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약적 치료·관리, 국민건강 증진에 필수요소 돼야”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1월말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에서 전국 보건소 한의약 공공보건사업 담당자 및 시·도 관련 직원 등 약 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의약공공보건사업 평가 및 경진대회’를 실시했다. 이번 행사에는 전국에서우수 한의약공공보건사업을 펼쳐 선별된 15개팀이 사업 발표를 진행했으며, 심사 결과 의정부시보건소가 실시한 ‘한의약 경도인지장애 관리프로그램’이 최우수상으로 선정돼 보건복지부장관 표창(기관상)을 수상했다.
이와 관련 이번 사업을 총괄했던 의정부시보건소 한의약건강증진실의 김경한 한의사는 “대학 졸업 후 로컬에서 임상진료를 했었지만 한의약공공보건사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2013년부터 의정부시보건소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의정부시는 경기북부의 수도 관문으로 2012년 현재 약 43만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전체 인구는 감소하고 있지만 노인인구와 취약계층인구는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 공공의료 역할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인근지역인 포천, 동두천, 양주 등 경기북부 지역을 아우르는 의료중심지 역할을 해옴에 따라 1개 시·군당 평균 민간의료기관 수가 전국 평균의 2배 수준(624개소)이라는 특징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지역적 특성상 의정부시보건소는 김경한 한의사가 근무를 시작하기 전부터 치매 관련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치매가 진행된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뚜렷한 치료방법 없이 단순한 지원 및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같은 한계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김경한 한의사는 퇴행성·노인성 질환의 관리 및 예방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한의약적 방법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이번 사업을 구상하게 되었다.
“사업을 위해 배경조사를 해보니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경우 치매로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사전에 치료 및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의학적 측면이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효과적임에도 불구하고 한방뿐만 아니라 양방에서도 뚜렷한 관리방법이 제시되지 않아 방치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따라서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경도인지장애단계에서부터 적극적인 한의약적 관리(한약, 침, 양생교육, 기공체조, 영양식, 인지재활프로그램 등)를 통해 치매로 넘어가지 않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물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어려움도 있었다. 대부분의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경우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뿐만 아니라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기본정보가 없는 경우가 많아 대상자들에게 사업 참여를 설득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했다. 치매의 위험성에 대해 알려주려해도 본인은 멀쩡하다며 화를 내거나 기분 나쁜 표정을 짓는 경우도 허다했다.
반면 주변에 치매환자가 있어 그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는 주민들은 호의적으로 사업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경한 한의사는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한 할머니의 경우 남편과 단 둘이 사시는데 할아버지가 3년 전 치매로 진단을 받으셨다”며 “최근 할머니까지 경도인지장애로 판정을 받으시면서 많은 걱정을 하셨는데 두 분이 함께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한 결과 두 분 모두 호전된 상태로 사업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전국에서 우수한 한의약공공보건사업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담당 한의사가 바뀌면 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시행된 사업의 과정 및 결과를 객관적으로 정리하여 기록으로 남겨두는 경우도 드물어 후임자가 처음부터 다시 사업을 구상하고 실시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의정부시보건소는 처음 사업을 구상하며 ‘지속적 실시’와 ‘사업 확대 실시’를 염두에 두고 사업 매뉴얼을 작성했다. 그리고 모든 사업은 매뉴얼을 바탕으로 실시함으로써 담당자가 바뀌거나 사업이 확대되어도 동일한 사업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했다. 더불어 사업 과정과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함으로써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회원들 및 보건소 관계자들에게 한의약공공보건사업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고작 2년차에 접어드는 보건소 생활이라 감히 조언하기엔 부담스럽다”며 얼굴을 붉힌 김경한 한의사였지만 한의약을 통한 공공보건사업의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는 분명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현재 많은 보건소가 ‘진료’와 ‘사업’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보건소의 상황에 따라서 차이는 있겠으나 일반적으로 도시형 보건소의 경우 주변에 민간의료기관이 충분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진료’보다는 ‘사업’을 실시하는 것이 공공보건 증진을 위한 보건소의 목적에 더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현재 질병의 치료보다는 만성질환의 예방 및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한의약공공보건사업의 확대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의약이 앞으로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의약적 치료 및 관리가 국민건강 증진에 선택이 아닌 필수요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의사라면 누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관련 근거 및 객관적인 자료를 찾기란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보건소에서 한의약공공보건사업이 활성화되고 공공의료기관에서 양·한방협진 모델 등을 개발하면서 많은 관련 자료들을 함께 모아 나간다면 국민들이 한의약에 대해 더 많이 신뢰하고 다시 찾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김경한 한의사는 2013년 한 해 동안 의정부시보건소에서 근무하면서 지역대학 간호학과에서 한의학개론을 강의했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한방산업 발전에 관한 용역에 참가하기도 했다. 로컬에서 임상진료만 하던 그가 보건소 한의약공공보건사업을 총괄하게 되며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더 많은 것을 배우며, 앞으로 한의학이 사회적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그는 앞으로 어떤 일을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며 새해에도 힘차게 전진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