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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10일 (일)

최 선 미 박사 (한의학연구원 의료연구부장)

최 선 미 박사 (한의학연구원 의료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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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을 깨우는 것이 침구 프로젝트의 종착역

네트워크 구축하는 것이 과제 성공의 지름길

현실만 보지 말고 미래의학 그림 그려야 한다



“한의원에서 자발적으로 증례보고를 해주면 연구원들에게 엄청난 힘이 된다. 한의사들 속에 잠들어 있는 거인을 깨워 200개의 한의원 증례보고단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증례가 쌓이면 우수한 과학적 근거 마련 연구에 힘이 실리는 것은 물론 의료현장의 의사결정과 국가 정책결정에도 큰 힘이 된다.”



‘침구경락 연구거점 기반구축 연구사업(이하 침구 프로젝트)’ 연구책임자인 최선미 한의학연 의료연구부장은 한의계 종사자들 속에 잠재되어 있는 열정을 깨우는 것이 침구 프로젝트의 종착역임을 시사했다.



임상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침구 과제의 특성을 생각할 때, 연구원이 메인코어가 되고 각 대학마다 특성화 코어가 만들어져 개별 한의원까지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과제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의미다. 한국침구 EBM 구축과 치료기술 표준화를 위해서는 기초연구자들뿐 아니라 임상의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4년차에 접어드는 침구 프로젝트는 그동안 침구경락 임상연구를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에 각별히 애정을 기울였다.



교육 아이템·기술 소스 발굴이 관건



세부과제인 한국침구치료기술 DB구축 사업에서는 국내 기술들을 40여개 발굴, 연구를 위한 증례도 많이 쌓았으며, 침구경락기초기전 연구 사업을 위해 기초과학자들과의 공동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또 한국침구임상표준화 연구 사업을 위해 교육을 시행, 임상시험 전문가를 양성한 것과 ICH-GCP 기준에 의한 침구임상시험의 경험을 쌓은 것도 큰 성과다.



전통의약 분야의 표준화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WHO 경혈위치표준화 사업의 한국측 표준화위원회를 운영하고 일회용 침규격 국제표준 제정 포럼을 운영하는 적극적인 활동을 한 것 역시 더불어 침구과제 성과로 자랑할 일이다.



최선미 박사는 “한의학연구원은 교육기관은 아니지만 네트워크 연구를 하려는 사람들이 실제 기술이 없으면 안된다”며 “한의계 처음으로 임상증례에 대한 연구 교육을 통해 연구 수행하는 과정을 일일이 교육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후반부터 국가에서 근거중심의학 확립을 위해 한의계도 임상연구 쪽으로 연구방향을 전환해야 할 시점으로 판단 국가 R&D가 기획되었는데, 국내 한의계 연구자들은 임상연구 교육이 충분히 다져진 준비된 상황이었다”며 “걸음마단계였던 연구인력 인프라를 한단계 향상시켜 이제는 좀 더 깊이 있고 구체적인 연구를 전 한의계가 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최 박사는 “어떤 기술이 공신력을 갖추려면 증례보고, 임상시험 설계를 통한 과학적 데이터, 기전상의 효과 증명 등 3박자가 맞아야 된다”며 “임상의들은 증례를 제공하고 임상연구자들은 그것을 기반으로 우수한 근거를 마련하고, 기초 연구자들은 기전연구를 통해 표준화를 이루면 침구학이 차세대 핵심의료기술이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침구 프로젝트의 주요 목표 중의 하나는 한국침구치료기술의 DB를 구축해 연구자들과 한의사들에게 침술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임상효능연구를 통해 한국침법 브랜드화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지난 3년간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침 잘 놓기로 유명한, 소위 ‘용한’ 한의원을 찾아다녔다. 최 박사에 따르면 제도권에 편입되지 못한 침구 시술인들 중에는 한의사들과 적대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도 많아서 문전박대를 당한 경우도 많았다. 그나마 운이 좋을 경우 잔소리 1시간 후 기술을 전수 받기도 했다.



최 박사는 “연구팀의 한창현 박사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열정을 가지고, 본인 표현대로 ‘신들린 듯’ 탐방조사를 다니며 직접 체험한 결과,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동료에게 공을 돌린다.



한의학연은 얼마 전 보다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탐문활동을 위해 전국 각 지역 보건소에 근무하는 공중보건한의사를 ‘한국 침구치료기술 조사단’으로 위촉했다. 혈기왕성한 공중보건의들은 음지의 기술을 양지화하고 한의학 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에 동감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이렇게 발굴된 침구기술들이 모두 브랜드화될 수는 없다. 일단 아주 독창적이고 한국적인 것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가 않다.



최 박사는 “중국은 기록문화에 있어 우리나라의 몇 배를 능가하기 때문에 침술에 대한 기록을 잘 찾아보면 거의 다 중국에 유래가 있다”며 “현재 사혈을 선호하는 것과 혈자리 운용에 심신의 조화를 강조하는 것이 그래도 한국 침술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발굴한 침구치료기술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것이 또 하나의 난관. 임상이나 증례에서 효과가 있어도 근거가 없으면 빛을 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침술에 있어 대조군의 위약효과(placebo)가 강해 그 미묘한 차이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 또 질환에 따라서는 임상시험단계에 들어가면 많은 수의 피험자와 장기간 연구비 확보 역시 어려운 문제다.



최 박사는 “한방병원 인프라도 약해 200명 확보도 어렵다”며 “또 1년 단위로 연구를 끊는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장기간 임상연구도 쉽지 않다”고 전한다.



이어 그는 “하지만 한국의 특정 침술을 발굴하고 정확한 근거를 쌓으면 이를 바탕으로한 의료기기와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충분히 산업적 효과를 볼 수 있다”며 한의학 연구가 한의계 발전은 물론 국내경제의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충분함을 피력했다.



결국 선택은 국민이 하는 것



최 박사는 미래에 살아남는 의학기술은 수요자인 국민이 선택할 것이며 단일치료법보다 질병에 따라 ‘패키지화’ 된 치료법이 어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의사나 연구자들이 할 일은, 질병에 따라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하고 시스템화해주는 것”이라며 “한의사들도 단순히 현실만 보지 말고 미래의학에 대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그가 제안하는 또 한가지 분야는 연구에서 나오는 논문들을 읽어서 체계적으로 고찰하는 것이다. 그는 “한의학을 비롯한 대체의학 관련해서 쏟아지는 국내외 논문들을 리뷰해서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정보를 실시간 제공해 주는 전문가 집단이 있으면 좋겠다”며 “한의사들이 3인 1조로 요통 · 두통 · 뜸 등 질환별·치료기술별 전문 분야를 정해 전 세계 논문을 리뷰하는 그룹을 만드는 것을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하나의 연구가 잘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하는 1차 분석을 넘어, 여러 논문을 검토한 분석 결과를 공유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만큼 전체적인 안목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는 체계적문헌고찰과 관련된 교육을 통해 한의계 전문가 양성 기회도 가질 계획이다.



이러한 생각은 올해 초 영국에 가서 코크레인 리뷰(Cochrane Review) 센터와, 영국황실에서 운영하는 찰스재단의 통합의학(integrative medicine)분야 활동을 둘러보며 얻은 결론이다.

체구는 작지만 한의학에 대한 열정만큼은 거인인 최선미 박사는 “공부하면 할수록 한의학연구원에서 할 일이 정말 많다”며 “연구원이 전체적인 한의학 발전을 위한 구심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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