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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07일 (목)

한은경 원장

한은경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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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부엌과 미래의 건강



현대 의학에서 음식은 질병을 예방하되 치료하지 않는다는 관점이 한때 지배적이었지만 오늘날 임상영양치료(MNT, Medical Nutrition Therapy)는 임상적 효과와 비용경제성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진료실에 찾아오는 환자, 특히 바쁜 도시인의 식생활 지도를 할 때에 염두에 둬야 할 점은 무엇일까. 흔히들 패스트푸드나 외식을 주로 하고 끼니를 거르기 쉬울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막상 환자의 식생활을 결정하는 여러 가지 모습에 대해서는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TIME>이 2007년 여름 ‘You are what you eat(당신은 당신이 먹는 음식과도 같다)’이라는 표제를 달고 현대인의 식생활 이야기로 꾸민 특집 기사를 다시 살펴보자. 세계 곳곳에서 서구화된 메뉴를 인스턴트 식으로 빠르게 접하고 있는 현대인의 식생활 속에서 전통 식재료를 전통 방식으로 조리해 가족과 함께 음미하자고 주장한 이른바 ‘슬로푸드(Slow Food)’ 운동이란 오히려 낯선 현상과도 같았다.



MNT, 임상적 효과·비용경제적 측면서 주목

하지만 2014년 서울에서는 검은콩 된장, 치자 단무지무침, 육개장, 깍두기 김치를 사기 위해 연남동 작은 가게 앞에서 사람들이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다. 이 곳은 직장인, 자취생, 싱글과 맞벌이 부부, 패스트푸드에 질렸거나 새로운 음식에 도전해 보고 싶어 하는 많은 이들에게 직접 만든 가정식 반찬뿐 아니라 젊은 층의 기호를 한껏 반영한 레몬 커드, 올리브 절임, 샌드위치, 생강차 등을 판매하고 있는 홍대 앞 네타스 키친(neta’s kitchen)이다.

가게에 찾아간 어느 일요일, 개장한 지 1시간여 밖에 흐르지 않았는데도 여주산 고구마, 안동에서 올라온 사과가 동이 난 것을 볼 수 있었다. “파주 금촌시장 꽈배기는 없어요?” “진작에 다 떨어졌어요. 인기가 많아서.” 직원이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식단 포함 생활관리에 의료인 역할 커질 것

2005년부터 시작된 이곳을 일군 차유진 대표는 요리의 철학도 분명하다. 섬유미술을 전공하고 음악 관련 일을 하다 영국 탕트 마리 요리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돌아와 ‘손녀딸’이란 닉네임으로 글을 쓰는 요리사, ‘네타스 키친’ 차 대표를 서면으로 인터뷰하며 도시 주민을 상대로 메뉴를 개발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질문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밥상을 책임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자신의 몸을 잘 알고, 먹어야 할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 인생의 즐거움을 위해 어느 정도는 먹으면서 즐기고 싶은 것에 대한 파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습관적으로 외식을 하거나 패스트푸드나 편의점 음식을 소비하는데 익숙해져 있을 수 있겠지만, 직접 지은 밥에 반찬 하나 놓고 먹는 것부터라도 스스로의 밥상을 차리는 것을 저는 권장합니다.”

이처럼 스스로의 밥상에 대한 모종의 책임감을 요리로서 전파하고 있는 네타스 키친을 거쳐 간 사람들의 눈에, 음식은 분명 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식생활과 건강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갖는 도시 인구가 늘어난다면 앞으로 식단을 포함한 생활 관리에 전통과 자연의 가치를 살리면서도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언을 해 줄 의료인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상을 해 볼 수 있다.

네타스 키친에서 주목할 만한 또 한 가지는 식재료에 로컬 푸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각 지방에서 올라오는 신선한 식재료를 애용하는 이유에 대해 차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신선해도 모양이 못생기거나 상품가치가 좀 떨어지는 것들을 자주 이용하는데요, 그럼 가격도 좀 낮출 수 있고 물건 파시는 분들은 또 그렇게 팔아치울 수 있어 좋아들 하시죠. 전 유기농을 고집하진 않아요. 완전한 유기농 용법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 얼마나 불가능에 가까운 힘든 일인지 잘 아니까요. 시골에서 2년 동안 노지 농사를 지어본 것이 많은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대신, 재료를 이런 식으로 수급하죠. 고춧잎을 따서 말리거나, 브로콜리 재배지역에서 나오는 큰 이파리로 김치를 담궈 판다고 하면 미리 재배자 분들에게 부탁을 드려요. 그 분들은 고추와 브로콜리를 원하시니까 나머지 부분은 어차피 버리시는 거잖아요? 그럼 열매를 위해 약을 치셔야 할 때, 그 전에 미리 연락을 주십니다. 그럼 무농약이거나 저농약인 물건을 제가 가져올 수 있는 거죠.”



한의사, 식재료 대한 정확한 질환별 맞춤지식 전달 가능

“이 음식, 먹어야 하나요? 먹지 말아야 하나요?” 환자가 궁금해 하는 음식의 종류는 무척 많다. 현대인의 한의학이라면 응당 현대의 식생활과 함께 가야 할 터. 채소와 야채, 육류를 비롯한 각종 자연식을 놓고 먹어야 할 것과 말아야 할 것의 리스트를 엄격하게 정해 주기보다는, 오염되거나 여러 차례의 가공과정을 거쳐 그 본연의 기미(氣味)를 잃은 ‘식품’을 배제하도록 적극적으로 권하고, 식재료와 약재료에 대한 가장 정확한 질환별 맞춤 지식을 줄 수 있는 전문가가 한의사 집단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장기적으로는 탄소거리가 짧은, 각 지역에서 생산되고 운송되는 로컬 푸드의 이용을 권할수록 안전한 식품을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음식 본연이 가진 영양소를 최대한 섭취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네타스 키친의 음식 철학이 호소력을 얻고 있다는 것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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