환자들은 부항 자국을 낯설어하지 않았고 “한국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치료를 하나요?”라며 되레 묻곤 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방법은 달라도 결국 의학의 목표는 하나-고통을 덜어주고, 삶의 균형을 되찾는 일이다. 이곳 부하라의 하늘 아래에서도 한의학의 정신은 결코 낯설지 않았다.

 

함께한 사람들, 이어진 마음들

 

이번 봉사에서는 진료원장-일반단원-통역봉사자가 한 팀이 돼 진료를 이어갔다. 서로 다른 언어와 배경의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환자를 위해 손을 맞잡았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특히 함께한 원장님들은 모두 오랜 임상 경험을 지닌 분들이었다. 환자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태도, 침을 잡는 손끝의 침착함 그리고 “사람을 먼저 본다”는 자세가 모든 순간에 배어 있었다.

진료 중 현지 의료진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들도 “의사는 결국 환자의 마음을 돌보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마음으로 환자를 마주한다는 것, 그것이 이번 부하라 봉사에서 가장 깊이 남은 장면이었다.

 

봉사를 마치며, 다시 일상 속으로

 

귀국 후 군 병원으로 돌아오자, 낯익은 진료실 풍경이 다시 펼쳐졌다. 군복을 입었을 뿐, 피로와 통증을 안고 찾아오는 모습은 부하라에서 만난 환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곳에서 배운 마음이 손끝에 남았다. 짧은 진료 속에서도 눈을 맞추고, 증상 너머의 하루를 떠올리려 한다.

결국 의학은 장소가 아니라 사람에게 있다. 부하라의 하늘 아래서 느꼈던 그 마음으로, 오늘도 진료실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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