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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 18일 (토)

한의사의 역할과 사명 上

한의사의 역할과 사명 上

醫師十六萬養兵說(의사16만양병설)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등에서 의료기기 인허가, 품질향상 및 사후관리 등에 관한 강의와 교육 설계에 나서고 있는 임수섭 교수에게 한의사의 역할과 사명에 대한 의견을 싣는다.  


임수섭.jpg


임수섭 교수

여주대학교 의료재활과학과 


 대한민국을 이끌었던 각각의 시대의 화두가 있었다. 자유민주주의, 산업화, 민주화, 세계화, 정보 및 문화 강국 그리고 탈권위와 수평 문화까지. 그간 그 화두가 던진 쉽지 않은 목표를 우리나라는 장하게도 차례대로 이뤄냈다. 그 결과, 마침내 우리나라는 세계로부터 각광 받는 선진국가가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의 사명은 무엇일까?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진입,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통일, 환경 및 기후 문제 해결, 주거 및 교육 문제 해결, 빈부격차 완화와 최소 경제적 안전망 확보, 공정 사회 구현, 인구 절벽 해소 그리고 AI와 로봇 시대에 대한 대비 등이 있겠지만, 당분간만큼은 코로나 시대의 극복보다 더 중요한 사안을 찾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이와 관련해서 필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가 공교롭게도 조선 시대 유학자 이이 즉, 이율곡이다. 우리나라 오천원 권 지폐 도안의 인물이자, 불과 23세 때 성리학에서 조선의 이기일원론을 확립한 인물로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천재 중 한 명이었다. 한자로 된 책을 읽을 때 10줄을 한 번에 읽는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였고, 과거시험에서 장원만 9번을 함으로써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이라는 유일무이한 별칭을 받음으로써 조선 500년 역사를 통틀어 최고의 천재로 불렸다. 이는 요즘으로 비유하면 사시, 외시, 행시 고등 고시의 1차, 2차, 3차 시험을 모두 수석으로 합격한 셈이라 볼 수 있다. 


‘십만양병설’서 코로나 방역에 투입된 의료진 떠올리다

그러나 이런 놀라운 업적과 능력보다도 더 우리나라 사람들의 뇌리에 가장 깊게 각인된 것은 다름 아닌 ‘십만양병설’이 아닐까 싶다. 그 내용인즉슨 “국가의 기세가 부진한 것이 극에 달했으니 10년이 지나지 않아서 마땅히 땅이 붕괴하는 화가 있을 것이므로, 미리 10만의 군사를 양성하여 도성에 2만, 각 도에 1만씩을 두어 군사들에게 호세(戶稅)를 면해 주고 무예를 단련케 하고, 6개월에 나누어 번갈아 도성을 수비하다가 변란이 있을 때는 10만을 합하여 지키게 하는 완급의 대비를 해야 한다”라고 선조에게 주청한 것이다. 

그런데 이 ‘십만양병설’은 ‘선조실록’은 물론이고 이이의 문집에서 발견되지 않고 ‘선조수정실록’이나 김장생이 이이 사후에 엮은 행장의 기록 등에만 기록되어 있어, 진위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조, 형조, 병조판서의 관직을 두루 거친 이이가 사망 한 해전인 1583년 2월에 시무(時務) 6조를 올렸는데, 현명하고 능력 있는 자를 등용할 것, 군민(軍民)을 양성할 것, 재용(財用)을 충족할 것, 번방(藩邦)을 굳건히 할 것, 전마(戰馬)를 준비할 것, 교화를 밝힐 것처럼 그가 간언한 사안들이 하나같이 나라 안위 즉, 국방에 관한 같은 맥락임을 감안하면, 그가 십만양병설을 주창한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라 볼 수 있다. 

 그런데 필자가 때 아니게 이 십만양병설을 떠올린 것은 작금의 코로나 전선에서 헌신적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 그중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의사 때문이었고, 보다 명확하게 말하자면 그들의 역량과 적정 수의 확보에 대한 것이었다.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재난 혹은 대적(大敵)을 효과적으로 격퇴하는 것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와 사회 안전을 유지하고 국가의 존망과 흥망을 결정지을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의사의 수가 충분해야 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적정 의사수 의견 대립하는데…한의계 선택은?

 하지만 적정 의사 수에 대한 의견은 극명하게 둘로 대립 된다. “우리나라 의사 수는 13만 명 수준이지만 현재 활동하는 의사 수는 10만 명 정도로, OECD 평균 16만 명과 단순비교해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고, 지역별로 봐도 서울은 인구 1천 명당 의사 수가 3.1명인데 비해 경북은 1.4명, 충남은 1.5명 등으로 서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므로 지역 편차가 크고 지역의 의사 수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며, 인기 진료과목 쏠림 현상에 따른 필수 진료과목 인력 부족 현상의 결과로 우리나라 전문의 10만 명 중 감염내과 전문의는 277명, 소아외과 전문의는 50명밖에 되지 않는다”라는 것이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의견이자, 현재 정부가 주장하는 논리이다. 

반면, WHO(World Health Organization, 세계보건기구)의 ‘2015년 과잉 공급’ 전망과 우리나라 국책 연구기관에 의한 ‘2020년 의사 인력’의 공급 과잉 예측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우리나라 의사가 주요 선진국 의사보다 업무량이 30% 이상 과중하고, 의료접근성을 포함하여 국내 환자 1인당 수진 횟수, 병상 이용일 등이 세계 1위인 OECD 평균의 2.6배에 이르기 때문에 의사가 부족한 것이 문제이기보다는 낮은 의료수가, 개인 투자와 노력을 도외시한 의사에 대한 의료 공공재 개념 적용, 의료비 증가 억제를 위해 의사의 희생 강요와 시장 경제를 왜곡시키는 게 더 큰 문제라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이러한 상황을 우리 한의사는 어떤 관점에 바라봐야 하고, 이 시점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다음 편에서 이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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