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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7일 (목)

박순환 역사편찬위원장

박순환 역사편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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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찬사업을 하는 4년 동안 힘든 일도 많이 겪었지만, 색다른 경험도 가져본 보람찬 시간이었습니다”



토인비는 ‘도전과 응전(challenge and response)’이라는 역사관을 설파했다. 역사는 문명의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며 강물처럼 도도히 흐른다. 생성과 소멸의 반복 속에는 보다 나은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도전과 응전이 숨쉬고 있다. 그럼에도 성공한 역사냐, 실패한 역사냐를 가름하는 것은 결국 ‘기록(record)’에 있다. 기록되지 않는 역사는 잊혀질 따름이다. 또한 누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정리했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1898년부터 2011년까지의 한의협 역사를 담은 ‘1898~2011 대한한의사협회사’가 20일 출간됐다. 4년 여간 각고의 노력 끝에 대한한의사협회의 역사를 기록한 박순환 한의협 역사편찬위원장을 만났다.



- ‘대한한의사협회사’의 기본 구성은 어떻게 되는가.

: 중요한 역사적 근거가 될 만한 1200여 장의 사진을 우선적으로 선정했고, 이 중에서 화보 86장, 본문 178장, 명예회장 등 임원사진 85장, 전면사진 4장 등 총 353장을 수록했다. 다만, 예산 관계로 장서 보관이나 기증용으로 300권만 제작했다. 회원은 PDF 파일로 볼 수 있다. 가능하면 CD라도 제작하여 모든 회원이 소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협회사’를 12장(章)으로 분류한 이유가 있는가.

: ‘협회사’는 12장(章) 82절(節) 97목(目)에 총 903 쪽으로 꾸며졌다. 특히 협회사의 요약부분이라 할 수 있는 부록(12장)은 연표 등 14개 항목에 걸쳐 266쪽으로 편성했다. 장을 열두 개로 구성한 것은 인간의 생명현상과 불가분의 관계인 삼음삼양(三陰三陽)과 12정경(正經)의 중요성을 담는다는 뜻에서 그렇게 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의 역사를 담고 있는가.

: 한의학은 배달민족의학인 만큼 상고시대부터 서술했고, 협회라는 단체의 역사는 원칙적으로 대한의사총합소가 결성된 1898년부터 시작해 2011년 말까지 113년의 역사를 담았다. 그런데 2012년 들어서 협회가 직면한 현안이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막중하여 대의원총회 목에서 ‘직선제 정관 개정 통과’건을 기록했고, 또 책자 앞부분에 ‘2012 전국한의사대회’와 ‘천연물신약 백지화 궐기대회’ 사진을 수록했다. 현장을 기록하는 것이 역사의 근간이라고 본다면 이 두 장의 사진은 역사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사실을 말해준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자료 수집에 있어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다.

: 일제강점기 자료 수집이 힘들었다. 당시 한의학을 비하하고 말살했기 때문에 기록도 부실했고, 조선총독부의 관련 기록이 너무 방만하여 자료 조사가 쉽지 않았다. 또 당시 있었다고 알려진 유품이 전쟁·이사·분실 등으로 후손에게 전해지지 않아서 안타까움이 많았다. 자료 수집할 때 이런저런 에피소드도 있다. 한창 자료 수집한다고 다닐 때 “의생모임 사진이 있다”, “모 지부 창립총회 서류가 있다”, “한의학 관련 고문서가 있다” 하면서 만나자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때마다 열일 제쳐놓고 득달같이 달려갔다. 한 눈에 봐도 거짓 자료라 판단되는 것도 있었고, 진짜 같은데 정말 가치가 있나 의심스러운 것도 있었다. 기부받았으면 좋겠는데 구경만 시키는 경우도 있었고, 간혹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하면 터무니없이 고액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여간 시간과 밥값만 날리고 올 때가 많았다.

모 한의사가 소개한 동의보감 목판본(25권)은 편찬위원이 감정해주고 기증받은 일도 있다. 편찬사업을 하는 4년 동안 힘든 일도 많이 겪었지만, 색다른 경험도 가져본 보람찬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적지 않은 도움을 주었다.

: 그렇다. 한대희 원장님을 비롯한 『대한한의사협회40년사』 편찬위원, 그리고 협회의 설립기원부터 협회사의 흐름을 함께 논의한 경희대 김남일 학장을 비롯한 역사편찬위원회 위원과 실행위원, 방주혁 선생과 박천래 선생의 가족, 임일규·임문달·문종화·팽재원·박상동·황연규 원장 등 많은 분들이 역사편찬 사업에 애정을 보내주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역사 정립에 있어 크고 작은 논란이 있었다.

: 몇 가지 사건에서 이해당사자가 주장하는 의견이 분분했었다. 특히 네 가지 사건에서 기존 입장과 다른 의견이 제시돼 갈등이 있었다. 첫째, 일제강점기 한의학 부흥운동을 했던 단체, 특히 팔가일지회 회원이나 역할에 대한 의견. 둘째, 해방 후 국민의료법 제정 때 조헌영 국회의원이나 오인동지회 또 부산피난 (서울)한의사 등이 (이원제)국민의료법이 아닌 별도의 한방의료법을 제정했어야 했다는 의견. 셋째, 1960년대 초 의료법 개정 때 국공립대학에 한의대 설치를 강력하게 요구했어야 했다는 의견. 넷째, 한약분쟁 때 한약조제약사나 한약학과 수용을 반대한 의견이 바로 그것이다. 이 문제를 가지고 세미나 혹은 공청회를 열어 그 결과를 이번 협회사에 반영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역사편찬위원회에서 이런 문제를 다루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의견이 대립될 경우 사관(史官)의 자세로 임했고 협회사 편찬에 반영했다.



-‘협회사’를 발간해 놓고도 부족한 점이 있었을 것 같다.

: 예산 등 물질적 지원이 부족했지만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다만, 조사인력이 부족할 때 제일 불편했다. 위원들이 조사를 하는데 한계가 있으니까 조사만 전담하는 인력이 꼭 필요했었다. 어떤 인물을 알아보려고 종친회나 도서관 혹은 관공서에 가서 조사할 때 시간이나 여건이 충분치 못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독립운동이나 협회에 공로를 세운 인물을 추적하다 행적이 중간에 단절되면 다방면으로 더 조사를 해야 하는데 그럴 여건이 못돼 정말 힘들 때가 많았다.



-아쉬움이 남는 대목은 어떤 부분이 있는가.

: 아쉬운 점이 너무 많아 무엇을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우선 지면이 한정된 관계로 일부 사실을 자세히 기술하지 못한 점이 제일 아쉽다. 특히 16개 지부나 11개 한의과대학 등은 자료가 넘쳐나는데도 수록을 못한 부분이 많다. 만약 각 단체에서 역사책을 만든다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으리라 본다. 한약분쟁 부분도 단초부터 현재까지 같은 맥락으로 이어지는 사건인데 용어의 정리 등 일부는 자세히 기록하지 못했다. 지면상 큰 틀만 기술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명예회장 등 많은 분의 업적도 세세히 기술하지 못해 아쉽고 유감이다. 중요 행사와 관련된 사진을 어렵게 확보했는데 해상도가 떨어져 수록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협회사’ 편찬작업이 언제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보는가.

: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방법이 과거와 달리 지금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렇기에 인쇄물인 책자가 꼭 필요한가에 대한 문제부터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론 보통 1세대를 형성하는 25~30년 주기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협회사’ 발간의 의미를 정리한다면.

: 시대에 적합한 한의사의 위상을 갖추고, 향후 바람직한 한의사의 역할과 권익을 모색하자는데 큰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 선배 한의사나 협회가 추구했던 일과 국가가 시행한 정책 등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 같은 필요성에서 ‘협회사’를 발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예산에 비해 좋은 책자를 만들었다고 자신한다. 책자의 제작 상태나 내용 또한 알차다. 다만, 모든 회원께 책자를 드리지 못해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번거롭더라도 PDF 파일로 봐 주시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지적해 주길 바란다. 이번 편찬사업을 하면서 발굴·수집한 모든 자료는 협회에 영구 보관될 것이다. 다시 한번 ‘협회사’ 편찬사업에 큰 관심을 기울여주신 모든 회원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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