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약 제도 개선에 불꽃 태운 15년 공직 생활
한약분쟁 해결, 한약 안전성 강화, 한의약육성법·병역법 개정… 큰 보람
법적·제도적 타당성, 예산, 관련단체 연관 등 충분히 검토 후 정책 건의
한약제제 보험급여 등 다양한 한의계 현안들, 철저한 사전 대비 필요하다
한의사로서는 최초로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으로 활동한 김용호 국장은 그동안 한의약육성법 개정 등 한의약 제도 개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제 그가 15년간의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5일부터 후학 양성을 위해 대학교수로 새롭게 출발했다.
‘97년 보건복지부 한방정책관실 한의약담당관을 시작으로 공직에 입문한 김용호 국장은 한방제도과장, 국립의료원 한방진료부장, 한의약정책관 등 15년동안 한의약과 관련된 주요 직책을 수행했다.
김 국장은 “처음 공직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93년부터 시작해 지속돼온 한약분쟁을 해결하고, 국가와 한의약 발전을 위해서 누군가는 희생하고 일할 사람이 있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공직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고 말했다.
김 국장이 보건복지부에 들어와 우선적으로 한 일은 병역법 개정이었다. 당시 한의사는 대학 6년을 졸업하고도 군의관이나 공중보건한의사로 가지 못하고 사병으로 근무하는 문제가 있었으며, 이의 개선은 한의계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다.
“한의약의 대국민 접근성 향상 위해 최선 다했다”
한의사가 군의관으로 가려면 한의사면허를 취득했다고 해서 바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군전공의 수련병원에서 수련을 거쳐야 갈 수 있도록 돼 있었다. 이같은 문제의 병역법 제58조 2항을 개정하여 한의사면허를 취득하면 군의관으로 임용될 수 있도록 했고, 병역법 제34조를 개정하여 한의사도 공중보건한의사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특히 김 국장이 공직에 발을 내딛었을 때는 한약분쟁이 가장 큰 사회적인 문제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약사법 개정에 착수했다.
김 국장은 “그 당시 한의대 유급학생 3800여명, 제적학생 197명 등이 수업 거부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약사법 개정을 하지 않으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먼저 약사법 개정을 통해 이들을 구제했고, 그래서 한약분쟁이 일단락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그것이 첫 번째고 그 다음이 병역법 개정, 한의사전문의제도 시행, 한의약육성법 개정, 중금속기준 개선 및 자가규격제도 폐지를 통한 한약 안전성 문제 등을 해결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국장은 국립의료원 한방진료부장을 맡으면서 조직 개편 및 인력 확충 등의 노력을 기울여 병원의 경영 개선에 기여했다. 김 국장은 “국립의료원 한방진료부에 한방과가 한 개과로 되어 있었는데, 행정안전부를 직접 뛰어 다니며 한방내과, 한방신경정신과, 침구과 등 3개과를 만들었고, 그 다음에 수련의 충원을 통해 과장 3명, 스텝 및 인턴, 레지던트 21명 등으로 인력을 크게 증원했다”고 밝혔다. 국가기관은 민간기관과 달리 조직을 신설하고 인력을 증원하는 일이 쉽지 않기에 김 국장의 탁월한 행정능력이 높게 평가받은 부분이다.
병원의 진료환경 개선을 위해 김 국장은 한방진료부 전체의 동선 확보 차원에서 병원 1층에 외래 진료실과 입원실이 같이 있었던 것을 2층 공간을 확보하여 1층은 외래 진료실, 2층은 입원실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양·한방중풍협진센터를 만들기 위해 양·한방 협진 규정을 만드는 한편 한방개방병원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특히 김 국장 재임 당시 국립의료원 한방진료부는 흑자로 전환되어 경영 개선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9년 김 국장이 한의약정책관으로 부임할 당시에는 한의약시장이 위축되는 등 한의계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 이유는 엄격한 중금속기준으로 인해 한약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한약의 식품 유통 및 원산지 변조 등의 사안이 언론보도를 타면서 한약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김 국장은 “한의약정책관으로서 한약 안전성이나 대국민 접근성 강화를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불꽃을 태우겠다는 생각으로 혼신을 다해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아픔과 고통이 있었지만 한약 도매·제조 등 한약 관계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 자가규격제도를 폐지하고, 한약 중금속 검사를 거친 안전한 한약이 유통 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또한 한약 가격이 높아 대국민 접근성이 굉장히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보험 부분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한의약 대국민 접근성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한의약 발전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서 한의약육성법을 개정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한방복합제제 보험급여 빨리 수용할 필요있어”
특히 김 국장은 “한방건강보험 관련 노인정률제 개선과 부항컵 및 한방물리요법의 보험 적용을 추진했다. 특히 한의약이 계속 발전하고,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복합제제 보험이 굉장히 중요한데 그것에 대해 이해당사자들을 설득시켜 시행하고자 노력했지만 약사법 부칙 8조를 개정하지 않는 한 의약분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부분 의약분업이란 이유로 인해 반대가 심해 보험급여가 추진되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지금이라도 정부가 해주려고 할 때 복합제제 보험급여를 빨리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국장은 또 대통령 한의사주치의 위촉, 한약 수급조절, 한의약 세계화를 위한 엑스포 개최, 한의사의 대도시 최소 배치규정, 한방병원 일반건강검진 시행, 모자한방병원제도 운영, WHO의 한의약에 대한 표준화, 한·중 FTA 및 나고야 의정서와 관련한 사전 연구, 한약제제의 제형 현대화, 천연물은행 구축 등에 앞장서 왔다.
특히 한의약육성법 개정과 관련해 김 국장은 “한의약의 정의를 선조로부터 전통적으로 물려받은 행위에서 과학적으로 응용 개발하는 행위까지 할 수 있도록 외연을 확대시킨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재판이나 유권해석 등에 있어 유리하게 작용하여 한의학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을 위한 일이라고 판단될 때 정책은 반영돼
김 국장은 “한의사들이 앞으로 공직에 많이 진출하고, 공직에서 일을 하려면 한의계 현실을 관련 공직자들에게 정확히 인식시켜야 하고, 그 조직내 인적 교류를 잘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법이나 제도·예산 등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해야 제대로 잘 성장할 수 있고, 인간적인 교류를 많이 하고 또 자기 능력을 최대한으로 보여주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또 “그동안 한의약 발전을 위해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지만 정책을 수행하다 보면 많은 오해를 받는 경우가 있었다. 한의계가 정책 건의를 할 경우 그것을 받아주는 정부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합당한지, 또 예산 등은 어떻게 되는지 특히 다른 관련단체와의 마찰은 없는지 등 여러 가지를 종합해서 이것이 정말 국민을 위한 일이라고 판단될 때 그것을 정책으로 추진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즉 정책에 반영시키고자 하려면 법적, 제도적, 예산, 관련단체와의 연관성 등 여러 부분을 충분히 검토한 후 정책을 건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또한 “앞으로 첩약도 중요하지만 한약제형의 다양화 특히 한약제제 시장 변화가 예상되는데 이 부분을 앞으로 활성화시키기 위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이와 함께 “항상 경기나 한의약의 역사를 보면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고 다시 한번 한의계가 도약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고 대비를 해서 나가야 한의약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