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한의사의 체외충격파 치료기 활용이 ‘문제없다’는 대검찰청 결정에도 불구하고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여전히 반대한다는 철지난 입장을 되풀이했다.
지난 2일 의협은 KMA POLICY 특별위원회를 통해 “결론적으로 의료행위와 한방 의료행위의 판단 기준은 이원적 의료체계의 입법목적, 당해 의료행위에 관련된 법령의 규정 및 취지, 당해 의료행위의 기초가 되는 학문적 원리, 당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교육과정이나 전문성 등을 근거로 판단해야 하며 그와 같은 기준은 의료기기의 사용 허용에도 동일하다”는 기존 입장만을 반복했다.
이어 “한의사들의 의과 의료기기 사용은 면허 이외의 무면허 의료행위이며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기 때문에 보다 확고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들의 “의과 의료기기”, “무면허”, “국민 건강권 위협” 등의 주장은 2020년 사법부의 판단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지난달 9일 대검찰청은 의협이 진료에 체외충격파치료기를 사용한 한의사를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해 최종적으로 ‘혐의 없음’ 결정을 내린바 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이미 보건복지부의 질의 회신을 통해 △한의분야에도 기계적 진동을 활용한 한방물리요법이 존재하고, 한의사의 체외충격파치료기 사용만으로 심각한 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지 않은 점 △한의사가 체외충격파치료기를 이용하였다 하더라도, 한의분야의 학문적 원리와 목적, 방식에 따라 의료행위가 이뤄졌다면 일괄적으로 의료법 제27조1항(~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한의사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즉, 관할 부서인 복지부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내용을 중앙지검이 인정했는데도 의협은 이에 불복해 항고를 했고 고등검찰청, 대검찰청까지 무리한 항고를 이어갔지만 끝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이 불법이거나 무면허라는 결정을 받아내지 못한 것이다.
한마디로 한의사는 무조건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양의계의 독선적인 태도는 최근 법원과 검찰의 판결과 결정에 의해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의협의 떼쓰기가 거부당한 사례는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8월에도 서울고등법원은 뇌파계를 사용했다고 고발당한 한의사에 대해 “의료기기의 용도나 작동원리가 한의학적 원리와 접목돼 있는 경우 등 한의학의 범위 내에 있는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이를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며 복지부에 행정처분(면허정지)을 취소할 것을 선고했다.
지난해 8월에는 CO₂ 레이저 조사기를 이용해 여드름 질환을 치료했다는 이유로 고발된 한의사에 대해 대구지방검찰청이 “레이저는 한·양방 공히 사용되던 것으로 이원적 입법체계 위반으로 보기 어렵고, 한의학과 레이저치료에 관련된 연구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해당 기기는 피부과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기기로 한의학에서도 한방피부과 영역이 의료법상 독자적 영역으로 인정되고 있고, 피부질환과 이의 치료에 대한 교육이 시행되고 있다”며 무혐의 결정을 내린바 있다.
의협의 무리한 항고로 한의사의 의료기기 활용이 “합법”이라는 결정이 축적됨에 따라 포터블 X-ray 등의 활용을 선포한 한의계는 올해가 의료기기의 실질적 사용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의계 관계자는 “현대 과학의 산물인 의료기기가 의사의 전유물이라는 의협의 주장은 폐쇄적이고 구시대적이며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며 “의협은 하루빨리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의료인의 책무를 완수하기 위한 여정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