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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04일 (일)

천오 복용 심정지 사건에 대한 소회

천오 복용 심정지 사건에 대한 소회

한의사 처방없는 한약 오남용 위험
일반인들이 독성 한약재 구매할 수 없도록 정부가 나서야

기고문1.jpg


최현명

경희영창한의원장

(한의학박사)


일요일 아침 느긋하게 일어나 모닝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절친한 응급의학과 의사에게 다급한 연락이 왔다. 환자가 심정지 상태로 실려 왔는데, 어떤 약재를 술로 담가먹고 나서 그랬다는 것이었다.

 

약재를 적은 메모 사진을 보니 천오(川烏)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부자(附子)는 미나리아재비과 식물인 오두의 뿌리인데, 이 오두는 엄마 뿌리(母根)가 있고, 엄마 뿌리에서 뻗어나 자라는 아들 뿌리(子根)가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부자라는 약재는 아들 뿌리이고, 천오(川烏)는 엄마 뿌리다. 약성과 독성 모두 엄마 뿌리인 천오가 훨씬 강하다.

 

천오의 성분 중 약효를 냄과 동시에 부작용을 발휘하는 성분은 아코니틴(aconitine)이다. 부자나 천오에 들어있는 아코니틴은 강력한 소염작용과 함께 진통작용을 하기 때문에 오래된 관절염이나 신경통증에 사용한다.

하지만 아코니틴은 소량만 복용해도 혀가 마비되고 심장박동을 불규칙하게 한다. 또한 중추신경계를 마비시키고 호흡곤란, 실신,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특히 아코니틴은 술과 함께 복용하면 중독 증상이 더 쉽게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부자, 천오 등을 술로 담가서 복용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하지만 근대 약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파라셀수스가 ‘모든 약은 독이다’라고 한 말은 다시 말해 모든 독은 약으로 쓸 수 있다는 말과 같다. 특히 이 말은 아코니틴이 함유된 부자나 초오 등에 완벽히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는데, 아코니틴이 독성을 나타내는 대표적 물질이면서 치료물질이기 때문이다.

 

기고문2.jpg

 

다행히 이 환자는 원인 물질을 빨리 찾을 수 있어서 심정지 상태에서 소생했고, 다시는 한의사 처방없는 한약을 오남용하지 않기로 맹세했다고 한다.

문대원 등이 복치의학회지(現 대한상한금궤의학회지)에 2010년 투고한 ‘수치에 의한 부자류 식물의 아코니틴 함량의 변화에 대한 연구’와 조선대학교 윤종웅 등의 연구에 따르면 초오, 천오, 부자의 독성은 법제를 거치고 나면 줄어든다. 

 

법제를 여러 번 거치게 되면 독성을 상당량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아코니틴의 강한 작용을 기대한다면 법제를 1~2회 거쳐서 사용해야 하고, 더욱 안전한 사용을 위해서라면 4~5회 법제를 거쳐서 사용해야 한다. 신농본초경에서 독성 약재를 사용할 때 처음에는 좁쌀만큼의 용량을 사용했다가 이상이 없으면 점차 용량을 늘려서 사용하고, 증상이 다 나으면 복용을 즉시 중지하라고 기재돼 있는 대목은 지금도 참고할 만하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 아쉬운 점은 환자가 시장에서 천오를 손쉽게 구해서 술을 담가 먹었다는 것이다. 

 

필자가 식약처에서 잠시 근무할 적에 중독우려 한약재에 관한 홍보물을 제작해서 일선에 배포한 작업을 도운 일이 있었다. 그러나 십 년이 넘게 시간이 흐른 지금도 일반인이 독성 한약재를 너무나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는 더 이상의 약화사고를 막기 위해 독성 한약재를 일반인이 구할 수 없게 해야 하고, 독성 한약재는 반드시 한의사의 엄중한 관리 하에 처방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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