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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7일 (목)

이태형 한국의사학회 간사

이태형 한국의사학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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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국제아시아전통의학대회 참가 후기



현대에서의 한의학 역할 기대



지난 9월 9일부터 13일까지 경남 산청에서는 제8회 국제아시아전통의학대회가 개최되었다. 국제아시아전통의학대회는 IASTAM(The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Traditional Asian Medicine)이라는 학술단체가 주관하는 학술대회로, 1979년 호주 캔버라에서 제1회 대회를 가진 이후 4~5년의 간격을 가지고 정기적으로 세계 각지에서 개최되어오고 있다. 이 학회는 국제아시아전통의학대회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아시아 전통의학을 연구하기 위한 연구자·임상가들의 모임으로, 특히 의사학 혹은 인류학 배경을 가진 학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필자가 처음 국제아시아전통의학대회에 대해 알게 되었던 건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의사학교실 조교로 근무했던 첫 해인 지난 2009년이었다. 2009년 9월에는 제7회 국제아시아전통의학대회가 부탄에서 개최되었었는데, 의사학교실 교수님이신 차웅석 교수님께서 그 학회에 참석하신 후 사진과 함께 후일담을 들려주셨다. 당시 아직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했던 경험이 없었던 때라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이 의사학, 혹은 인류학적 관점으로 동아시아 의학을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런데 이어서 교수님께서는 2013년에 제8회 국제아시아전통의학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할 계획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셨다. 2013년은 마침 동의보감 편찬 400주년이 되는 때라 해외에 한국의 한의학을 알릴 수 있는 의미 있는 학술대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1년 6월12일 영국 런던에서는 제8회 국제아시아전통의학대회 준비를 위한 IASTAM 운영위원회의가 있었다. 필자는 학술대회 참석차 런던을 방문했던 중, 한국의사학회 간사의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다. 당시 회의에서는 학회의 주제를 정하는 논의가 있었는데, 그 결과 제8회 국제아시아전통의학대회의 큰 주제는 ‘Beyond Integration: Reflections on Asian Medicines in the 21st Century’로 확정되었다. 당시 ‘Beyond Integration’, 즉 ‘통합을 넘어서’라는 문구가 학회의 주제로 정해진 데에는 생의학(biomedicine)을 기준으로 전통의학이 일방적으로 흡수 통합되는 상황에 대한 비판이 담겨져 있었다. 전통의학이 가진 의학적 가치가 불합리하게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IASTAM 운영진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생각이었다. 통합의학(Integrative Medicine)이라는 용어가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근래의 상황에서, 통합의학의 ‘통합’이라는 단어의 개념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드디어 2013년 9월9일, 경남 산청에서 제8회 국제아시아전통의학대회의 공식적인 학술 일정이 시작되었다. 개회 강연은 IASTAM의 회장인 폴커 샤이드(Volker Scheid)에 의해 이루어졌다. 폴커 샤이드는 본 강연에서 현재의 서구의 의학계에서는 인체에 대한 시스템적 접근법이 발전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시스템에 대한 이해는 동양의학의 변증(辨證) 개념과 접목될 수 있음을 말하였다.



그런데 주의하여야 할 것은 동양의학 안에서도 증(證)에 대한 이해는 시대적으로 변천되어 왔다는 점이었다. 특히 20세기 후반 중국에서 형성된 TCM은 서의(西醫)와의 결합을 목표로 함으로써 기존의 동양의학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변증론치(辨證論治)를 형성해 왔다. 따라서 폴커 샤이드는 현재에 동양의학의 변증(辨證) 개념을 현대의학의 시스템적 접근방법과 연계하기 위해서는, 역사적으로 존재해 왔던 다양한 증(證)에 대한 의미를 충분히 고찰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본 학술대회에서는 개회 강연을 포함하여 총 6개의 전체 강연(Plenary Session)이 이루어졌다. 국내에서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의 김남일 학장님과 보건복지부 김유겸 한의약정책과장님이, 국외에서는 다트머스 대학(Dartmouth College)의 시에나 크레이크(Sienna Craig), 시카고 대학(University of Chicago)의 주디스 파쿼(Judith Farquhar), IASTAM 부회장인 나렌드라 바트(Narendra Bhatt)가 발표를 맡아주었다. 그 가운데 시에나 크레이그는 의료인류학적 연구를 통해 티벳 의학의 다양성을 드러내었으며, 주디스 파쿼는 중국에서 사라져가는 각 지역 의학의 모습을 역시 의료인류학적 연구를 통해 밝혔다. 의료인류학적 연구가 아직까지는 한의학계 내에 생소한 측면이 있지만, 전통의학의 가치를 그 자체로서 표현해 내는데 효과적인 연구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김남일 학장님은 ‘Korean Medicine in History and Culture(한국 한의학의 역사와 문화)’라는 제목으로 고조선 시대에서부터 근현대 시대에 이르기까지 유의, 의학 교육, 의서 간행, 의학 학파, 동의보감 등의 다양한 주제를 통해 한국의 한의학에 대해 설명하였다. 미처 인지하고 있지 못했던 다양한 한국 한의학의 모습을 설명해 줌으로써 많은 외국 학자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현재에도 다양한 의학 학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동의보감 안의 신형장부도를 포함한 다양한 그림들에 대해 해외 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폴커 샤이드 회장의 개회 강연, 김남일 학장님의 전체 강연.





본 학회에서는 전체 강연 외에 분과 강연(Concurrent Session)을 통해서도 다양한 학술 발표들이 이루어졌다. 분과 강연은 동시에 6개의 세션에서, 총 10번의 시간대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각 세션당 보통 4개의 발표로 구성되어 전체적으로 대략 200여 개의 강연이 발표되었다. 그 가운데 150여 개가 해외 연자들에 의해서, 50여 개가 국내 연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졌으며, 발표의 숫자가 많았던 만큼 세부주제들도 매우 다양했다. 전통의학간의 이론적 측면을 비교하는 세션 및 전통의학과 현대사회와의 관계를 고찰하는 세션을 비롯하여, 네팔·티벳·히말라야·부탄·인도·인도네시아 등 지역의 전통의학을 소개하는 등의 평소에 듣기 힘들었던 주제의 발표들이 이어졌다.



또한 제8회 ICTAM은 한국에서 개최된 만큼 현재 한국의 한의학이 가지는 특징적 모습들을 소개하려는 세션들도 다수 포진해 있었다. 한국의 한의학을 중국의 표준화된 TCM과 비교하여 그 차이를 소개하는 세션, 한의학의 진단·치료의 방식을 현대적 기술을 활용하여 표현하려는 연구를 소개하는 세션 등이 그것이다. 또한 사상의학·부양론·사암침법·백각침법 등 한국 고유의 의학적 특성을 다루는 세션들도 구성되어 다양한 측면의 한국 한의학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제8회 ICTAM의 또 하나의 특징은 임상시연(Clinical Demonstration)이었다. 자생한방병원 신준식 원장님의 척추 관절질환의 비수술적 치료, 경희 효전한의원 송정화 원장님의 미소안면침법, 본디올 서봉한의원 정행규 원장님의 형상의학적 진단법, 부천한의원 노영범 원장님의 공황장애에 대한 상한론의 임상적 적용, 요산한의원 김태국 원장님의 내경 소문의 임상적 적용, 사암한방의료봉사단장 김홍경 단장님의 사암침법 등이 학회 현장에서 시연됨으로써 외국인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학문적 발표와 함께 실질적인 치료를 현장에서 보여줌으로써 학회 참가자들이 해당 치료 방식에 대한 이해를 보다 쉽게 할 수 있었다.

5일간의 학회를 겪으면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 중의 하나는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6개 한의과대학에서 50여 명의 학생들이 자원봉사자로 활동해주었다고 한다. 학술대회장의 관리에서부터 안내, 통역에 이르기까지 학술대회 곳곳에서 자원봉사자들의 공헌이 느껴졌다. 이와 같은 느낌은 모든 학회 참가자들에게 공통된 것이었던 것 같다. 9월12일, 마침내 학회의 폐막이 선포되자 학회 참가자들은 모두 일어나 많은 수고를 해준 자원봉사자들을 향해 감사의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번 제8회 ICTAM이 한국에서 개최된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를 지닌다는 생각이 든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 한의학의 모습을 전 세계의 학자들과 임상가들에게 알렸다는 점이다. 한국은 국가의료체계 안에 한의학이 공식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이원제 의료시스템을 구축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나 일본의 전통의학에 비해 대외적으로 알려진 바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었다. 특히 서구의 의사학, 인류학 분야 연구에서는 한국의 한의학이 거의 다루어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번에 한국에서 ICTAM이 개최됨으로써, 학회 기간 동안 전체 강연·분과 강연·임상 시연 등을 통해 국외 참가자들에게 계속해서 한국 한의학의 특징 및 현대적 연구, 임상 기술 등을 소개할 수 있었다. 학회장에서 있었던 해외 학자들간의 논의 속에서도, 여러 차례 한국 한의학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었던 것을 볼 때 어느 정도의 신선한 충격은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학문적·임상적 발전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겠다.



동의보감 편찬 400주년을 기념하며, 어쩌면 한의계는 이제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전통의학의 현대적 활용에 대한 요구가 높아져가는 이때에, 한의학이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본연의 가치를 토대로 주체적으로 현대 의학의 하나로서 역할할 수 있기를 이번 학회를 통해 다시 한 번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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