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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2월 12일 (목)

고전에서 느껴보는 醫藥文化 - 33

고전에서 느껴보는 醫藥文化 - 33

의사(醫師)의 마음이 곧 불심(佛心), 허송암과 사대성형론

안상우 박사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올해도 역시 가두에서 연등행렬을 지켜보긴 어려울 듯하다. 그 옛날 삼국시대에 불법도 서쪽으로부터 동국에 전해졌고 마마나 홍진 역시 서쪽의 중국으로부터 전염되었기에 서신(西神)이라 불리기도 하였다. 

이번에 도래한 서신은 그 어느 때보다 혹심하여 시방세계가 온통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달포 전에 우연히 들린 덕유산 자락 산속 암자에는 아예 신도들의 발걸음이 끊겨 폐사와 다름없어 보일 정도였다. 어김없이 다가온 석탄일, 잠시나마 부처님의 광대무변한 자비심을 느껴보고 싶은 심정이나 냉혹한 방역실정은 마냥 집밖으로 나서는 걸 주저하게 만드는 실정이다.  


허송암 원장, 숨은 명의들의 비전 경험방 수집

그래서 연전에 구해 둔 채 내박쳐 둔 자료 가운데 근현대 한의학인물로 재가불자회 회장을 역임한 허송암(許松菴) 선생의 유사(遺事) 몇 가지를 전하며, 답답함이나 달래고자 한다. 

그에 대한 행적은 몇 권의 저작물 이외에는 자세히 전해지지 않는다. 다만 허송암은 말년에 이르기까지 은평구 미아리 소재 허송암한의원을 운영하면서 한의계 활동에도 열심이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수많은 처세훈과 양생명을 남겼는데, 이러한 행적은 평소 불제자로서 진료에 임하는 자세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일찍이 의우들과 함께 한방연구를 위해 월례회와 친목단체인 행림계를 조직하여 활약하였다. 이를 모태로 1958년 전국한방의학종합연구회를 결성하여 동료한의사들과 함께 『(한방경험)학낭(鶴囊)』이라는 임상경험집을 펴내고 민간에 흩어져 있는 숨은 명의들의 비전 경험방을 수집하는데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또한 1969년에는 임홍근(林弘根, 1926~1969)이 펴낸 한의학술잡지 『홍익의등(弘益醫燈)』에 허송암이 찬사를 쓰고 축시도 실어 지역한의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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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막염, 경기, 위장병 치료에 뛰어났다

한편 신문연재 역대명의의안(313호, 2018.04.21.일자)에는 허송암이 위궤양 환자를 치료한 의안이 실려 있다. 위궤양과 위산과다로 인한 위통증에 백복령, 백편두, 황기, 인삼 등을 주재로 보중익기탕을 변형한 백렴탕(白蘞湯)을 투약하여 탁효를 거둔 실제 경험의안인데, 위병을 비롯한 내과질환에 특기가 있었음을 전하고 있다(『한의사치험보감』, 치험보감편찬부, 한국서원, 1975.).

김남일의 안어(按語)에 따르면, 허송암은 일제 강점기에 동경물리학교에서 공부한 후 전라남도 방역과에 근무하면서 출산 후유증으로 다리를 못 쓰는 어떤 부인을 양방에서 전혀 치료하지 못하는 것을 한약 3일분으로 치료해내는 것을 보고 감명 받아 한의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일제 시기 그는 백규환(白奎桓) 선생에게 『동의보감』과 『의학입문』을 지도받았으며, 광복이후 침구사로 활동하다가 한의사제도가 시행되자 한의사검정고시에 합격하여 한의사가 되었다. 허송암은 뇌막염, 경기, 위장병 등에 뛰어났다고 전한다. 

 마침 오래 된 <불교계> 잡지에 허송암 선생이 기고한 시 한편을 찾았기에 여기 옮겨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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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을 알고자 하는 마음이 곧 부처의 마음

젊은 시절 한때 승적(僧籍)에 올랐다가 환속한 고은의 연작시 『만인보(萬人譜)』 안에는 불교적 생멸관이 단적으로 담겨져 있는 담시가 한편 들어 있어 한번 읽고 되새겨볼만 하다. 시인의 고향에 살아계신 종조부는 노년에 풍기가 들어 머리를 도리질하고 다닌다. 대소가 식구들이 모두 피해 다니는 신세가 되고 보니 우물가에 가서 수면에 비친 자신의 형상과 자문자답해야하는 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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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내경편 첫머리에 실려 있는 ‘사대성형(四大成形)’조에서 불경을 인용하여 “釋氏論, 曰地水火風, 和合成形”했다고 한 명제가 시골구석 촌노의 병든 육신에 그대로 현현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불교의학서 『간이방』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로 의사와 불심을 비유하였다. “의약은 훌륭하고 정교한 방편이 되나니, 차별 없이 모든 인간을 구해야 한다. 그런 즉, 의약을 알고자 하는 마음이 곧 부처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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