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의 대상이 아닌 변화의 주체가 되자”
“정부 출연연구기관인 한의학연구원은 한의학 연구개발의 대표적인 핵심연구 기관이다. 지금까지 한의계에 발을 들여 놓은 이후 많은 혜택과 큰 보람을 느꼈다. 하지만 이번에 한의학연구원장을 하지 않게 되면 아마 한(恨)이 될 것 같았고, 후회가 클 것 같았다. 정말 한의계와 국민이 기대하는 성과를 내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
최승훈 원장이 지난 22일 제7대 한국한의학연구원(KIOM) 수장으로 취임했다. 그와의 한의학연구원 인연은 지난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의 한의학연구원 전신인 한의학연구소가 탄생하기 2년 전인 셈이다.
한의학 임상연구 분야를 활성화시킬 것
그는 당시 국립 한의학연구소 설립과 관련한 복지부 연구과제를 맡아 땀을 흘렸다. 또한 한의학연구소 설립 1년 뒤에는 연구소와 함께 한의진단명 정립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그렇기에 연구원장을 맡아 한의학연구개발에 혼신을 다하고 싶다는 생각은 그가 평소 지녔던 신념과 다름 아니다.
특히 갑작스럽게 교단(경희대 한의과대학)을 떠나야 하는 것과 관련해 최 원장은 “사전에 예고없이 떠나게 돼 대단히 미안한 마음이다. 하지만 그들이 졸업 후 좀 더 나은 세상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기반 작업을 열심히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학생들이 이해하여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또 “한의학연구원의 출발은 한의계가 정말 힘든 투쟁과 희생을 겪으면서 일궈낸 성과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에 비해 다른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며 “구체적으로는 고급연구자 상당수가 대학에 있는데 대학과 한의학연구원간 서로 개방적이고, 협력을 할 수 있어야 함에도 지금까지는 건강하고, 성공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연구원 수장으로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과 관련해서는 “한의학은 의료를 제공해야 하는 학문이다. 그렇기에 임상연구 분야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실질적으로 한의계가 절실히 필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인 임상진료지침을 개발하는데 적극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즉, 한의계가 어려워진 이유로 한약의 안전성 문제를 손꼽은 뒤 그에 못지않게 한약의 효과에 대해 임상연구를 통해 근거를 갖고 보여주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부족했다는 인식 아래 임상진료치짐 개발로 개원가에 도움을 주는 한편 어떠한 확실한 근거없이 제시되고 있는 한의치료법의 객관적 기반 내지 안전성을 확보하는 연구에도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최근 정부가 출연연을 35연구소, 34본부 체계의 강소형 연구조직으로 개편하고자 하는 움직임과도 관련한 입장을 나타내 보였다.
냉정한 자기성찰로 내부적 혁신이 필요하다
“어느 조직이든지 그곳의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는 것이 중요하다. 외부로부터 요청된 변화와 타율에 의한 혁신은 결코 한의학연구원의 앞날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한의학연구원 스스로 냉정한 자기성찰과 뜨거운 의지를 갖고 미션과 비전을 혁신적으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즉, 변화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되고,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
그는 또 지난 22일 취임식을 통해선 한의학연구원이 추진해야 할 네 가지의 중점 추진 방안도 밝혔다. 첫째는 3대 선진 경영 추진이다.
이와 관련 최 원장은 “정부출연연구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이기에 연구개발의 성과가 국민의 기대와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그간의 양적 성장을 질적 성과 창출로 전환시켜야만 한다. 품질 경영, 성과 경영, 윤리 경영의 3대 선진 경영을 추진하여 연구원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 중점 추진 방안은 국내 한의약 분야 연구를 총괄하겠다는 복안이다. “연구원 내적으로는 우수성과 창출을 위한 연구사업 재편과 질적 관리를 강화할 것이며, 외적으로는 국내외 우수 연구조직과의 공동연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국내 한의약 연구의 실질적인 콘트롤타워가 되도록 하겠다.”
밖에서 보고 들은 연구원과는 분명 다를 것
세 번째는 한의계와의 협력 강화를 주창했다. “그동안 대학과 병원, 협회와 학회에서 활동하면서 한의학연구원과의 연계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해왔다. 각 분야에서 다양하게 경청한 기대와 요구를 바탕으로 연구 분야별 네트워크를 강화하여 대학과 한의계와의 실질적인 협력 연구를 강화하겠다.”
네 번째는 전통의학 분야의 글로벌 리더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전통의학은 IT, 조선, 반도체 등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다. WHO와 ISO/TC-249에서의 활동 등 국제무대에서 얻은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한의학연구원이 명실공히 한의학의 과학화와 표준화를 리드하는 글로벌 리더로 만들도록 하겠다. 3년 후인 개원 20주년에는 한의학연구원이 세계 전통의학 Top3 연구기관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
특히 최 원장은 배움의 자세로 업무에 매진할 것임을 말했다. “밖에서 보고 들은 연구원과 안에서 피부로 느끼는 연구원은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르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항상 배움의 자세로 업무를 수행하겠다. 소통과 화합, 배려와 존중을 함으로써 창의적인 연구 환경을 만들도록 하겠다.”
그는 또 노자에 나오는 ‘上善若水’(지극히 착한 것은 마치 물과 같다는 뜻으로, 노자 사상에서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아니하는 이 세상에서 으뜸가는 선의 표본으로 여기어 이르던 말)의 德으로 업무를 수행, 한의학연구원이 세계 최고의 연구기관으로 도약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임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