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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9일 (토)

이광현 한의사(한의신문 명예기자)

이광현 한의사(한의신문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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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한의학 旅行 1



난 지금 카타르 도하에 있다. 싼 표를 구한 죄로 12시간 비행기를 타고도 이곳에서 6시간 대기한 후 3시간을 더 날아가야 여행의 첫 목적지인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하게 된다. 아랍어 방송을 음악 삼아 들으며 게이트 앞에서 이것저것 끄적여 보는 이 시간. 오만가지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교차한다.



공중보건의사 복무를 미루면서 거창한 여행 프로젝트를 계획했었다. 세계 속의 대체의학과 한의학의 미래를 보고 오겠노라고. 대체의학 센터를 방문하고 중요 인물들을 인터뷰하는 등 생각만 해도 끔직했다. 하지만 하나하나 실제적으로 계획을 더해갈 때마다 내 가슴은 답답해져갔다. 마치 숙제가 늘어나는 느낌이랄까? 이래서는 여행이 괴로울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군 복무를 미루면서까지 일탈을 하는 만큼 모양이 좋은 ‘업적’ 하나는 남겨야 하지 않겠냐는 마음이 부담감과 스트레스로 다가온 모양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복무 연기를 결심했을 때 나는 공중보건의사를 하는 동안 숙성시킬 수 있는 실마리를 구하고 싶었다. 이는 내 인생 전체의 밑거름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의학 지식도 얕고, 그럴듯한 명함하나 없는 이 상황에서 대체의학센터를 잠시 견학한다고 해서 무엇을 얻겠는가? 이는 도움이 되지도 않고 하기 싫은 숙제를 그저 ‘자랑’하기 위해 억지로 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초보 한의사이자 인생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방황하는 젊은 영혼으로서, 이 자리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했다. 이번에 나는 중동지역, 유럽, 인도, 그리고 동남아 지역을 11개월 동안 여행하게 된다. 이 기간 동안 나는 많은 사람들, 다양한 생각들과 만나고 싶다. 이들은 현지인이 될 수도, 같은 여행자가 될 수도 있으며, 권위 있는 사람일 수도, 길거리 노점상이 될 수도 있다.



이들이 각자 문화 속에서 ‘아픔’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더 나아가 어떻게 치료받고 치유하고 있는지 듣고 싶다. 세계 3대 전통의학 중 동북아 의학과 함께 2개의 축을 이루고 있는 이슬람 유나니 의학과 인도 아유르베다. 학술적인 내용은 인터넷에 더 잘 실려 있을 것이다. 나는 그보다 그 문화 속의 사람들은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궁금하다. 유럽 사람들은 동양의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기대된다.



앞으로 1년 가까운 세월동안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이런 대사 뒤에는 ‘정말 설렌다’ 같은 말이 이어져야 부드럽겠지만 사실 지금은 조금 두렵다. 홀로 여행이란 것 자체가 낯선 곳에서 모든 것을 자기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고, 어디 하나 안전한 곳이 없기에 항상 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11개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오사카에서 도하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잠결에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는 광고를 꿈으로 꾸기도 했을 정도이다. 하지만 이런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 자체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안일했던 6년간의 한의대 생활 끝에 남은 건 빈약해진 도전정신뿐 이었기 때문이다.



글을 쓰다 고개를 들어보니, 처음에는 그렇게 낯설게 느껴졌던 도하공항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주변에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남미 여행자들의 말소리가 정겹다. 표지판의 아랍 글자의 꼬불거림도 뭔가 달리 보인다. 아직 초반이지만 여행이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열어주기도 하는구나’라고 성급하게 판단을 내려본다.



인생은 길다. 고작 이 1년 동안 많은 것을 얻고자 하지는 않는다. 다만 좀 더 적극적이고 유쾌하며 유연한 내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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