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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7일 (목)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 (37)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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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교수(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東醫寶鑑』 雜病篇, 辨證門에는 【寒熱傷形氣】라는 제목의 글이 보인다. 이 글이 들어있는 雜病篇 권1은 天地運氣, 審病, 辨證, 診脈, 用藥, 吐, 汗, 下의 門의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內景篇, 外形篇에 이어서 질병을 아이템으로 하는 잡병편을 설정하면서 진단과 치료의 대원칙이 되는 내용들을 앞머리에 둔 것이다.



天地運氣란 공간과 시간 즉 인간을 둘러싼 환경과 자연의 변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자연과 인간의 밀접한 관련 속에서 질병이 발생한다는 것을 표하기 위함이다. 審病門은 질병을 외형적으로 진단하는 방법을 기술한 것으로서 주로 望診과 관련된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이어진 辨證門에서는 겉으로 드러난 증상을 기준에 따라 변별하여 원인을 찾아내는 문제를 다룬다. 여기에서 중요하게 거명되는 것이 陰陽, 虛實, 內外, 四時, 肥瘦, 勇怯, 臟腑, 脈病, 飮食 등이다.



辨證門의 【寒熱傷形氣】라는 제목의 글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內經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寒은 形을 손상시키고 熱은 氣를 손상시킨다. 氣가 傷하면 아프고 形이 傷하면 부어오른다. 그러므로 먼저 아프고 나중에 부어오르는 것은 氣가 形을 손상시킨 것이고, 먼저 부어오르고 나중에 아픈 것은 形이 氣를 손상시킨 것이다. 주석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氣가 傷하면 熱이 肉分에 뭉치기 때문에 아프고, 形이 傷하면 寒이 皮 를 치므로 부어오른다. ○ 喜怒는 氣를 손상시고, 寒暑는 形을 손상시킨다.<內經>”



이 글은 【五實五虛】, 【陰陽生病】, 【陰陽虛盛】, 【內傷精神】의 다음에 나오는 것으로서 이 門의 제목처럼 審病 즉 병을 살피는 원칙을 虛實에 대한 감별(【五實五虛】), 병의 원인이 陽(즉 風寒暑濕燥火 등 외감)인지 陰(五臟)인지의 판별(【陰陽生病】), 陰陽의 虛實에 따른 증상의 기전(【陰陽虛盛】), 감정에 따른 정신의 손상(【內傷精神】) 등의 내용으로 이어진다. 계속해서 나온 【寒熱傷形氣】은 앞의 논리와 연결된다. 『東醫寶鑑』의 우수성이 체계의 논리적 연결성에 있다는 점이 이 대목에서 분명해진다.



“寒은 形을 손상시키고 熱은 氣를 손상시킨다. 氣가 傷하면 아프고 形이 傷하면 부어오른다”는 것은 形과 氣가 병들게 되는 원인과 증상을 말한 것이다. 形은 寒 때문에 손상되며 그 증상은 부어오르는 증상(腫)이고, 氣는 熱 때문에 손상되며 그 증상은 아픈 것이다. 이 문장은 『黃帝內經·素問』 陰陽應象大論에 나오며 形氣의 손상에 대한 전거로 사용된다.



그런데, 이 문장과 관련해서 한가지 모순된 면이 보인다. 雜病篇 濕門에 나오는 【濕多身痛暑無身痛】의 내용과 논리적으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濕門의 【濕多身痛暑無身痛】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暑病은 身痛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 무릇 氣는 손상되었지만 形은 손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濕病은 身痛이 있는 경우가 많으니, 中濕에는 身痛으로 몸을 돌리기 어렵고, 風濕으로 아픈 것은 온몸이 다 아프다. ○ 땅의 濕氣에 감하면 사람의 皮肉筋脈에 害를 끼친다. 무릇 濕은 形을 손상시키니, 形이 손상되었기에 아프다. ○ 濕이 關節로 흘러가면 온몸이 다 아프다. ○ 風과 濕이 서로 다투면 骨節이 답답하면서 우리하다. 濕이 있으면 關節이 제대로 소통되지 않아서 아프게 되니, 당기면서 굽혔다 폈다 하지 못하는 것은 風 때문이다.<活人>”



辨證門의 【寒熱傷形氣】에서는 “寒傷形, 熱傷氣, 氣傷痛, 形傷腫”이라고 하였는데, 여기에서는 “濕傷形, 形傷故痛”이라고 하여 통증의 원인을 앞에서는 “氣傷痛”, 여기에서는 “形傷故痛”이라고 하여 形과 氣의 病因에 구별이 없어져 버렸다. 이것은 『東醫寶鑑』이라는 의서의 모순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기초가 되는 이론체계에 있어서 일관성이 결여된다면 연계된 치료법의 효과에 있어서도 정확성을 기필하기 어렵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본인은 이 문제에 대해서 풀이를 위한 하나의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것은 ‘內外傷 모델’이다. ‘內外傷 모델’이란 “內傷과 外感의 구별로 구분하는 이론 모델”이다. 본인은 이 이론적 틀로 辨證門의 【寒熱傷形氣】은 ‘內傷七情’의 유형으로 濕門의 【濕多身痛暑無身痛】은 ‘外感氣虛’의 유형으로 구분된다고 본다.



이러한 까닭은 辨證門의 【寒熱傷形氣】가 위치하는 곳이 【五實五虛】, 【陰陽生病】, 【陰陽虛盛】, 【內傷精神】의 다음이며, 그 문장 안에서 끝 부분에 “喜怒는 氣를 손상시고, 寒暑는 形을 손상시킨다”라는 문장으로 마무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濕門의 【濕多身痛暑無身痛】은 순전히 외감성 暑濕을 위주로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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