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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3월 30일 (월)

“과학적 근거로 펼쳐지는 한의학”

“과학적 근거로 펼쳐지는 한의학”

내게 한의학이란?
한의혜민대상 장학생

황재현.jpg

황재현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본4


예과: 너무나도 난해하고 어려운 한의학

 

힘든 수능을 치고 한의과대학에 입학한 후 예과 때 ‘맹자’, ‘한의학개론’ 등을 듣게 됐다. 한의학 고전 위주의 커리큘럼 때문인지 한의학이 많이 낯설고 난해했다.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에 익숙했던 나에게 전혀 들어보지도 못하고, 만나보지도 못한 한의학적 사상과 동양적 생각을 접하면서 과연 한의학이 나에게 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까지도 갖게 됐다. 

 

심지어 예과과정을 거치고 있던 나에게 이런 정도인데, 한의학과는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에게는 한의학이 더더욱 난해하고 접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문인지 친구들이 나에게 한의학이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이냐고 항상 물어왔다. 그럴 때마다 나는 과학적 근거의 유무는 모르고, 임상적인 효과는 있다라는 식으로만 대답을 해왔다. 하지만 나 스스로도 한의학에 대한 근거를 몰랐으며 따라서 확신이 없었기에, 이런 식으로 밖에 대답할 수밖에 없는 점이 항상 부끄러웠다. 내가 한의학에 대해 자신감 있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기에, 나도 모르게 남들에게 내가 한의대생이라고 당당히 말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러한 경험으로 예과 시절에는 늘 한의학에 대한 학문적 근거, 즉 과학적·통계적 근거가 환자들과 일반사람들을 설득하기에는 필수불가결하다고 생각했다. 꼭 누군가가 한의학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연구결과들을 밝혀내주기를 고대했었다.


본과: 과학적 근거를 찾아서

 

그렇게 한의학의 과학적 근거에 목말라 있던 나는 본과 1학년 교육과정 중, 지금의 지도교수님인 손창규 교수님의 ‘근거중심의학’이라는 선택과목을 듣게 됐다. 교수님께서는 예과 2학년 ‘면역학’ 수업에서도 항상 한의학의 근거중심, 과학적 근거를 강조하셨고 그에 맞는 성과와 업적을 갖춘 분이셨다. 마침 수업을 하시면서, 교수님께서 학부생 신분으로 SCI급 논문을 쓸 수 있게 하는 ‘섬머스튜던트 프로그램’에 참여할 학생을 모집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때마침 예과 때부터 한의학의 과학적 근거에 의문을 갖고 있는 나에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섬머스튜던트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됐다.

 

이렇게 학기 중에는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고, 방학 때는 논문 작성을 하는 생활을 하게 됐다. 하지만,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연구 주제를 잡는 것부터 데이터 추출 방식까지 모든 것이 처음이면서 너무나도 엄격하고 섬세한 작업이었다. 그렇게 논문을 작성하면서 교수님한테도 많이 혼났으며, 항상 내가 세워놨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았다. 그래서 예상했던 시간보다 더 훨씬 기간이 길어졌으며, 도중에 포기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항상 예과시절 때부터 품어왔던 의문을 풀 수 있는 것이 지금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게 됐다. 그렇게 묵묵히 논문을 쓰고 또 그것을 고치는 패턴을 계속해서 한 결과, 드디어 본과 4학년 때 나의 논문을 유수의 SCI급 저널에 투고했고 최종적으로 게재됨으로써, 나의 3년 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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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의 과학화란?

 

내가 3년 동안 논문을 작성하면서 느낀 점은 지금까지는 관념적으로만 느꼈던 ‘한의학의 과학화’의 의미를 깨닫고, 그러한 과업에 내 자신이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교수님께서는 연구뿐만 아니라 수업도 하시는데, 수업 시간에 한약과 침 치료의 효과를 단지 한의학적 논리와 기전뿐만 아니라 SR, RCT 등 논문과 과학적 연구를 통해 설명하시는 것이였다. 그렇게 설명하는 것이 기존의 설명방식보다 훨씬 더 와닿았다는 것을 느꼈는데, 환자들에게도 한의학을 이렇게 설명하는 것이 훨씬 더 설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나 자신부터가 한의학에 대해 자신감과 근거가 없었기에, 남을 설득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한의학에 대한 과학적 논문들이 쌓이게 되면 한의사들도 한의학에 대해 자신감과 근거를 가지게 될 것이며, 지금보다도 더더욱 환자들을 설득할 수 있고 한의학의 신비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내가 방학 때 한 논문 작업처럼, 비록 논문 각각의 영향력은 작겠지만 각각의 논문들이 쌓이게 되면 결국에는 환자들을 양방의학 못지 않게, 자신감 있게,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 ‘한의학의 과학화’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지금 이 시간에도 ‘한의학의 과학화’라는 과제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연구자분들, 교수님들에게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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