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축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인사로 서투른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축하받을 일을 많이 하자는 희망찬 화두를 보냈다. 돌이켜 보면 한의사가 된 다음에 축하받을 일을 해왔는지 반문하고 싶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우리 한의사는 축하받을 일보다는 위로받을 일들이 많았다. 물론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기축년 한해는 음침하고 고집스럽게 몰아세우는 막바지 벼랑 끝을 경험해야 할 한해가 되기 때문이다. 과거의 어려움은 단순한 시작에 불과했으나 올해의 어려움은 뼈를 깍는 어려움이 될 것이라는 불안한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의 한 일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한의계의 현안을 곱씹어 봐야 한다. 오로지 한의사와 한의학만을 위한 유아독존적인 닫힌 사고로 현 난국을 해결할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다.
현안으로 떠오르는 한의계의 문제는 몇 가지로 집약되고 있다. 의료법 개정문제, 전문의 표방 문제, 한약 안전성 문제, 동네한의원 경영난 문제 등등 당장에 몇 가지 골치 아픈 현안이 우리의 목을 조르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들을 분석해보면 결국은 한 가지 문제로 귀결된다고 생각한다. 선가의 화두 중에 ‘만법귀일’이라는 화두가 이렇게 절실해진 적은 없다. 한마디로 벼랑 끝에 서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리고 그 화두의 평범한 답으로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지극히 당연한 글로 대신할까 한다.
우리 한의사는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의 마인드를 언젠가부터 접어 버렸다. 오로지 한의학, 한의사의 의권 등을 챙기느라고 주변을 돌아보고 어디서 이익을 취하며 그 이익을 어디로 써야 하는지 방향을 잃었던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선택은 항상 가치가 있었고 그 가치를 가치 있게 해석하는 존재는 존귀해졌으며, 그 가치를 폄하하는 존재는 비참해졌다. 주변과 자신의 존재 가치를 존귀하게 하려는 선택보다는 뛰어난 가치를 감추고 평범해 보이도록 하려는 선택을 우리는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한의계의 잘못된 관점이며 오랜 병이다.
세상은 변화하고 뛰어남을 밝히며 경쟁력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질주하고 있다. 그래서 얻은 이익을 더불어 나눌 수 있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못하는 것은 좀 더 잘할 수 있도록 부추기는 존재는 그래서 번영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한의계에는 이러한 풍토가 언제부터인가 사라졌다. 다수의 여론이 뛰어난 것을 뛰어나지 못하게 속도 조절을 하고, 못하는 것은 감춰서 잘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노력하는 부자연스러움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그리고 우리 한의계는 한약의 안전성 문제로 수년간 피해를 맛봐야 했다.
생각해 보라. 전문의란 잘하는 것을 표방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잘하는 것을 잘한다고 표현하는 것이다. 이것을 잘하는 것으로 표방하려고 목적해서도 안되며 잘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을 방해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 표방을 1년간 유예했다. 그 다음에 대한 대안도 없다. 무늬만 전문의는 존재가치가 폄하된 것이며 진실로 가치있는 전문의는 전문영역만으로 진료해야 하는 것이다.
의료법도 그렇다. 미래의 희망을 보고 법을 정비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뛰어난 경쟁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선택을 통하여 타협하고 변화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풍요로움이 있다면 이것도 괜찮지만 현재는 풍요롭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풍요로운 존재처럼 고귀하게 행동하려고 한다.
올해 기축년에는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여 얻어진 이익을 나누며 살 수 있는 희망찬 한해로 정진하려는 마인드로 무장해야 할 때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